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41
440화.
“꽤 아늑하고 조용한 곳이군요.”
케일은 그리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텔레포트로 이동한 곳은 작은 응접실이었다. 카로 왕국 특유의 이국적이면서도 고풍스러운 장식들로 화려한 모양새를 갖췄지만, 크기는 왕세자가 있을 만한 곳이라기엔 참으로 작았다.
“은밀한 이야기를 하려면 은밀한 곳이 알맞지 않겠어?”
발렌티노 왕세자는 친근하게 말을 건네며 호위 기사가 건네는 찻잔을 받아 들었다.
좁은 응접실 안에는 발렌티노의 최측근과 케일 일행뿐이었다.
“자, 앉아서 이야기하자고. 일부러 바깥 소리도 들리지 않게 해뒀으니.”
문은 굳게 닫힌 채였고, 응접실 서쪽에 커다란 창문도 닫혀 있었다.
발렌티노는 소파에 앉으며 케일에게 말했다.
“자네를 보려고 내가 왕궁에서 이 도시까지 얼마나 조용히 왔는 줄 아는가?”
케일은 발렌티노 왕세자와 단둘이 식사를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모고르 제국. 저를 배신한 아딘 황태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아야 속이 시원하겠다고 말하던 그 왕세자는 못 본 새 한층 어른스러워졌다.
“저를 그리 생각해 주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감동인데요?”
사뭇 케일이 가벼이 답하며 발렌티노의 맞은편에 앉았다.
“우리 카로 왕국이 자네와 로운 왕국에 받은 것에 비하면 별것 아니지.”
탁.
그 순간, 발렌티노의 귓가에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눈동자가 테이블 위로 향했다.
“…황금패군.”
알베르 왕세자의 특별한 황금패였다.
살며시 짓고 있던 발렌티노의 미소가 사라졌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들었네. 모든 일의 배후인 ‘하얀 별’이라는 자가 카로 왕국으로 온다고?”
미소가 사라진 자리에는 조용한 분노가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냈다.
“놀라워. 내가 알베르 왕세자 저하의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란 줄 아나? 정말이지, 우리 카로 왕국을 혼란에 빠뜨린 불굴 연합과의 해전에 제국만 끼어들어 있는 줄 알았는데.”
찻잔을 쥔 발렌티노 왕세자의 손가락이 잘게 떨렸다.
어찌 보면 케일이 아는 왕위 계승자들 중 가장 인간다운 모습을 지닌 자.
“그 둘보다 더한 존재가 있다? 그 이름이 하얀 별이고?”
안 그래도 서대륙에 퍼진 케일과 하얀 별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그러나 남들 아는 정도의 내용뿐이었고 자세한 내용은 알베르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발렌티노가 알베르에게 ‘하얀 별’의 존재와, 그가 연루된 사건들을 모두 들은 그날 밤.
카로 왕국 중심 왕성에는 비밀회의가 열렸다.
대부분의 왕국민들과 귀족, 관료들은 그런 비밀회의가 있는 줄도 몰랐다.
왜냐면 발렌티노가 알베르의 당부를 들었기 때문이다.
‘하얀 별이 카로 왕국으로 향한다는 정보는 최대한 비밀로 했으면 합니다. 모고르 제국에도 자신의 세력을 심어둔 자이죠. 그래서 저는 로운 내에서도 그자에 대한 정보는 기밀로 처리 중입니다.’
발렌티노는 회의 결과를 입 밖으로 내뱉었다.
“카로 왕국은 나 발렌티노를 대리로 하여, 알베르 크로스만 왕세자와 우리의 은인 케일 공자의 청을 받아들이기로 했네.”
알베르와 케일이 부탁한 것.
“죽음의 땅에서 하얀 별과 그대들의 전투를 묵인하겠어.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다시 이어 말했다.
“그리고 관여하지 않겠네. 전투 현장에 따로 들어가지 않고.”
카로 왕국 입장에서는 자기 땅에서 벌어지는 싸움이다. 또한 어떻게 보면 하얀 별은 그들에게 원수였다.
그렇기에 알베르와 케일의 청대로 전투에 카로 왕국이 어떤 관여도 하지 않겠다는 말을 내뱉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것은 물론 조금, 아니, 많이 창피한 일이기도 했다.
왜냐면 관여하지 말라는 요청은.
