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53
452화.
하얀 별은 하늘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그를 향해 떨어져 내리는 검은 그물에, 금방이라도 재해의 불길이 닿을 것 같았다.
콰앙!
하지만 그 시뻘건 불은 다시 한 번 반짝이는 검은 오러에 막혔다.
“크윽!”
신음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간 최한이 하얀 별의 눈동자에 비쳤다. 곧 최한을 지나쳐 날아오는 금빛 채찍도 보였다.
“또 당할 줄 알았나?”
하얀 별은 곧장 물의 장막을 펼쳤다.
촤르르- 물의 장막이 검은 그물을 막아섰다. 동시에 그의 몸이 앞으로 향했다. 하얀 별은 마치 살아 있는 뱀처럼 다가오는 황금 채찍을 가볍게 지나쳤다. 그의 몸이 빠른 속도로 에르하벤에게 접근했다.
최한은 그 경이로운 속도에 반응하려 했지만 그의 앞을 투명한 벽이 막아섰다.
“큭! 이런 바람……!”
하얀 별의 바람 벽이 최한과 하얀 별 사이를 가로막았다. 그 사이에 하얀 별은 에르하벤의 채찍을 피해 그의 몸까지 다가갔다.
“할배, 건들지 마라!”
다급한 어린 용의 음성이 들려왔지만 무시했다. 사냥감에 불과한 용 주제에. 드래곤 로드가 없는 용들은 결국 개별적인 존재로,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지금도 보아라. 세상이 이리 소란스럽고 그간 다른 용들이 몇이나 죽었건만, 모두 관심 없이 제 인생만 살았다. 그런 주제에, 그런 용이.
“가족 행세는.”
어린 용과 눈앞의 고룡이 우스웠다. 그는 채찍을 계속해서 피했고, 결국 손을 뻗으면 에르하벤이 닿을 곳에 도달했다.
검을 쥔 손이 횡을 그었다. 그 선을 따라 불이 타오르며 용에게로 향했다.
“기다렸다.”
그 순간, 고룡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에르하벤은 금빛 채찍을 손에서 미련 없이 놓았다.
그의 속성은 이 황금빛이 아니었다.
가루 혹은 먼지.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미세한 존재가 자신의 속성이었다.
화려한 것에 가려 보이지 않을 힘.
지금 고룡의 눈동자에는 자신이 흩뿌린 아주 작은 가루들 사이로 뛰어든 하얀 별이 비쳤다.
그는 자신의 마나에게 말했다.
“터져라.”
작은 가루들아, 터져라.
하나하나의 힘을 약할지 모르나, 저놈의 주위를 모두 감싸고 공간마저 뒤덮은 너희의 힘은 결코 약하지 않다.
첫 번째 알갱이가 터져 나갔다. 소리도 없었다. 하지만 셀 수 없이 수많은 먼지들이 차례로 제 몸을 터뜨렸다.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제기랄!”
콰아앙, 콰앙, 쾅, 콰아앙!
눈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손을 움직이려 하면 그 방향에 따라 동시에 작은 폭발들이 공기를 가로질러 일어났다.
두 다리, 두 팔, 몸의 모든 곳이 터져 나가는 가루 폭발로 둘러싸여 움직이기가 용이치 않았다.
‘이 용 새끼가- 감히.’
그물을 가리던 물 장막이 사라졌다. 에르하벤은 입을 열었다.
“물러나!”
그가 물러나자마자, 폭발하는 가루들 사이로 물이 터져 나왔다.
촤아아아-
가루가 순식간에 물에 씻겨 나갔고, 하얀 별의 주위가 깨끗해졌다.
“하, 하하-”
하얀 별은 제 소맷자락을 내려다봤다. 나름 연회에 참석한다고 취향도 아닌데 멋지게 차려입은 예복이 작은 폭발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내가 아주 만만한가 보네.”
빛의 성. 드래곤 로드 성에서 마주했을 때만 해도 제 능력이 무서워 성에 꽁꽁 숨어 있던 것들이 무슨 자신감으로 이리 달려드는 것일까?
두웅, 둥- 두웅.
북소리가 들려왔다.
저 북소리가 너희들을 자신만만하게 만들어준 것일까?
그깟 왕국군이 좀 온다고, 나를 이길 것 같은가?
다시 한번 저에게로 달려드는 고룡이 보였다. 등 뒤로 바람 벽을 넘어 저를 향해 돌진하는 최한의 강대한 힘도 느껴졌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우우웅-
불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올랐다. 그는 양손에 불을 나누어 쥐었다. 불 안에서 강한 바람이 일렁였다. 재해 중 하나인 태풍을 닮은 바람이었다.
