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5
404화.
-인간아! 그러니까 하얀 별은 땅의 힘이 우리 옆 동네랑 고래족 동네랑 메리 동네 중에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건가!
라온의 말에 케일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에 땅의 힘은 두 명만이 소유했다고 한다.
무서운 짱돌, 그리고 고대의 하얀 별.
지금의 하얀 별은 고대 하얀 별의 땅의 힘을 찾고 있었다.
후보지는 로운 서북부, 고래족의 땅, 카로 왕국 남부.
쿵쿵.
케일은 심장이 뛰었다.
‘미치겠네.’
케일과 최한이 최정건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예상한 땅의 힘이 묻혀 있는 곳이 로운 왕국이었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로운 왕국 서북부.’
테일러 스텐의 가문이 있는 곳.
‘…말이 돼.’
이 추론은 꽤 말이 되었다.
케일의 헤니투스 영지를 대표로 한 로운 왕국 동북부는 대리석으로 유명했다.
그리고 로운 왕국 서북부, 스텐 후작가의 땅은 화강암으로 유명했다.
대리석과 화강암.
성질이 다른 돌들이 함께, 유독 많이 존재해 유명한 바위의 나라, 로운 왕국.
‘이거 일이 재밌게 돌아가는데?’
케일은 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순간이었다.
“그럼 베크록 탑주님이 보시기엔 주군께서 세 곳을 모두 가보실 것 같습니까?”
남쪽 연금술 탑주가 마법사를 ‘베크록 탑주님’이라고 불렀다.
케일은 마법사의 이름이 베크록임을 알 수 있었다.
-인간아! 저 연금술사 헛소리한다! 탑주는 똑똑한 로잘린이 할 거다! 할배도 로잘린이 천재랬다!
라온의 말은 흘려들었다.
‘…절망, 파괴, 혼돈.’
바람 정령의 말도 무시했다.
대신 케일은 조금 더 창 가까이 다가갔다.
“글쎄요. 일단 주군께서는 가능성이 높은 곳부터 돌아다녀 보신다고 합니다.”
“그러면 북부가 가장 가능성이 높나 보군요. 어떻게 그런 정보를-”
남쪽 연금술 탑주가 호기심과 탐욕을 담아 말끝을 흐리면서 마법사 베크록을 바라봤다.
“남쪽 탑주님은 알고 싶습니까?”
그러나 다정한 얼굴과 달리 서늘한 베크록의 눈빛에 표정을 바꿨다.
“설마요. 저는 그저 주군의 명을 따르고 싶을 뿐입니다.”
“그래요. 그러면 되는 겁니다.”
창 가까이 다가간 케일은 연신 땀을 흘리는 남쪽 연금술 탑주와 마법사 베크록이 보였다. 그리고 9층 실내가 보였다.
여러 가지 서류와 모고르 제국 전체 지도가 걸린 벽이 보였다.
지도에는 붉은 점으로 여러 가지 표시가 있었다.
‘이동 경로네.’
지도를 딱 보는 순간, 케일은 저 붉은 점과 이어진 선이 동서남북 네 연금술 탑의 수도 공격 루트임을 깨달았다.
-인간아, 저거 훔치나?
훔치긴.
뭣하러.
훔치면 티 난다.
베크록이 있는 이상, 저 9층 안은 어지르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렇기에 케일은 목을 감싸고 있는 검은 천을 살짝 당겼다.
‘기록해야지.’
그의 눈동자에 벽에 걸린 지도 전체의 점 하나하나까지 모두 기록되기 시작했다.
-인간, 우리 저 서류들도 훔쳐야 하지 않나?
그러나 라온의 말대로 케일은 지도만 봐서는 안 되었다. 저 안으로 들어가 서류들도 확인해야 했다.
적의 병력 규모와 구성, 병력이 위치한 곳까지 알아야 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무슨 일인가?”
문 두드리는 소리에 남쪽 연금술 탑주가 문밖에 대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크록의 시선도 문 밖을 향했다.
“탑주님, 아무래도 상인을 한 명 만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문밖에서 들려오는 말에 남쪽 연금술 탑주는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보고를 올린 이는 그의 심복으로, 마법사 베크록과의 대화를 함부로 방해할 이가 아니었다.
