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
41화.
하지만 라크는 그 외면에 저 혼자 고개를 끄덕이더니 쭈뼛쭈뼛 입을 열었다.
“모르시면, 제가 설명을 해드려도 될까요?”
분명 소극적인 태도였으나, 할 말은 다 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 케일은 무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필요 없다.”
“그래도.”
케일은 빤히 라크를 응시했다.
푸른 늑대족 아이들 10명을 데려다가, 거기다가 라크까지 끼워서 기사단을 만들라고? 혼자서는 고래족을 무서워하는 라크였지만, 제 동료를 위해 고래족 수장에게 달려드는 놈이었다. 웬만한 사이비 종교는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맹목적인 녀석들을 부하로 만들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하도록.”
케일의 냉정한 목소리에 라크는 어깨가 축 내려갔다. 그런 모습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케일은 제 할 말을 했다.
“아직 어린아이들 보고 기사단? 넌 나에게 아이들의 보호를 부탁했는데 네가 제시한 조건은 모순 같군.”
애들 때부터 기사단을 시키면, 늑대족 성질상 어쩌면 사이비 종교보다 더한, 죽음을 불사르는 그런 단체가 될 것이다. 너무 끔찍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아이들의 의사는? 왜 네가 결정하지?”
케일은 홀로 결정한 라크에게 물음을 던졌다. 라크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뭘 또 죄송할 것까지야.”
슬쩍 고개를 드는 라크에게 케일은 툭 던지듯 말했다.
“일단 네가 나에게 하고 싶은 부탁이 무엇인지는 알았으니, 내가 너에게 받고 싶은 걸 생각해 보지.”
물론 이미 받고 싶은 걸 생각해 두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한 3달 뒤쯤, 험한 산에 묻혀 있는 돈이 되는 고대의 힘이 나타난다. 그리고 약 6개월간 존재하는데, 그 험한 곳을 오르기에는 광폭화한 늑대인간이 제격일 터.
‘그 고대의 힘을 정글의 여왕에게 팔면 설령 백작가가 망해도 평생 먹고살 돈은 구할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냥 파는 게 아니라, 조금 가치를 많이 포장해서 팔 것이지만. 왕은 돈도 많을 텐데, 좀 얻어 쓰면 어떤가?
“제가 필요한 곳이 있을까요?”
케일은 또다시 쭈글쭈글해져서 묻는 라크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 행동에 라크가 더 크게 움츠러들었을 때 케일은 되물었다.
“당연한 질문은 하지 말지? 필요 없을 리가 없잖아.”
아. 라크는 탄성을 터뜨리더니,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네. 거래 내용을 말씀해 주시면 그게 무엇이든 꼭 바로 하고 싶습니다.”
“그래.”
케일은 그 말을 하며 품에서 작은 돈주머니를 꺼내 라크에게 던졌다. 이를 받아 든 라크에게 케일은 말했다.
“오늘 네 동생들 오랜만에 볼 텐데, 수도 구경이나 하다가 와.”
“…구경이요?”
“그래. 수도 같은 도시는 처음 아닌가? 맛있는 것도 먹고 그래.”
애들을 다 내쫓아야 편한 대화가 가능하지 않겠는가.
“온과 홍도 같이 갈 테니까, 길 잃을 일은 없을 거야.”
냐아아옹.
냐아옹.
케일의 말에 그제야 마차 구석에 조용히 있던 온과 홍이 제 존재감을 드러내며 라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앞발로 라크의 다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만해, 온, 홍. 간지럽잖아.”
라크가 귀엽다는 듯 온과 홍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나, 케일이 보기에 고양이들은 진지한 앞발공격 중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케일은 생각했다.
‘나중에 늑대 애들은 한스에게 맡겨야 되겠어. 아니면 보모를 뽑든가.’
요리 잘하고 깔끔한 사람이면 좋을 것 같은데. 순간 케일은 한스를 제외하고 보모가 될 만한 이를 떠올리다가 문득 제2주방장이자 론의 아들인 비크로스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케일의 얼굴이 묘하게 떨떠름해졌다.