‘…우리 왕국의 힘이 하얀 별이라는 자와의 전투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니까.’
발렌티노는 카로 왕국의 힘이 이다지도 보잘것없나 싶어 씁쓸한 마음이 일었다.
“덧붙여 이번 전투를 위해 다크엘프를 비롯한 로운의 병력이 카로 왕국을 오가는 것을 허락하겠네.”
자국에서 벌어지는 싸움을 위해 타국의 병력이 오가는 것을 허락해야 하는 지도자의 처지.
발렌티노는 웃을 수가 없었다.
“저하.”
그는 저를 나직이 부르는 케일의 목소리에 애써 미소를 그리고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고맙네. 하얀 별이라는 자는 아주 강하다고 들었어. 그를 따르는 무리에 흑마법사들도 있다고 들었고. 그런데 이리 앞장서서 그들과 싸우겠다고 해줘서, 내가 대표해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케일은 발렌티노가 내뱉는 말을 가만히 들으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음, 인간아! 사실 하얀 별을 우리가 죽음의 땅으로 부른 거 아니냐?
라온의 말이 머릿속에 들려왔다.
라온의 말대로, 케일이 하얀 별을 죽음의 땅으로 유도했다.
그 사실은 당연히 카로 왕국에 숨겼다.
그러지 않으면 카로 왕국은 오히려 케일과 로운 왕국에 날을 세우며 비협조적으로 나올 테니까.
‘물론 하얀 별은 내가 유도하지 않았다고 해도 카로 왕국을 한 번은 노렸을 거지만.’
하얀 별이 마지막 땅의 힘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 세 곳은 카로 왕국 남부, 고래족 땅, 로운 왕국 서북부였다.
케일은 애써 웃고 있지만 씁쓸해하는 발렌티노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문득 이번 일에 대해 알베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카로 왕국 기분을 왜 생각하지? 따지고 보면 고생하는 건 우리잖아? 아니, 너희지. 내 이모님과 다크엘프들이고.’
알베르는 아주 단단히 확신했다.
‘발렌티노 왕세자나 왕성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존심은 결코 카로 왕국민의 목숨보다 귀하진 않아. 그러니 분명 고맙다고 할걸?’
그의 생각대로 발렌티노는 케일에게 고맙다고 인사했다.
그건 꽤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케일도 진심을 담아 답했다.
“저하, 청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발렌티노는 알베르 왕세자 대리가 아니라 케일 헤니투스로 건네는 인사에 조금 편한 미소를 그렸다.
“아니야. 자네야말로 진정한 영웅이야.”
케일의 표정이 일순간 흔들렸지만 발렌티노는 진심을 담아 말을 이었다.
“솔직히 말해 자네가 카로 왕국에서 싸운다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나? 자네와 자네 일행만 힘든 일이지.”
최한과 케일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따스함이 가득했다. 그러면서도 저 영웅들과 함께할 수 없는 왕국 처지에 마음이 쓰려왔다.
그때였다.
“힘든 일이라 생각하신다면.”
케일의 목소리에 발렌티노의 눈동자가 그에게로 향했다.
“다음에는 도와주세요. 카로 왕국이 함께 싸운다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도와달라?”
“네, 무리한 부탁입니까?”
담담히 저를 마주하는 케일의 눈빛에 발렌티노의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갔다. 애써 짓던 미소는 사라졌다.
“전혀. 조금도 무리한 부탁이 아니야. 다음엔 카로 왕국도 함께하지.”
“네, 그리 믿겠습니다.”
영웅이, 영웅이 되어가는 자가 다음에는 함께 싸우자고 청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발렌티노는 카로 왕국의 다음을,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왜냐면 케일의 목소리와 눈빛에 다음에는 카로 왕국과 함께하겠다는 확신이 담겨 있었으니까.
‘그 말은 우리 왕국이 강해질 거란 생각이 깔려 있다는 뜻이야.’
불굴 연합 전쟁 때부터 계속 외부의 힘을 빌려야 해 씁쓸하고 아리던 발렌티노의 마음에 강한 의지가 하나 생겼다.
그는 조금 전보다 어깨를 펴며 말을 이었다.
“크흠, 어쨌든 자네의 요청을 모두 들어주겠으나, 우리도 마냥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
“당연하지요. 이해합니다.”
케일이 수긍하자 발렌티노는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기사 한 명이 응접실의 유일한 창문으로 향했다.