“…상인?”
그런데 그까짓 상인 하나 때문에 대화를 방해했다?
남쪽 탑주는 화보다는 의아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들어와.”
달칵.
문이 열리고 들어선 심복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대화를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아니다. 상인이라니, 무슨 소리지?”
남쪽 탑주는 그 순간 심복의 입가에 살짝 머물렀다 사라지는 미소를 보았다. 힐끗 베크록을 쳐다보았다가 도로 탑주 쪽을 향하는 시선도.
그에 남쪽 탑주는 호기심이 더 커졌다. 이런 쓸데없는 모션을 그냥 취할 이가 아니었으니까.
“제국의 5대 상단 중 하나이자 수도를 거점으로 황실과 친밀했던 싱텐 상단을 기억하십니까?”
“플라빈 싱텐 상단주 말인가?”
“네.”
“그자가 왜?”
꽤 중요한 상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리 선약도 없이 남쪽 탑주가 흔쾌히 만날 정도의 인사는 아니었다.
“그자가 노예를 천이백여 명가량 구했다고 합니다.”
“…뭐?”
남쪽 탑주의 눈동자가 커졌다.
노예 천이백 명.
그건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
특히 요즘같이 은밀히 해오던 노예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아주 큰 숫자였다.
심복이 자신만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 노예들을 받으면 죽은 마나 공급이 원활해질 겁니다.”
죽은 마나.
흑마법에 필요한 재료이자, 나아가 하얀 별에게 바쳐야 하는 물질.
남쪽 탑주는 심복이 마법사 베크록을 쳐다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탑주의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그는 베크록을 슬그머니 보며 말했다.
“크흠, 좋은 일이군요.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남쪽 탑주께서 수완이 좋은 이를 곁에 두셨습니다. 역시 다른 동서북과 비교해 가장 성세가 뛰어난 이유가 있으십니다.”
남쪽 탑주는 베크록의 말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베크록의 저 말이 곧 하얀 별에게도 닿을 터. 그러면 남쪽 탑주의 위세가 높아질 것이다.
‘어쩌면 내가 다음 연금술 종탑 탑주가 될지도 몰라.’
저번 연금술 종탑 탑주가 죽은 후, 자리가 비어 있었다. 하얀 별과 가까이 지내며 다른 흑마법사들을 통솔하는 우두머리 자리.
그 자리를 자신이 가진다면!
남쪽 탑주는 차오르는 탐욕을 자제하며 심복에게 말했다.
“그래서 그 노예들은 확실한 거 맞지?”
“그럼요. 플라빈 상단주가 영상 기록구를 가져왔습니다. 상단 소유 비밀 저택 지하 여러 곳에 감금되어 있는 노예들을 확인했습니다.”
“오, 그래?”
남쪽 탑주는 점점 흥이 높아져 갔다.
더불어 심복의 목소리에도 힘이 담겼다. 베크록 마법사가 천천히 창가에서 벗어나 두 사람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 행동에 당연히 남쪽 탑주와 심복의 목소리가 더 들뜨기 시작했다.
“네! 어림잡아도 수백 명은 되는 것이, 다 세면 천이백여 명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구먼! 그래서 우리 플라빈 상단주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하던가?”
심복의 입꼬리가 음흉하게 올라갔다.
“네, 미래의 종탑 주인이 될 분을 뵙고 싶다고 하더군요.”
“크흠, 종탑 주인이라니. 크흠!”
남쪽 탑주는 기분 좋음을 숨기지 못한 채 빠르게 내뱉었다.
“우리 플라빈 상단주 얼굴을 한번 봐야겠어. 그런 장한 일을 했는데, 한마디 좋은 말이라도 해줘야지.”
“그럼요, 탑주님.”
심복이 대답했지만, 남쪽 탑주의 시선은 베크록에게로 향했다. 그의 허락도 받을 겸, 나아가 자신의 위세를 과시할 겸, 겸사겸사 많은 뜻을 담은 시선이었다.
“탑주님, 저도 가봐도 되겠습니까? 저런 능력 있는 상인을 만나고 싶군요.”
