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34
433화.
케일은 침묵했다.
어느 때보다도 머릿속이 복잡했기 때문이다.
‘…정말로 헤니투스 가문이 후작이 된다면……!’
아니, 공작이 된다면!
안 그래도 돈도 많은 데다, 해군 병력에 최고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고 공후작 작위까지 받은 집안을 머릿속에 그리자, 케일은 백수가 저 멀리 아득한 환상이 되어 저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에이, 설마.’
로운 왕국 귀족들이 미쳤다고 한 가문에 돈, 권력, 명예를 집중시키겠어? 그리고 알베르 크로스만 왕세자가 얼마나 똑똑한 인간인가? 그 인간이 케일을 아무리 믿는다고 해도 그의 집안에까지 권력을 밀어주겠는가?
“공자님, 괜찮아요?”
케일이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위티라가 묘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공자님, 왜 다 거절합니까?”
관직, 작위, 명예. 그 모든 것을 다 거절하는 케일 헤니투스가 아무리 보고 또 봐도 이상했다.
“왜긴.”
케일은 퉁명스러운 얼굴로 투덜거렸다.
“그런 건 귀찮아. 안 그래도 할 일 많은데.”
하얀 별 저놈 치워놓고 나서도 정말로 할 일이 많았다.
안 그래도 이수혁 팀장이랑 한 약속 때문에 백수가 되어서도 농사를 지어야 할 판국이다.
농사가 어디 쉽나?
평생 도시에서만 살아온 김록수였다. 차라리 동대륙 ‘희망과 모험을 사랑하는 여관’에서 서빙하는 일이 더 몸에 익숙했다.
‘농사 공부도 해야 해.’
기껏 논밭 만들어서 농사를 짓는데, 허투루 하면 되겠는가? 최소한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
‘애들도 옆에서 볼 거 아냐?’
평균 9세들도 케일이 농사짓는 것을 옆에서 볼 것이다. 그런데 케일이 농사를 대충 짓는다? 그냥 씨만 뿌리고 쳐다도 안 본다?
아무리 케일이 애들 교육에 관심이 별로 없다고 해도 그건 아니었다.
백수가 되면 놀고, 먹고, 쉬고, 자고, 거기다가 농사까지 지어야 한다.
농사 때문에 쉴 틈이 안 생길까 봐 걱정이구만, 무슨 관직? 작위? 하나도 필요 없었다.
혼자서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한 케일의 모습에 위티라는 탄식처럼 말했다.
“…공자님, 하얀 별을 막아서는 일이 정말 힘들긴 하죠. 하지만 본인이 챙겨야 할 건 챙겨야죠.”
음?
케일은 위티라의 행동에서 무언가를 느꼈다. 뭔가 제 말을 착각해 아주 희생적인 사람을 보는 듯한 눈빛. 케일은 그 눈빛을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얀 별 얘기 아냐. 지금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얘기지.”
“미래요?”
“그래. 내가 농사를 지어야 하거든.”
암, 그렇고말고. 처음에는 작은 텃밭 수준으로, 키우기 쉬운 작물들을 뿌릴 것이다.
“…농사요?”
“어. 하얀 별 없애면 내가 뭐 할 일이 있겠어? 그냥 어둠의 숲에 가서 조용히 지내는 거지.”
케일은 상상만 해도 흐뭇했다.
해리스 마을에 세워진 별장, 어둠의 숲 안에 있는 짱돌 저택과, 쉐리트와 라온의 성. 그 휘황찬란한 곳에서 한적하게 살면 그게 바로 백수의 삶이 아니겠는가?
“…어둠의 숲에서 조용히요?”
“그래. 어때? 좋은 생각이지?”
케일은 행복한 미래에 절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시선이 북부의 바다 저 멀리를 바라봤다.
‘동대륙 여관에서 돈 들어오는 걸 연금처럼 여기고 안락하게 사는 거지. 끝내주네!’
케일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위티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녀는 뭐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어둠의 숲.
그곳이 어떤 곳인가?
서대륙에서 가장 기이하고 강한 괴물들이 상시 존재하는 곳으로, 아무리 드래곤이 있다고 하더라도 늘 경계심을 곤두세워야 했다.
그래서 헤니투스 영지가 거대한 석벽을 세워 어둠의 숲과 영지를 분리하지 않았던가?
또한 헤니투스 가문은 오랫동안 어둠의 숲으로부터 로운 왕국을 수호하는 가문으로 알려져 왔다.
