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6
405화.
영상통신이 모두 끝났다.
케일은 곧바로 창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덜컹덜컹.
9층 군사실 창문은 안에서 다시 잠겼다.
‘나는 조금 이따가 갈게!’
바람 정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로써 함께 탑으로 온 세 정령 중 둘이 각각 마정석 저장소와 군사실에 남았다. 물론 나중에 다시 합류할 예정이었다.
‘…폭발! 폭파! 크하하하하!’
이상한 놈 한 명만이 남았지만, 케일은 그에 대해 생각할 틈이 없었다.
“비크로스가 있는 곳으로 가자.”
-알았다, 인간!
케일은 비크로스가 있는, 플라빈 상단주에게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플라빈, 론, 비크로스, 모두와 만나게 될 터였다.
***
달칵.
케일은 문 여는 소리에 시선을 문으로 돌렸다.
비크로스와 함께 소파에 앉아 있던 그의 몸이 천천히 일어섰다.
“상단주님, 오셨습니까?”
“으음!”
플라빈 싱텐은 방으로 들어서다 케일의 인사에 흠칫 몸을 떨었다. 그러나 이내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방 안으로 들었다.
달칵.
그리고 론이 뒤에서 문을 닫으며 잠금 장치를 채우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 순간.
“어때?”
무심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플라빈은 대번에 달라진 태도에 놀랐지만, 차라리 이 무심한 모습이 편했기에 얼른 입을 열었다.
“한 시간 뒤, 마법사 몇과 남쪽 연금술사들이 병력을 데리고 위장 노예를 데리러 갈 것 같습니다.”
플라빈의 두 손이 케일을 제외한 두 사람에게로 각각 향했다.
“길 안내는 말씀하신 대로 이분들께서 해주시는 것으로 유도했습니다.”
론과 비크로스.
이 두 사람이 위장 노예를 데리러 갈 남쪽 연금술 탑 병력들을 이끌 예정이었다.
“마법사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천이백여 명을 한꺼번에 옮길 여력은 안 돼서 적은 숫자로 나누어 여러 번 텔레포트시킬 예정입니다.”
“좋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론, 비크로스를 따라 함정으로 향할 마법사들은 로잘린, 베크록처럼 홀로 여러 명을 이동시킬 수 있는 실력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번에 걸쳐서라도 노예 천이백여 명을 옮길 마법진을 구성할 수 있는 이들이라면 충분했다.
‘그 마법사들이 줄어들수록 탑을 폭발시키기 쉽지.’
마법 세력이 찢어질수록 유리한 것은 케일 측이었다.
보고를 끝낸 플라빈 싱텐이 긴장을 담아 케일을 바라봤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열어.”
비크로스의 손이 움직였다.
찌이이익-
테이블 한편에 놓여 있던 가방이 열렸다.
“…흡!”
플라빈은 숨을 들이마셨다.
쿵. 쿵. 쿵.
심장이 뛰었다.
마법 폭탄들이 보였다.
‘저것들이 오늘 폭발한다.’
플라빈은 손끝이 잘게 떨려왔다.
툭. 그런 그의 어깨 위로 태양신 소속 남자의 손이 올라갔다.
“자네는 나랑 같이 움직여야겠어. 그래도 자네는 운이 좋은 줄 알아.”
플라빈은 웃음기를 머금은 암갈색 눈동자가 보였다.
“나랑 같이 다니면 폭발에 휘말릴 일은 없을 테니까. 좋지?”
“…네, 네. 좋습니다.”
플라빈은 대답과 함께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런 그에게로 태양신 측 남자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박혔다.
“한 시간 뒤 적들을 함정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자네들이 떠나고 세 시간 뒤, 폭발을 시작한다.”
정확히 지금으로부터 4시간 뒤.
밤 10시.
해가 긴 여름임에도 완전한 어둠이 내렸을 때.
“최고의 방어는 선빵이지.”
먼저 적들을 친다.
***
째깍 째깍 째깍.
품 안의 시계를 바라보는 플라빈 싱텐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갔다.
그의 시선이 창가로 향했다.
밤의 어둠이 드리운 창밖을 내다보는 이가 보였다.
“시간이 됐네.”
그 사람이 내뱉는 말에 플라빈은 손끝에 힘을 주었다.
복면 속 눈동자가 그에게로 향했다.
“뛰어내려.”
그리고 손가락이 창밖을 가리켰다.
“…정말로 뛰어내려야 합니까?”
상대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플라빈 싱텐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시선에 6층 창밖이 보였다.
거부권은 없었다. 다만 두려움이 일었다.
그 순간.
“10, 9-”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제기랄!
플라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케일은 이를 무심하게 바라봤다. 저딴 놈이 겁을 집어먹든 알 바 아니었다. 사정을 봐줄 필요도 없었다.
다만. 그의 카운트다운에 반응하는 다른 존재들이 있었다.
‘드디어 시작이야!’
‘다들 탑 꼭대기로 이동해!’
‘파괴! 지옥으로 가는 카운트다운! 크하하하하!’
“8, 7, 6-”
-인간, 인간! 나는 다 됐다!
