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1
40화.
케일은 왕세자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속으로 되새겼다.
‘모른다. 나는 모른다.’
검은 용이 계속 어느 용이 이런 시덥잖은 인간을 위해 위대한 마법을 쓰냐며, 제 스스로의 행동은 돌아보지 않는 말을 지껄여댔지만. 케일은 절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했다.
– 음? 눈동자도 염색인데? 이 하찮은 인간은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 약한 인간. 조심해라.
네가 말만 안하면 나는 괜찮을 것 같은데.
– 음? 이 인간 약하지 않다. 약한 인간, 특별히 조심해라. 너는 죽는다.
제기랄. 케일은 쓸데없는 설명을 해대는 검은 용이 처음으로 무서웠다. 그와 동시에 케일의 머릿속이 빠르게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왕세자의 어머니는 왕비가 아니었다. 후궁으로, 본래 그녀는 왕실에서 일하던 하녀로 평민이었다. 3왕자의 어머니가 현 왕비였다. 그리고 왕세자의 어머니는 어릴 적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다고 하였다.
케일의 머릿속에서 왕세자 어머니의 정체가 무엇일지 자연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왕세자는 무력이 평범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약하지 않다고? 최한도 평범하다고 판단한 왕세자인데, 무엇을 숨긴 것이지? 용은 어떻게 안 것이지?
‘…아니지. 숨기든 말든 내 알 바가 아니지.’
케일은 계속 중얼거리는 검은 용의 말을 듣지 않았다. 무엇이 그리 신기한지 계속 왕세자에 대해 검은 용은 말해댔다.
“… 케일 공자는 나와 조금 비슷할 것 같군요.”
왕세자가 뭐라고 했으나, 머릿속이 복잡한 케일은 대충 답했다.
“제 인생의 무한한 영광입니다, 저하.”
왕세자는 당황한 듯 케일의 손을 쓱 놓앗다. 케일은 그 당황스러움을 미처 느끼지 못한 채 아무 말 없이 뒤로 물러섰고 에릭의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복잡할 때는 에릭을 방패막이로 세우면 될 일이었다. 그런 케일을 왕세자는 유심히 관찰하다가 이내 에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에릭은 다시 왕세자와 대화를 하였다.
케일은 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유가 있었군.’
왜 왕세자가 2, 3왕자를 경계하는지. 그리고 갑자기 국왕의 총애가 3왕자로 갔는지. 얼추 짐작이 되었다.
‘친아들이 아닌가? 아니면 또 다른 출생의 비밀이 있는건가?’
케일의 머릿속으로 예전 김록수일 적 고 3 수능 마치고 먹고 살려고 알바 할 때, 식당 사장님이 보던 저녁 여덟시 막장 드라마 한편이 진행되어졌다.
당연 주인공은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
케일은 다시 한번 다짐했다.
‘가만히.’
자신은 지금부터 가만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알지 않기로 하였다.
케일은 그 약속을 철저히 지켰다. 그는 오늘 술을 마시지 않았고 그 때문에 그를 처음보는 다른 지역의 귀족자제들이 다가왔다. 그 때마나 케일은 에릭을 지긋이 바라봤고 에릭은 출동했다.
몇번 반복된 광경에 케일은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오. 이거 좋은데?”
그 나지막히 중얼거리는 소리에 길버트와 아미르는 멈칫했다. 그들은 눈빛으로 대화했다.
‘이거 이상한 거 맞죠?’
‘그렇죠?’
둘은 살짝 에릭과 케일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나 케일은 아미르 영애를 쳐다봤고 아미르는 케일의 그 시선에 뒷걸음질을 멈춰세웠다.
“그런데 아미르 영애.”
“네.”
“영애 영지의 해안가 경치가 아름답다고 하던데, 많이 아름답나요?”
“훌륭하죠. 깎아지르는 듯한 해안 절벽이 아름답죠.”