하얀 별을 처리한 후의 세상.
케일의 말대로 왕국이나 종족 간의 전쟁만 없다면 세상은 대체로 평화로워질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케일 공자는-
‘…작위도 관직도 다 버리고 그 험한 어둠의 숲에서 가서 그곳이 늘 평화롭도록 지키겠다는 소린가?’
아니지. 그게 다가 아니었다.
‘그 험한 어둠의 숲에서 농사를 짓겠다고? 그 땅을 풍요로운 곳으로, 세상을 이롭게 할 곳으로 만든다는 소리야? 그것도 조용히 남들 모르게, 부와 명예는 바라지 않고서?’
위티라는 속이 갑갑했다.
그때, 그녀의 귓가에 작은 중얼거림이 들렸다.
“…진짜였어.”
나직하지만 열기 가득한 목소리에 그녀의 시선이 절로 소리가 난 곳으로 향했다. 위티라는 바다를 응시하는 케일을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클로페를 보았다.
클로페는 두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제야!’
클로페는 이제야 케일 헤니투스의 일부분을 알 수 있었다.
지금껏 클로페는 케일이 멍청한 것인지 아니면 너무나 똑똑한 것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았다.
어떨 때는 참으로 감정적이고 멍청한 놈처럼 행동했고,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냉정하게 저를 꼭두각시처럼 휘두르는 인간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클로페는 케일이 멍청한지 똑똑한지 구분하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를 깨달았다.
‘나와 다르다.’
케일 헤니투스, 저자는 욕심이 없다.
그는 늘 욕심이 많다고 말했지만, 그 욕심의 대상이 부와 명예, 권력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욕심.
차마 클로페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욕심을 지녔다.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 욕심이라니!’
다 버리고 어둠의 숲에서 농사를 짓겠다는 말을 듣자, 클로페는 케일 헤니투스의 이 위대한 욕심을 눈치챌 수 있었다.
‘저자는 자신마저도 세상을 위협하는 세력이 되는 것이 싫어 은둔을 택하는 것인가!’
하얀 별이 사라진 세상.
그곳에서 가장 큰 힘을 지닌 집단은 어디일까? 그 집단의 우두머리는 누구일까?
동서대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개인은 누구일까?
모두 케일 헤니투스였다.
그걸 영리한 케일 헤니투스가 과연 모를까?
‘너무나도 명확하게 알고 있겠지.’
그렇기에 케일 헤니투스는 이 세상의 평화를 위해, 더 이상의 분란을 막기 위해 어떠한 힘도 거부하고 은둔을 택하려는 것이리라.
‘그러나 세상에 다시 하얀 별, 혹은 내가 시작한 불굴 연합과 같은 세력이 다시 생긴다면-!’
케일 헤니투스는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것이다.
이 세상의 평화라는 절대 불가능한 욕심을, 너무나도 거대한 욕심을 이루기 위해서.
그 욕심이 너무나도 거대해, 클로페는 결국 케일 헤니투스는 욕심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욕심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정말로 전설이 되겠어.’
기이한 열기가 클로페의 전신을 휘감았다. 의문이 사라지고 모든 것들의 아귀가 딱딱 맞아 들어갈수록 한 가지 생각만이 클로페의 머릿속을 채웠다.
‘케일 헤니투스는 정말 무서운 자다.’
클로페 세카도 전설을 꿈꿨다. 그건 자신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자신을 지우면서 가는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진짜배기야.’
그의 시선이 케일에게서 다른 이에게로 향했다.
최한이 보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어쩔 수 없지, 라는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곁에는 그를 따라 은둔하고, 다시 그를 따라 세상 끝까지 갈 동료들이, 아주 강한 동료들이 존재한다.’
무섭군.
정말 무서워.
클로페는 두려움을 느끼는 동시에 희열을 함께 느꼈다.
‘나도 케일 헤니투스 편이다.’
그의 입꼬리가 한없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는 케일에게 감복한 또 다른 강자를 볼 수 있었다.
“공자님. 당신의 꿈, 꼭 이뤄지길 바랍니다.”
위티라는 갑갑함을 누르며 애써 미소와 함께 부드러이 말을 건넸다. 케일은 반갑게 마주 씨익 웃어 보이려 했지만, 실패했다.
“공자님의 뜻대로 어둠의 숲에 만들어질 비옥하고 드넓은 농토에서 곡식들이 매년 풍성하게 영글기를 빌게요.”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 고래가 뭔 소릴 하는 거야?
