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43
442화.
갈색 머리칼이 바람에 흔들렸다.
두보리 영지 외곽에 위치한 한적한 시골 농가. 사막이 근처에 있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띄엄띄엄 식물들이 자라나는 곳이었다.
쏴아아아-
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척박한 땅도 존재했다.
쏴아아아-
그곳을 한 줄기 바람이 지나치고 있었다.
흔들리는 갈색 머리칼의 주인은 손을 뒤로 뻗어 아이보리 빛깔의 후드를 깊이 눌러썼다. 갈색 머리칼이 가려졌다.
-인간아! 갈수록 마나 교란이 심해진다!
케일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케일 님.”
연한 베이지색 머리칼의 최한이 그와 함께 달리고 있었다.
“속도를 더 높인다.”
“…네.”
휘이잉-
케일의 손에서 뻗어 나온 고대의 힘 ‘바람의 소리’가 염색 마법을 한 케일과 최한, 그리고 투명화한 라온을 감싸며 속도를 높였다.
-인간! 저기 중심 소도시가 보인다!
케일의 눈동자가 영주성이 있는 소도시로 향했다.
죽음의 땅 사막으로 향하는 입구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저곳으로 다가갈수록 마나 교란이 심해진다!
그 말은 저곳에 하얀 별, 혹은 그놈이 벌인 짓이 있다는 소리였다.
‘환각사인지 뭔지도 있다는 소리일 테고.’
금빛 팽이채를 잡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곧장 산을 내려와 두보리 영지로 향하는 케일은 이성적이었지만 한편으론 조급하기도 했다.
휘이이이-
그 조급함이 두 사람과 용 하나를 감싼 바람의 속도를 높였다.
‘이제 600m 정도.’
소도시를 감싼 성벽까지 대략 600m 정도 남았다. 곧 저 성벽을 넘을 수 있을 터.
“최대한 신속하게 성벽을 넘는다.”
케일은 라온과 최한에게 지시를 내리곤 성벽 위에 자리한 병사들을 관찰했다.
‘여기 오는 길에 영지민들도 그렇고 저 병사들도 그렇고, 평소와 다름없어 보인다.’
연기라기엔 너무나도 편안한. 평소와 다름없이 어딘가 느긋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 하는 병사들이 보였다.
긴장감이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케일의 시선이 저 멀리 서쪽으로 향했다.
‘영지에 들어서는 순간, 불길이 보이지 않는다.’
죽음의 땅을 뒤덮은 불길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도 환각이란 말인가?’
환각사.
정체는 아직 모르지만, 이 모든 게 환각사의 짓이라면 그자의 능력은 상당히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
케일은 새로운 적의 등장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앞으로 나아갔다.
‘이제 500m!’
곧 모든 사건의 중심지에 도착한다.
“으윽!”
그 순간이었다.
케일의 발걸음이 멈췄다.
“…라온?”
허공에서 어린아이의 신음이 들려왔다. 케일의 눈동자가 황급히 제 주위의 허공으로 향했다.
그러자 일그러지는 한 지점이 보였다.
치지직, 치직.
마치 호숫가에 던져진 돌멩이가 수면을 일그러뜨리듯 허공 한 곳이 일그러지며, 라온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무슨 일이야?”
케일은 그런 라온을 보며 당황했고, 그 순간 최한이 두 손을 뻗어 허공의 라온을 안고는 성벽 병사들의 눈에 띄지 않을 사각지대로 향했다.
케일은 그 뒤를 따르다가 라온을 안은 최한이 한 손을 제 앞으로 내미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너, 손이 왜 떨려?”
내민 최한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잠시만요.”
최한은 케일에게 양해를 구하곤 라온을 그마나 보드라운 잔디 위에 눕혔다.
치지직, 치직. 여전히 라온의 형상이 일렁였고, 최한은 그런 라온에게 부드러이 말했다.
“투명화 마법 풀어.”
“시, 싫다! 위대한 라온 미르가 질 수 없다!”
말은 조금 더듬었지만 생각보다 멀쩡한 라온의 외침이 들려왔다. 라온은 몸을 웅크리며 검은 마나를 피워 올렸다.
툭. 그런 라온의 등에 손이 하나 올려졌다.
“라온, 마법 풀어.”
“…알았다, 인간.”
케일의 손과 그의 단호한 목소리에 라온은 쭈뼛쭈뼛 마법을 풀었다.