아름답기는. 케일은 그 절벽을 떠올리며 ‘바람의 소리’를 얻기 더럽게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번째 고대 힘 ‘바람의 소리’는 위퍼 왕국 내전 때 비마법사 연맹의 사람이 소유하던 힘이었다. 위퍼 왕국 사람이 로운 왕국에 있는 고대의 힘을 가졌단 사실이 이상할 수도 있으나 거기에는 또 기나긴 이야기가 있었다.
어쨌든 그 힘은 마법사 학살자. 내전 후반부에 등장했던 광기에 가득찬 폭군이 가진 힘으로, 그에게 딱히 비중이 컸던 힘은 아니었다.
‘곧 마탑이 무너지겠네.’
내전 후 마탑이 무너진 자리, 서대륙 새로운 마탑의 주인이 될만한 유력한 이가 로잘린이 된다.
‘최한과 마법사 학살자, 그리고 제국의 황태자.’
이렇게 세 사람이 초반 서대륙 중북부의 모든 사건 사고와 연관되어 영웅으로 나타나는 인물들이다. 물론 서대륙 남부 정글의 여왕이 남부를 통일하며 후에 그들과 엮일 것이라는 암시가 초반부 책에서 나왔었다.
최한과 엮이는 비밀단체와 별개로 이 대륙은 약 이백년의 평화를 깨고 패권을 다투는 각축장이 된다.
케일은 동분서주하는 에릭을 보며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곧 이 만찬은 끝난다. 물론 그 뒤에 이어질 대화의 시간들을 많은 귀족자제들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내 알 바는 아니지.’
케일이 알 바는 아니었다.
“길버트 공자. 저는 이 시간이 끝나면 가도 되겠지요?”
어디 소풍이라도 온 것처럼 여유로이 과일을 집어먹고 있는 케일의 모습을 보며 길버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만찬 뒤에 왕세자 저하를 뵙기는 할 것인데, 함께 가지 않으실 생각이시죠?”
“네. 제가 가서 무엇 하겠습니까. 투자건은 세 분이 더 잘 아실텐데.”
케일의 말에 길버트의 표정이 달라졌다. 그는 살짝 놀란 표정이었다.
“…문서를 읽어보셨군요.”
“뭐, 그냥.”
케일은 대충 답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서는 왕세자를 볼 수 있었다. 만찬의 끝을 알리는 것이리라. 케일은 오늘 이 자리의 의도를 모두 알지 못했다. 그게 아쉽지는 않았다. 엮일 일이 없으니까.
하지만 왕세자의 말에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오늘 만찬은 즐거웠네. 이 자리 후에 원하는 이들은 간단한 와인 파티를 준비했으니 즐기다 가게. 아, 그리고 이번 탄신일 기념 축사 행사에 자네들의 자리를 마련해두었네.”
왕세자 알베르는 꽤 즐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다들 그 자리에 와서 그 기쁜 날을 함께 즐겨주었으면 해.”
하. 케일은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속으로 삼켰다. 말이 즐기라는 것이지 강제로 오라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폭탄 터질 때 광장에 있겠구나.’
얼추 예상했던 일이었으나, 케일은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럼 이만 만찬을 끝내도록 하지.”
케일은 그 말에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부분 왕세자, 2, 3왕자가 있는 와인 파티를 가고 싶겠지만 왕세자와 만남이 허락되지 않은 이들은 그 자리에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었다.
케일은 자신을 스쳐가는 휠체어에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테일러가 스쳐지나갔고 그의 휠체어를 끄는 케이지가 뒤따라 스쳐지나가며 케일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나중에 봐요. 우리 동생.”
동생하기 싫다니까. 케일의 눈빛이 그 의도를 확실하게 담아 슬쩍 응시했으나, 케이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착한 신관으로 왕세자에게 다가갔다.
“케일 공자. 배웅해드리죠.”
“아미르 영애.”
아미르가 다가와 케일의 가는 길을 함께 하고자 했다. 케일은 녹색머릿결에 차분하고 세련된 인상의 그녀를 보며 툭 던지듯 물었다.
