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21
420화.
케일은 심장이 뛰었다.
바람과 불이 몸 안에서 서서히 힘을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가.
그러나 케일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우리가 고대의 하얀 별과 싸우기 힘들었던 이유는 저 어둠과 빛 때문이었다.
짱돌이 말했고, 먹보가 이어 말했다.
-결국 우리는 하늘의 빛과 어둠에 고스란히 노출된 채 살아가는 존재. 그 영향을 안 받을 수가 없어.
어둠의 속성을 지니지 않은 이들은 저 검은 장막 아래에서 약해진다고 했다.
우우웅-
케일은 붉은 소용돌이 너머 곰족 왕과 사자족 왕을 감싸는 검은 기운이 보였다.
검은 기운은 풀과 나무에 닿을 때는 검은색을 유지했으나, 그림자와 밤하늘에 닿을 땐 그 색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인간아! 저래서 보이지 않았나 보다!
어둠에 닿을 때 보이지 않는 도르프의 검은 기운.
케일은 라온의 말에 수긍하면서 몸 안 고대의 힘을 계속 일으켰다.
“공자님.”
“물러서세요.”
성자 잭은 케일의 단호한 말에 다가오던 것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휘이이-
바람과 불이 뒤섞인 소용돌이가 케일을 중심으로 점점 더 커져갔다.
잭은 어느새 곁에 온 비크로스와 그의 등에 업힌 클로페를 보고 뒷걸음질 쳤다.
“호오, 우리랑 싸울 생각인가?”
도르프가 저를 감싼 어두운 기운을 손으로 움켜쥐며 내려쳤다.
쿠웅!
검은 장창이 바닥에 꽂혔다.
“내 어둠 아래에서는 약할 텐데? 되겠나?”
그의 목소리가 케일을 향한 비웃음을 담았다. 그 순간 붉은 회오리 중심에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로잘린 씨! 에르하벤 님!”
케일은 로잘린과 에르하벤을 재촉했다.
텔레포트 마법진. 빨리 그것을 펼쳐 수도로 인원을 보내야 했다.
‘…느려.’
그런데 이상했다.
로잘린은 한차례의 전투 후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에르하벤이 평소보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펼치는 것이 느렸다.
누구보다도 마법 캐스팅이 빠른 고룡이 아니었던가?
그러나 그들은 케일의 생각과 달리 서두르고 있었다.
“느려!”
로잘린은 입술을 깨물었다.
일그러진 얼굴의 그녀가 제 손을 내려다봤다. 붉은 마나가, 텔레포트를 펼치기 위해 모이는 마나의 속도가 느렸다.
마법을 펼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
마치, 평소보다 4분의 1은 느린 세상에서 마법을 펼치는 것 같았다. 그 순간, 그녀의 귓가로 도르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했던 것 같은데. 어둠 속성을 지니지 못하면 약해진다고. 내 힘을 우습게 보면 곤란해.”
아.
로잘린은 탄식을 흘렸다.
마나는 살아 있는 존재.
어둠 속성과는 반대 지점에 서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제 몸과 주위의 마나들이 느리게 움직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검은 장막 아래, 마나들도 로잘린의 부름에 답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지만, 마치 늪을 걷는 것처럼 장애물이 많아 힘겨울 수밖에 없었다.
‘어떡하지?’
로잘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집중해!”
그때, 그녀를 일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르하벤 님?’
고룡의 목소리에 로잘린의 시선이 그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나 보지 말고, 집중해!”
멈칫. 움직이던 로잘린의 고개가 멈췄다. 그녀는 이내 깨물었던 입술을 떼어내며 두 손을 앞으로 뻗었다.
맞다. 에르하벤 님의 말대로 집중할 때다.
지금은 이 느린 마나를 끌어당겨 늪에서 벗어날 때였다.
로잘린이 집중하려던 순간, 곰족 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야, 정말 용이라도 느린데? 아닌가? 고룡치고는 너무 느린데. 상태가 정상이 아닌 건가?”
뭐?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고?
로잘린은 멈칫했다. 다시 한 번 시선이 에르하벤에게 향하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우우웅-
검은 장창이 로잘린을 향했다.