베크록이 함께 가고 싶다는 말에 남쪽 탑주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좋지요! 그럼 어서 보러 갑시다! 10층에 자리를 마련해 두게.”
“네, 탑주님!”
전술 자료가 있는 이곳 9층에서 볼 수는 없었다.
심복은 얼른 9층 창문을 닫았다.
그 후, 마법사 베크록, 남쪽 탑주, 심복은 9층 군사실을 벗어나 남쪽 탑주의 공간인 10층으로 향했다.
달칵.
9층 군사실 문이 닫히며 밖에서 잠겼다.
휘이이이-
그리고 작은 바람이 9층 군사실 창문의 좁은 틈새 안으로 살짝 불어왔다.
‘문 땀. 혼돈, 파괴, 절도!’
덜컹덜컹.
창문 잠금 장치가 덜컹였다.
‘…절도!’
그리고 이내 창문 잠금 장치가 풀어졌다.
끼이익.
작은 소리와 함께 안에서 잠겼던 창문이 활짝 열렸다.
-탐지 마법 장치 같은 건 없다!
라온의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9층 군사실 내부에 내려섰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어지간히도 좋았나 보네. 그렇게 바로 플라빈을 보러 갈 줄은 몰랐는데.”
“인간! 다들 웃기다! 히히!”
라온이 신이 나 날개를 파닥였다.
케일은 그 와중에도 문서들을 손에 집어 들었다.
사락. 사락.
문서들의 기록이 케일의 머릿속에 그대로 옮겨지고 있을 때.
“나쁜 플라빈 상단주 비밀 저택에 있는 인간들은 다 병사들이 분장한 건데! 다들 속는다!”
‘크하하하하하! 사기! 기만! 범죄! 절망!’
라온과 바람 정령은 둘이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죽이 잘 맞았다.
케일은 여전히 머릿속에 기록하느라 바빴지만, 라온은 혼자서 신이 나 재잘거렸다.
“플라빈 노예들 받으러 갔다가 병사들한테 다 잡힐 거다! 우리가 뒤통수친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도에 머물고 있는 병사들.
아딘 황태자를 비롯해 황실에 분노한 그들은 기꺼이 플라빈 상단 비밀 저택에 노예 차림으로 위장해 은신하기로 했다.
남쪽 연금술 탑에서는 노예로 위장한 병사들을 넘겨받기 위해 저택으로 병력을 보낼 터.
천이백여 명은 텔레포트나 상단의 마차로 데려오기엔 숫자가 너무 많았다.
‘플라빈 상단주도 본인이 다 옮길 수 없다고 말할 거고.’
결국 남쪽 연금술 탑 병력은 노예를 데리러 가다 범죄자로 구속될 것이다.
“그런데 베크록이라는 놈이 같이 갔는데, 론 할배는 괜찮나?”
지금 플라빈 옆에는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론 몰란이 있었다.
“어, 괜찮아. 지금 베크록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냐. 너랑 나를 알아채지 못했다. 론은 은신만큼은 뛰어난 사람이야. 그가 힘을 숨기면 지금의 베크록은 못 알아챌 거다.”
“히히, 재밌다! 신난다!”
‘파괴, 혼돈! 크하하하하하!’
라온이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신나서 돌고 싶다! 왕세자처럼 도는 건 아니다!”
휘이이.
그 곁에 작은 바람이 휘감겼다.
‘나도 돈다! 파티! 행복! 절망!’
짝!
그 순간, 작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라온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다 했나, 인간?”
“어.”
케일의 손에 더 이상 서류가 들려 있지 않았다.
“라온, 지금 영상 통신구 좀 연결해.”
그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어디로 하면 되나?”
“내가 말한 순서대로. 최대한 빨리.”
케일은 차례로 영상통신을 연결할 곳을 말했고, 라온은 곧바로 통신구를 연결했다.
플라빈 상단주가 최소한 한 시간은 저들을 묶어줄 터.
-어? 공자님? 오랜만입니다.
“타샤.”
알베르 왕세자의 이모인 다크엘프 타샤.
-애들은 보냈는, 공자? 무슨 도둑질을 하고 있는 중입니까?
“시간이 없어서 빨리 말합니다.”
화면 너머 타샤는 그 말에 자세를 바로 했다.
