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399
398화.
우우웅-
거대한 진동과 함께, 이제는 검은빛을 띠는 성 전체가 떨리고 있었다.
“도련님.”
“론, 자네도 여기로 와서 붙어.”
론은 케일의 말에 인자한 미소를 지었지만, 케일처럼 벽에 붙어 쪼그려 앉지 않았다.
“비크로스, 너도-”
“됐습니다.”
비크로스도 케일처럼 쪼그려 앉는 것을 거부했다.
케일은 그러거나 말거나 제 양쪽 다리에 붙는 온과 홍의 머리를 대충 쓰다듬으며 정면을 응시했다.
휘이이이-
공기가 휘몰아쳤다.
그러나 자연적인 바람이 아니었다.
검은 마나를 중심으로 백금빛 마나와 하얀 마나가 서로 얽혀들며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일어났고, 그 여파로 성 주변에 바람이 일었다.
“도련님.”
“어.”
“전체적인 과정을 아시죠?”
“어, 에르하벤 님께 저번에 들었어.”
케일은 론의 말에 답하며 묘한 미소를 지었다.
“집 생기니까 좋아서 웃는 것 같은데!”
“공짜라서 웃는데!”
온과 홍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했다.
“흐음, 최한.”
어느새 최한은 케일 옆에 와 있었다.
“용 셋의 힘에 백억 마정석이 더해지니까 위력이 장난 아니다. 그렇지?”
“하얀 별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케일의 미소가 더 짙어졌다.
“그렇지? 역시 네가 내 생각을 잘 아네. 그러면 말이야.”
세 용을 제외한 일행은 케일이 마나의 폭풍을 향해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검은 성의 진동으로 케일의 목소리가 조금 뭉개졌지만, 그래도 모두에게 제대로 전달되었다.
“저기에 로잘린 씨를 더하고 백억 정도 더 쏟아부으면 어떨까?”
론과 비크로스, 최한. 셋의 표정이 각기 다르게 묘한 빛을 띠었다.
“원래 용들은 강하지. 하지만 저들이 이만한 힘을 이끄는 건 백억 카운드의 마정석이 있기 때문이야. 내가 지금 이 광경을 보면서 문득 깨달은 게 있단 말이지.”
죽음의 신이 남긴 말을 무시하고 하얀 별을 박살 내기로 제대로 마음먹은 순간.
“왜? 왜 우리 힘으로만 하얀 별과 싸우려고 했지?”
케일은 자신이 하던 착각을 떠올렸다.
세상이 자신을 영웅 취급하려고 하길래, 싫다고 하면서도 영웅이라도 된 것처럼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리 감동적인 희생에 눈물 나더라도.
아름다운 전쟁은 없다.
그는 스스로 다짐하듯이 툭 내뱉었다.
“돈지랄을 해야겠어.”
돈지랄을 하려면 제대로 하자.
그게 케일의 방식이었다.
압도적인 게 뭐냐?
단순히 힘만 압도적인 거?
아니다.
힘, 돈, 그리고 세상의 분위기.
그 모든 것들을 내 배경으로 만들어 싸우는 거다.
“흐흐.”
케일의 웃음소리에 온과 홍이 흠칫했다. 둘은 이럴 때마다 라온이 하던 말을 떠올렸다.
‘인간! 이상하게 웃는다!’
그 말을 떠올린 온과 홍에게 케일의 웃음은 정말로 이상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은 중얼거렸다.
“…세상이,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거야.
하얀 별에게는 암, 사자족, 묘족, 곰족이 있다. 어쩌면 케일이 모르는 적들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어쩌라고?
세상이 내 편이 되면 되는 거 아닌가?
하얀 별만으로도 버거운데 케일과 일행이 암과 사자족, 묘족, 곰족 등을 굳이 다 상대할 필요가 없었다.
‘아니지. 안개 묘족, 그것들은 내가 족쳐야지.’
꼬맹이들과 한 약속이 있으니, 그건 지킨다.
하지만 나머지는 굳이 왜 우리가 다 부담해야 하나?
이 세상을 나 혼자 사는 것도 아니고, 다 같이 사는데?
같이해야지.
케일의 입가에 다시금 웃음이 흘러나오려 했다.
“흐흐.”
하지만 이번엔 케일이 아니었다.
