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09
408화.
마법사 베크록은 로잘린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연금술 폭탄과 탄탄한 진을 이룬 공격에 당황해 속절없이 당하는 아군을 내려다보며 무심히 말했다.
“말했지? 죽은 마나와 마나가 섞이는 법을 알아냈다고. 그러면 당연히 내가 둘 다 다룰 수 있다는 소리 아니겠어?”
파직. 파지직.
베크록 주위를 회색 마나가 감싸기 시작했다.
쿵.
남쪽 탑주는 베크록의 손을 벗어나 남쪽 탑에 떨어져 화염에 휩싸였다.
-인간!
케일은 공중으로 떠오른 제 등 뒤에 닿은 앞발을 느꼈다.
투명화한 그를 찾을 사람은 라온뿐이었다.
“무슨 일이야?”
-똑똑한 로잘린이 마정석을 사용해서 마나를 점점 더 크게 일으키고 베크록 저놈은 회색 방패로 막다가, 갑자기 남쪽 탑주를 저렇게 잡아먹었다!
“…죽은 마나를 삼키고 왜 멀쩡하지?”
케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베크록을 바라봤다.
죽은 마나를 몸에 들이면 살아 있는 인간은 고통을 느낀다.
물론 예외는 하나 있었다.
“흑마법사……?”
-…죽은 마나와 마나는 공존할 수 없다.
그게 가능했다면 용들도 죽은 마나를 받아들여 흑마법을 다뤘을 터.
죽은 마나는 꼭 하얀 별의 수하들처럼 사람이나 생명체를 강제로 죽여 얻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모든 생명체는 자연적으로 죽는다.
그들이 죽으면 당연히 죽은 마나가 흘러나온다.
그렇기에 과거 다크엘프들은 무덤가 근처에 살며 그곳에서 흘러나온 죽은 마나를 흡수해 살아가지 않았던가.
“…어?”
로잘린과 베크록을 바라보던 케일의 눈동자가 커졌다.
“라온, 로잘린 씨 손이-”
케일은 붉은 로브 밖으로 나온 로잘린의 두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디 다쳤나?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랬다면 라온이 뛰어들었을 터.
그럼 무엇이지?
“크크큭, 손이 떨리는군.”
케일의 의문은 베크록이 해결해 주었다.
그는 로잘린의 손을 보며 말했다.
“버겁지?”
그는 더 이상 마정석을 내보내지 않는 아공간 주머니를 가리켰다.
“내가 왜 마정석을 나 혼자 다 안 쓰고 수하들에게 나눠준 줄 알아?”
파직. 파지직.
그런 그의 주위에서 죽은 마나와 마나가 충돌하며 더욱더 부피를 키워갔다.
회색 마나가 점점 더 거대해져 갔다.
“체할까 봐.”
케일은 그 말에 멈칫했다.
“마정석은 마나의 집약체다. 그걸 수십 개, 수백여 개를 홀로 다룬다? 그러다가 터져 죽어.”
베크록은 비웃음을 흘렸고, 로브로 얼굴을 가린 로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기껏 다뤄봤자, 한 번은커녕 정해진 한도 내에서 나눠 다뤄야겠지.”
수십여 개면 수십여 개씩.
백 개면 백 개씩.
“그래서 로잘린, 네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마나의 양은 한계가 있을 거다.”
그 증거가 바로 떨리는 로잘린의 손끝이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라.”
로잘린의 중얼거림이 베크록의 귓가에 닿았다.
“크하하하!”
그는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웃음기를 머금은 채 툭 내뱉었다.
“지상으로 가라.”
“네!”
“네! 탑주님!”
순식간에 흑마법사와 마법사가 각각 한 조가 되어 지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향해 렉스 경이 외쳤다.
“폭탄을 던져!”
공중으로 연금술 폭탄들이 날아가며 터졌다.
콰앙! 쾅!
-야, 케일. 이러다 진짜 난장판이 되겠는데?
아직 통신을 끊지 않은 버드가 염려 가득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연금술 폭탄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나 흑마법사와 마법사가 가세하면, 그것도 혼합 마나로 공격하면 아군은 힘들어질 확률이 높았다.
파지직. 파직.
-미친… 마나가 자꾸 커져.
회색 마나가 자꾸 더, 더, 더 커져갔다.
버드는 이를 질린 얼굴로 바라봤다. 케일도 놀람을 담아 베크록을 바라봤다.
“자, 신기하지?”
베크록은 로잘린에게 회색 마나를 자랑하듯 두 팔을 펼쳤다.