-네, 말해요.
“하얀 별을 죽음의 땅으로, 사막으로 끌어들여도 되겠습니까?”
카로 왕국 남부.
메리의 동네이자,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곳.
-오.
타샤는 짧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봐야겠는데요?
“여기로 오십시오. 시간이 없어요.”
-좋습니다. 곧 제국으로 가죠.
영상 통신구가 끊어졌다.
그리고 바로 다음 영상통신이 연결됐다.
-…공자님?
케일은 복면 쓴 그를 보고 놀란 두 번째 영상 통신구 상대를 보며 밝게 인사했다.
“테일러 후작님, 잘 있으셨죠?”
-…공자님, 지금 무슨 꼴, 아니, 모습이신지?
-오! 공자님, 뭐 하세요? 도둑질합니까?
당황한 테일러와 신난 케이지의 모습이 화면에 보였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에게 케일은 말했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 말하겠습니다.”
둘의 표정에 진지함이 머물기 시작했다.
“후작님, 위조 중인 고대 문서 제작을 일단 중단해 주십시오.”
-네?
“그리고 케이지 씨, 죽음의 신한테 욕 좀 해주십시오.”
-오, 그럴까요?
“그리고 두 분 다.”
케일의 머릿속에.
“시간이 되면 제국에 좀 와주실 수 있습니까?”
서대륙 북부 끝 고래족의 땅.
서대륙 서부에 위치한 카로 왕국 죽음의 땅.
마지막으로 서대륙 동부 로운 왕국의 서북부.
그 세 곳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연극 한판이 떠올랐다.
-좋습니다.
-좋아요. 가죠!
케이지와 테일러, 두 사람과의 영상통신 다음으로 세 번째 사람이 케일을 반겼다.
-케일 님, 오늘도 역사의 뒤편에서 전설을 쓰고 계신가 보군요.
“클로페.”
클로페의 백발을 보며 케일은 말했다.
“제국으로 몰래 와라.”
클로페의 녹안에 의아함이 드리워졌을 때.
“판을 키워보자.”
-알겠습니다, 케일 님. 드디어 전설에 저도 함께-
뚝.
영상 통신구가 끊어졌다.
마지막으로 영상 통신구를 연결할 동안 케일은 눈을 감았다.
서대륙 북부의 클로페 세카.
죽음의 땅의 타샤.
로운 왕국 서북부의 테일러 스텐.
그 셋과 자신.
그리고 하얀 별.
“…네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을 내가 뺏어주마.”
하얀 별이 라온의 미래와 로드 쉐리트의 꿈을 빼앗았듯이, 케일도 하얀 별의 소원을 빼앗을 것이다.
분노? 복수심?
그런 것이 아니다.
그저 그것이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공자님.
-케일!
마지막 영상 통신구 대상들이 보였다.
네크로맨서 메리와 용병왕 버드 일리스.
“적들의 수도 진입 경로를 파악했다.”
케일의 입에서 동서남북 이동 경로가 흘러나왔다. 그걸 버드가 모두 받아 적었을 때.
“버드, 하나와 렉스 경, 잭 님, 레이 스테커에게 영상 통신구 연결해서 전해.”
버드는 경로가 적힌 종이를 들고 벌떡 일어섰다.
그의 눈동자는 케일의 입에서 나올 말을 주시했다.
“출발하라고.”
-…그래.
케일의 말이 전해진 순간.
지금 당장, 동서남북 연금술 탑, 네 곳을 향해.
수도를 떠나 대기 중이던 병력이 움직일 것이다.
“메리.”
-네, 공자님.
메리의 뒤에는 다크엘프 몇 명이 서 있었다. 죽음의 땅에서 온 지원군이었다.
케일이 그들에게 말했다.
“죽은 마나 저장소 위치를 찾았다.”
동서남북, 네 곳에서 모아둔 죽은 마나 저장소.
“사냥을 시작해.”
메리가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지금부터 제국 내 모든 죽은 마나는 그녀와 다크엘프들의 손아귀로 들어갈 것이다.
“오늘 밤.”
케일은 영상 통신구를 끄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
“남쪽 연금술 탑은 폭발한다.”
전쟁의 시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