그의 시선이 검은 성의 중심이자 마법진의 중심으로 향했다.
“이제 다 같이 산다! 흐!”
여섯 살 용이 심하게 눈을 반짝이며 신이 나 있었다.
라온의 주위엔 검은 마나가 어느 때보다도 폭풍처럼 휘감겨 있었다.
파직. 파지직.
라온의 검은 마나에 수많은 마정석들이 잡아먹혀 갔다.
“…저, 너무 신이 난 것 아냐?”
케일은 라온의 상태에 대한 걱정이 조금 들기 시작했다.
신난 건 좋은데 조금 심하게 신난 것 같았다.
그러나 라온은 어느 때보다도 신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두 앞발이 마법진을 향했다.
휘이이이-
우우우우웅.
마나가 바람을 이끌고 검은빛을 뿜어내는 마법진을 향해 움직였다.
마법진은 진동하며 검은 마나를 빨아들였다.
그 속도는 가공할 정도여서, 그 덕에 거대한 검은 마나가 빠른 속도로 마법진 속에 스며들었다.
“케일.”
그 마나 폭풍을 뚫고 백금발의 고룡이 케일에게 다가왔다.
“가지.”
케일이 일어서자, 곧 그의 몸이 백금빛 마나에 둘러싸이며 에르하벤의 옆으로 향했다.
“나머진 로드께서 꼬맹이를 잘 이끌 거다.”
케일은 저와 에르하벤을 감싸는 마법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얼른 가죠.”
에르하벤과 케일. 두 사람은 다른 이들이 검은 성의 마법진에 신경을 쏟을 동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잠시 라온에게로 향했지만, 그보다 더 빈틈없는 시선으로 라온을 지켜보는 로드 쉐리트가 보였다.
휘이이이-
에르하벤과 로드 쉐리트가 뿜어낸 백금빛 마나와 하얀 마나는 이미 마정석과 함께 검은 마나에 섞여들었다.
“마법진도 제대로 그렸고, 꼬맹이가 성의 주인이 되었으니 남은 건 성을 옮길 에너지인 마나뿐이지.”
“압니다.”
케일의 대답에 에르하벤은 간단히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그럼 먼저 가자고.”
파아앗!
백금빛이 케일의 시야를 덮쳤다.
케일은 제 몸이 어딘가로 쑤욱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고, 잠시 뒤 눈을 떴다.
“오랜만이네요.”
케일은 제 발 아래를 내려다봤다.
공중에 떠 있는 그의 아래로, 여름의 푸름으로 가득 찬 어둠의 숲이 보였다.
“여기가 터가 좋은 것 같단 말이야.”
에르하벤이 꽤 흡족한 얼굴로 어둠의 숲 북쪽을 바라봤다.
어둠의 숲은 내부와 외부로 나뉜다. 그리고 내부로 갈수록 강력한 괴물들이 존재했다. 그 내부의 북쪽 경계선에 짱돌 저택으로 향하는 동굴이 존재했다.
케일은 헤니투스 백작가에 연락했을 때를 떠올렸다. 오랜만에 연락한 것임에도 평소처럼 반가이 맞이해 준 데르트 백작은 케일의 말에 흔쾌히 답했다.
‘케일, 네 마음대로 하려무나. 그래도 돼.’
그래서 케일은 마음대로 하기로 했다.
“얼른 하죠.”
케일은 그 말과 함께 품에서 물건을 하나 꺼내 들었다.
금빛 팽이채였다.
동시에 케일과 에르하벤의 몸이 아래로 향했다.
하지만 그냥 아래로 향한 것은 아니었다.
우우웅-
에르하벤의 주위로 백금빛 가루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케일은 피부가 찌릿했다.
지금 에르하벤이 피어올린 것은 마나가 아니었다.
드래곤 피어.
오로지 드래곤만이 쓸 수 있는 힘이며, 다른 생명체들이 드래곤을 두려워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끼이이이-
캬아아악!
아래로 향하던 케일은 둘에게서 도망쳐 저 멀리 날아가는 비행형 몬스터들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크아악!
끼이이-
곳곳에서 몬스터들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쿵. 쿵. 쿵.