“이대로 둘 수는 없지 않겠나?”
도르프는 검은 장창을 던졌다.
로잘린은 저에게 향하는 검은 창을, 점점 커지고 거대해져 결국 화살이 되어 날아오는 검은 것이 보였다.
채앵!
하지만 그녀의 앞을 렉스 경이 막았다.
“수도로 가야 합니다.”
“서둘러.”
하나가 검을 뽑아 들고서 렉스 경 옆에 섰다.
‘그래, 지금은 다른 것이 먼저야.’
로잘린은 렉스 경과 하나의 등을 보며 두 눈을 감았다. 텔레포트가 먼저다. 수도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알 수가 없었다.
동료들을 믿어도 괜찮았다.
“메리, 타샤!”
로잘린은 케일이 둘을 부르는 목소리에 바깥일은 관심 끊고 텔레포트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가는 이가 있었다.
그 사람은 메리였다.
그녀의 손에도 검은 창이 만들어졌다. 그녀가 흡수한 죽은 마나였다.
쿵! 쿠웅!
하늘에서 다크엘프들이 땅으로 내려섰다. 그 선두엔 타샤가 있었다.
그녀는 도르프의 검은 화살을 향해 달려들었다.
휘이이. 바람이 그녀를 화살처럼 빠르게 만들었다.
“메리!”
“네.”
메리는 만들어진 검은 창을 앞으로 쏘았다.
탁.
타샤가 이를 움켜쥐었다. 다크엘프였기에 만질 수 있는 무기였다.
그녀는 바람이 되어 메리의 창을 들고 도르프의 검은 화살로 다가가 이를 내려쳤다.
콰아아앙!
검은 폭발이 일었다.
렉스 경은 입을 열었다.
“막은 건가- 아!”
하지만 그는 튕겨 나오는 타샤를 볼 수 있었다.
“크윽!”
그리고 여전히 그들을 향해 날아오는 도르프의 거대한 검은 화살이 보였다.
“제기랄!”
렉스는 거친 욕설과 함께 검은 화살을 향해 달려드는 붉은 회오리바람을 보았다.
케일이었다.
그는 로잘린에게 향하는 도르프의 힘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둠 아래라면, 메리와 다크엘프들도 강해질 텐데!’
그는 폭발한 메리의 창과 튕겨 나오던 타샤를 떠올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골렘은 강해지면서, 왜?’
사자족 왕 도르프가 메리의 힘과 다크엘프 타샤를 이길 정도로 엄청나게 강한 건가?
-아냐.
…뭐?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분명히 죽음에서 태어난 자라고 했다.
짱돌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저 어둠 아래에서, 죽음 속에서 태어난 존재는 강해진다. 반대로 어둠의 속성을 지니지 못한 자는 약해지지.’
짱돌은 어둠의 속성을 지닌 이가 강해진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죽음 속에서 태어난 존재. 그건 생명력과 무관해야 돼.
케일은 지금 이 검은 장막 아래에서 유일하게 강해진 존재를 떠올렸다.
골렘.
골렘만이 광폭해졌다.
-네크로맨서, 다크엘프, 흑마법사. 이 세 존재는 이 검은 장막 아래에서 강해지지도 약해지지도 않는다.
케일은 도르프의 검은 화살에 도달했다.
화살이라기엔 너무 거대해, 마치 뾰족한 벽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네크로맨서도, 다크엘프도 모두 있는 그대로의 것을 쓰는 자들이다.
네크로맨서는 뼈를, 다크엘프는 기존 세상에 존재했던 힘을 자기들 방식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흑마법사는 다르지. 그들은 흑마법을 사용해 죽음에서 무언가를 만든다.
케일은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골렘을 떠올렸다.
“공격해라!”
쿠웅. 쿠웅.
도르프의 명령을 따라 괴성과 함께 탑을 향해, 케일 일행을 향해 다가오는 흑마법사가 조종하는 거대한 괴물.
-도르프와 하얀 별을 흑마법사들이 따르는 이유지. 자신들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터를 만들어주거든.
즉 지금 이 검은 장막 아래에서 더 강해지는 존재는 골렘뿐이란 소리였다.
“렉스 경, 맡긴다!”