그러자 치지직거리는 소리가 사라지며 라온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입을 툭 앞으로 내밀었다.
케일은 그 와중에도 잘게 떨리는 라온의 앞발을 보았다.
“마나 교란 때문인가?”
케일이 라온의 상태를 보며 물었고, 최한이 입을 열었다.
“제 손을 보십시오.”
여전히 최한의 손이 잘게 떨리고 있었다.
“저는 오러를 사용하지만, 이 정도 경지에 이르니 마나도 어느 정도 어림짐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아마 케일 님이나 다른 평범한 사람들, 마나나 오러를 다루지 않는 사람들은 지금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겠지만.”
꽈악. 최한은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떨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현재 공기 중의 마나가 상당히 혼란스럽게 분포되어 있습니다. 방황하는 마나의 떨림이 검사인 저에게 느껴질 정도이니.”
그의 시선이 라온에게로 향했다.
“라온과 같이 마법을 다루는 이들은 체감이 심하겠죠.”
성벽을 지키는 병사나 영지민들, 그리고 케일은 마나를 느끼지 못하기에 아무렇지도 않았다.
케일의 시선도 라온에게 향했고, 라온은 냅다 날개를 쫙 펴며 당당하게 외쳤다.
“아, 아니다! 위대한 라온 미르는 이깟 마나 교란에 앞발을 떨지 않는다!”
말이라도 안 더듬으면 믿겠으나, 어린 용은 케일에게 거짓말을 잘하는 재주가 없었다. 그는 성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대략 성벽에서 500m 떨어진 곳부터 마나 교란이 특히 심해지는 것 같네.”
“그렇습니다. 아마 성벽 안으로 들어가면 마나가 더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케일과 최한은 서로를 바라보다 동시에 라온을 쳐다봤다. 라온이 그 시선을 마주하자마자 급박하게 외쳤다.
“나도 같이 들어갈 거다! 난 위대하다! 나도 할 거다!”
그러다 결국 최한과 케일의 눈빛에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소심하게 말했다.
“…알았다. 위대하지 않은 라온 미르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혼자 아무것도 못하고 있겠다. 나는… 위대하지… 않다…….”
최한은 그 모습이 사뭇 안쓰러웠으나, 투명화를 유지하지 못하고 마나 교란 상태에 힘들어할 라온을 데리고 소도시 안으로 잠입할 순 없었다.
‘심한 멀미를 겪는 느낌일 거야.’
라온이 마법을 쓰면서 느끼는 통증 정도를 최한은 대강 어림짐작했다.
‘…어쨌든 큰일이군.’
라온과 함께 성안으로 잠입을 못한다는 것은 케일 일행에게 꽤 큰 타격을 줄 것이 틀림없었다.
투명화로 적들의 시선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이고, 나아가 위험한 상황 때 텔레포트를 실행할 수 없어 오도 가도 못할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성안에 안 들어갈 수도 없고.’
최한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려는 찰나, 여전히 혼자 중얼거리던 라온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닿았다.
“이깟 마나 교란에 지다니… 나는 위대하지 않다… 할배도 로잘린도 이 정도 마나 교란 못 이긴다… 이럴 순 없다… 마나 교란이 아니라 거의 마나 혼돈 상태다… 나 위대한 라온 미르가 아무것도 못한다니… 충격이다.”
“뭘 아무것도 못한다는 소리야?”
라온의 고개가 빠르게 케일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투명화가 풀린 라온 앞에서 저와 최한의 머리칼을 바라봤다.
라온의 마법은 아직 모두 다 풀리지 않았다.
염색 마법은 유지되고 있었다.
“염색 마법은 그대로네?”
“당연하다! 나 위대하다! 한 종류 마법쯤은 유지할 수 있다!”
“그래?”
“…인간아! 왜 또 그렇게 웃나?”
케일은 라온의 물음에 답하지 않고 최한의 어깨를 살짝 쳤다.
“성벽 넘자. 할 일이 많아.”
***
아이보리색 후드를 깊게 눌러쓴 이는 골목 그늘진 곳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케일 님.”
“조용.”
케일은 최한을 조용히 시키곤 날카로운 눈초리로 골목 밖 풍경을 눈에 하나하나 기록해 나갔다.
“저기가 영주성이군.”
성벽을 넘어 이 골목까지 오는 동안 특별한 것은 하나도 보지 못했다. 예전 두보리 영지에 왔을 때와 똑같았다.