“죽은 것과 산 것은 계속 충돌하면서 더욱더 커지지. 마정석과 다른 점이 무엇인 줄 알아?”
그는 사랑스럽다는 듯 제 주위의 회색 마나를 바라봤다.
“이 혼합 마나 10을 다루는 데 내 힘은 3 정도만 들어가면 된다는 거야.”
혼합 마나의 위대함이었다.
처음 시작으로 3의 힘을 쓰면, 그것들이 알아서 서로 부딪치며 10의 힘이 되었다.
“어때, 좋지?”
베크록은 로브 속의 붉은 눈동자가 보였다.
그 눈동자가 말했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하지?”
베크록은 붉은 로브의 주인이 마법과 흑마법을 모두 다루는 상황에 대해 의문과 혼란을 느끼고 있음을 알아챘다.
그래서 짙은 미소를 그렸다.
그는 능청스럽게 말했다.
“내가 널 좀 알지. 뛰어난 마법사라고 하니까 관심 가서 좀 알아봤거든.”
로잘린과 베크록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베크록은 여유로이 말했다.
“그러다가 놀랐어. 우리는 참 비슷한 게 많더라고.”
스윽.
베크록의 한 손이 움직였다.
우우우우웅-
서로 작게 충돌하던 혼합 마나들이 일순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그는 로잘린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첫 번째로 우린 나이가 비슷해.”
24살.
베크록과 로잘린 둘 다 나이가 같았다.
“그리고 우리 둘 다 아주 똑똑하지. 마법에 두각을 드러내고.”
그 순간, 베크록의 미소가 삐뚜름하게 바뀌었다.
“그런데 난 거지 출신이더라고. 너와 달리.”
베크록은 그의 발아래에 있는 병사들을 바라봤다.
“난 저런 버러지들이었지.”
돈도, 권력도, 타고난 것도 없이, 그저 버러지 같은 삶을 살아갈 환경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는 저런 것들과 다른 ‘재능’이 있었다.
그렇기에 주군인 하얀 별도 그를 아끼는 것이리라.
그는 천재였다. 그리고 노력가였다.
피 터지게 노력했다.
베크록은 확신했다.
자신은 눈앞의 로잘린과는 차원이 다르게 힘겨운 상황에서 마법을 배웠고, 그렇기 때문에 더 위대한 결과를 얻은 것이라고.
그리고 그 결과를 위해 누군가의 희생은 당연했다.
내가 더 높은 곳에 갈 수만 있다면.
그리고 천재인 자신의 위대한 업적을 위해 재능 없는 것들이, 힘없는 것들이 좀 죽으면 어떤가?
그의 시선이 로잘린에게로 향했다.
“넌, 참 편하게 마법 배웠겠다?”
그래서 로잘린이 싫었다.
왕족에, 돈도 많아, 스승도 좋은 이로 구해 편하게 배웠을 터.
거기다가 케일 일행이니 평판도 좋고.
“그런 너한테 내가 왜 알려줘야 하지?”
우우우우웅-
뭉치던 회색 마나가 이내 어떠한 형상을 띠기 시작했다.
“원래 역사에 기록되는 위대한 영웅은 바닥부터 성장해 대업을 이루지. 너는 그 길에 희생당하는 조연 정도일 것 같군.”
우우우웅-
울림이 점점 더 커져갔다.
싸우던 이들도 멈칫하며 올려다볼 정도였다.
그리고 올려다본 이들은 멈칫했다.
“…드래곤?”
누군가가 저도 모르게 내뱉은 말이었다.
회색 마나가 점점 더 거대한 드래곤의 형상이 되어갔다.
“넌 용들한테 마법을 배웠겠지? 용 따위.”
베크록은 검은 용과 고룡에게서 편하게 마법을 배웠을 로잘린을 떠올리며 재밌겠다는 듯 웃었다.
“그 용에게 잡아먹혀 죽으면 재밌겠어. 크큭.”
크아아아!
곧 회색 마나로 만들어진 거대한 용이 괴성을 터뜨렸다.
그 웅장하고 압도적인 모습에 넋을 놓고 두려움에 빠져든 이들도 존재했다.
그러나 베크록은 그저 즐거웠다.
위대하다 평받는 용을 이렇게 다루는 것이, 그리고 그 용으로 로잘린을 죽이려니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파직. 파지직!
회색 마나는, 회색 용은 계속해서 커져갔다.
이미 로잘린의 붉은 마나를 압도했다.
이를 영상 통신구 화면 너머로 보고 있던 버드는 다급하게 외쳤다.
-야! 너 가서 뭐라 해야 하는 거 아냐? 왜 내려가!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케일이 로잘린에게로 가지 않고 땅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케일은 덤덤하게 답했다.
