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74
373화.
창과 방패의 대결이었다.
수많은 벼락들이 뭉쳐 하나의 거대한 창이 되었다.
“…주군.”
“조용히.”
하얀 별을 부축하던 묘족 측의 마법사는 하얀 별의 신호에 입을 다물었다.
그들 주변에는 실드가 둘러져 있었다.
벼락이 내리치는 영역 밖이었지만 혹시 모를 눈먼 공격을 피하기 위함이었다.
하얀 별은 입가의 피를 닦아냈다.
무리를 했다.
세 용의 방어막 때문이 아니었다.
용들의 저 정도 실드 따위는 겁나지 않았다.
“흐.”
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윽!”
“크윽!”
실드 안의 암 단원들과 다른 수인족들이 눈가를 가렸다. 혹은 귀를 막았다.
아니면 바닥 가까이 몸을 숙였다.
눈을 멀게 할 벼락의 환한 빛에, 거대한 굉음에, 하늘과 땅의 구분 없이 진동하는 상황에 제 몸을 지키고자 했다.
그러나 하얀 별은 모든 것들을 오롯이 눈에 담았다.
“…저거야.”
콰아아아앙!
뭉쳐진 하얀 벼락이 거대한 창이 되어 방패의 첫 번째 막을 찔렀다.
돔을 감싼 적금빛 불벽이 일렁였다.
하얀 별의 눈동자에 환희가 어렸다.
“다 있어… 모두 다.”
거대한 돔을 형성한 자연의 5대 속성.
그것을 보는 하얀 별은 뒤집히는 내부의 통증 따위는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늘을 가졌다.
땅 위의 모든 것을 가졌다.
이제 남은 것은, 땅이다.
그 땅을 하나만 가지면!
그렇게 되면!
“크크, 크하하하!”
하얀 별은 웃음을 터뜨렸다.
“궁금하구나!”
정말로 궁금하구나!
완전하게 고대의 힘을 종속시키지 못한 케일 헤니투스. 하지만 너는 내가 가지지 못한 균형을 가졌지.
하얀 별은 케일이 모든 힘을 쓴 순간, 애초의 계획보다 무리했다.
알아야 했으니까.
케일 헤니투스의 저 방패가 어느 정도의 힘을 지녔는지.
하얀 별은 입맛을 다셨다.
“…하나만. 하나만 더 가지면 된다.”
‘책’에 기록되어 있던 내용들이 하얀 별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수십, 수백, 수천, 수만 번을 읽어 기억해 둔 내용.
천 년이 지나는 동안 되새기고 되새겼던 책의 내용.
그 ‘책’에선 고대에 땅의 힘은 오로지 두 명의 인간만이 소유했다고 전했다.
최후의 전투에서 신이 될 뻔했던 ‘진짜 하얀 별’과 가장 마지막에 죽었던 자.
그 둘만이 가졌던 힘.
하얀 별은 저주로 인한 온몸의 고통과, 천 년 동안 그를 짓누른 피곤함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곧 끝이다.
완성이 머지않았다.
그는 웃으며 소리쳤다.
“궁금하구나! 네가 버틸지! 하하하하!”
콰아아아앙!
세상의 모든 빛을 집어삼켜 제 빛만을 뿜어내는 하얀 벼락들.
그 속에서 제 색깔을 잃지 않는 불길이 보였다.
그리고 그 불길의 주인은 바위 돔을 받쳤다.
팽이채와 왕관을 쥔 손이 주먹 쥔 채로 바위에 닿아 있었다.
‘우아! 하얀 별이 미친 것처럼 웃어!’
‘미친놈이니까 미친 것처럼 웃지. 지금 케일 헤니투스 힘들어 보이는데 당연한 헛소리하지 마.’
‘궁금하구나! 네가 버틸지! 하하하하! 하얀 별이 이렇게 말함.’
제기랄!
이 시끄러운 정령들!