“가는 길에 사고칠까봐 걱정됩니까?”
“유감스럽게도 네오 공자도 일찍 돌아가더군요.”
“아.”
상대가 시비를 걸까봐 함께 간다는 소리였다. 케일은 별다른 의문 없이 만찬장 입구이자 출구로 향했고 그 옆에 아미르가 함께 했다. 별다른 대화 없이 아미르는 케일의 마차 앞까지 당도했고 마차 앞에는 론이 대기하고 있었다.
“케일 공자,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아미르의 말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했죠. 아미르 영애는 더 고생해야 겠지만.”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아미르는 입을 열었다.
“좋은 결과를 내어야 하니까요.”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절박함이 느껴졌다. 동북부 해안. 참으로 쓸모없는 땅이었다. 해안 절벽이 가득한 곳으로 특별한 수자원이 있는 곳도 아니었다.
더욱이 해안 절벽 근처 소용돌이가 문제였다. 영지의 숙련된 이들은 잘 배를 조종했지만 안 그런 이들에게는 위험천만한 곳이었다.
‘물론 그건 ‘바람의 소리’ 때문이지만.’
아미르와 길버트는 이 쓸모없는 바다에 어떻게든 투자를 받아내고 싶을 것이다. 케일은 아미르를 바라봤다. 그녀는 다부진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저는 충분히 그런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미르 영애.”
“네. 케일 공자.”
케일은 오늘 자신의 수족처럼 써먹었던 에릭와 길버트, 아미르에게 조금의 도움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북부 모임은 견고해야 하니까. 그리고 귀족 자제 정보에서 아미르는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다.
“저하는 이 투자에 관심이 꽤 있으실 겁니다.”
“그러신 것 같아요.”
아미르는 그 말에 동의했다. 굳이 에릭이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아도 왕세자가 이 건을 기억하고 있었었기 때문이었다.
“영애, 관광으로 투자건을 내셨지요?”
“네.”
해안절벽을 이용한 관광 건. 케일이 보기에는 턱도 없는 짓이었다. 그는 아미르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에게 속삭였다.
“투자가 급하다면 위퍼 왕국과 북부 왕국들. 그 사이에서 아미르 영애의 해안 위치가 가지는 가치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군요.”
“네?”
의아해하는 아미르에게 케일은 어깨를 으쓱이며 덧붙였다.
“물론 제 이 말은 영애 혼자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일단 그 말은 기억해두죠.”
케일은 의문스러워하면서도 입을 꾹 닫는 아미르의 모습에 만족하며 마차에 올라탔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보이는 그의 모습에 아미르는 살짝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케일은 마차 문을 닫는 론에게 말했다.
“출발하지.”
“네. 도련님.”
마차는 곧 출발했다. 케일은 창밖으로 들어가지도 않고 고민에 빠져있는 아미르를 보며 동북부 해안에 대해 생각했다.
서북부 해안은 모래사장이 대부분이었다. 그에 반해 아미르와 길버트의 영지는 그 해안선이 복잡하고 작은 섬들이 많았다. 더불어 깎아지르는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또한 배가 정박할만한 몇몇 곳이 안정적으로 형성되어 있었다. 물론 그 곳의 어부들은 소용돌이를 비켜나가며 어업을 할 정도의 베테랑이었다.
‘평화가 지속되니 관광만 생각했던거지.’
그러나 왕세자는 평화의 끝이 다가옴을 알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마법사 학살자가 표류하기 전에 먼저 고대의 힘이나 가져가면 될 일이니까.’
케일은 그 부분에 대한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하였다. 그리고 만찬을 끝내고 돌아온 그 날 밤, 두 가지 소식이 케일에게 전해졌다.
“마법 폭탄을 네 개 발견했습니다.”
사람에게 다섯. 장소에 다섯. ‘영웅의 책’ 속에서 그러했다.
