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55
454화.
누구 하나 쉬이 입을 열지 못했다.
번개를 만들어냈던 검은 구름이 걷히자, 새벽을 맞이하는 하늘이 나타났다. 그 덕에 모두가 서로의 몰골이 제대로 보였다.
“커헉!”
케일은 또 한 번 피를 토했고, 그런 그를 최한이 부축하며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하지만 최한은 대답 대신 다른 말을 들을 수가 있었다.
“아쉬워. 조금만, 조금만 더 힘이 있었으면 제대로였을 텐데.”
케일의 눈동자는 창백한 안색으로 숨을 몰아쉬는 하얀 별에게 꽂힌 채 움직이지 않았다. 최한은 하얀 별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상당히 아쉬워하는 케일의 마음이 느껴졌다.
동시에 라온이 한 말이 떠올랐다.
‘최한아! 인간이 하얀 별을 박살 낼 거라고 한다! 가능하면 깨꼬닥시키고 싶은데, 안 되면 크게 다치게 할 거라고 했다!’
가능하면 죽일 것이고 안 되면 크게 상처를 입힐 계획이었지만, 결국 죽이지 못했고 왼팔만 잘라냈다.
최한은 제 손을 내려다봤다.
케일을 부축하고 있는 손끝이 잘게 떨렸다.
‘이 전력으로 달려들었는데, 결국 하얀 별을 죽이지 못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드래곤 둘에 소드 마스터, 네크로맨서, 케일까지. 막강한 전력이 끊임없이 힘을 쏟아부었건만, 겨우 팔 하나 잘랐다.
도대체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하얀 별을 이길 수 있을까?
그때였다.
“흐.”
그는 웃는 케일이 보였다. 케일은 여전히 하얀 별을 응시한 채 얕은 숨 사이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조금만 더 하면 돼.”
아.
최한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과거 처음 하얀 별을 만났을 때, 그는 하얀 별 곁으로 접근하지도 못했다. 제대로 된 공격도 하지 못하고 모고르 황궁 지붕에 처박혀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하얀 별을 붙잡아두고 싸울 정도는 되었다. 하얀 별이 그를 보며 놀랄 정도의 힘을 얻었다.
성장했다.
강함에는 끝이 없다더니, 그는 성장해 하얀 별을 잠시 붙잡아 둘 정도가 되었다.
라온도 최한처럼 하얀 별을 어느 정도 잡아둘 정도로 성장했다.
‘에르하벤 님과 케일 님은 이전에 힘을 많이 썼어.’
케일은 하얀 별과 제대로 싸우기 전, 영주성과 불 때문에 이래저래 고대의 힘을 많이 사용했다. 그러니 거의 한 팔로 싸운 격이었다.
에르하벤도 마나 교란 장치를 부수며 힘을 쓰지 않았던가.
‘또 메리는 할 일이 있다!’
그 생각에 이르자, 최한의 눈빛이 반짝였다.
메리도, 에르하벤도 사실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그 둘은 어느 정도껏 싸웠다.
그 이유를 최한은 잘 알고 있었고, 케일을 향한 눈동자에 기대감이 맺혔다.
그 순간, 하얀 별의 입이 열렸다.
“오랜만이야. 몸 일부를 잃어보는 건.”
그는 아프지도 않다는 듯 제 왼팔이 찢겨 나간 곳을 무심히 바라봤다.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그는 고개를 들었다.
“어느새 날도 밝았고. 케일 헤니투스, 이제 어쩔 작정이지? 더 싸울까?”
“글쎄.”
케일은 씨익 웃었다.
“하얀 별. 네 입에 흐르는 피나 닦고 싸울 건지 묻는 게 맞을 것 같은데?”
“아, 그런가?”
실없이 웃는 하얀 별의 입가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현재 그의 몸은 정상이 아니었다.
케일보다 더 많은 고대의 힘을 끊임없이 사용한 그였다. 아직 땅의 힘을 얻지 못해 불안정한 신체는 끊임없이 하얀 별의 내부를 괴롭혔다.
거기다가 팔이 잘리면서 받은 충격이 더욱더 그의 내부를 고통에 빠뜨렸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투명화한 용 하나는 보이지 않았지만, 다른 이들은 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느 때보다도 하얀 별의 머릿속은 냉정했다.
‘다크엘프가 사막으로 갔다.’
사막에 마지막 땅의 힘이 있을 것이라 의심되는 상황. 물론 로운 왕국도 후보에 있지만, 이곳에 그 특이한 문자로 쓰인 네란 베로우의 회고록을 전부 읽은 최한이 있는 한.
이 사막에서 땅의 힘을 찾아야 한다.