커다란 창이 곧 열렸다.
달캉.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열린 창 밖.
“여긴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의 최상층이지.”
케일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인간아! 저 멀리 죽음의 땅 아닌가? 착한 메리네 동네다!
저 멀리, 아주 멀리 희미하게 붉은 모래알로 뒤덮인 한낮의 사막이 보였다.
“나는 카로 왕국 기사단, 궁정 마법사들과 함께 이 영엔 도시에서 대기하고 있을 예정이네.”
영엔.
죽음의 땅과 닿아 있는 두보리 영지에서 나와 조금만 더 가면 있는 도시로, 이 근방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였다.
“혹여 하얀 별과 그 수하들이 두보리 영지에 실질적인 피해를 입히거나, 카로 왕국 왕국민들을 다치게 한다면!”
발렌티노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나는 이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데리고 당장 하얀 별과 싸울 것이네.”
왕국민들을 괴롭히면 싸우겠다는 말. 케일을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처사입니다, 저하.”
“그래.”
잠깐의 정적이 내려앉았다.
큰 줄기를 정했기에 자연히 잠시 주어진 침묵이었다. 잠시 뒤, 발렌티노가 침묵을 깼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돌아오길 바라네. 나는 죽음의 땅을 건너오던 다크엘프들의 그 위력적인 모습을 잊지 못하네. 참으로 굉장했지.”
발렌티노는 응원의 말을 건넸고, 케일은 감사 인사로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인간아! 다크엘프는 원래 죽음의 땅에 사는데! 왕세자 아무것도 모르니까 불쌍하다!
라온의 말을 흘려들으며 케일은 입을 열었다.
“저하, 이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러지.”
그는 일어서는 발렌티노를 보며 그와 예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카로 왕국 전투 때, 케일은 발렌티노에게 죽음의 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저하, 죽음의 땅으로 도망치는 사람들 이야기를 아십니까?’
아무것도 모르던 발렌티노에게 케일은 진실을 알려주었다.
‘그들은 영지 내에서 먹고살기 힘들어서, 세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차라리 사막으로 갑니다. 아무도 살아 나올 수 없다는 그 사막으로 달려가지요.’
‘뭐? 죽음의 땅으로? 그리고 세금이 높아서 영지민들이 도망간다고?’
몰랐던 사실을 듣고 놀라던 발렌티노 왕세자. 그는 그 말을 듣고 분노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카로 왕국에 평화가 찾아왔다.
케일은 오늘 아침 타샤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세금이요? 그대로예요. 요즘도 성벽을 넘어 사막으로 도망치는 영지민들이 있어요. 세금이 계속 올라간다던데요? 두보리 영지에서는 살 수가 없대요.’
발렌티노 왕세자는 참 인간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좋은 사람이기도 하지만, 나쁜 왕세자일 때도 있었다.
‘두보리 영지 영주의 친척이 중앙 정계에서 아주 힘이 세다고 해요. 발렌티노 왕세자에게 엄청난 힘이 되는 사람이라고 하던데요? 그러니 발렌티노 왕세자가 두보리 영주한테 세금으로 뭐라 하기 힘들걸요?’
타샤는 웃으며 말했다.
‘공자님, 카로 왕국에서 지하 도시를 알게 되잖아요? 우리 다크엘프들을 자기들 병력이라고 하는 건 문제도 아니에요.’
다크엘프들은 이번 전투에서 카로 왕국에 지하 도시를 들켜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 줄 아세요? 세금을 피해 도망친 영지민들. 그들을 카로 왕국 사람들이 발견하죠? 분명 왕국법에 따라 큰 벌을 내릴 겁니다. 그 후엔 다시 원래 영지로 돌아가야겠죠.’
카로 왕국에서는 세금을 피해 도망친 이들에게는 엄벌이 내려졌다. 그리고 그 세금은 벌금까지 붙여 갚아야 했다.
‘뭐, 발렌티노 왕세자라면 도망친 자들을 그냥 둘 수도 있지만.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왕세자니까요.’
‘공자님, 우리 지하 도시는 카로 왕국이 만든 공간이 아니에요. 우리 도시민들이 만든 우리만의 땅입니다.’
다크엘프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도시.
그곳 사람들은 그곳이 영원히 세상 밖에 드러나지 않길 바랐다.
“케일 공자.”
“네, 저하.”
