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0
399화.
-…압도적이라고?
버드는 케일의 말에 되물으면서도 저 멀리 성을 피해 도망치는 비행 몬스터들의 다급한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케일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마법은 우리 쪽이 최고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잖아?”
버드는 영상 통신구 화면 너머 에르하벤과 로드 쉐리트, 라온이 보였다. 거기다가 로운 왕국에 가 있을 로잘린과 자신의 동료인 그렌 퍼프를 떠올렸다.
더불어 네 연금술 탑과 하얀 별 부하인 마법사를 떠올렸다.
연금술 탑은 말만 연금술 탑이지 흑마법 집단이었고, 하얀 별은 이번에 제국의 흑마법과 기존 마법 세력을 같이 붙여 싸움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밀리는 게 이상하겠는데?’
마법.
그것만 딱 놓고 보면.
-우리가 밀리는 게 이상하겠어.
그러나.
-이걸 하얀 별도 알 텐데?
하얀 별도 이런 부분을 알고 있기에, 이번 제국을 뒤집는 일에 무언가를 더 준비했을 가능성이 컸다.
“일단.”
케일의 입이 열렸다.
“지금 하얀 별은 네 연금술 탑의 일에 전면적으로 끼어들기 힘들 거야.”
-…힘들다고?
“아, 말실수네. 힘들다는 게 아니라,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어.”
케일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로잘린은 로운 왕국 수도에서 테일러 스텐 후작이 만들 가짜 고대 문서 완성본을 기다리며, 북부에서 하얀 별을 속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케일에게 두뇌 방면으로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은 로잘린이었으니까.
“이번 빛의 성에서 하얀 별은 우리와 싸우면서 도망을 쳤어. 모고르 제국에서 그가 도망친 상황과 궤가 달라.”
하얀 별이 모고르 제국에서 도망칠 때는 여유로웠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다.
“하얀 별은 지금 몸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밑밥을 깐 뒤 한 달 뒤에 사기를 치기로 한 것 아닌가?
오랜만에 술기운 없이 멀쩡한 버드의 눈빛에 케일은 간단히 답했다.
“우리도 2주 뒤에 동서남북 연금술 탑을 치기로 했지.”
버드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원래 케일 쪽 계획은 2주 뒤에 동서남북 연금술 탑을 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일정이 틀어졌다.
적인 하얀 별에 의해.
“우리가 하얀 별의 계획에 맞춰줄 필요는 없잖아?”
-여유롭더니, 바뀌었네.
툭 던지듯 버드가 건넨 말에 케일은 미소를 그렸다.
맞다.
그의 말대로 케일은 여유 있게 일정을 잡았다. 하지만 케일은 이제 그럴 시간이 없었다.
왜냐고?
가을과 겨울의 사이.
세상이 조금 추워졌다고 느껴지는 때.
그때 김록수의 생일이 찾아오니까.
죽음의 신은 그날 선택의 순간을 맞이할 거라고 했다.
‘그걸 왜 지 마음대로 정해?’
죽음의 신이고 나발이고.
어떤 선택을 하고 나발이고 간에.
케일은 자신이 원하지 않은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을 작정이었다.
그는 선택의 순간을 원하지 않았다.
그거면 말 다 끝난 것 아닌가?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일행의 얼굴을 보며 툭 내뱉었다.
“그냥 짜증 나서.”
그냥 성질이 났다.
하얀 별 그 새끼가 뭐라고 내가 이리 고생을 해야 하나?
나만 고생하나?
다 고생 중이다.
왜 그래야 하나?
내 목표는 백수인데! 그냥 놀고먹는 돈 많은 백수인데!
케일은 근본적인 생각을 조금 바꿨다.
하얀 별은 강하지만 무찔러야 할 적이다.
라는 생각에서 그냥 백수 라이프를 위해 빨리 후딱 치워 버려야 하는 놈으로.
‘그래, 그게 김록수답지.’
어디선가 이수혁 팀장, 최정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맞다! 인간이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말 했다! 하얀 별 짜증 난다! 다 때려 부수자!”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라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럼 그렇지,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일행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렇지. 때려 부숴야지.”
-…허.
버드는 그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얀 별이 강해서 어떻게 이겨야 할지 고민하는 것 같던 녀석이 갑자기 자신만만해지자 기분이 묘했다.
하지만 그 기분은 긍정적인 방향이었다.
왜냐고?
허튼소리를 할 놈이 아니거든.
-뭘 하면 되지?
버드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물었다.
