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81
380화.
하아. 하아.
하얀 별은 힘겹게 숨을 내쉬는 케일 헤니투스가 보였다. 숨을 쉴 때마다 케일의 등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 했다.
입가와 코 근처에는 피가 한가득이었다.
용병왕의 등은 케일의 입에서 흘러나온 피 때문인지 붉게 물들어 있었다.
피 색도 선명한 붉은색이 아나라 검붉은 색이었다. 케일 헤니투스는 버드의 등에 업혀 있음에도 어깨를 잡을 힘 하나 없는 듯, 두 팔을 아래로 축 늘어뜨린 상태였다.
겨우 턱만 어깨 근처에 대고 있었다.
케일의 눈꺼풀이 깜빡였다.
반쯤 떠진 눈은 힘이 없어 보였다.
그럼에도 하얀 별은 반쯤 겨우 뜬 눈으로 저를 응시하는 케일 헤니투스의 냉정한 눈빛이 보였다.
평소 저를 응시하는 그 눈빛이었다.
하얀 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만약.
만약 케일 헤니투스의 눈동자가 평소와 달리 하얀 별을 피하거나 고통을 한가득 담고 있었다면, 하얀 별은 케일의 상태에 대해 한 번쯤은 의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하얀 별을 노리는 케일의 눈빛은 명백한 적의로 가득 차 있었다.
끝까지 물고 늘어지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하, 하하- 진짜 아픈 건가?”
하얀 별은 케일의 상태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초대 드래곤 슬레이어 네란 베로우의 기록이 한 구절 떠올랐다. 천여 년 동안 되새긴 내용은 이제 영혼에 각인된 것처럼 선명했다.
하얀 별의 미소가 짙어졌다.
기록서에서 묘사한 고대의 힘들을 찾느라 고생했던 시간이 천여 년이었다.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그 덕에 이렇게 하나하나 막강한 힘을 얻었으니까.
마지막 단추인 땅의 힘을 모으는 순간.
자신은 케일 헤니투스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막강해지리라.
그리고 진정한 하얀 별이 되어 세상을 지배하리라.
그 순간이었다, 하얀 별의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보고 있는 거지?”
하얀 별은 시선을 움직였다.
“날 봐야 할 텐데?”
최한이었다.
“주군!”
마법사는 아직 창백한 안색의 하얀 별에게로 향하는 최한의 검 끝을 본 순간, 바로 마나 화살을 만들었다.
그 화살의 끝은 최한을 향했다.
콰아앙!
하지만 최한에게 닿을 수 없었다.
마나 화살은 다른 것과 먼저 부딪치며 폭발했다.
“크윽!”
마법사는 갑작스러운 폭발에서 멀어지며, 먼지바람 사이로 저를 노려보는 검은 용을 보았다.
라온이었다.
냐아아아옹-
그리고 전장에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곰족, 사자족, 암 단원. 그 사이에 함께 있던 묘족이 그 울음소리에 멈칫했다.
그 순간, 라온은 순식간에 안개에 묻혔다.
그리고 하얀 안갯속에서 붉은 안개가 치솟아 올랐다.
거대한 파도처럼, 붉은 안개가 하얀 별의 수하들을 덮쳤다.
“이런, 독이야!”
묘족들이 그 붉은 안개에 가장 먼저 반응했다.
“이 버러지들이……!”
안개 묘족들은 각각 안개를 일으켜 제 몸을 감쌌다.
안개를 다룰 줄 아는 전사들만이 온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안개에 섞인 독은 그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묘족은 다급했다.
“다들 안개를 피해!”
여기에는 사자족, 곰족, 암단원들도 있었으니까.
그들은 안개를 다룰 줄도, 독에 대한 면역도 없었다.
“족장님!”
묘족 족장은 저를 바라보는 부족민들에게 간단하게 이 상황에 대한 답을 내렸다.
“잘됐군.”
“네?”
족장은 미소를 그렸다.
곰족, 사자족, 암 단원이 죽든 말든 그와 크게 상관없었다.
동대륙에 있다 겨우 서대륙으로 옮겨간 안개 묘족이었다.
그들과 하얀 별의 관계는 일종의 거래 관계였다.
그렇기에 족장은 하얀 별의 수하들이 죽는 것에는 신경을 끄고 자신들의 이득만을 생각했다. 그는 안개 사이로 몸을 숨기며 오로지 근처의 부족민들에게만 들리게 나직히 명령했다.
“안개 묘족의 수치가 드디어 밖으로 나왔다.”
