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13
412화.
케일은 헛웃음을 흘렸다.
‘마정석 주냐는 건 또 뭐야?’
짠돌이 불벼락이 하는 말투에 그저 웃음만이 나왔다.
‘마정석 주머니는 로잘린 씨한테 다 넘기고 왔는데.’
마정석뿐만이 아니라, 베크록에 관한 문제를 비롯하여 모든 걸 로잘린과 렉스 경에게 위임하고 왔다.
-…아쉽다.
소심하게 중얼거리는 짠돌이의 행동에 기가 찼다.
‘아니, 지금까지 받아먹은 돈이 얼마야?’
저번에 백억 가까이 쏟아부었지 않았던가.
-…할 말 없지만 아쉽다.
케일은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그래도 어쨌든 파괴하는 불을 써야 했다. 메리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 순간이었다.
성자 잭이 비크로스의 등에서 내려 어느새 케일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공자님,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드리네요.”
음?
케일은 멈칫했다.
성자 잭이 내미는 아공간 주머니가 보였다.
“아, 저도 수도에서 받아 온 겁니다.”
비크로스도 아공간 주머니를 하나 내밀었다.
“받아.”
하나가 던진 것을 받았다. 그것도 아공간 주머니였다.
모두 마정석이 가득가득 들어찬 아공간 주머니.
각각의 연금술 탑에서 훔친 주머니 두 개와, 혹시 몰라 수도에서 비크로스가 급하게 받아 온 주머니 하나.
-인간아! 다 마정석인 것이냐? 우리 마정석 부자다!
라온의 신난 목소리 뒤로, 머릿속에 은밀하게 속삭이는 짠돌이의 음성이 들려왔다.
-…흐, 부자네?
제기랄.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상하게 털릴 것 같은 불안감이 치밀어왔다.
“반갑게 인사는 다 나눴나?”
케일은 짠돌이 때문에 일그러졌던 얼굴 그대로 고개를 들었다. 북쪽 연금술 탑 꼭대기.
그곳에 자리한 사자족 왕이 느긋하게 말을 걸어왔다.
그는 짐짓 흥미롭다는 듯 케일과 일행을 바라봤다.
“이야기만 들었지, 실물로 보니까 새롭군.”
이를 뚱하니 쳐다보던 하나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 비실비실하게 생겼는데.”
사자족 왕.
중년의 남자는 호리호리했다. 사자 갈기처럼 쫙 뻗은 머리칼은 야성적으로 느껴졌지만, 오히려 근육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상처투성이의 체격이 그를 왜소하다 느끼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하나의 찡그린 미간은 펴질 줄 몰랐다.
“왜, 왜 강해 보이지?”
호리호리한 체격의 저 중년인은 아주 강해 보였다.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녀가 소드 마스터인데, 상대의 실력이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 그녀의 귓가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자족 왕이니까.”
그녀는 케일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사자족.
수인족 중 강한 종족으로 반드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이들이었다.
그 사자족의 왕.
하나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갔다.
“아, 사자족 중 제일 센 놈이란 소리지?”
“어.”
하나는 제일 세다는 말에 표정이 더 밝아졌다. 케일은 그런 그녀에게 꼭대기를 가리켰다.
“버티고 있어봐.”
“…이기는 게 아니고 버티라고?”
대번에 하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럼 이기든가.”
케일이 무심히 덧붙이는 말에 그녀는 히죽 웃어 보였다. 그녀도 안다. 사자족 왕의 경지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아 자신이 조금 더 약하다는 것을.
우우우웅-
검은색이 섞인 금빛 오러가 그녀의 검에서 치솟아 올랐다.
“올려 보내주지.”
케일의 말이 들린 순간, 하나는 곧바로 땅을 박차고 탑으로 향했다.
휘이이이-
그녀의 두 발을 회오리바람이 감쌌다.
하나는 있는 힘껏 발을 굴렀다.
쿵! 쿵!
두 번의 발 굴림 소리에 땅의 울렸을 때, 하나의 몸이 탑 꼭대기를 향해 솟구쳤다.