케일은 지들 나름대로 보고랍시고 시끄럽게 쫑알대는 바람 정령들 때문에 정신 사나웠다.
동시에 기가 찼다.
“이 얼어 죽을 미친놈!”
뭐?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이런 뒤통수 후려칠 놈! 내가 언젠가 저놈 뒤통수 아작 낸다!
케일의 두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하지만 그의 두 팔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하게 뭉친 벼락이 불의 벽을 뚫으려는 것이 느껴졌다.
파직.
하얀 왕관에 박혀 있는 보석에 또다시 금이 생겼다.
동시에 막대한 힘이 케일의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케일.”
에르하벤은 그 막대한 무형의 흐름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쉬이 그의 곁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한차례 들려왔다.
쿠웅!
동시에 돔 안에 처음으로 실질적인 진동이 일어났다.
“윽!”
용병왕 버드 일리스는 순간 급작스럽게 흔들리는 지반에 중심을 잡았다.
소드 마스터인 그조차 중심을 잃을 정도의 거대한 진동이었다.
그러나 황급히 고개를 든 버드의 눈에 아직 멀쩡한 돔이 보였다.
하지만 케일의 입에서는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크윽!”
첫 번째 불이 부서졌다.
적금빛의 불은 하얀 벼락의 거대한 창에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다.
쾅! 쾅! 쾅!
그리고 그 불이 더 활활 타오르게 돕고 있던 존재인 바람.
‘으아아아! 버텨야 돼!’
‘버텨야 돼!’
‘도우자, 도와!’
그 바람의 소용돌이들이 벼락에 닿을 때마다 무너져 갔다.
정령들이 버티면서도 결국에는 힘에 부쳐 벼락을 피하는 소리가 케일의 귓가를 가득 채웠다.
‘그다음!’
케일은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콰아아아앙!
세 번째 벽.
물의 벽이 하얀 벼락과 마주했다. 뾰족한 창이 물을 파고들었다.
쿵. 쿵. 쿵.
케일은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벌써 두 개의 벽이 부서졌다.
고대의 힘 두 가지가 동시에 무너졌다.
평소의 케일이라면 그 반동으로 쓰러지거나 기절했을 터. 아니면 최대한 기절하지 않으려고 버텼을 것이다.
‘미치겠네.’
하지만 케일은 기절하지 않았다.
실핏줄이 터져 벌겋게 충혈된 그의 눈동자가 돔 천장을 노려보았다.
쿵. 쿵. 쿵.
심장이 뛴다.
다른 고대의 힘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도망쳐 온 바람 정령의 목소리도 안 들렸다.
케일은 오로지 제 몸 안에서 뛰는 심장의 거센 소리만이 들렸다.
그리고 심장에서 뻗어져 나오는 강대한 기운이 느껴졌다.
활력이었다.
그의 손과 발, 온몸의 구석구석까지 케일을 살리려는 힘들이 힘껏 뻗어져 나갔다.
심장의 활력.
케일은 처음으로 어느 힘들보다도 이 힘의 존재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그건 곧 ‘살아 있음’ 그 자체였다.
케일은 자신이 지금, 이 세상 속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 선명하게 인지되었다.
촤아아악!
물의 벽이 하얀 벼락과 거세게 맞부딪쳤다.
콰아아앙!
하지만 그 물도 하얀 벼락을 소멸시키진 못했다.
하늘을 잡아먹는 물은 이번에는 하늘을 잡아먹지 못했다.
그러나 케일은 미소를 지었다.
콰아앙!
거대한 나무줄기들로 떨어지는 하얀 창. 그 벼락이 나무와 부딪치는 순간, 케일은 느꼈다.
‘…줄었어.’
약해졌다.
벼락의 힘이 약해졌다.
케일의 두 손이 덜덜 떨렸다.
막대한 힘이 빠져나가고 막대한 힘이 다시 몸속으로 돌아오는 순환의 상태.