“5, 4-”
타닥타닥.
케일은 발걸음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으아아아!”
플라빈이 괴성을 지르며 창을 향해 뛰어들었다.
“3.”
케일은 금빛 팽이채와 함께 발끝에 바람을 일으켰다.
휘이이이-
바람이 그를 감쌌을 때.
‘가자!’
휘이이잉-
바람 정령 셋이 먼저 창밖으로 뛰어들었을 때.
“2.”
“제기라아알!”
플라빈의 몸이 창밖으로 나갔을 때.
“1.”
휘이이이-
케일의 몸이 창밖을 향해 빠른 속도로 튀어나갔다.
“커헉!”
플라빈이 숨을 들이마셨다.
“사, 살았다.”
그는 저를 감싼 바람과 더불어, 휑한 발밑과 탑의 아찔한 높이가 느껴졌다.
그의 시선이 복면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헉!”
그러나 플라빈은 그보다 먼저 헛바람을 집어삼켜야 했다.
검다.
우우우웅-
검은 것이 탑 1층에서부터 기어 올라오고 있었다.
‘저게 뭐지?’
의문을 채 가지기도 전, 그의 몸은 바람에 의해 방향이 틀어졌다.
“어?”
남쪽 연금술 탑 근처 숲. 그곳을 향해 플라빈을 감싼 바람이 움직였다. 플라빈의 시선이 복면의 남자에게로 향했다.
“조용히 입 닥치고 숨어 있어. 살고 싶으면.”
남자는 냉정히 말하고는 손을 휘저었다.
“이, 이런!”
플라빈의 몸은 탑에서 떨어진 숲의 구석에 바람 정령이 미리 보아둔 동굴로 빠르게 옮겨졌다.
안전한 장소였지만, 이를 모르는 플라빈은 두려움에 가득 차 두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는 끝까지 자신을 지켜줄 것으로 예상한 것과 다른 남자의 행동에 뭐라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미친! 저게 어떻게 태양신 교단 사람이야!’
빠르게 연금술 탑을 감싸는 것의 정체가 이제 짐작이 되었다.
검은 마나.
그것이 아래에서부터 탑을 뒤덮어갔다.
휘이이이이- 휘이이-
그리고 탑 꼭대기에 거대한 바람의 소용돌이가 형성되는 것이 보였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검은 마나에 반응한 남쪽 연금술 탑에 비상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띄엄띄엄 불이 켜져 있던 연금술 탑이 빠른 속도로 밝아졌다.
아마 탑에 남은 연금술사와 마법사, 기사들이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에 대응하려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플라빈은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다.
탑 꼭대기로 향해 가는 검은 복면의 남자.
그를 따라 피어오르는 검은 마나.
그리고 소용돌이.
마지막으로 저 검은 마나에 반응해 곧 터질 마법 폭탄.
‘…저자는.’
플라빈은 저 검은 복면의 남자가 무서웠다.
새로운 태양신 교단?
선해 보이는 성자 잭?
플라빈의 머릿속엔 그보다 저 남자가 더 크게 박혔다.
가장 악당 같아 보였으니까.
플라빈은 결국 시선을 돌렸다.
그 시각 케일은 탑 꼭대기에 있는 뾰족한 지붕에 발을 디뎠다.
삐이이이- 삐이이-
남쪽 연금술 탑 전체가 비상에 걸려 있었다.
-인간아! 어서 하자!
라온의 신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이 아래를 내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문 열어.”
그 말이 시작이었다.
‘혼돈! 파괴! 크하하하하!’
‘닥치고 얼른 열어!’
소용돌이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탑 전체를 휘감으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덜컹. 덜컹. 덜컹.
창문들이 덜컥거리며 이내 활짝 열렸다.
바람 정령 둘이서 탑 안의 모든 창문을 열어젖히고 있었다.
“이게 무슨!”
창밖으로 얼굴을 내민 이들의 경악이 보였다.
또한 탑 밖으로 뛰쳐나오는 이들도 많았다.
“저, 저기!”
특히 탑 꼭대기의 케일을 가리키는 이들이 꽤 있었다.
탑 근처에 머물고 있던 관계자들이 황급히 하나둘 탑으로 향했다.
“누구냐!”
“저, 저자는 플라빈 상단주의 심복인데!”
케일을 알아보는 이도 있었다. 플라빈을 안내하던 연금술사였다.
그러나 케일의 시선은 그곳에 닿아 있지 않았다.
달캉.
10층, 남쪽 연금술 탑의 탑주가 머무는 방의 창문이 열린 순간.
“…설마? 이 목소린!”
베크록, 그놈이 실드를 두른 채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며 케일을 올려다본 순간.
케일은 외쳤다.
“던져!”
휘이이이-
마법 폭탄 하나가 열린 10층 창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폭발시켜!”
우우우웅-
검은 마나가 울었다.
콰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아앙-!
총 세 번.
세 번의 폭발음이 공기를 뒤흔들었다.
“으아악!”
사람들은 지레 비명을 지르며 몸을 숙였다.
몇몇 이들은 경악에 가득 차 외쳤다.