요리 잘하고 깔끔하고 평소에는 정상적이고. 가문 사람들 안에서는 예의도 바르다 알려진 비크로스. 하지만 그러면 뭐 하나, 고문을 사랑하는 돌아이인데. 순수한 늑대 아이들의 인성을 말아먹을 순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최한과 딸려 보내야지.’
꼭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브렉 왕국에 최한, 로잘린과 함께 가서 대공 고문을 해야 하는 비크로스였다. 케일은 늑대 아이들을 책임지고 돌볼 이로 누가 적당한지에 대해 고민하며 목적지에 도착한 마차에서 내렸다.
“따라와.”
케일은 긴장한 듯 서 있는 라크의 어깨를 툭 두드렸고 라크는 온과 홍을 품에 안은 채 여관 안으로 들었다.
“어서 오세요! 포도 향이 가득한 곳입니다! 일행 있으신가요?”
어린 점원의 인사에 케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반대편 문으로 향했다. 현재 여관 뒤쪽의 별채에 최한이 데려온 이들이 묵고 있었다.
점원이 따라오려고 했으나, 케일은 이를 막으며 거침없이 별채로 향했고 별채 현관문 앞에 서자마자 그는 라크에게 눈짓했다.
“네 동생들이니, 네가 먼저 문을 열어.”
“네, 네!
쭈뼛거리며 다가온 라크는 고양이들을 내려놓고 문고리를 잡았다. 광폭화로 정신을 잃은 후 처음 보는 동생들일 것이다. 케일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섰다. 왠지 저 안의 광경이 보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달칵. 라크가 문고리를 돌렸고 문이 열렸다. 그리고 마침내 별채 안의 광경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거실의 풍경이 보였다. 안락한 공간이었다.
“어휴.”
그러나 케일은 두 걸음 더 뒤로 물러섰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형.”
“형아.”
“오빠.”
“라크 오빠.”
10명의 아이들이 라크에게로 달려왔고 라크도 그 아이들에게 달려들어 서로 얼싸안았다. 감격적인 상봉 현장이 케일의 눈앞에 펼쳐졌으나 케일은 실제로 체감하는 10명이라는 숫자에 고개를 돌려 외면했다.
그 와중에 케일에게 반가운 이가 다가왔다.
“…공자님.”
“오랜만이군, 빌로스.”
빌로스에게 이 별채로 가라고 한 이가 케일이었다. 케일은 빌로스의 얼굴이 웃고 있지만 살짝 긴장한 것을 보며 빌로스 뒤에서 다가오는 남자에게 시선을 두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케일 공자님.”
“그대가 함께 온 상단주인가?”
60대의 남자. 선한 인상에 푸근한 체격의 이 사람이 최한에게 푸른 늑대족 관련 의뢰를 했던 인물이었다.
“네. 최한 씨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자님.”
“영광까지야. 망나니 얼굴 보는 게 무엇 대단하다고.”
케일은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 손을 남자는 잡으며 제 소개를 했다.
“오데우스 플린입니다.”
케일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오데우스 플린. 플린 상단 상단주 자리의 유력한 후계자였으나 이를 포기하고 작은 상단을 꾸리며 살아가는 인물.
빌로스의 큰아버지였다.
최한과 빌로스를 엮어주었고, 빌로스의 감춰둔 탐욕을 일깨운 자.
‘론보다 더 음흉한 인물이지.’
작은 상단을 꾸린 척하지만 사실은 뒷세계에서 새로운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인물이었다. 누군가에는 착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한없이 악한 사람. 그것이 오데우스였다.
그리고 그의 양면을 모두 아는 이는 현재 케일이 유일했다.
케일은 아무것도 모른 척 오데우스와 인사를 나눴다.
“플린이라. 빌로스와 관련된 사람이었군. 반갑네.”