드넓은 농토? 무슨 그런 소릴!
케일은 반박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피식.
누군가의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냥 소소한 농사입니다. 드넓은 농토 아닙니다.”
최한이 순한 미소와 함께 위티라에게 말하곤 케일에게로 시선을 돌려 물어왔다.
“케일 님, 그렇죠?”
케일은 최한이 저를 짠한 눈빛으로 보며 말하는 것이 보였다. 그 눈빛은 꼭 김록수가 헛소리했을 때 안쓰럽게 쳐다보던 동료들의 눈빛이었다.
괜히 찝찝한 기분이 들었으나, 케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렇지. 소소한 농사지.”
-인간아! 우리 농사짓나? 뭐 짓나? 내가 마법으로 물 뿌린다! 인간아, 최한이 고추장이랑 된장 만들려면 고추랑 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거부터 농사짓자!
신난 라온의 목소리를 들을수록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해져 갔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위티라와 클로페는 심각해진 케일의 표정에 각자 생각에 빠져들었고, 최한은 혼자서 피식피식 터지려는 웃음을 참았다.
최한은 최정수의 기억 속에서 보았다.
25살의 최정수는 동기이자 동갑 친구인 김록수와 함께 서울 A구역을 담당하는 한국 최대 규모 길드의 길드장을 만났다.
그때 길드장이 김록수에게 제안했다.
‘김록수, 자네 우리 길드에 들어오지 않겠나? 난 자네의 재능을 아주 높게 봐. 최고 대우를 해주마.’
‘싫은데요?’
‘…이유를 물어도 되겠나?’
‘전 그냥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다가 백수할 건데요?’
‘뭐? 그 쥐꼬리만 한 월급만 주고, 명예도 뭣도 없는 회사에서 계속 일한다고?’
‘그래도 정년 보장은 되던데요?’
‘…허, 그 힘든 곳에서 정년까지 묵묵히 일한다고?’
‘묵묵히는 아니지만, 뭐 그렇죠?’
‘허!’
그 길드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대단한 마음가짐이군.’
김록수는 그런 길드장을 희한한 사람 쳐다보듯 바라봤다.
최한은 그때 최정수가 김록수를 보며 느꼈던 감정을 기억하고 있었다.
‘김록수 이 새끼, 또 이러네. 그리고 저 길드장은 백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있는 그대로 알아들을 것이지, 혼자서 상상을 왜 해? 팀장이나 김록수나 똑 닮아가지고. 어휴.’
최정수가 느꼈던 감정은 그것이었다.
최한은 지금 케일, 위티라, 클로페를 보며 최정수의 심정을 이해했다.
투욱. 투욱. 그의 손이 케일의 어깨를 두드렸다.
“뭐야?”
케일이 뚱한 얼굴로 쳐다봤고, 최한이 순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농사 돕겠습니다.”
…이 자식, 아니, 최한 이 인간은 왜 이래?
케일은 기가 찬 심정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메리에게로 가자.”
곧 케일, 라온, 최한은 비장한 표정의 위티라와 한껏 열기 가득한 클로페의 배웅을 받으며, 서대륙 불가사의 중 하나인 ‘죽음의 땅’으로 향했다.
***
3일 뒤, 케일은 로잘린의 배웅을 받으며 텔레포트 진에 올라섰다.
-인간아! 나는 곧 바로 뒤따라간다! 1분 뒤에 보자!
“공자, 축하해요! 최한이랑 메리도 곧 따라간대요.”
“…네.”
케일은 힘없이 답했고, 곧 환한 텔레포트 빛이 그의 시야를 가렸다. 그 사이로 로잘린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공작일지 후작일지 모르겠지만, 공작으로 승격되시길 바라요!”
제기랄!
케일은 로운 왕국 수도에 있는 헤니투스 백작가로 향하는 텔레포트에 두 눈 꾹 감고 몸을 맡겼다.
어젯밤, 그는 죽음의 땅 지하 도시에서 한창 하얀 별에 대한 계책을 준비하던 도중 데르트 백작의 연락을 받았다.
일전에 왕세자에게 받았던 그 용건으로, 데르트 백작은 환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케일, 오랜만에 수도에서 보자꾸나. 올 수 있겠니?’
케일은 당연히 간다고 했다.
‘…내가 없는 새 나한테 뭔 일이 생기면 어떡하겠어?’