“저, 저기는 9층! 군사실 근처야!”
“6층도 터졌어!”
“타, 탑주님이 계신 곳이-!”
6층, 9층, 10층.
총 세 곳에서 마법 폭탄이 터졌다.
붉은 불길이 열린 창문 안으로 보였다.
아니, 창문의 흔적이 있던 곳이었다. 그곳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 그리고 공간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순간.
“1차다.”
꼭대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음성 변조에 음성 확대까지 된 목소리가 땅에 있는 이들에게 들려왔다.
“비켜, 비켜!”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조용히 해라! 다들 전열을 가다듬어!”
탑을 벗어나려는 이들의 아우성과, 정신을 차린 병력들의 목소리가 뒤섞인 가운데.
확대된 음성이 모두의 귓가에 제대로 들려왔다.
“…1차라고?”
그 말은 2차도 있다는 소리였다.
모두의 시선이 일부 불타오르는 남쪽 연금술 탑으로 향했다.
-인간아! 사람 없는 데부터 터뜨렸다.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에 답하듯 말했다.
“곧 2차가 시작된다.”
검은 마나와 바람으로 휘감긴 검은 복면인. 그의 말에 사방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네놈!”
그 순간, 10층의 불길을 뚫고 누군가 케일을 향해 튀어나왔다.
한 손으로 실드 캐스팅을 펼친 채, 조금의 그을음도 없이 등장한 마법사.
베크록.
하얀 별의 수하.
그가 케일을 노려보고 있었다.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다.
“바로 알아보네. 오랜만이야, 베크록. 손 한쪽이 휑하네?”
“하, 하하!”
베크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다가 웃음을 뚝 그쳤다.
“검은 용도 왔나 보군.”
검은 마나를 바라보는 눈동자는 냉정했다.
케일은 베크록의 말에 답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였다.
“나는 굳이 답해줄 이유가 없지?”
유들유들한 케일의 말에 베크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점점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휑한 손목을 다른 손으로 쓰다듬으며 말했다.
“잘됐군.”
그 말을 끝으로 베크록의 한 손이 움직였다.
그리고 외쳤다.
“전쟁이다! 계획대로 간다!!”
콰아앙!
8층.
아직 폭발이 미치지 않았던 층의 창문이 부서졌다.
베크록이 부순 것이다.
그 폭발 덕분인지, 아니면 베크록의 목소리 덕분이지, 병력들이 탑을 중심으로 케일을 향해 빠르게 모여들었다.
“네 손목도, 검은 용의 주둥이도 다 베어주마.”
우우우웅.
베크록의 주위를 마나가 감싸기 시작했다.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말했다.
“싫은데?”
“…뭐?”
베크록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흠칫.
하지만 곧 그는 멈칫했다.
그의 시선이 북부로 향했다.
상당히 거대한 마나의 기운이 느껴졌다.
온다.
북쪽에서 무언가가 온다.
이 검은 마나와는 다르다.
베크록의 시선이 다시 케일에게로 황급히 이동했다.
케일은 웃고 있었다.
“네놈들이 갑자기 수도를 쳐들어온다고 해서 말이야.”
케일도, 라온도 느긋하게 기다렸다.
“원래 계획에 차질이 생겼어. 그래서 바꿨지.”
원래 계획대로라면 최한도 함께, 각자 제국 측 인사들의 보좌관으로서 동서남북으로 흩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베크록을 비롯한 하얀 별의 마법 세력이 판에 끼어든 이상.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네놈. 베크록, 너를 상대할 사람이 필요하더라고.”
어두운 밤.
케일은 드디어 보였다.
파아아앗!
태양처럼 화려한 붉은 마나가 보였다.
거대한 붉은 빛기둥이 탑 북쪽 숲에서 치솟아 올랐다.
-히히. 인간, 내가 네 시간 동안 같이 만든 텔레포트 진이다!
폭발까지 빈 네 시간 동안 라온, 그리고 또 다른 이가 함께 만든 텔레포트 진.
그 텔레포트 진에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넘어오고 있었다.
파직, 콰지직.
마정석들이 부서지며 붉은빛을 토해내는 가운데.
케일은 붉은빛으로 물든 땅 위에서 떠오른 두 사람이 보였다.
한 명은 망토를 두른 기사.
다른 한 명은 붉은 로브의 마법사였다.
두 사람이 빠르게 남쪽 탑으로 향했다.
기사는 렉스 경이었다.
그리고 마법사는 로브로 가려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남쪽 탑으로 다가온 마법사는 손가락으로 베크록을 가리켰다.
“너야? 탑주 되겠다는 인간이?”
그러고는 베크록을 감싼 마나를 보며 툭 내뱉었다.
“아, 너네.”
그 말을 끝으로 붉은 로브 마법사의 곁에, 화려한 붉은 마나가 마치 불길처럼 치솟아 오르기 시작했다.
로브로 얼굴을 가린 이.
그녀는 로잘린이었다.
케일은 렉스 경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렉스 경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2차 폭발 시작.”
콰아아아앙!
다시 한번 폭발이 밤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불꽃과 함께, 화려한 붉은 마나가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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