지상 최강의 존재인 용의 피를 먹는 왕관에게서 나오는 힘.
그리고 자연의 힘을 담은 오대 속성의 힘.
그 사이에서 인간의 몸은 아주 약했다.
그렇기에 케일은 몸을 떨었다. 그러나 입가의 미소는 점점 짙어져 갔다.
쾅! 쾅! 쾅!
거대한 나무줄기가 벼락에 제 몸을 내던졌다. 모두 재도 남기지 않을 정도로 불타올라 사라졌다.
결국 나무줄기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마지막.
하늘에서 내려온 창은 땅이 만든 방패와 부딪쳐야 했다.
콰아앙! 콰아앙!
하얀 성을 감싼 거대한 돔을 향해 벼락이 내리쳤다.
쿠우우웅-!
돔이 흔들렸다.
용병왕 버드 일리스는 천장을 바라봤다.
어두운 돔 안이었지만 천장을 받치고 있는 케일이 보였다.
투둑. 투둑.
천장에서 떨어져 내리는 바위 잔해들이 보였다.
바위가 부서진다.
돔이 부서지고 있다.
쩌저저적.
돔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벼락은 쉴 새 없이 돔을 두드렸다.
“크, 크크크-”
하지만 버드 일리스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돔을 두드리는 벼락이 약해져 갔다.
거대한 창은 세 용의 실드를 꿰뚫고 불, 바람, 물, 나무를 거쳐 오는 동안 날이 뭉툭해지고 점점 부서져 갔다.
그리고 마침내.
투둑. 투둑.
버드 일리스는 제 얼굴 위로 작은 돌멩이 부스러기들이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으하하하하!”
투둑. 투둑.
천장에서 계속 부서진 작은 바위 잔해들이 떨어졌다.
하지만 기뻤다.
“…살았어. 살았다고.”
더 이상 굉음이 들리지 않았다.
사방이 떨리는 진동도 느껴지지 않았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먼지처럼 작은 이 알갱이가 버드의 어깨에 닿는 소리마저 들릴 만큼.
세상이 고요해졌다.
그것이 뜻하는 바를 버드는 모를 수가 없었다.
결국 방패는 부서지지 않았다.
창 하나는 여럿의 방패를 뚫을 수 없었다.
로드 쉐리트는 고개를 들었다.
어두웠다.
바위에 가려진 성안은 어두웠다. 하얗기만 하던 세상이 어두워졌다.
그 순간, 그녀는 옆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우리 집 무사하다…….”
라온의 목소리였다.
쉐리트는 차마 고개를 숙여 품 안을 들여다볼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어두운 천장만 보며 눈을 연신 깜박였다.
대신 손을 움직였다.
제 손바닥에 닿는 동글동글한 머리가 느껴졌다.
그녀는 천장을 바라본 채 입을 열었다.
“똑똑하구나.”
“…인간한테서 배웠다.”
“그래. 아주 잘 배웠어.”
그녀는 라온을 품에 안은 채 돔 천장 중심으로 다가갔다.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케일이 보였다.
이미 에르하벤이 케일을 부축하고 있었다.
“인간아!”
케일은 로드의 품을 벗어나 저를 향해 날아오는 라온이 보였다.
‘…저 사과 파이.’
라온의 손에는 또 사과 파이가 들려 있었다.
바위 돔 천장을 받쳤던 작은 앞발은 흙투성이였는데, 그 앞발에 그대로 사과 파이 한판을 통째로 들고 오고 있었다.
“하.”
케일은 실소를 흘렸다.
그 순간이었다.
파직!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왕관 중앙에 박힌 보석에 금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 보였다.
보석의 반 정도를 세로로 가르는 금이었다.
이제 저 금이 한 번 더 생긴다면, 보석은 쪼개져 부서질 것 같았다.
“인간아!”
“박복한 놈.”