뭔 일이 없어야 한다.
케일 헤니투스는 아무것도 받지 않고 조용히 아무 일 없이 지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케일은 자신이 수도에 가 모두 꼼꼼히 살펴보겠다고 깊이 다짐했다.
파아앗!
그는 환한 빛 속에서 텔레포트하며 결심했다.
반드시 백수로 한 발자국 더 다가가는 성취를 거둬내고 말 것이라고.
***
“형님.”
텔레포트 빛이 사라지자, 케일은 오랜만에 익숙한 곳에서 눈을 떴다.
-인간아! 나 왔다!
머릿속에서 라온의 목소리를 들으며 주위 풍경을 본 케일은 수도에 처음 왔을 때 묵었던 헤니투스 백작가 수도 저택의 지하 연무장이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음을 깨달았다.
“어서 오십시오, 형님.”
그리고 저를 마중 나온 바센도 오랜만에 봤지만 변함없었다.
“그래, 바센. 오랜만이다.”
케일을 마중 나온 이는 바센뿐이었다. 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릴리와 아버지, 어머니 모두 올라왔다고 들었건만. 다들 바쁜 건가?
케일이 잠시 딴생각에 빠져들었을 때.
“형님.”
케일은 바센과 눈이 마주쳤다.
“정말로 형님을 아주 많이 기다렸습니다.”
유약한 생김새지만 고집 있게 생긴 이가 타오를 듯한 눈빛으로 케일을 쳐다봤다.
‘얘 왜 이래?’
케일은 그런 바센이 이상했다. 하지만 그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바센을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지하 연무장 상황에, 그는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바센.”
바센은 형님의 나직한 부름에 케일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간 케일이 해온 일, 그리고 요즘 그에 대해서 퍼지는 소문을 모두 들었다.
바센은 어린 시절 이 저택에서 살게 된 후 한 달 뒤, 안쓰러운 얼굴로 저를 쳐다보던 어린 케일 헤니투스가 문득 생각났다.
‘너는 헤니투스가 사람이야. 명심해. 어딜 가서든 네 성은 헤니투스라고 하라고. 알겠어? 아버지 말씀 기억 못 해? 멍청이가 아니면 내 말대로 해. 네 피 안에 헤니투스가 흐른다고. 무조건 그렇게 말하고 다녀.’
‘어떻게 제가-’
‘입 닥치고. 내 말대로 해. 안 그러면 넌 이 집에서 못 살아. 친척들이, 방계에서 널 가만히 둘 것 같아? 멍청하게 굴 거야?’
망나니로 날뛸 때도 바센 저에게 날을 세운 적이 없던, 그저 남처럼 대한 형님. 바센은 그게 케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임을 잘 알고 있었다.
‘넌 어머니를 지켜내야지. 너라도…….’
바센은 그때 서글프게 웃던 어린 케일이 왜 그런 표정을 지었는지 지금도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케일과 케일의 어머니. 특히 케일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누구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으니까.
바센은 저를 부른 형님을 보며 입을 열었다.
“네, 형님.”
그런 그를 보며 케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도로 온 가장 큰 목적. 그걸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단추였다.
조용한 지하 연무장. 곧 정적이 깨지며 목소리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목소리는 하나가 아니었다.
“형님, 영주는 형님이 되셨으면 합니다.”
“네가 영주를 하면 어떻겠어?”
동시에 내뱉은 말들.
바센과 케일.
“제가 영주요?”
“내가 영주를 하라고? 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는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응? 둘 다 영주 하기 싫나? 그럼 막내 릴리 하고 싶은지 물어보자! 적이 오면 릴리가 대검으로 다 부술 것 같다! 바센, 약한 인간보다 강해질 것 같다! 듬직하다!
라온이 신나게 케일의 머릿속에 외쳤다.
덜컹.
연무장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케일은 때마침 등장한 막내 릴리와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에도 라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 인간! 미래의 강자 릴리다! 더 강해졌다!
워낙 라온이 시끄럽게 재잘댄 까닭일까.
케일은 당황스러운 와중에 눈이 마주친 릴리에게 저도 모르게 툭 던지듯 물었다.
“너, 영주 하고 싶니?”
릴리의 입이 황당함으로 벌어졌다. 당황했는지 바센이나 케일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혼잣말을 툭 내뱉었다.
“이게 뭐지?”
릴리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말이었고, 라온을 제외한 세 사람의 생각이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