묘족들은 족장이 말한 ‘잘됐다’의 의미를 깨달았다.
“사냥해라.”
묘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독이라니!”
“크윽! 이거, 이거 마비독 같습니다!”
“물러나! 안개를 피해!”
강자들 중 정신을 차리고 붉은 안개를 피하는 이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 사이에 있는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했다.
반대로 묘족들은 이제 당황하지 않았다. 묘족들 중 절반은 티 나지 않게 안개에 파묻혔다.
사냥을 하기 위해서였다.
나머지 절반은 다른 하얀 별의 수하들처럼 움직였다.
“…독!”
그리고 이 독을 정면에서 맞이한 하얀 별 측 마법사는 곧바로 바람을 일으켰다. 마치 벽처럼 세워진 바람이 앞으로 나아갔다.
우우웅-
거대한 바람이 독안개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그리고 그 모습에 혼란을 느끼던 이들도 바로 정신을 차리며 독안개를 밀어내고 있는 바람벽 뒤로 향했다.
독안개는 마법사의 바람벽에 밀려나면서도 바람벽이 없는 다른 지역으로 끝없이 퍼졌다.
“제길!”
마법사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독안개.
이것 때문에 한 가지가 막혔다.
‘…텔레포트!’
텔레포트 마법진은 마법사가 실행하기만 하면 바로 펼쳐질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텔레포트 마법진을 펼치려면, 그가 이 독안개를 막는 바람벽을 지워야 했다. 그리되면 독에 당하는 수하들이 생길 터.
물론 그는 한 번에 두 개의 마법 정도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백오십여 명에 달하는 많은 인원을 이동시키는 텔레포트 마법진은 다른 마법과 함께 진행할 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생명체를 다른 장소로 옮기는 건 많은 집중력이 필요했으니까.
“…감히 어린것이!”
또 마법사는 붉은 안개에 가려지며 저를 노려보던 검은 용의 눈빛을 잊지 못했다. 그가 틈을 보이는 순간, 검은 용이 그를 노릴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를 걱정하게 만드는 일은 다른 것이었다.
‘주군!’
콰아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마법사의 시선이 자신과 조금 떨어진 장소로 향했다.
거대한 물의 장막을 사정없이 베어내려는 듯 거칠게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보였다.
“음.”
하얀 별은 자신이 펼친 물의 장막 너머 최한을 바라봤다.
“아무리 내가 몸이 안 좋다고 해도.”
검이 물의 장막을 향했다.
“나를 이기진 못할 텐데?”
장막이 검을 먼저 후려쳤다.
콰아아앙!
굉음과 함께 최한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럼에도 최한은 다시 검을 하얀 별에게로 겨눈 채 달려들었다.
‘최한.’
최한은 이곳으로 이동해 오는 길에 케일이 내린 명령을 떠올렸다.
‘넌 거짓말은 하지 마라. 연기하지 말고. 그냥 사실만 말해. 적당한 사실만. 알았어?’
그의 입이 열렸다.
그의 시선은 하얀 별을 노렸다.
“반드시 네 끝을 본다.”
사실이다.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하얀 별의 끝을 반드시 보고 말 것이다.
진심을 내뱉는 그의 표정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하얀 별은 묘한 미소를 띠었다.
“케일 헤니투스의 뜻인가?”
최한은 웃으며 거대한 오러를 휘둘렀다.
“우리의 뜻이지.”
반드시 네 끝을 본다.
우리 모두의 뜻이었다.
콰아아앙!
하지만 최한의 이번 공격도 하얀 별의 물의 장막을 뚫지 못했다. 제국 전투 때부터 최한은 하얀 별을 조금도 이길 수 없었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사방이 진동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얀 별은 고개를 돌렸다.
쾅!
짧은 폭발음과 함께 하얀 성을 감싸던 거대한 돔의 천장에 구멍이 생겨났다.
그 구멍을 뚫고 치솟아 오르는 이들이 보였다.
론과 비크로스였다.
둘은 구멍에서 솟아올라 돔 위에 발을 디뎠다.
“하, 하하.”
하얀 별은 이를 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최한에게 물었다.
“넌, 어떻게 저 성을 빠져나온 거지?”
어떻게 내 뒤에서 나타날 수가 있지?
하얀 별은 최한에게 물었다.
하지만 최한은 답하지 않았고, 대신 다른 이의 목소리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처절한 목소리였다.
“케일 헤니투스의 뜻을 이어받아라!”
용병왕은 열심히 절박하게 외쳐댔다. 최대한 목소리를 키웠다.