그리고 케일은 곧바로 답했다.
“연금술 탑과 마법사들이 언제쯤 수도를 친다고 하지?”
-정확한 날짜는 싱텐 상단주가 넘겨준 정보에 없었어. 하지만 우리가 계획한 2주보다는 빠르게 올 것 같다. 급한 와중에 남긴 정보 같았어.
“정확한 날짜를 알아봐. 싱텐 상단주를 쪼면 될 거야. 아니면 우리 쪽에서 직접 알아봐도 되고.”
케일은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내가 가서 알아봐야겠어.”
-그러면?
“버드, 넌 로잘린 씨와 클로페한테 연락해서 서두르라고 말해.”
-그리고?
버드의 물음에 케일은 대답하기보다 먼저 주위를 둘러보았다.
론, 비크로스, 최한, 용 셋, 온과 홍.
“하나씩.”
앞으로 해야 할 일은 간단했다.
“하나씩 잘라내는 거야. 하얀 별의 수족들을.”
연금술 탑, 마법사, 암, 곰족 등등. 그 모든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하얀 별은 혼자가 될 터.
“내일 바로 가도록 하지.”
-내일? 지금이 아니고?
케일의 시선이 온과 홍, 라온에게로 향했다. 특히 라온과 로드 쉐리트에게 오래 머물렀다.
“어, 내일 가야 해.”
싸우는 것도, 일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도 있는 법이었다.
“기다리는 애들이 있거든.”
-애들? 그게 무슨-
“어쨌든 내일 보자. 끊는다.”
-뭐? 이리 끊으면!
“더 할 말 있나?”
-아니. 당장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급한 정보 있으면 다시 연락하고.”
케일의 시선이 다시 라온에게로 향했고, 라온은 곧바로 영상 통신구를 끊었다.
-야! 이, 정 없는-!
버드의 말은 채 다 이어지지 못하고 끝나 버렸다. 영상 통신구가 꺼졌기 때문이다. 케일은 왠지 모를 기대감 어린 눈동자로 저를 쳐다보는 평균 9세들을 보며 말했다.
“일단 집에 가자.”
아무리 일이 바쁘다고 해도, 오랜만에 집에 왔는데 그냥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욱이 케일은 봐야 할 애들이 있었다.
“케일 님.”
그는 다가오는 최한과 비크로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짱돌 저택은 케일 일행이 떠날 때부터 비어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어둠의 숲 너머, 숲과 해리스 마을을 분리하는 석벽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
“오랜만이야.”
“공자님.”
다른 이들을 어둠의 숲에 둔 채 최한, 비크로스만을 데리고 해리스 마을부터 방문한 케일은 제일 먼저 소년이라기엔 부쩍 큰 늑대족 라크를 볼 수 있었다.
죽음의 협곡 전투 후, 라크는 케일과 함께한, 이렇다 할 순간이 없었다.
그건 메스를 비롯한 다른 늑대족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들 많이 컸는데?”
케일의 말대로 푸른 늑대족 아이들은 못 본 새 많이 커 있었다. 본디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가. 훌쩍 자란 아이들은 어색해하면서도 반갑게 케일을 반겼다.
물론 케일은 이제 아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성숙해진 라크의 눈빛에 툭 던지듯 물었다.
“그동안 훈련을 많이 받았나 봐?”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라크가 아닌 다른 이가 했다.
“본인이 스스로 강해지길 원하더군요.”
케일은 고개를 돌렸다.
품이 넓은 도복 같은 옷을 입은 하얀 머리칼의 가샨이 보였다. 여전히 흰자와 구분되지 않는 하얀 눈동자가 케일을 향해 있었다.
해리스 마을.
이곳에는 호족과 늑대족 아이들이 머물고 있었다.
가샨은 라크를 눈짓하며 케일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홀로 떨어져 있으니 답답했나 봅니다.”
“아니, 저는 그게-!”
놀라서 입을 연 라크는 케일의 눈빛에 입을 꾹 다물고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죽음의 협곡.
그때 라크는 원래 광폭화와 다른 새로운 광폭화를 이뤄냈다. 칙칙한 회색이 아닌 푸름을 머금은 은빛 머리칼이 라크를 감싸지 않았던가.
하지만 라크는 그 이후 케일과 함께할 기회가 없었다.
그에 불만을 품지는 않았다. 하지만 온과 홍, 라온도 함께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같은데 자신만 아닌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동생인 메스와 다른 늑대족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도 좋고 행복했지만, 알 수 없는 서운함과 아쉬움이 존재했다.