“지상전 돕는다.”
-로잘린 씨는?
“알아서 한다니까 믿어야지. 위급하면 구하고.”
-야! 저게 안 위급한 거냐?
케일에게 외치던 버드는 흠칫했다.
크아아아아!
회색 용이 날갯짓을 시작했다.
“왜 조용하지? 겁먹었나? 크크큭!”
베크록이 여유로이 로잘린에게 말했다.
붉은 로브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에 베크록의 웃음이 더 커졌다.
그 순간이었다.
로브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쪽팔리네.”
뭐?
베크록의 시선이 붉은 로브에게 향했다.
왕족 출신답지 않은 어휘에 멈칫했지만, 그보다도 이런 상황에서 저런 말을 한다는 게 황당했다.
그 와중에 로잘린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고 있었다. 그리고 베크록에게 말했다.
“여기서 가장 큰 버러지는 너야, 새끼야.”
로잘린은 이 순간 라크와 최한을 떠올렸다.
최한의 삶을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가족과 떨어져 홀로 힘겹게 살아왔다고 들었다.
어둠의 숲이 고향이라고.
라크는 어떤가?
그 어린애가 얼마나 힘겨운 일을 겪었는가? 그리고 다른 늑대족 아이들은?
그리고 메리 씨는?
라온 님은?
그녀는 동료들을 떠올리며 제 삶을 생각했다.
“…편하게 살았다라.”
마냥 편하게 산 것은 아니었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어쨌든 돈도 권력도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었다.
왕족으로 태어나 누린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그래서 어쩌라고?”
내가 그래서 나쁜 짓을 했던가?
하지 않았다.
누리고 산 것들을 당연시 여기지 않으며, 브렉 왕국 선두에 서서 죽음의 협곡 전투를 치렀다.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은 부끄러웠다.
왜냐고?
“쪽팔리게 쫄았네.”
잠시지만, 저놈의 막대한 회색 마나에 조금 당황했다.
그리고 저자가 자신보다 뛰어난 마법사가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 순간, 들려왔다.
-로잘린아! 내가 인간한테 너 걱정하지 말랬다! 넌 천재라고 했다!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도 천재인 부분이 있다! 할배도 인정했다!
로잘린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케일은 지상으로 향했다.
그 와중에도 버드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아니, 그래도, 저런 놈이랑 싸우는데.
“시끄러워.”
버드가 케일의 말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케일은 그 표정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로잘린에 대해 생각했다.
방금 그가 지상으로 내려오길 택하기 전, 라온이 케일의 머릿속으로 그랬다.
‘인간아! 로잘린이 지금은 진다!’
그 말에 놀랐다.
‘하지만 이제 곧 이긴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안심했다.
지금은 지지만 이제는 이긴다는 말.
케일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어렸다.
최한, 라크, 로잘린.
이 셋은 ‘영웅의 탄생’에서 메인이나 다름없는 세 영웅이었다. 그리고 셋 다 타 왕국의 왕궁을 서슴없이 부술 만큼 성격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라온이 매번 똑똑하다고 말하는 이는 늘 로잘린뿐이었다.
라온은 이어 말했다.
‘인간아! 금 용 할배도 나도 로잘린은 천재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봐라!’
‘똑똑한 로잘린은 죽음의 협곡에서 수십 개의 마정석을 썼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로잘린의 머릿속에도 라온이 케일에게 해준 말이 들려왔다.
-로잘린아! 넌 죽음의 협곡에서도 수십 개의 마정석을 쉽게 썼다! 그때 조금 피를 토했지만, 어떤가? 넌 잘 다뤘다!
로잘린은 떨리는 제 두 손이 보였다.
그러나 생각했다.
지금 힘든가?
아니. 힘들지 않다.
그녀는 주먹을 쥐었다. 힘을 주자, 강제로 떨림이 멈췄다.
-베크록 저놈은 마법 법칙을 만드는 것에 천재일 것 같다.
검은 용은 인정할 건 인정했다.
그래도 사실은 전해야 했다.
에르하벤도, 라온도 로잘린이 탑주가 될 것이라 믿는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번 케일의 마정석 작전에 고개를 끄덕인 이유가 존재했다.
-똑똑한 로잘린아!
마법진이나 규칙을 만드는 데 있어 천재인 베크록.
-너는 마나를 다루는 데 있어서 천재다!
그리고 마나 그 자체를 다루는 데 있어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로잘린.
문득 로잘린은 어릴 적 마나를 다루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왕위 후계자 수업을 모두 끝내고 난 뒤, 한밤이 되어서야 겨우 마나를 다루며 놀았을 때.