“모두 광장 근처에 있었습니다.”
“지도 줘 봐.”
케일은 최한을 향해 손을 펼쳤다. 최한은 마법 폭탄 장소에 검은 용을 두고 홀로 왔다. 급히 달려왔는지 드물게 그의 얼굴에 땀이 나 있었다.
“하나를 발견하고 제가 용을 안고 뛰면서 인근을 샅샅이 뒤졌는데 총 세개가 더 발견되었고 그 외에는 없었습니다. 일단 광장 근처 외에도 뒤져봐야 겠지만, 대충 돌아다닌 곳에는 없었습니다.”
툭툭. 케일은 지도를 두드렸다. 이번에는 장소에 네개인가? 사람이 여섯이고?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있나? 케일은 고민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모레 축사 당일까지는 안전하니까, 서두르지마.”
“그렇지만 위험한 것은 얼른 치우는 편이!”
“모레 새벽에 훔치자고.”
“…네?”
케일이 아는 마법 폭탄은 그 개발자가 신호를 보내야 폭발한다. 하지만 그 신호를 끊을 방법은 검은 용이나 로잘린 정도의 일반 마법사 범주를 벗어난 수준이면 시간이 조금 걸릴 뿐 쉬웠다. 그러니 사람에게 붙은 폭탄을 로잘린이 해제한 것이겠지.
‘그건 당일에 해야 돼.’
그래야 신호가 연결된 피에 미친 그 마법사가 아직 안전하다고 생각할 터.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훔친다고요?”
케일은 의아해하는 최한에게 다시 지도를 건네며 말했다.
“그 유용한 걸 왜 부숴?”
폭탄은 못쓰지만 그 미세하게 밀집된 마나 힘은 꽤 유용한 재료였다.
“내가 써야지.”
케일의 미소는 최한이 보기에 상당히 음흉해보였다. 얼떨떨한 얼굴로 지도를 받아든 최한에게 케일은 무심히 말했다.
“더 있을지도 모르니까, 계속 찾아봐. 폭탄 위치가 변하는지도 수시로 확인하고.”
앞으로 최한과 검은 용은 내내 광장 근처에서 몸을 숨긴 채 그 주변을 탐색해야 했다. 아마 힘들고 지루하고 신경이 곤두서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케일이 할 일은 아니었다.
케일은 자고 있다가 깨어난 온과 홍에게도 말했다.
“밥값 해라.”
최한에게도 케일은 말했다.
“가서 일해.”
눈곱을 떼는 고양이 두마리와 최한은 케일의 지시에 따라 일하러 나갔다. 테라스 창밖으로 뛰어내려가는 그 모습을 여유로이 감상하던 케일은 만찬장에서 마시시 않았던 와인을 홀로 마신 후 잠이 들었다.
그가 자고 있던 사이 한 소식이 그에게 전해졌다. 눈을 뜬 케일은 그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마침내 탄신일 전날, 빌로스가 수도에 도착했다는 소식이었다. 케일은 곧바로 그와 만나기로 했던 여관으로 향했다.
늑대인간 10명이 있는 그곳이었다. 물론 케일의 옆에는 온과 홍, 라크가 함께하고 있었다. 그는 방금 전 라크가 한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네 동생들을 돌봐달라고?”
“네. 제 거래 내용입니다.”
“넌 무엇을 해줄 수 있지?”
“저만 해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라크는 이전보다 망설임 없이 말했다.
“너만이 아니면 누가 하는 거지?”
라크는 해맑게 답했다.
“제 동생들도 함께 할 것입니다. 저희는 모이면 더 강합니다.”
케일은 뒤통수가 싸해져 왔다. 설마? 그 설마를 여지 없이 라크는 케일의 뒤통수에 강타시켜 주었다.
“푸른 늑대족은 기사단으로 유명했던 역사가 있습니다. 그 역사는-”
“나는 모르는 사실이다.”
케일은 마차 맞은편에 탄 라크를 외면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