사자족 왕이라는 중년인의 얼굴이 보였다.
그녀는 바로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악-
금빛 오러가 마치 부메랑처럼 중년인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곧 탑 꼭대기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폭발이 일어났다.
타닥. 북쪽 연금술 탑 꼭대기 난간에 발을 디딘 하나는 정면을 응시하며 미소를 그렸다.
“재밌네.”
그녀는 중년인의 모습이 보였다.
금빛 오러를 맨주먹으로 부딪쳐 부서뜨린 사자족 왕은 아프다는 듯 주먹 쥔 손을 탈탈 털어댔다.
“생각보다 더 강하군. 훌륭해.”
그리고 하나에게 다른 손으로 엄지를 척 들어 올려 보였다.
언제 권태로운 얼굴이었냐는 듯 생기 넘치고 밝은 얼굴은 하나가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두 주먹을 가볍게 부딪쳤다.
콰앙!
하지만 주먹을 부딪쳐 나는 소리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하나는 아프다는 듯 손을 털었지만 멀쩡하게 오러를 없애는 사자족 왕을 보며, 경계를 더 끌어 올렸다.
그에 사자족 왕은 웃으며 말했다.
“무투가로서의 피가 끓는군.”
하나는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왕이라고 하던데?”
“호오!”
그는 감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케일 헤니투스 쪽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가 참으로 많구나! 내가 왕이라는 것도 알다니! 놀랍구나, 놀라워!”
쓰윽.
그의 시선이 제 뒤에 있던 이들에게로 향했다.
덩달아 하나도 탑 꼭대기 위에 있는 이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기사, 흑마법사, 마법사, 그리고 사자족으로 추정되는 이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성녀님.”
“서, 성녀님.”
손발이 묶인 채 부들부들 떨며 그녀를 애타게 바라보는 병사들이 있었다.
하나와 적으로 마주할 병사들이었지만, 그들은 공포에 사로잡힌 채 하나를 마지막 동아줄처럼 바라봤다.
그 순간, 하나는 사자족 왕이 탑 위의 이들을 바라보며 하는 말이 들렸다.
“내 정체가 어디서 케일 헤니투스에게로 새어 나간 것일까?”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고 비실비실해 보이던 눈빛이 단박에 살벌하게 변해 있었다. 그 눈빛을 받은 이들 대부분이 굳거나 고개를 숙였을 때, 몇 명이 앞으로 나섰다.
“왕이시여!”
그중 가장 앞선 이가 사자족 왕에게 말했다.
“저 검사는 저희가 상대하겠습니다!”
“맞습니다! 무릎을 꿇게 만들겠습니다!”
하나의 표정이 묘해졌다.
주군을 아주 극진히 모시는 충성스러운 신하의 모습이었다. 하얀 별 쪽 수하들이 하얀 별이 아닌 다른 이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기에, 그 광경이 낯설었다.
“아닐세.”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자족 왕의 태도도 이상했다.
보통 하얀 별 수하 놈들이라면 좋다고 부하를 앞세우거나, 혹은 지금쯤 하나에게 ‘저딴 것을 내가 못 이길 것 같으냐?’ 같은 말을 하면서 덤벼들어야 맞았다.
그런데 달랐다.
이자는 달랐다.
“자네들은 이기기 버거운 강자야.”
하나에게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니, 언제 강한 눈빛으로 압박했냐는 듯 다정한 목소리로 수하들에게 말했다.
“물러서게. 괜히 끼어들었다가 다쳐. 다치면 안 되지.”
수하의 몸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하나에게 물었다.
“한번 재밌게, 그리고 정정당당하게 싸워보겠는가?”
…이런 놈은 처음인데?
하나, 그리고 케일은 둘 다 같은 생각을 했다.
확성 마법을 건 것인지 사자족 왕의 목소리는 밑에서 지켜보던 케일에게도 온전히 들렸다. 하나와 다른 이들의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사자족 왕의 말만으로도 대강의 상황이 파악 가능했다.