“네!”
소드 마스터 하나가 골렘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다크엘프 전사 몇몇과 비크로스도 골렘에게 향했다.
도르프의 명령도, 골렘의 공격도, 아군의 움직임도.
모두 몇 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 속에서 케일은 검은 화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저걸 막아야 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로잘린과 에르하벤이 마법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것.
케일은 고대의 힘을 일으켰다.
역시 어둠 아래라서 힘이 모이는 속도가 느렸다.
-…난 힘들어.
먹보 신녀가 말했지만, 케일은 몸 안의 힘을 일으켰다.
그 순간.
쿵!
심장이 크게 뛰었다.
부서지지 않은 방패 속에 머무는 심장의 활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방패와 심장. 심장의 활력이 방패 속에 들어감으로써 힘을 합쳤지만, 여전히 별개의 힘이 느껴지는 존재들.
부서지지 않는 방패가 사람이라면 심장의 활력은 그의 심장이 되어, 자신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알렸다.
늘 말없는 존재가 힘을 드러냈다.
그때.
-난.
파괴하는 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골렘, 흑마법사들과 싸우다 죽었다.
골렘과 싸웠던 전사. 파괴하는 불.
-그때도 어두웠다. 하늘은 검었다.
지금처럼 어둠 속성을 지니지 못한 이들이 약해졌을 때.
-그때 나는 타올라야 했다.
파괴하는 불은 어느 때보다도 힘을 끌어 올렸다. 셀 수 없이 많은 검고 큰 괴물이, 그걸 조종하는 흑마법사들의 지시에 따라 검은 하늘 아래 저 멀리서부터 파도처럼 밀려왔을 때.
파괴하는 불은 가장 앞에 섰다.
-내가 유일한 빛이었거든.
불도 빛이었다.
쿵!
케일은 다시 한번 심장이 크게 뛰었고, 순간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적금빛 벼락이 그의 손에서 일어났다.
그때였다.
-난 말이야.
바람의 소리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둠과 빛에서 자유로워.
그녀는 허스키한 목소리에 웃음기를 담았다. 가볍게 전하는 말이 케일의 머릿속에 박혔다.
-왜냐하면 난 바람이니까.
땅이든, 하늘이든, 어둠이든, 빛이든.
바람을 막는 것은 없다.
어디로든 통하는 유일한 존재.
적금빛 벼락에 바람이 머금어졌다.
케일의 손안에 거대한 힘이 모여들었다.
-잡아.
-잡아도 돼.
케일은 바람과 불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뻗었던 손을 움켜쥐었다.
검은 화살의 촉.
그것을 케일이 움켜쥐었을 때.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이런!”
도르프의 입에서 다급한 음성이 터졌다.
콰앙!
짧은 충돌음과 함께 도르프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크윽!”
그는 검은 막을 드리운 채 신음을 토해냈다.
그의 시야에 검은 화살이 사라지고, 흩날리는 적금빛 가루가 담겼다.
그 적금빛 재를 뚫고, 붉은 회오리가 보였다.
치지직, 치지직!
검은 장막을 깨부수려는 듯 이글거리는 적금빛 전류.
그 전류를 머금은 두 손이 검은 장막을 내려쳤다.
쾅! 쾅!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 소리 사이로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말했지? 끝까지 가보자고.”
검은 장막 너머, 도르프는 저를 응시하는 케일의 눈동자가 보였다.
“…어떻게 어둠 아래서 그대로지?”
도르프가 의문을 토해냈지만, 케일은 비웃음을 날렸다.
“몰라. 알아야 돼?”
알 필요가 있나?
“지금 내가 끝까지 한다는 게 중요하지?”
벼락을 머금은 주먹이 다시 한번 검은 장막을 향해 내려쳤다.
그 순간, 케일은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인간아! 숙여라!
라온의 목소리에 막 반응해 고개를 숙였을 때, 케일은 위에서 내리꽂히는 빛의 창을 스치듯 볼 수 있었다.
콰아앙!
그리고 그것은 라온의 검은 실드가 막아섰다.
라온도 에르하벤과 로잘린처럼 캐스팅이 느렸지만, 제때에 마법을 펼쳤다.