다만.
“네, 저기가 영주성 같습니다. 그리고 오는 길에 기사와 마법사를 하나도 보지 못했습니다.”
두보리 영지 병사는 마주쳤으나, 소속 기사는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어때?”
“마나 교란 중심지가 영주성 같습니다.”
골목 그늘에 바짝 몸을 숨긴 최한과 케일의 눈동자가 두보리 영주성으로 향했다.
영지민들을 사막으로 도망가게 만들 정도로 악독하기로 유명한 두보리 영주.
그 탐욕 때문인지, 영주성은 영지 크기에 비해 참으로 크고 화려한 조각이 새겨져 있었다.
“케일 님, 이상합니다. 오는 길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영주성 입구와 사막 입구에는-”
“알아.”
케일의 시선이 서쪽으로 향했다.
사막 입구에 평소보다 더 많은 병사들이 보였다. 영주성 입구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기사는 보이지 않았지만, 두보리 영지 병사들답지 않게 유달리 기합이 바짝 들어가고 자세가 올곧은 병사들이 보였다.
저 병사들은 누구일까?
그 답은 쉬이 유추 가능했다.
“하얀 별의 수하들이 병사로 위장한 것 같습니다.”
“맞아.”
케일은 최한의 말에 동의를 표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때 사막 입구에서 있던 병사 무리가 케일이 있는 골목길 밖 대로로 향했다.
“옵니다.”
타악.
순식간에 케일과 최한의 위치가 바뀌었다.
은신 능력은 개뿔, 최한과 저 병사들에 비해 신체 능력이 현저히 달리는 케일은 제 몸을 구길 듯 그늘에 숨었다.
‘제기랄!’
라온의 투명화 마법이 없으니, 병사들이 올 때마다 이리 없어 보이게 숨어야 했다.
최한이 검집에 손을 댄 채, 숨죽이고 병사들의 동태를 살폈다.
대략 열 명 정도의 병사들이 점점 가까워져 왔다.
“음?”
그중 몇몇이 걸음을 멈췄다.
“뭐야?”
“어?”
병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한 지점으로 향했다.
그들의 시선이 지나치던 대로의 한 골목으로 움직였다.
검은 것이 보였다.
병사가 창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까악까악.
까악, 깍-
“까마귀들이 갑자기 어디서 나온 거야?”
“아, 시꺼먼 게 보이길래 놀랐잖아.”
맑디맑은 하늘. 갑자기 나타난 까마귀 몇 마리가 병사들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다 한두 마리가 골목길이 시작되는 담장에 내려앉았고 나머지 몇 마리는 유유히 날갯짓을 하며 여러 방향으로 흩어졌다.
담장 위에 내려선 까마귀가 제 날개를 다듬는 광경을 보던 병사는 코웃음을 치며 창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저 골목 안에 썩은 음식이라도 있나 보네.”
“그러니까. 동물 시체가 있거나 그렇겠지. 저번에는 독수리가 보여서 식겁했더니, 이번에는 까마귀네.”
“그래도 까마귀가 독수리보단 낫잖아?”
“그렇긴 하지.”
“크흠, 큼! 다들 정신 차리도록!”
대화를 나누던 병사들은 고참의 말에 얼른 입을 다물며 자세를 똑바로 했다.
“오늘 영주님께서 귀한 손님을 맞아 화려한 연회가 펼쳐질 거야! 밤에도 정신없을 게 뻔하니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네!”
“네, 대장!”
곧 열 명의 병사들이 빠르게 영주성으로 향했다.
까악. 까악.
담장 위 까마귀가 이를 보며 울었고, 저 멀리 날아갔던 까마귀 한 마리가 되돌아와 골목길 아래로 내려섰다.
골목의 안쪽 그늘진 자리.
까마귀는 쭈그리고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어깨 위에 내려섰다.
“케일 님.”
까마귀의 입에서 울음소리 대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의 시선이 제 어깨에 내려선 까마귀에게로 향했다.
“라온 님과 만났습니다.”
“오랜만이야, 가샨.”
호랑이족 주술사 가샨. 그의 까마귀들이 영지 안으로 날아들어 마침내 케일이 있는 곳까지 닿았다.
“환각사 이야기 들었습니다.”
중후한 노인의 목소리를 듣고 있던 케일의 뺨을 한줄기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케일은 금빛 팽이채를 세게 움켜쥐었다.