땅이 울렸다. 크거나 작거나 할 것 없이, 어둠의 숲 북쪽 부근에 살던 몬스터들이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그 이유는 단순히 에르하벤의 드래곤 피어 때문만이 아니었다.
에르하벤의 시선이 힐끗 케일에게로 향했다.
에르하벤은 제 손등을 매만졌다.
소름이 돋아 있었다.
‘이 녀석, 확실히 강해졌어.’
에르하벤은 케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가 느껴졌다.
케일은 지배하는 아우라를 한껏 피워 올리고 있었다.
고룡은 힘의 균형을 찾고 고대의 힘을 강화할수록 점점 더 강해지는 케일의 힘에 미소를 그렸다.
‘드래곤 피어에 밀리지 않을 아우라라.’
확실히 난 놈이란 생각을 했을 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저 먼저 하죠.”
“뒤따르마.”
케일은 고룡의 대답에 곧바로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이이-
양 발목에서 작은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며, 케일의 몸이 빠르게 어둠의 숲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에 들린 금빛 팽이채에 빛이 난 순간.
“부탁한다.”
바람 정령들이 케일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주위에 있는 몬스터들을 다른 곳으로 몰아줘. 동물들도 피신시켜. 그리고 우리를 관찰하는 이들이 있나 확인 부탁한다.”
‘오오! 우리 말을 듣는 인간이라니! 신기해!’
‘알았어!’
‘쉽네! 히히! 다 보고 말해줄게!’
휘이이- 휘이- 휘이이-
케일의 주위에서 일순간 작은 회오리들이 수십 개 생겨났다.
그것들은 곧 화살처럼 동서남북 사방으로 흩어졌다.
끼이이-
삐이이- 삑-
도망가는 몬스터와 동물들의 소리가 들렸다. 바람 정령들이 인근의 생명체들을 밀어내는 소리였다. 동시에 뒤에서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라져라.”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케일은 시선을 뒤로 돌렸다.
에르하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백금빛 마나가 일정 반경으로 거대한 원을 그렸다.
파스스스-
그 마나에 닿은 큰 나무와 거대한 바위들이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그러자 그곳에 아무것도 없는 공터가 만들어졌다.
됐다.
준비가 끝났다.
그에 응하듯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우우우우웅-
하늘이 일그러졌다.
아니, 무언가가 허공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케일은 저를 향해 다가오는 에르하벤이 보였다.
“왔군.”
에르하벤의 말에 케일이 답하기도 전.
거대한 진동에 발밑이 흔들렸다.
쿠우웅-!
한 번의 거대한 진동음이 어둠의 숲을 가득 채웠을 때.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공터가 된 곳.
그곳의 좌표 위에 검은 무언가가 보였다.
“…좋은데?”
거대하고 날카로워 보이는 검은 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케일이 어느 왕국에서 본 성보다 아름다운 검은 성.
끼이이이-
크아아아!
성을 보고 경기하듯 더 다급히 도망가는 비행형 몬스터들의 날갯짓이 검은 성 뒤로 보였다.
온통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는 성과 그 광경이 제법 어울렸다.
“꼭 악당 기지 같군.”
에르하벤의 목소리에 케일이 답했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데요.”
어둠의 숲에 존재하는 검은 성.
서대륙에서 가장 험악하다는 이곳의 몬스터들이 피해 다니는 성.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검은 성의 가장 높은 첨탑 위에 작은 점처럼 존재하는 검은 용이 보였다.
그 용이 마치 지휘가 끝난 지휘자처럼 두 앞발을 휘저은 순간.
쿠우우웅!
검은 성이 어둠의 숲으로 온전히 이동했다.
“이이이인가아아안!”
검은 점처럼 보였던 라온이 빠르게 날아오며 케일을 불렀다.
발그레 물든 볼에, 조금 힘겨워 보였지만 신이 나 있었다.
끼이이익.
케일의 눈에 열리는 성문이 보였다.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우리 집 두 갠데.”
온과 홍이 꼬리를 살랑이며 여유롭게 어둠의 숲 위로 발을 디뎠다.
그 뒤를 최한과 론, 비크로스가 따랐다.
그리고 열린 성문 뒤에 서서 어둠의 숲을 복잡한 눈동자로 바라보는 로드 쉐리트의 환한 미소가 보였다.
“인간, 인간!”
“그래.”