있든 없든, 함정이든 아니든, 정보가 부족한 하얀 별은 당초의 계획으로 케일의 그릇을 부수고, 최한을 사로잡지 못한 이상 땅의 힘이라도 찾아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크엘프가 사막으로 갔단 말은 케일 헤니투스가 거기에도 함정을 파놓았단 소리지.’
우습다.
하얀 별은 케일의 손안에서 움직여야 함을 깨닫곤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냥 확 죽을까?’
팔 한쪽도 잃은 마당에 죽어서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나았다. 죽음의 고통이야 수십 번 겪어도 두려웠으나, 그의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존재해 괜찮았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다른 고대의 힘들이야 그의 영혼에 묶어두고 환생을 통해 이어가는 것이 가능했다.
“죽을까 말까 고민하냐?”
케일은 실금이 간 하얀 가면을 보며 말했다.
“그래, 고민 중이지.”
“그냥 죽어.”
무심히 던진 케일의 말에 하얀 별은 더 짙게 웃었다. 그런 그를 향해, 다 이해한다는 듯 케일이 말했다.
“그동안 내가 땅의 힘을 찾아서 네가 모르는 곳에 숨겨둘 테니까. 그러면 또다시 천 년 동안 살아야 할지도? 해봤으니까, 한 번 더 천 년 사는 게 쉬우려나?”
케일은 진심으로 분노한 눈동자를 보았다. 그러나 그 눈동자의 주인은 웃으며 답했다.
“내 천 년이 우습나?”
피식.
케일은 비웃음을 날리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 행동이 하얀 별의 분노를 부추겼다.
그러나 하늘에 떠 있던 그는 변해가는 주변 상황이 전부 보였다.
저 멀리, 사방에서 파도처럼 거대한 군대가 밀려왔다. 왕세자가 내린 급명에, 밤새 카로 왕국 곳곳에서 달려오고 있는 병사들이 한가득이었다.
끝도 없이, 이미 올해 초 전쟁을 이겨내 사기가 충천한 병사들이 이 두보리 영지로 밀려올 것이다.
‘이쪽 상태는 엉망이고.’
사예르를 비롯해 다들 상태가 엉망이었다.
무엇보다도.
“너 쉬어야 하지 않아?”
케일의 말대로 하얀 별은 쉬어야 했다. 마지막 땅의 힘만 얻으면 무소불위의 힘을 얻는 상황. 이를 코앞에 두고 죽을 수도 없다.
“네놈이야말로 쉬어야 할 것 같구나.”
하얀 별은 케일의 말을 맞받아쳤다. 케일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뚜욱, 뚝. 그러고는 피가 떨어지는 하얀 별의 왼쪽 어깨를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 쉬어야지. 난 잠시, 그리고 넌 영원히.”
“이 빌어먹을 놈!”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그는 오른팔을 휘두르며 몸을 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에 검은 화살이 지나갔다.
투명화한 라온이 두 앞발을 덜덜 떨며 화살 수십 개를 만들어 하얀 별을 노렸다.
메리가 손을 까딱였다.
딱!
그 소리와 함께, 다크엘프들이 영주성 근처 사막에 그간 숨겨놓았던 몬스터 뼈들이 몸을 일으켰다. 비행 몬스터 시체도 많았다.
“갑니다.”
메리의 그 말을 신호로 비행 몬스터 시체가 하늘로 솟구쳤고, 화살과 뒤섞여 하늘을 뒤덮었다. 화살과 뼈들은 점점 빼곡한 원을 그리며 하얀 별을 감쌌다.
“쏴!”
허공에서 라온의 목소리가 울리며 화살이 일제히 하얀 별에게로 향했다.
“이깟 화살쯤!”
하얀 별은 새하얀 안색으로 물의 장막을 펼쳤다. 그리고 그를 돕듯 하늘로 솟구치는 이들이 있었다.
“주군!”
“야, 나도 왔어!”
흑마법사들과 비행 마법을 건 엘리스네였다. 사예르도 흑마법사 등에 업힌 채 빛 화살을 메리에게로 쏘아 보냈다.
그때, 이를 모두 지켜보던 이가 작게 속삭였다.
“가자.”
최한이 케일의 말에 곧장 그를 들쳐 업었다. 하얀 별은 쏟아지는 검은 화살 비 사이로 그 광경을 보자마자 눈을 크게 떴다.
“잡아!”
그 외침이 무색하게 케일과 최한이 사막으로 향했다. 하얀 별은 그들을 잡으려 했지만,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비행 몬스터 해골이 하늘을 뒤덮으며 그의 앞길을 막았다.
물론 부수면 된다. 하나씩이든 여러 마리든 부수면 된다.
하지만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하얀 별은 끝까지 케일과 최한의 뒤를 쫓았다.
“야! 사막에 내려줘!”
곰족 왕 사예르는 하얀 별보다 먼저 사태를 파악하고는 빛 화살을 거두고 흑마법사와 함께 사막에 내려섰다.