“역시 이걸론 성에 차지 않아.”
우르르르-
하늘이 울기 시작했다.
하얀 별의 뜻에 따라 하늘에 검은 구름이 모여들었다. 별도, 달도, 모두 검은 구름이 하나둘 가리기 시작했다.
“내 그릇을 깨는 게 목표라고?”
그는 에르하벤에게 화살처럼 쏘아지듯 날아갔다.
“어딜!”
뒤에서 최한이 검은 오러를 화살처럼 날려 보냈다. 하얀 별이 한 손을 휘둘렀다. 폭풍의 바람을 머금은 불이 아귀를 벌리며 오러를 집어삼켰다.
콰아아앙!
그리고 큰 폭발이 일어났다. 최한은 뒤로 물러서야 했다.
그 순간, 불의 검과 금빛 가루를 머금은 손이 부딪쳤다. 다시금 큰 굉음이 최한의 귀를 시끄럽게 두드렸다.
치이이익.
금빛이 불에 닿아 조금씩조금씩 먹혀 들어갔다. 하얀 별은 에르하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늘의 울음소리가 들리는가?”
고룡의 두 손이 떨렸다. 하얀 별은 힘을 주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가진 재해의 검. 그건 용에겐 참으로 상극의 존재였다.
조금만 더. 하얀 별은 검을 조금 더 깊숙이 찔렀다.
곧 이 불이 고룡의 금빛 마나를 부수고 저 두 손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이다. 그때, 하얀 별은 굳은 얼굴의 고룡이 보였다.
“글쎄.”
고룡은 하얀 별을 무심히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쫑알거리는 소리로 시끄러워서 말이야. 다른 소리는 안 들리는데.”
뭐? 쫑알?
순간, 하얀 별은 한 가지를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물의 장막을 없앴다. 그렇다면 장애물이 사라진 그것은 아래로 떨어져 내려야 했다. 그러나 검은 그물은 하얀 별을 덮치지 않았다. 하얀 별의 눈동자에 아름다운 밤하늘이 비쳤다.
“으아아아악!”
누군가의 처절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에르하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다른 놈의 울음소리는 들리네. 응?”
하얀 별은 에르하벤의 어깨 너머로 검은 그물에 사로잡힌 이가 보였다.
마치 물고기처럼. 한 겹, 두 겹, 세 겹, 여러 겹의 그물에 사로잡혀 비명을 토해낸 이는 곰족 왕 사예르였다.
치지직, 치직.
그냥 검은 그물이 아니었다. 미세한 전류가 검은 그물에 흐르고 있었다. 사예르의 옷이 그물에 닿을 때마다 타들어갔고, 전류가 사예르의 피부를 지졌다.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쓸데없이……!”
왜 쓸데없이 나서?
에르하벤이 웃으며 무겁게 눈동자가 가라앉은 하얀 별의 시야를 가렸다.
“자, 우리도 마저 싸워야지?”
금빛 가루가 고룡을 휘감으며 마치 폭풍처럼 피어올랐다.
그 와중에 사예르는 죄여오는 검은 그물의 전류에 고통을 느꼈고, 검은 줄에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다.
그런 그를 향해 검은 본 드래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길, 갑자기!”
사예르는 손을 휘감은 빛으로 검은 그물을 찢어내려 했다. 치익, 타들어가는 소리와 함께 마나로 된 그물은 찢어졌지만, 몇 겹이나 둘러싸고 있어 벗어나려면 한참 걸릴 터였다.
그의 귓가로 태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대의 힘을 더 써야지. 그래서 그물을 벗어나겠어?”
어느새 드래곤 날개의 그림자가 그의 몸을 다 덮어버렸다. 사예르는 고개를 들었다. 저를 내려다보는 케일의 차가운 눈동자가 보였다.
“이 새끼가-!”
그래, 이 그물을 벗어나주마!
그는 몸에 머문 고대의 힘을 뿜어냈다. 그러자 환한 빛이 그를 감쌌다. 단순한 빛이 아니었다.
-인간아! 내 그물 탄다! 저거 만들기 힘들었는데!
뜨겁게 타오르는 빛은 순식간에 그물을 태우기 시작했다.
사예르는 마치 진짜 태양이 현신한 것 같은 모습이 되었다.
“크흐흐, 조금만 더 버티면 돼.”
하늘이 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별이 조만간 그 힘을 사용할 터. 그때까지만 버티면 된다. 그는 빛을 휘감은 채 치솟아 오르려 했다.