아직 라크의 책상 위에는 케일이 준 늑대왕의 일기가 놓여 있었다.
라크는 틈날 때마다 그것을 보고 또 봤다.
하지만 오랜만에 케일을 마주한 라크는 이런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하기 힘들었다. 여전히 소심한 모습이라 조금도 성장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으나, 케일과 최한, 비크로스를 마주하니 뭐라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애들은 싸우는 게 아닌데 말이지.”
케일이 툭 내뱉은 말에 라크와 케일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 순간, 라크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애 아닙니다.”
말하고 아차 싶었다.
“아니, 아직 어리기는 한데.”
당황한 라크가 횡설수설 덧붙였다. 그는 케일의 어깨 너머로 미소를 그리는 최한이 보였다. 비크로스는 이미 메스나 다른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주섬주섬 선물을 꺼내고 있었다.
“저, 그게.”
툭.
우물쭈물 말을 뱉던 라크의 어깨 위로 케일의 손이 올려졌다.
“늦었지만.”
그 손에 잠시 시선이 머무른 라크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라크의 시선이 다시 케일에게로 향한 순간.
“저번에 죽음의 협곡에서 나와 라온을 지켜줘서 고맙다.”
아.
라크는 쏟아지는 용 혼혈의 공격에서 케일과 라온을 지키려고 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상하게 심장이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꽈악.
하지만 제 어깨를 세게 잡는 케일의 손길에, 다른 생각에 빠져들 틈이 없었다.
라크는 케일이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 보였다.
어느새 주위에는 호족 족장 가샨을 비롯하여 호족의 주요 인물들이 다가와 있었다. 그리고 다른 호족들도 이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라크는 케일이 그들을 훑어보며 말하는 것이 보였다.
“암에 붙은 부족들은 사자족, 곰족, 안개 묘족으로 확인된다.”
케일은 그 말의 끝에 무심히 덧붙였다.
“이 정도면 설명은 충분하지?”
그리고 라크는 가샨을 비롯한 호족 전사들의 입가에 지어진 짙은 미소를 보았다. 가샨의 입이 열렸다.
“그놈들과 싸우면 되겠군요.”
꽈악.
라크는 다시 한번 제 어깨를 잡은 케일의 아귀힘을 느꼈고, 호족들을 훑어보던 케일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라크, 저를 향한 것을 보았다.
시선이 마주했다.
“그래. 자네들의 도움이 필요해.”
라크는 이상하게 입꼬리가 조금씩 위로 올라가고 심장의 울렁임이 더 거세졌다.
그 순간, 케일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호족은 암에 의해 터전인 동대륙을 떠나야 했지. 그리고 암은 서대륙에 안개 묘족을 불러들인 것 같아.”
적과 싸움에서 가장 걸리적거리는 존재는 무엇일까?
가장 무서운 존재는?
케일은 암살자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언제 나를 죽일지 모르기에 걸리적거리고 무서운 존재.
때문에 적들 중 암살자를 제일 먼저 처리해야 했다.
‘뭐, 그냥 온과 홍한테 한 약속도 있고.’
쓰레기 같은 놈들이라서 치우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그러나 케일은 다른 동료들의 목숨이 연관된 문제인 만큼, 본인 내키는 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 제대로, 우리에게 득이 되게 할 작정이었다.
“묘족을 칠 생각이다. 그들은 은밀하고 비겁한 수에 거리낌이 없지. 어때?”
케일의 말을 가만히 듣던 가샨은 아주 느긋하고 여유로웠다.
분명 동대륙에서 쫓겨난 울분과 자리를 차지한 사자족, 곰족, 암, 묘족에 대한 분노가 있을 터인데.
여유로웠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부르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되찾으면 되니까.
뿔뿔이 흩어져 각기 다른 산에 살았던 호족과, 가샨을 중심으로 뭉쳐 몇 번의 전투와 끊임없는 훈련으로 단련한 호족은 아주 달랐다.
“라크.”
“네.”
“어때?”
라크는 제게 물으면서도 메스와 동생들 쪽을 보며 ‘쟤들 안 된다’ 하는 케일의 눈빛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라크는 마음 편히 말했다.
“안개 묘족이면 혹시 온과 홍이 도망친 부족입니까? 예전에 온과 홍에게서 들은 것 같습니다만.”
“맞아. 거기.”
“그러면 제가 도와야죠.”
라크는 그제야 제 어깨에서 손을 떼는 케일이 보였다.