발렌티노가 손을 내밀었다.
“자네들이 이길 거야. 로운에는 그 막강한 네크로맨서와 여기 최연소 소드 마스터에 케일 공자까지 있으니, 무엇이 두렵겠나?”
케일은 악수를 청하는 그 손을 잡았다.
-아니다! 메리 고향은 여기다!
그러게. 그 막강한 네크로맨서는 죽음의 땅에 발을 디뎠고 결국 죽음마저 이겨냈는데 말이지.
케일은 뒤도 보지 못한 채 사막을 달렸을 수많은 메리와, 제 왕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기사단과 마법사들을 이끌고 온 눈앞의 왕세자를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네, 저희가 두려울 건 없죠.”
케일은 먼저 손을 놓았다.
“다치는 왕국민은 없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그것이 이기적이고 그리 좋지 못한 성격을 지닌 케일이 ‘우리’를 ‘우리’인 채로 지키는 방법이었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래. 도울 일 있으면 연락 주고-”
발렌티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쿠우웅!
응접실 바닥이 흔들렸다.
“저하!”
기사들이 휘청이는 발렌티노를 부축하며 황급히 그를 에워싸고는 주변 경계에 들어갔다.
-인간아!
라온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휘청이는 케일을 최한이 부축했다.
“케일 님.”
“…이런 빌어먹을.”
케일의 입에서 험한 말이 튀어나왔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말이었다. 그러나 그런 말을 왕세자 앞에서 내뱉는다고 어느 누구 하나 책잡는 이가 없었다.
“저게 뭔가?”
발렌티노의 시선이 커다란 창 밖으로 향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카로 왕국 서남부에 자리한 거대한 사막.
죽음의 땅이라 불리는 곳.
영엔 도시를 지나 두보리 영지를 건너면 나타나는 그 광활하고 삭막한 땅.
쿠웅!
다시 한번 응접실이, 아니, 땅이 거대한 진동에 뒤흔들렸다. 발렌티노는 그 와중에도 창밖을, 사막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거 불 아닌가?”
낮에는 붉은 모래알로, 밤에는 검은 모래알로 뒤덮이는 땅.
그곳에서 거대한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었다.
-인간아! 상냥한 타샤한테서 연락이 왔다!
케일은 실소를 흘렸다.
저 불길의 주인은 분명 그놈이다.
“…선빵이네.”
하얀 별이 먼저 선공을 날렸다.
죽은 마나 연기가 피어오를 때까지 하루 반 정도 남은 지금.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 그래! 얼른 가보게!”
케일은 급히 응접실 문을 박차고 나왔다.
라온을 통한 텔레포트를 저들 앞에서 할 수 없었다. 그는 문밖으로 나가 복도에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라온에게 지시를 내렸다.
“라온, 영상통신구 좀.”
-알았다!
발렌티노가 케일과의 만남 때문에 최상층을 비워둔 덕에, 케일은 남의 눈을 의식할 필요가 없었다.
우우웅.
허공에 나타난 영상통신구가 연결 중인 상태로 케일의 손에 내려앉았다.
쿠웅! 쿵!
그 와중에도 땅이 진동했다.
“이런 진동이라니.”
최한의 탄식에 케일은 맞장구칠 정신이 없었다.
도대체 사막에서 얼마나 큰일이 벌어지면 진동이 여기까지 느껴진단 말인가!
-공자님.
케일은 타샤의 목소리에 얼른 입을 열었다.
“도시는 괜찮나? 갑자기 무슨 불길이지?”
케일은 지하 도시 주민들이 대피해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다급하게 물음을 던졌다.
“진동이 엄청난데, 도시가 무너질 일은 없겠지?”
-무슨 소리시죠?
“어?”
빠르게 내딛던 걸음이 멈췄다.
-불길은 무슨 소리고, 진동은 무슨 소립니까? 여긴 조용한데요?
“…뭐?”
케일은 영상통신구 너머로 의아해하는 타샤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고개를 들었고, 저처럼 당황한 표정의 최한이 보였다.
-언제 오시는지 물어보려고 연락했습니다. 마중 나가려고요.
태평한 타샤의 목소리를 들으며 케일은 최한에게 물었다.
“…야, 너 밖에 불 보이지?”
“…네, 케일 님.”
“뭐지? 저 불은?”
사막을 뒤덮은 저 불길은 뭐란 말인가?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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