“저도 놀랐습니다. 공자님의 아는 분이 빌로스일 줄은 몰랐습니다. 빌로스는 어릴 적 보고 처음 보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요 근래 좋은 인연들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빌로스는 오데우스를 보며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플린 상단을 박차고 나가 소소하게 사는 사람. 그리고 선하다고 알려진 큰아버지. 빌로스의 어린 시절, 유일하게 좋게 기억되는 인물이었다.
‘뭐, 빌로스에게는 좋은 사람이지.’
케일은 오데우스의 손을 놓으며 빌로스에게 말했다.
“위층에 가서 술 한잔하지.”
별채는 2층으로, 위층에는 작은 바가 있었다. 물론 케일은 오데우스에게도 말을 전해두었다.
“최한과 로잘린이 곧 올 테니, 그때 같이 회포를 풀면 될 거야.”
“네. 저도 언젠가 공자님과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군요.”
케일은 미소를 그리며 오데우스에게 말했다.
“곧 한번 마시도록 하지.”
케일은 복잡한 얼굴로 서 있는 빌로스의 어깨를 툭 치며 이 층으로 향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앞을 10명의 아이들이 막아섰다.
“감사합니다! 공자님.”
“감사합니다.”
케일은 인사하는 10명의 아이들을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골치 아픈데.’
상당히 강해질 것 같은, 그런 아우라를 풍기는 아이들이 10명이었다. 분명 부모와 친척, 다른 형제들이 죽었음에도 강인하고 또렷한 눈동자를 가진 10명의 아이들은 아직 순수함과 고마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주 어린애들도 없었다. 대부분이 10살에서 13살 사이로 보였다.
‘보모가 아니라 훈련 교관을 붙여도 될 것 같은데.’
그러나 훈련 교관을 붙이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케일은 대충 라크에게 나가보라 손짓했다. 그리고 뒤돌아 2층으로 향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무시했건만 케일은 뒤에서 감사하다고 계속 말하는 늑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덕분에 뒤통수가 서늘해져 왔다.
그런 그에게 빌로스는 2층 방에 들어서자마자 물었다.
“공자님,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계시는 겁니까?”
그 말에 케일은 고민 없이 가벼이 답했다.
“나의 안락한 노후를 위해 움직이고 있지?”
빌로스는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으며 찬장에서 술과 술잔을 꺼내왔다. 그러고는 케일의 맞은편에 앉아 제 술잔을 채워 들이켰다.
“…너 지금 나는 안 보이니?”
“…속이 타서요. 죄송합니다. 공자님.”
빌로스는 거의 반병 정도를 연속으로 잔을 채워 들이붓더니, 케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니, 살폈다. 망나니였다가, 이제는 그리 살지 않겠다고 한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을 만나러 와서 큰아버지를 보게 될 줄이야. 빌로스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다시 술잔을 채우려던 빌로스의 손짓을 케일이 막아섰다. 그는 술병을 쥐 어들며 빌로스의 잔을 채워주었다.
“뭐 때문에 그리 속이 타는지 몰라도, 혼자서 그렇게 들이켜면 쓰나?”
“…공자님.”
케일은 빌로스의 잔을 채워주며 그의 물음에 답했다.
“그래.”
“오데우스 님은 제 혈연상으로 큰아버지이십니다.”
오데우스 님. 플린이라는 성이 허락되지 않은 빌로스는 큰아버지를 제대로 부를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그는 빌로스의 어린 시절, 유일하게 따뜻했던 어른이기도 했다.
‘영웅의 탄생’에서 오데우스는 빌로스에게 말했다.
‘넌 내 조카라고,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너에게도 자격이 있단다.’
그 말이 빌로스에게 하나의 시발점이자 기폭제가 되어버린다. 그리고 오데우스를 통해 알게 된 최한. 그의 힘에 매료된 빌로스는 최한을 따르며, 또한 상단주 자리를 향해 후계자 경쟁에 뛰어든다.
“공자님, 왜 오데우스 님은 플린이라는 성을 받았음에도 작은 상단의 주인을 하는지 궁금하지 않으십니까?”