케일은 보이지 않는 열기로 가득 찬 호족 전사와 라크, 가샨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한쪽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는 높은 석벽이 존재했다.
해리스 마을과 어둠의 숲을 가르는 벽.
“그러면 저 벽을 넘어가도록 하지.”
“갑자기 말입니까?”
가샨이 의아한 표정을 그렸다. 케일은 그런 그에게, 이곳의 모든 이들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그려 보였다.
우리 편이 안 다치고, 압도적으로 싸우기 위해선.
“어둠의 숲에 새 성이 생겼어.”
우리가 압도적으로 강해지면 된다.
그게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었다.
“그곳에 여러분들의 훈련을 도와줄 아주 지혜로운 분이 계시거든.”
케일은 이미 허락을 맡고 이곳에 왔다.
갸샨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구십니까?”
“라온이 어머님.”
“…예?”
얼이 빠진 얼굴로 가샨이 되물었지만, 케일은 가볍게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그리고 라크에게 말했다.
“묘족과 싸울 때 무엇을 맡을 생각이지?”
“…공자님.”
“묘족과의 전투에서는 독도 독이지만 곳곳에서 암기가 쏟아져 나올 거다. 마법이나 검으로 그걸 쳐내는 것도 한계가 있고, 피하는 것도 한계가 있지.”
라크의 어깨에 바짝 긴장감이 감돌았다. 아직 그는 호족보다 약했다. 이상하게 광폭화를 해도 큰 힘을 쓰기 힘들었다.
‘역량은 아주 크니 힘내게.’
그런 라크를 향해 가샨은 위로를 해주었지만, 최한, 메리, 로잘린, 라온의 소식을 듣고 힘을 본 라크에게는 조금 답답한 말이었다.
그런 그에게로 차분한 목소리가 말했다.
“방패술 어때?”
방패술?
갑작스러운 제안에 라크는 순간 당황했다.
“원하면 최고의 실력자를 붙여줄 수 있어.”
케일은 동그랗게 눈을 뜨고 저를 쳐다보는 라크를 보며 로드 쉐리트를 떠올렸다. 서대륙으로 이사했지만, 아직은 성안에 묶여 있어야 하는 쉐리트. 그녀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했고, 케일은 그 마음을 고맙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쉐리트의 방패술을, 아직 마땅한 무기가 없는 라크에게 제안했다.
케일이 곁에 둔 라크에게 위험한 상황을 만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라크는 메스를 비롯해 지켜야 할 아이들이 많았으니까.
“비크로스.”
“네.”
늑대족 아이들한테 시달리던 비크로스가 곧바로 곧은 자세로 그를 쳐다봤다.
“대검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하지.”
“하지만 그만큼 굼뜨고 틈이 나오기 쉽죠.”
케일이 말했고, 비크로스가 담담히 응수했다.
틈이 나오기 쉽다. 그 말이 나오자 라크는 저도 모르게 방패를 떠올렸다. 방패가 있다면 틈이 생긴 동료들을 적의 공격으로부터 지킬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무언가를 지켰던 순간을 떠올렸다.
“물론 라크 네가 원하지 않는다면-”
케일은 말을 다 하지 못했다. 라크의 목소리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반드시 방패술을 배워서 공자님과 같은 방패를 쓰겠습니다!”
“어?”
케일은 멈칫했다.
갑자기 라크가 과하게 의욕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패술을 배우면 좋겠다 싶기는 했지만.
“제가 본 가장 위대한 방패처럼, 저도 그런 방패가 되고 싶습니다!”
아니, 굳이 내 방패 같은 걸 할 필요는 없는데?
그렇게 위대하지도 않는데?
케일의 표정이 요상해져 갔다.
“…너를 가르쳐 줄 분의 방패가 더 엄청날걸?”
암, 그렇고말고.
로드 쉐리트는 방패를 다루는 것에 있어 최고라 할 수 있었다.
“저한테는 공자님의 방패도 세상에서 가장 위대합니다!”
아닌데.
케일은 순수하게 말하는 라크를 보며 차마 아니라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냥 대충 얼버무렸다.
“그래. 일단 나머지 얘긴 연금술 탑 다 부수고 와서 하자.”
“네! 다녀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그래. 활기차면 좋은 거지.
케일은 좋은 게 좋은 거다 싶어 라크의 환한 미소에 마주 미소를 그려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살고 싶은 건지, 죽고 싶은 건지 도통 모르겠어. 응?”
케일은 싱텐 상단주 플라빈 싱텐을 보며 산뜻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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