그래서 의아했다.
한번 재밌게, 정정당당하게 싸워보자고?
하얀 별 수하로 있는 놈이 저런 말을?
지금까지 아딘 황태자와 함께하던 사자족들은 저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케일은 황당했다.
-…인간아, 저 사자족 조금 다른 것 같다? 혼란스럽다!
‘크하하하하! 혼란, 파괴! 대결!’
라온이 케일처럼 의아한 투로 물어왔고 바람 정령은 혼자 말해댔다.
케일은 탑 꼭대기를 쳐다봤다가 천천히 뒤로 걸음을 물렸다.
“공자님.”
그런 그에게 비크로스가 다가왔다. 케일은 비크로스, 그리고 잭에게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나 먼저 움직입니다.”
그 말과 함께 케일은 라온을 불렀다.
휘이이-
작은 바람이 일었고, 케일은 탑 꼭대기를 올려다보며 슬슬 몸을 은밀히 움직였다.
그 시각.
피식.
하나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검을 어깨 견장에 걸친 채 사자족 왕을 희한한 놈이라는 듯 바라봤다.
그러면서도 힐끗 한 놈을 관찰했다.
병사를 발로 차 죽은 마나 속으로 빠뜨렸던 놈.
그놈이 굳은 채 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나는 그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려 사자족 왕을 응시했다.
사자족 왕은 정중한 얼굴로 말했다.
“난 도르프라고 하네. 케일 헤니투스 일행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자네의 이름이 짐작이 가긴 하는데.”
채앵!
하나가 검을 앞으로 가리켰다.
“나는 하나다.”
“오! 좋은 이름이구만!”
사자족 왕 도르프는 이름을 정확히 알아 기쁘다는 듯 미소 짓고는 수하들에게 물러서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다들 물러서서 가만히 지켜보게. 괜히 움직이지 말고. 다칠 테니.”
어느새 도르프와 하나 사이에 널찍한 공간이 생겨났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나뉜 북쪽 연금술 탑 꼭대기. 그중 남쪽에 도르프와 하나의 싸움터가 만들어졌다.
“그럼 붙어볼까?”
사자족 왕 도르프의 입꼬리가 점점 위로 올라갔다. 환한 미소 사이에 알 수 없는 광기가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는 하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점점 미소가 짙어져 갔다.
우우우우웅-
그녀의 몸 주위로 검은색이 뒤섞인 금빛 오러가 흘러넘쳤다. 그녀의 눈동자는 오로지 도르프만을 노렸다.
정적이 내려앉았다.
어느 누구도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순간.
쓰윽.
지켜보던 누군가가 뒷걸음질 치는 소리를 내었을 때.
도르프와 하나는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아앙! 콰앙!
거대한 굉음이 탑 꼭대기에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하나의 검이 금빛을 머금은 채 도르프의 목을 향했다.
콰앙!
도르프의 목이 뒤로 젖혀지고 그의 주먹이 검과 부딪쳤다.
“윽!”
하나는 순간 검이 밀렸다.
주먹에 담긴 힘이 엄청났다. 분명 그저 평범한 주먹인데, 오러도 무엇도 없는데, 아주 단단하고 강했다.
그 순간, 그녀는 무언가 한 가지를 깨달았다.
‘…광폭화는?’
사자족 왕 도르프.
그의 외양은 광폭화를 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나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광폭화를 하지 않고도 나보다 강하다고?’
주먹이 다시 그녀에게로 짓쳐들어왔다.
쾅, 쾅, 콰앙!
검과 주먹이 조금도 틈을 주지 않고 상대를 물어뜯으려 했다.
하나는 저를 응시하는 도르프의 눈빛이 보였다.
진지했다.
웃지 않았다.
“…생각보다 더 강해. 실전 경험이 꽤 있나 보군. 하나라면… 암에 있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암에 있었던 게 문제인가?”
두 사람은 잠시 물러선 채 대화를 나눴다.
어느 정도 서로의 실력을 파악했다.