도망치려고 했다.
“제기랄!”
하지만 그는 또다시 발목이 잡혔다.
-만들기 힘들지만 또 만들면 된다! 나는 위대하다, 이 바보 곰아!
“이 그물이 또!”
쿨럭. 사예르의 입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힘을 쓸수록 그의 그릇은 연약하게 흔들렸다. 그는 케일의 웃는 얼굴이 보였다.
이걸 노렸다는 듯 웃는 얼굴. 사예르는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질 줄 알아?’
나는 버틴다. 도망친다.
사예르는 아주 약하고 미천했던 어릴 적을 떠올렸다. 그는 다시 한 번 빛을 뿜었다. 빛이 다시금 그물을 집어삼켰다.
“쿨럭!”
하지만 한 번 더 기침을 토해낸 그는 잠시 몸이 멈칫했다.
그때였다.
“역시 상극이어야 합니다.”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사예르의 위에서 들려왔다. 고개를 들었다. 그곳에 뼈로 된 검에 죽은 마나를 두른 네크로맨서가 보였다.
사예르의 몸에서 뻗어나간 빛이 네크로멘서의 흉측한 얼굴을 비췄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는 검은 뼈도.
“이, 이리-!”
이리 당할 수 없다.
사예르는 빛을 휘감은 손을 위로 뻗으려 했다.
“그건 곤란합니다.”
치이익. 타들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예르의 두 팔을 움켜쥔 본 드래곤의 앞발이 보였다. 검은 뼈가 녹았다. 그러나 사예르의 몸을 잡아두기에는 충분했다.
메리는 뼈를 사용하는 네크로맨서. 그녀는 후방에서만 싸우다 타샤에게 체술을 조금 배웠다.
그리고 뼈로 검을 만들어 자신의 죽은 마나 기운을 새기고 또 새겼다. 오로지 네크로맨서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죽은 마나를 머금은 검.
앞으로 나서고 싶은 그녀의 마음도 함께 새긴 검이었다.
빛과 상극인 어둠 속성의 극에 이른 죽은 마나.
그것이 사예르에게 꽂혔다.
“으아아아악!”
처절한 비명이 하늘의 울음조차 뚫고 울려 퍼졌다.
“실수했습니다. 역시 검술은 최한에게 배워야 합니다.”
메리의 말에 케일은 태연하게 답했다.
“괜찮아.”
그는 메리를 밀쳐낸 이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그래도 오른팔 하나는 잘랐잖아?”
“…이 새끼가 지금껏 봐줬더니-”
이를 드러내며 분노하는 하얀 별. 그의 뒤에서 오른팔이 잘린 사예르가 부들부들 몸을 떨며 피를 토하고 있었다.
케일은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
첫 번째 오른팔을 하나 잘랐으니.
“두 번째를 잘라야겠지?”
케일의 손에 수창이 나타났다. 휘감기듯 올라간 창은 심해처럼 짙은 검푸른색으로 물들어갔다.
휘이잉-
바람이 그의 몸을 감싼 순간, 케일은 곧바로 하얀 별을 향해 달려들었다. 제 편인 사예르를 지키고 선 하얀 별을 향해.
케일이라고 동료를 인질로 삼거나 동료부터 하나하나 처리해 외톨이로 만드는 싸움 방식을 몰라서 지금까지 안 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저쪽이 먼저 건드렸으니, 배로 돌려주어야 속이 풀렸다.
마나 교란에 괴로워하던 라온.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몰랐던 최한.
밤에 잠들지 못하고 공포에 떠는 사람들.
‘이 새끼, 지가 뭐라고 이딴 짓을 벌여?’
하얀 별이고 나발이고 간에.
“하하하! 감히 나에게 달려들어? 그 몸으로?”
하얀 별은 달려드는 케일을 향해 비웃음을 터뜨렸다. 창백한 안색에 굳은 피로 흉한 꼴인 케일은 창을 쥔 손도 떨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케일은 달려들었다.
그는 저를 비웃는 하얀 별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고 하얀 별 뒤에 숨은 사예르, 그 사예르의 어깨 너머.
검을 들어 올리는 최한이 보였다.
최정수가 자신의 용을 검에 불러들일 때 취하는 그 자세였다.
최한의 흑룡이 하얀 별의 뒤를 노리고 있었다. 그 검은 평소와 달랐다. 검은 오러에서 피어오른 용은 재해를 머금고 있었다.
반쪽짜리이지만, 분명 흉폭한 재해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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