“우리는 끝까지 간다! 한 놈이라도 더 죽여!”
그의 눈동자가 슬쩍 저 멀리 돔 위에 있는 론과 비크로스에게로 향했다.
버드의 마음은 조마조마했다.
케일이 피투성이가 된 상황을 론과 비크로스는 전혀 몰랐다. 저 안의 두 용도 마찬가지였다.
케일이 그들에게 미리 설명해 주지 않았으니까.
버드는 혹시나 론과 비크로스가 그들과 손발이 어긋날까 봐, 혹은 폭주해서 악착같이 싸울까 봐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버드는 악착같이 목소리를 크게 하며 외쳐댔다. 멀리 있는 론에게 닿기를 바라면서.
그 때문인지 몰라도 버드는 진실로 절박하고 처절해 보였다.
버드의 등에 업혀 있던 케일은 그런 버드를 잠시 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순간에도 버드는 케일을 업은 채 검을 뽑아 들었다.
“나 용병왕 버드 일리스! 여기서 모든 것을 쏟아부으리라!”
케일은 버드를 보며 생각했다.
…이 자식. 배우인가?
연기를 너무 잘하는데?
케일이 들어도 버드의 목소리에는 심각한 상태의 동료를 생각하는 마음과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버드와 달리 케일은 론과 비크로스, 다른 두 용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고?
“커헉!”
“단검을 피해! 으윽!”
론이 단검을 아래로 던지며 벽을 타고 아래로 향했다. 원형의 돔을 내려오는 걸음은 아주 빨랐다. 론의 입이 열렸다.
“비크로스, 한 놈이라도 더 죽여라.”
“네, 아버지.”
부웅!
비크로스가 대검을 위협적으로 휘두르며 돔을 박차고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쿠웅!
바람 벽 뒤에 피해 있던 곰족들의 앞에 비크로스가 내려섰다.
“모두 죽여주마.”
비크로스는 최대한 최한 흉내를 내며 앞뒤 보이지 않는다는 듯 곰족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런 그를 론이 스쳐 지나갔다.
비크로스는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동자가 론에게 말했다.
‘이러면 되겠습니까?’
이 정도 연기하면 되냐는 뚱한 눈빛이었다.
론은 피식 웃고는 적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의 타깃은 묘족이었다.
뒤이어 안갯속에 숨어 있던 라온이 일행에게 마법을 하나 펼쳤다.
그 뒤.
“다 나오는군.”
하얀 별은 돔 구멍 위로 솟구쳐 오르는 힘겨운 얼굴의 에르하벤과, 그를 부축한 로드 쉐리트가 보였다.
“…정말로 싸울 건가? 끝까지?”
하얀 별은 고개를 돌리며 물음을 던졌다.
그의 시선은 멀찍이 떨어져 있는 케일에게로 향했다. 이 거리에서는 케일에게 하얀 별의 물음이 들리지 않을 것임에도 하얀 별은 케일에게 물었다.
정말로 끝까지 싸울 거냐고.
그리고 그의 말에 답하듯, 하얀 별은 천천히 열리는 케일의 입이 보였다.
케일이 힘겨운 척 고개를 들었다.
“커헉.”
지금껏 입안에 머금고 있던 붉은 액체를 토했다. 하도 오래 입안에 머금었더니 헛구역질이 절로 나와, 그 덕에 검붉은 액체가 자연스럽게 그의 입 밖으로 쏟아졌다.
케일은 힘겹게, 최대한 높은 목소리를 내는 척하며 외쳤다.
“…저놈의 손과 발을 노려.”
그 순간, 하얀 별은 저를 향하는 눈빛들이 보였다.
“…우습군.”
하얀 별은 말과 달리 기가 차서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용 셋. 묘족 둘. 인간 셋.
드러난 이도, 안개에 숨어 보이지 않는 이도.
전투에 참여한 모두가 하얀 별을 노리기 시작했다.
“내가 몸이 안 좋다고 다 나를 노리는 건가? 정말로?”
하얀 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
창백한 안색의 그가 두 손을 앞으로 펼쳤다.
그 순간, 안개에 숨어 아까부터 마법으로 케일의 뜻을 전하던 라온이 한 번 더 마법을 펼쳤다.
라온의 목소리가 모든 일행의 머릿속에 들려왔다.
-인간이 신호 주면 그때 공격하면 된다!
케일의 명령은 동료들의 머릿속에 명확하게 새겨졌다.
모든 공격이 하얀 별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