“문제는 무슨. 이런 실력자를 놓친 암이 참 어리석은 것 같군. 좋은 동료가 되었을 텐데, 아쉬워.”
씨익 웃어 보이는 중년인 도르프의 모습에 하나는 뭐라 말하기 힘든 묘한 찝찝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녀는 지금 싸워야 했다.
‘케일 헤니투스의 부탁은 지켜야지.’
케일이 말하지 않았던가.
버티고 있으라고.
하나는 스스로도 조금 막무가내인 면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선은 존재했다.
우우우우웅-
그녀는 다시 오러를 내뿜으며 도르프에게 달려들었다.
“그래! 와라!”
도르프도 두 주먹을 늘어뜨린 채 하나에게 마주 달려왔다.
우우웅-
오러를 머금은 검이 도르프의 심장을 향해 움직였다.
도르프의 주먹이 하나의 목을 향했다.
그 순간이었다.
“아, 안 돼! 성, 성녀님! 사, 살려-”
멈칫.
하나의 검이 멈췄다.
그녀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그러면 안 되는 걸 알지만,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이 움직였다.
병사 한 명이 난간에 서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놈.
병사들을 발로 차서 죽은 마나 속으로 빠뜨리던 자. 그자가 인상을 구긴 채 발을 들어 올렸다.
“시끄러운 놈! 방해하지 말고 네 마지막 일을 해야지!”
그 말과 함께 병사를 발로 찼다.
하나는 죽은 마나 속으로 떨어지는 병사의 눈동자와 마주쳤다.
저를 간절히 바라보던 눈동자가 질끈 감겼다.
포기한 눈동자였다.
하나의 검이 방향을 틀었다.
“크윽.”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에 몸에 반동이 왔다.
하지만 하나는 그 반동을 무시한 채 병사를 향해 뛰었다.
버티고 있어라.
그 말을 한 이유는 사자족 왕을 이기기 위함이 아니다.
하나도 그 정도는 안다.
버텨야 할 이유는 지금 저 상황을 막기 위함이었다.
“제기랄!”
하나는 욕설을 뱉으며 병사가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그 순간.
콰아아앙!
거대한 굉음이 그녀의 귀를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아.”
그리고 그녀는 안도의 탄성을 흘렸다.
“사, 살았어?”
적군 병사는 눈을 뜬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온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저를 구한 이를 바라봤다.
복면의 남자였다.
부들부들 떨리는 두 손으로 병사의 두 팔을 붙잡아 떨어지는 걸 막았다.
“…아, 안 죽었어.”
병사는 곧 바람이 불어와 그를 감싸며 공중에 띄우는 것을 느꼈다.
안도감이 밀려왔다.
그는 벅찬 마음을 담아 저를 구해준 복면의 남자를 바라봤다.
“뭐야?”
그러나 복면의 남자는 병사를 쳐다보지 않았다.
그를 구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부터는 한곳만을 바라봤다.
“뭐야, 저 자식?”
복면의 남자, 케일은 병사가 떨어진 탑 꼭대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커헉. 컥!”
피를 토하며 난간에 걸쳐진 이가 보였다.
하나가 아니었다.
그놈. 병사들을 발로 차던 그놈이 얻어터져서 피를 흘리며 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크윽!”
그자의 머리채를 잡아 올리는 이가 있었다.
케일은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
뒤에서 은밀히 저 발로 차던 놈을 저지하고 병사들부터 구하려고 했던 케일.
그는 발로 차던 놈의 머리채를 잡고 있는 이를 바라봤다.
그자는 분노에 가득 찬 모습으로, 제 손에 머리채가 잡힌 자에게 말했다.
“다칠지도 모른다고, 가만히 지켜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자족 왕 도르프.
그는 제 수하의 머리채를 움켜쥐고서 속삭였다.
“내 싸움을 방해해? 죽고 싶나?”
케일은 황당했다.
‘…뭐 이런 놈이 있어?’
사자족 왕이 왜 이래? 아니, 그럴 수 있긴 한데. 뭔가 이상한데?
케일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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