“제가 까마귀를 통해 본 결과 환각이 맞는 것 같습니다.”
“환각을 깨는 방법은?”
케일은 질문을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최한과 케일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두 사람은 방금 병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영주님께서 귀한 손님을 맞아 화려한 연회가 펼쳐질 거야!’
최한의 입이 열렸다.
“귀한 손님들이 아무래도 저희가 찾는 이들 같군요.”
이어 가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환각을 깨는 방법.
“먼저 환각사를 찾아야 합니다. 케일 님, 주술사와 환각사는 비슷한 방식으로 힘을 이용합니다. 우리는 마나를 쓰지 않아요.”
주술사.
동대륙의 마법사라 불리는 그들은 마법사와는 달랐다.
까악까악.
케일은 조금씩, 하나둘 두보리 영지 곳곳에 내려서는 까마귀들이 보였다. 그의 어깨 위에 앉은 까마귀가 말했다.
“주술사는 마법사와 달리 자연의 힘을 있는 그대로 사용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매개체가 필요하지요.”
가샨을 비롯한 주술사들은 갖가지 자연의 재료를 매개체로 자연의 힘을 사용했다.
“지팡이라든가 부적과 같은 것들 말입니다. 특히 영험한 자연물이면 아주 좋지요.”
“환각사도 마찬가지란 소린가?”
흐흐.
가샨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큰 덩치의 백발노인이 살벌하게 웃고 있을 모습이 절로 상상되었다.
“케일 님, 환각사와 그놈의 매개체를 찾으십시오.”
그때.
‘케일, 케일! 내가 영주성 안에서 이상한 걸 봤어!’
‘영주성 지하 확인 요청. 구덩이가 수십 개 파여 있음.’
‘아, 진짜!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바람 정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가샨이 말했다.
“그리고 찾으면 부수십시오. 환각사와 매개체, 둘 다 말입니다.”
까악. 까악.
까마귀의 울부짖음이 들리는 가운데, 정령들의 속삭임도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아무튼 구덩이 안에 쥐들이 엄청 있었어! 이 영지 지하에 통로를 만드는 것 같던데?’
‘그 구덩이들은 영주성이 있는 이 소도시 지하 전체를 다 가로지르고 있어!’
‘영주성 안에 하얀 별 세력 있는 걸로 짐작. 쳐들어가서 부숴야 함. 혼돈, 파괴, 속도전.’
이어 가샨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케일은 두 정보를 한꺼번에 머릿속에 기록했다.
“아 참고로, 그 환각사도 저처럼 다루는 생물이 있을 겁니다. 그러니 늘 주위를 조심하세요. 어디에 적의 귀가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최한, 땅 밑.”
최한의 검이 곧바로 바닥을 향했다.
촤아악!
두 사람이 서 있는 땅의 바닥이 뒤집혔다.
찌이찍, 찌익.
뒤집힌 땅속에서 최한이 작은 쥐를 한 마리 꺼내 들었다. 쥐는 다친 곳은 없었으나 눈동자가 최한과 마주친 순간, 기절했다.
그때 바람 정령이 케일에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영주성 지하 구덩이들 중심에 한 사람이 서 있었어! 쥐들을 다뤘어!’
그자가 환각사이리라.
케일의 입이 열렸다.
“이미 들켰군.”
내 존재도, 최한의 존재도.
케일의 굳은 눈동자가 영주성으로 향했다.
***
그 시각.
두보리 영주가 기거하는 영주성 지하. 감옥으로 쓰였던 곳은 수십 개의 구덩이가 파인 채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 구덩이들의 중심에서 한 사람이 눈을 뜨며 말했다.
“걸렸네요.”
“그래? 그래도 상관없어.”
하얀 별은 가면을 매만지며 환각사에게 말했다.
“어차피 최한과 케일 헤니투스 둘이 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잖아? 어린 용도 없는 것 같고.”
“그렇죠. 예상한 대로입니다. 최한의 얼굴도 확인했으니, 그에게 환각을 거는 건 쉬울 것 같아요.”
하얀 별은 구덩이 밖으로 살짝 얼굴을 내민 쥐를 바라보았다. 그는 케일과 최한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이번엔 독 안에 든 쥐군.”
하얀 별은 오랜만에 제 뜻대로 굴러가는 상황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그렸다.
***
그 시각, 케일은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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