“우리 집이다.”
“그래.”
케일은 다가온 라온의 머리를 무심히 쓰다듬었다.
“지상에는 이 성이 있고 지하에는 짱돌 저택이 있다! 인간, 우리 집 아주 좋다! 위대하다!”
“그래. 그래.”
“인간, 그러면 이제 뭘 하나?”
라온이 툭 던진 질문에 모두 조용히 케일을 응시했다.
그 순간이었다.
삐이이이이-
라온이 아공간에서 놀라서 영상 통신구를 꺼내 들었다.
“인간! 메리다! 착한 메리가 연락했다.”
“연결해.”
제국에 있는 메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곧바로 영상 통신구가 연결되었다.
-야!
하지만 화면에 나타난 이는 메리만이 아니었다. 버드가 케일을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플라빈 상단주한테 연락이 왔는데!
버드는 케일과 최한이 자리를 비운 동안, 싱텐 상단과 긴밀하게 연락하기 위한 끈으로 남아 있었다.
물론 싱텐 상단의 플라빈 상단주는 버드의 정체를 몰랐다. 단지 케일이 정해둔 비밀 장소에 긴급 연락망을 만들어두고 버드가 하루에 한 번씩 그 장소로 가 남겨둔 연락을 확인하는 식이었다.
버드는 당황과 다급함을 담아 외쳤다.
-동서남북 연금술 탑이 먼저 수도를 동시에 칠 것 같대!
최한, 에르하벤 등 일행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껏 동서남북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먼저 나서기 싫어하던 네 연금술 탑이 같이 수도를 치기로 했다고?
수도에 병사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서?
갑작스러운 변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 순간에도 버드는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연금술 탑에 갑자기 어떤 마법사 세력이 나타나서 돕기로 했다는데, 동대륙 마탑을 만들려는 놈들이래.
케일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가 내려갔다.
버드는 그 작은 반응에 답답하다는 이어 말했다.
-근데 너도 알잖아. 동대륙에는 마탑도 그런 세력도 없어! 그리고 이 판국에 어느 누가 연금술 탑을 돕겠어! 흑마법 하는 놈들인데. 그 녀석이야, 그 녀석! 빛의 성에서 하얀 별 옆에 있던 마법사 놈. 그놈 세력이 틀림없어!
이번 빛의 성 전투에서 용에 버금가는 마법 실력을 보여줬던 마법사.
그가 분명 연금술 탑에 제 세력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리라.
그렇게 되면 연금술 탑, 즉, 흑마법 세력과 제국 권력자들은 한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들로서는 더 이상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버티는 것보다, 지금이야말로 때가 되었다고 판단하고 일단 렉스 경의 세력을 밀어내자 싶었을지 몰랐다.
그러나 이는 버드의 생각으로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 쉬이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었다.
-하얀 별은 아직도 제국을 손에 넣고 흔들려는 야욕을 못 버렸다고!
하얀 별이 아직도 제국을 탐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케일은 그 이유를 짐작했다.
고대의 하얀 별처럼 지금의 하얀 별도 죽은 마나가 필요하고, 그 일을 가장 잘해줄 수족은 흑마법 세력이었으니까.
-케일, 얼른 제국으로 와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러면-
“좋네.”
-…어?
순간 케일의 짧은 말에 버드는 잠시 말문을 잃었다. 그러나 그는 곧 정신이 들었다.
끼이이이-
크아아아-
버드는 갑작스러운 몬스터의 외침에 그제야 제대로 영상 통신구 너머 광경이 눈에 담겼다.
하늘로 도망치는 비행 몬스터들, 그리고 검은 성.
그 성 앞에 검은 제복을 입고서 웃고 있는 붉은 머리칼의 케일.
순간, 버드는 케일이 참으로 악당 같아 보였다.
그에 화답하듯 케일의 입이 열렸다.
“좋네. 일일이 박살 내기 귀찮았는데. 한 번에 박살 내지 뭐.”
-…어?
“흑마법과 마법이라.”
모고르의 동서남북 연금술 탑.
하얀 별에게 필요한 죽은 마나.
그리고 흑마법과 마법.
그 모든 키워드가 케일의 머릿속을 채웠고, 케일은 짧게 정리했다.
마법.
“그건 우리가 압도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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