“나도 있는데?”
얄궂은 미소를 지어 보이는 곰족 왕이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보였다.
-인간아! 저 곰족 왕은 내가 맡는다! 깐죽거리는 게, 우리 인간이랑 왕세자가 하는 건 괜찮은데 저놈이 하니까 짜증 난다!
안 돼.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간은 약한 척 자꾸 하는 재수 없는 도르프 맡아라!
안 된다.
자신이 도르프를, 라온이 곰족 왕을 이렇게 맡아서는 안 된다.
“됐어요!”
그때, 케일에게 로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시선을 힐끗 빠르게 돌렸고 로잘린을 감싼, 막대한 붉은 마나의 기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안 되지.”
도르프가 검은 장막 속에서 다시 한번 창을 내던졌다.
케일은 이를 뒤로 물러서는 것으로 피했다.
콰앙!
케일이 있던 자리에 검은 창이 폭발하며 그 잔해가 회오리치듯 일어났다.
“도련님.”
물러선 케일의 곁에 은밀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론이 보였다.
눈이 마주친 노인은 바로 물었다.
“누가 갑니까?”
수도에 누가 가야 하냐는 말이었다.
-바로 갈 수 있다.
에르하벤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백금빛 마나도 일렁였다.
케일은 빠르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로잘린과 에르하벤. 라온을 제외하고 마법의 힘을 지닌 이들은 다 가야 한다.
수도를 공격할 거라 예상되는 것은 비행선이니까.
비행 마법이나 원거리 공격은 마법 쪽에서 해줘야 했다.
‘렉스 경, 하나, 잭.’
렉스, 태양신 쌍둥이도 가야 한다. 수도에 그들이 있어야 사람들이 안심할 터.
‘그리고.’
메리도 가야 하고, 다크엘프들도 가야 했다.
그 비행선에 흑마법사가 있다면 이들이 막아야 했다. 또한 골렘도 있을 수 있으니까.
“도련님.”
케일은 저를 쳐다보는 론을 응시했다.
자신을 대신해 론도 가야 했다. 에르하벤 님도 있지만, 가장 여러 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이는 론이었다.
그리고 론에게 클로페를 맡겨야 한다.
또 적군 기사들을 대비해 비크로스도 가야 했다.
“…도련님!”
“어?”
케일은 그 순간, 다급한 론의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론이 케일을 끌어당겼다.
고개를 돌린 케일의 시야에 빛의 창이 여러 개 보였다.
“내가 보기엔 말이야. 케일 헤니투스, 너를 어떻게 다치게 하거나 공격하면 여기 있는 인원들이 못 떠날 것 같아.”
부드럽게 웃어 보이는 곰족 왕의 손이 케일을 향했다.
“공격해.”
우우웅-
빛의 창들이 곧바로 케일을 향했다.
-인간아!
라온이 다급히 실드를 펼치려 했다.
“나도 해볼까.”
그러나 그 순간, 도르프가 로잘린을 비롯한 일행을 향해 작고 검은 창을 수십 개 날렸다.
“라온, 저걸 막아!”
케일은 그렇게 말하며 론을 제 등 뒤로 보내고 부서지지 않는 방패를 일으켰다.
-…힘들어.
아.
먹보 신녀의 힘겨운 목소리와 함께, 평소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약한 은빛 방패가 생겨났다.
케일의 힘 중 어둠 아래에서 가장 힘겨워하는 존재가 나무였다.
“제길!”
케일은 그래도 일단 방패를 펼쳐 들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곧 폭발음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도르프의 검은 화살은 일행을 감싼 라온의 실드가 막았다.
그리고 곰족 왕의 빛의 창도 케일에게 닿지 못했다.
“…어?”
최한?
케일은 제 방패 앞에 선 최한이 보였다.
그는 날아오는 수십 개 빛의 창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 검이 움직였다.
“…어떻게-”
케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빛나는 검은 오러가 최한에게서 피어올랐다.
그리고 한 형상을 만들었다.
용이었다.
드래곤이 아닌, 지구에서 많이 보았던 동양의 용.
최한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그었다.
“가라.”