그때였다.
“제기랄!”
지상에 남아 있던 해골들을 밟아 부수며 지상에 내려선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위이잉. 위이잉.
그의 품 안의 영상통신구가 경고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의 시선에, 뒤따라 내려선 흑마법사의 시선도 영상통신구로 향했다.
사예르마저 흑마법사의 등에서 내려 그를 쳐다보자, 흑마법사는 두 사람의 시선에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동대륙에서 온 위급한 소식입니다.”
아니, 흑마법사는 두 사람의 시선보다 영상통신구 내용에 몸이 떨려왔다.
“현재 암 첫 번째 비밀 기지 부근 1차 경계선 안으로 침입자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암’의 비밀 기지들은 각각 총 3개의 경계선을 구축해 적들의 침입을 사전에 알아냈다. 그중 첫 번째 비밀 기지의 첫 번째 경계선이 무너졌다.
“누가! 누가 침입했다는 거야!”
사예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사막을 노려보았다. 케일 헤니투스가 사라진 방향이었다.
“케일 헤니투스, 그놈들 짓이냐? 분명 그놈들이 그랬을 거-”
“아닙니다! 살수!”
“…뭐?”
흑마법사는 이어 말했다. 지금도 메시지가 영상통신구로 전해지고 있었다. 다급함이 느껴졌다.
“살수와 용병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살수들이 과거 동대륙 뒷세계 가문 소속 같다고 합니다! 그들의 수법을 쓰고 있다는 전언입니다!”
첫 번째 비밀 기지로 들이닥친 자들은 과거 암에 의해 멸문했던 가문들의 살수 비법을 사용했다.
“그리고 최상급 마법사도 있다고 합니다! 아! 그자는!”
흑마법사는 곧바로 다음 연락을 내뱉었다.
“그자는 용병 길드 최상급 마법사 그렌이라고 합니다!”
상당히 유명한 마법사였다. 그 실력으로, 그리고 용병왕의 친우로 유명했다. 사예르의 입이 열렸다.
“그렌이 있다면-”
흑마법사가 이어받듯 외쳤다.
“침입자들을 지휘하는 이는 용병왕 버드라고 합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하얀 별의 고개가 등 뒤로 향했다. 그는 두보리 영지 성벽에 내려서는 에르하벤과 메리가 보였다. 투명화한 용도 저기 있을 터.
라온과 검은 로브를 쓴 메리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웃고 있는 고룡이 보였다. 어쩌겠냐는 눈빛이었다.
하얀 별의 얼굴이 악귀처럼 일그러졌다. 에르하벤은 성벽 근처에 골드 실드를 펼치고는 사막 아래로 내려서며 하얀 별에게 물었다.
“사방이 다 막히고 몰린 기분이 어떤가?”
딱. 딱.
뼈가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해골들이 하얀 별과 그의 수하들 주위를 에워쌌다. 그리고 성벽 위에서 화살을 겨눈 궁사들과 공격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는 마법사, 투석기를 준비하는 병사들이 나타났다.
하얀 별은 눈을 감았다.
***
그 순간, 최한은 모래를 가로지르며 달리고 있었다.
촤악, 촤아악.
모래 위를 달리는 최한의 등에 업힌 케일은 차분히 가라앉은 눈을 감고 생각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할래?’
케일은 하얀 별의 오른팔 세 개를 자를 셈이었다.
사예르의 오른팔.
하얀 별의 팔 한쪽.
그리고 지금, ‘암’이 공격받고 있다.
과연 하얀 별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 몸 상태로 암을 보호하러 갈까? 아니면 땅의 힘을 찾으려 할까?
-인간아! 이제 동대륙 가나?
라온은 마치 지금 성벽 위에서 공격 중이라는 듯 검은 화살을 끊임없이 날리고 있었지만, 하얀 별이 있는 곳에 남지 않고 케일을 따라왔다.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하얀 별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겠-”
삐이이- 삐이이-
영상통신구의 알람음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라온이 영상통신구를 꺼내 들었다.
-도련님.
론의 인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냥을 가도 될까요?
용병왕이 암 공격을 위해 움직였지만, 진짜배기들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라온이 외쳤다.
“인간아! 할배가 하얀 별이 사막으로 갔다고 한다! 착한 메리랑 할배가 뒤쫓고 있다고 한다! 할배 말로는 착한 메리가 다크엘프들한테 신호 보냈다고 한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론, 거기 용 혼혈 옆에 있나?”
-네, 도련님.
“오 분 뒤에 보자.”
케일은 최한과 라온에게 말했다.
“첫 번째 암 비밀 기지 근처로 간다.”
‘암’의 비밀 기지 두 곳 중 첫 번째 장소.
그곳은 본디 몰란 가문의 저택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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