궁금하지 않기는. 이미 알고 있다니까. 서북부와 중부의 뒷세계는 꽉 잡고 있는 오데우스였다. 케일은 제 술잔도 채우며 무심히 답했다.
“내가 플린이라는 이름을 궁금해해야 하나?”
그리고 그 채운 술잔의 술을 삼키며, 케일은 웃고 있는 빌로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렇군요. 플린이라는 이름이 그렇게 높은 이름은 아니지요.”
“그렇지. 너나 오데우스나. 너도 플린이잖아.”
“…전 서자입니다만.”
케일은 코웃음을 치며 빌로스의 말에 답했다.
“네가 서자라고 해서 플린이 아닌 건 아니잖아? 남들은 다 네가 플린이라고 생각해.”
비록 가문 안에서는 빌로스에게 플린이라는 성을 주지 않았지만, 남들은 모두 서자인 그를 플린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서자인 그를 무시하는 외부인은 없었다. 3대 상단 중 하나인 플린이라는 이름은 꽤 거대했으니까. 그게 사실이었다.
빌로스는 케일을 빤히 응시하다가 이내 그의 술병을 뺏어 들며 케일의 잔을 채웠다.
“공자님.”
“왜?”
“참 공자님은 맞는 말씀을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좀 그렇지.”
“그래서 말인데요.”
“어.”
“그간 빌려간 장비들로 도대체 뭘 훔치셨습니까?”
빌로스는 그 순간 케일의 입가에 그려지는 미소를 볼 수 있었다. 케일은 채워진 술잔을 들고서 여유로이 말했다.
“하나는 훔쳤고. 나머지는 곧 훔칠 거야.”
용은 구했고. 나머지는 이제 내일이었다.
빌로스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뭔가를 훔친다고 말하는 귀족가 자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눈앞에 있다.
“저도 하면 안 됩니까?”
빌로스의 물음에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안하지만.”
탁.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케일은 그의 말에 답했다.
“이미 자리 다 찼어.”
부려먹을 인간 및 종족 목록은 이미 케일의 머릿속에 다 채워져 있었다.
“하, 하하.”
빌로스는 한참 동안 웃더니, 술로 가득 찬 잔을 한 번에 들이켜고는 탁, 테이블 위에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전 그럼 다른 걸 훔쳐야겠군요.”
빌로스는 이미 훔칠 것을 정해두었다. 플린 상단의 후계자.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되어야 했다. 자신의 탐욕이 가장 크고 깊었으니까. 그런 그에게 케일은 말했다.
“그러든가.”
그 말에 빌로스는 결국 한 번 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케일은 빌로스가 웃거나 말거나 그가 오데우스를 만났다는 점에서 오늘 이 만남의 목적은 끝이 났다 생각하며 여유로이 술을 즐겼다.
물론 내일의 일 때문에 케일은 조금만 즐기고 홀로 먼저 저택으로 돌아왔다. 밤부터 움직여야 했기에 케일은 이른 저녁 잠시 잠에 들고자 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럴 수가 없었다.
“론?”
론이 케일에게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도련님. 이 론이 부탁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부탁?”
론은 고개를 들며 케일에게 말했다.
“제 아들 좀 부탁드립니다.”
“아들? 비크로스 말인가?”
“네.”
“왜?”
케일은 처음으로 론의 얼굴에서 인자함이 사라지고 그 위에 나타나는 그의 진짜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암살자의 얼굴로 론은 말했다.
“여우 사냥을 가야 해서 말입니다.”
노인이어도 아직 그는 암살자였다. 몸을 다시 편 채로 론은 케일에게 말했다. 그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입꼬리만 살짝 위로 올라가 기이한 표정이었다.
“제가 사람 죽이는 놈이라는 걸. 우리 도련님은 아시지요?”
케일은 취하지도 않은 술기운이 훅 올라오는 것 같았다. 뒷골이 서늘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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