검 끝을 타고 반짝이는 검은 용이, 드래곤과 달리 날개 없는 기다란 형태의 용이 빛의 창 수십 개를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케일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넋이 나간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정수-”
1등급 능력자 최정수.
그의 능력 중 가장 유명한 ‘하얀 미르’.
색은 검었지만, 분명 저 용은 최정수에게 생겨난 능력이었다.
“…최정수?”
케일의 눈동자에 과거의 기록이 해일처럼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기록들이 다가온다.
그의 시야를 덮어버릴 것 같았다.
그때였다.
방패를 등지고 있던 이가 몸을 돌렸다.
“케일 님.”
최한과 케일의 시선이 부딪쳤다.
“접니다.”
아.
그제야 케일은 밀려오던 기록들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최정수의 힘을-’
어째서 최한이 최정수의 힘을 사용하는 것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케일은 이어진 최한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저, 케일 님, 라온 빼고 보내죠.”
케일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로잘린, 에르하벤이 보였다.
그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해.”
시종 론이 고개를 숙인 순간.
우우우우-
숲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먼저 가마.
케일은 에르하벤의 말에 씨익 미소를 그렸다.
그의 눈동자에 숲을 가로지르는 붉은 마나와 백금빛 마나가 보였다.
“…설마?”
곰족 왕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한, 라온, 케일을 뺀 모든 아군의 발밑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후방의 병사들까지……!”
곰족 왕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숲을 가로지른 마나들은 숲 밖으로 물러나 있던 아군 기사와 병사들의 발밑에도 텔레포트 진을 만들었다.
케일은 가벼이 웃으며 말했다.
“설마 용에 차기 마탑주가 몇 명 데리고 간다고 이렇게 오래 캐스팅을 하겠어?”
우우우웅-
텔레포트 마법이 시작되었다.
“막아!”
곰족 왕이 골렘 조종석 흑마법사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텔레포트 진을 실행한 로잘린과 에르하벤에게로 달려들었다.
‘이렇게 많이 가면 수도 파괴가 힘들어진다!’
이제 하얀 별의 존재를 서서히 세상에 제대로 드러내야 한다.
그 첫 타깃이 모고르였다.
그걸 망칠 수 없었다.
“누구 마음대로 막아?”
하지만 그의 앞을 최한이 막아섰다.
케일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곰족 왕을 최한이 맡는다.
-인간아! 내가 도르프 맡는다! 그런데 이상하다.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지금은 마법 평소처럼 쓸 수 있는 것 같다! 적응한 건가? 역시 난 위대하다!
라온이 도르프를 막고.
케일은 서서히 바람에 제 몸을 맡겼다.
그의 몸이 위로 떠올랐다.
“이러면 딱 맞아.”
나는 골렘들을 파괴해야 하니까.
셋. 딱 균형이 맞았다.
-맨 정신으로 얼른 수도로 와라.
파아앗!
백금빛과 붉은빛이 폭발하듯이 퍼지며 텔레포트가 시작되었다.
케일은 이동하는 일행을 공격하려는 골렘들에게로 달려갔다.
-케일, 검은 장막 때문에 하늘에서 불벼락을 내리치는 건 힘들다.
파괴하는 불의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먼저 떠나는 일행을 등지고 섰다.
쿵. 쿵. 쿵.
맨 앞의 골렘이 도끼를 치켜들며 달려왔다.
-그래서 나는 그때 내 주먹으로 다 부쉈지.
파괴하는 불이 불벼락을 내리치기만 했다면 전사가 아니었다.
그가 전사였던 이유는, 직접 부딪쳤기 때문이다.
-너의 몸은 체력도 형편없고, 터무니없이 약하다. 숨이 찰 것이고, 금방 지쳐 쉬고 싶고, 도망치고 싶을 것이다.
케일도 첫 번째 골렘을 향해 앞으로 나아갔다.
골렘의 도끼가 그를 향해 휘둘러졌다.
파괴하는 불의 전사가 물었다.
-할 수 있겠나?
“어.”
케일의 주먹이 앞으로 뻗었다.
낙법도 모르는 주제에 철판때기 들고 달려들던 놈이 김록수, 자신이었다.
끝까지 간다.
케일은 그 말의 무게를 알고, 그 말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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