그때야말로 정말 행복했던 그녀는 언젠가 마법사가 되기를, 마나를 다룰 수 있기를 바랐다.
-난 네가 탑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똑똑하고 상냥한 로잘린아!
똑똑하고 상냥한.
라온이 본 로잘린은 그랬다.
일을 벌이고 난 뒤 남겨진 복잡하고 귀찮은 일을, 로잘린은 늘 별다른 말없이 해주었다, 케일이 마정석을 가져다주고 마탑 건설에 도움을 준다고 했지만, 로잘린은 그런 이유로만 일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경계심 많은 최한과 하나, 메리가 로잘린을 편하게 여겼다.
더불어 라온은 첫 광폭화한 라크를 위해 왕족이라는 정체가 들킬 것을 감수하고 케일을 찾아온 로잘린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 안 되겠으면 나랑 같이 저놈 뒤통수 후려치자! 그리고 저 회색 가짜 용 못생겼다! 우리 할배가 더 멋지고, 우, 우리 엄, 암튼! 더 멋진 용도 있다!
라온의 재잘거림이 들려왔다.
“압도적인 힘을 보고 미친 건가?”
그 순간 베크록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도 들려왔다.
로잘린이 멍하니 회색 용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뭐야?”
하지만 곧 그의 미간은 찌푸려졌다.
“…흐흐흐.”
로잘린은 웃었다.
베크록은 그 모습에 얼굴을 찡그렸다. 말하는 어휘나 하는 행동이나 왕족답지 않았다. 거기다가 지금은 붉은 마나도 수그러들고 있었다.
“귀찮군.”
더 상대하는 것도 귀찮았다.
흥미롭던 존재가 이제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오히려 제 손목을 자른 암살자를 찾아 죽이는 편이 나을 터.
베크록이 비웃으며 말했다.
“가라.”
크아아아!
회색 마나로 만들어진 용이 날개를 활짝 펼치며 로잘린을 향해 덮쳐들었다.
벌어진 입속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송곳니와 커다란 발톱이 모두 로잘린을 찢어발길 듯했다.
거대한 날개가 일으키는 바람만으로도 로잘린의 몸이 휘청일 정도였다.
그 순간.
“재밌네.”
로잘린은 그 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어?”
“…왜?”
지켜보던 마법사들이 의아해했고.
“하하하하! 아주 죽으려고 작정했군!”
베크록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어댔다.
로잘린은 회색 용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야! 야! 저러다 로잘린 씨 다치는 거 아니냐? 어?
버드는 정말 다급하게 외쳤다.
-…어?
그러다가 버드는 저도 모르게 어벙한 반응이 튀어나왔다.
지금 저게 무슨, 뭐지?
그는 의아했다.
그리고 케일은 웃었다.
“이래야지.”
그는 로잘린을 보았다.
쫘아악!
찢겨지는 아공간 주머니가 보였다.
케일이 로잘린에게 전해준 아공간 주머니였다.
그것이 로잘린의 손에서 찢겨졌다.
그러자 수십, 수백, 수천을 넘는.
셀 수 없는 엄청난 수의 마정석들이 튀어나왔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붉은 마나가 치솟아 오르며 그것들을 집어삼켰다.
콰직. 콰직.
마정석들이 부서졌다. 그 속도는 점점 더 빨라졌다.
쾅! 쾅!
결국에는 폭발음까지 날 정도였다.
로잘린은 그 붉은 마나와 마정석들을 휘감았다.
“…저래도 돼?”
올려다보던 적군 마법사가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미쳤어! 저러면 터져 죽을 텐데?”
끊임없이.
붉은 마나는 쉬지 않고 마정석들을 집어삼켰다.
로잘린의 온몸이 마치 불에 감싸인 사람처럼 붉게 타올랐다.
그녀는 회색 용을 바라보며 툭 내뱉었다.
“내 욕심을 얕보면 안 되지.”
두 손이 떨려왔다.
온몸이 떨려왔다.
하지만 로잘린은 점점 더 마나를 집어삼켰다.
지배했다.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
-인간, 내가 뭐랬나? 로잘린은 똑똑하다! 천재다! 저놈보다! 할배가 로잘린은 똑똑하다고 했단 말이다!
케일은 라온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로잘린은 마나 그 자체를 다루는 일에 있어서 규격 외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로잘린은 붉은 마나를 휘감은 채 회색의 거대한 용과 부딪쳤다.
그리고 케일은 보았다.
펼쳐진 회색 용의 날개를 찢어발기는 붉은 마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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