앞에서는 라온의 외침이, 그리고 뒤에선 에르하벤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케일은 두 눈을 깜박였다.
“…응?”
다가오던 라온이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인간! 멀쩡하다! 생각보다 멀쩡해 보인다! 아직 기절도 안 했다!”
에르하벤이 한숨처럼 내뱉었다.
“이번엔 멀쩡하구나.”
케일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번엔 정말로 멀쩡했다.
조금 피곤했지만 기절할 정도도 아니었으며 속도 멀쩡했다. 점점 몸이 원상태로 돌아갔다.
왕관을 쥔 케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 모든 건 이번에 이 왕관이 전해준 힘 덕분이었다.
에르하벤이 케일을 부축한 채 천천히 땅으로 내려섰다. 로드와 라온이 뒤따랐다.
“케일 님!”
“도련님.”
냐아아옹!
케일에게로 일행이 급하게 다가왔다.
“…표정들이 왜 그래?”
그리고 다들 묘한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훨씬 멀쩡한 케일의 상태에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특히 기쁜데 이상하고, 정말 다행인데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 평균 9세들을 뒤덮었다. 그때였다.
“…길을 알려주마.”
냉정하면서도 차분한 로드 쉐리트의 음성이 들려왔다.
드래곤 슬레이어 마을로 향하는 비밀 통로.
로드 쉐리트와 케일의 시선이 마주했다.
“어서 가거라. 여긴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 하얀 별 그 녀석도 무리했으니 이 정도 공격을 더 할 수 없을 터. 곰족, 사자족 정도는 내가 막을 수 있다.”
케일은 차분하게 이어지는 쉐리트의 음성을 가만히 들었다.
“나는 함께 갈 수 없지만, 통로 입구까지는 지금 바로 안내가 가능하다.”
쉐리트는 말을 잇다가 케일의 입이 열리자 잠시 하던 말을 멈췄다.
“로드님.”
“질문 있나?”
“네.”
“뭐지?”
“로드님은 성에 종속된 존재입니까?”
로드 쉐리트는 잠시 멈칫했지만, 라온 쪽을 보지 않은 채 덤덤하게 답했다.
“그래. 나는 이 성에 종속되었다. 이 성벽 안이 나의 영역이지.”
“…이 성과 성벽에 종속되었다 그 말이지요?”
“그렇다.”
비슷한 질문을 두 번 하는 케일에게 로드는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다시 입을 열려 했다.
적들이 다시 무슨 공격을 할지 알 수 없었으니까.
서둘러 이들을 보내야 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열린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전, 케일이 먼저 말했다.
“이 성의 주인은 이제 누구라고 보아야 합니까?”
“그야 당연히-”
쉐리트는 잠시 숨을 골랐다가 답했다.
“나의 아이의 것이지.”
라온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라온이 오면 언제나 성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케일은 무심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쉐리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케일이 조금 더 빨랐다.
“라온.”
그 목소리는 그녀가 아닌 라온에게로 향했다.
“왜 그러나, 인간?”
라온은 자신의 집이라는 말에 멈칫했다가 저를 쳐다보지 않는 로드 쉐리트를 힐끗 보고는, 케일의 부름에 애써 담담하게 답했다.
케일은 그런 라온에게 지나가듯이 물었다.
“이 성과 성벽 전체를 옮기면 어떨까?”
순간 라온의 날개가 파닥였다.
검은 용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용의 고개가 홱 돌아가 에르하벤에게로 향했다.
케일의 말에 표정이 변한 로드 쉐리트와 에르하벤은 작은 용의 맹렬한 눈빛에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라온은 심하게 반짝이는 눈동자로 에르하벤에게 다가가며 답했다.
“…인간.”
케일은 덤덤하게 물었다.
“왜?”
“인간, 천재다.”
케일이 실소를 흘렸다.
이까짓 것쯤이야.
작은 용의 눈동자에 강렬한 의지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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