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59
458화.
사자족 왕 도르프는 놀란 얼굴로 희미한 빛을 뿜어내는 용 혼혈을 바라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어디 약한 놈이 하나 끼어 있길래 신경도 안 쓰고 있었더니…….”
그는 기가 차다는 얼굴로 용 혼혈을 바라보다, 이내 안쓰러운 눈빛을 띠었다.
“평범한 인간보다 약해졌어. 어쩌다 그렇게 되었습니까?”
도르프의 말투가 존댓말로 바뀌었다. 우우웅. 여전히 그의 주위로 어두운 기운들이 몰려들어 있었지만, 도르프는 개의치 않은 채 한 발, 한 발 용 혼혈에게로 다가갔다.
“정말 어쩌다 이리 나약해지셨습니까? 응? 주군의 아드님이 이런 꼴이라니. 참으로 슬픕니다.”
주군의 아드님.
도르프의 등 뒤로 술렁임이 일어났고, 비크로스와 온, 홍이 흠칫하며 용 혼혈을 바라봤다.
-인간아! 용 혼혈은 하얀 별 아들이 아니지 않나? 사자족 왕이 헛소리한다!
케일의 머릿속에 라온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그의 귓가로 용 혼혈의 목소리도 함께 들려왔다.
“…내가 아들이라고?”
용 혼혈의 신경질적인 얼굴이 대번에 일그러졌다. 그 얼굴에는 분노보다 더 깊고 묵직한 감정이 실려 있었다.
“그럼요. 아들이지 않으십니까?”
느긋하면서도 태연히 말하는 도르프를 용 혼혈은 가증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진짜 아들도 아닐뿐더러, 저를 누구보다도 사람 취급 하지 않았던 자가 저리 말하는 것이 우스웠다.
사람 취급을 하지 않았던 정도가 아니었다. 도르프는 그를 늘 경멸 어린 눈동자로 바라보았고, 그를 이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대하지 않았던가?
사자족 왕 도르프와 곰족 왕 사예르.
이 두 사람은 하얀 별에게 인정받은 자들이었기에, 인정받지 못한 실패작인 용 혼혈을 우습게 여겼다.
그런데 저에게 지금 하얀 별의 아들이지 않냐며, 존댓말까지 하는 꼴이 기가 찼다.
“…미쳤어?”
용 혼혈은 도르프를 보며 물었고, 그에 도르프의 얼굴에 자리하던 미소가 서서히 사라지며 차가운 목소리가 용 혼혈에게로 향했다.
“우리 주군의 아드님이 미치셨겠지요. 감히 저를 만들어준 아버지를 배신하고 그 비루먹은 몸뚱어리로 이곳에 처들어오셨으니까요. 안 그렇습니까?”
저벅저벅.
흩날리는 눈 사이로, 메마른 땅을 걸어나가던 도르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를 강하게 만들어준, 그 은혜를 갚아야 할 분의 적에게 붙어먹었다? 네놈이야말로 미쳤다.”
용 혼혈의 얼굴이 더욱더 일그러졌다.
‘은혜라고?’
하얀 별 때문에 강해진 것은 맞았다. 저를 만들어준 것도 맞다. 자신을 괴물로, 키메라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나 그것은 은혜가 아니었다. 괴로움과 외로움의 끝에서 그는 괴물이 되어야 했다.
용보다는 차라리 마물에 가까운, 악한 존재가 되어갔다.
물론 이 모든 것을 하얀 별의 탓으로 돌릴 생각은 없었다. 그간 수많은 이들을 죽인 자신도 나쁜 놈이고, 벌받을 만한 놈이니까.
“흐흐-”
그는 웃음이 나왔다. 손을 들었다.
마른 손이 바들바들 잘게 떨리고 있었다.
우우웅-
빛이 손으로 모여들었다.
“하! 그 정도로 뭘 하려는 거지?”
도르프가 그리 비웃었을 때, 용 혼혈은 웃음을 지우며 입을 열었다.
“나한테 말 걸면서 시간 끄는 수작을 못 알아챌 거라 생각했나?”
“뭐?”
도르프의 눈가가 살짝 굳었고, 용 혼혈의 손에 머물던 작은 빛이 그의 손을 떠났다.
우우우웅-
작은 빛은 더욱더 작게 쪼개져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너무나도 작게 쪼개져, 그 빛은 도르프의 주먹만 닿아도 사라질 것 같았다.
“뭔 짓이야?”
도르프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그 빛 꼬리들을 바라보다, 이내 표정을 굳혔다.
“설마!”
얇고 연약한 빛줄기들은 쏜살같이 날아가 비밀 기지로 사용되는 마을 안으로 향했다. 도르프는 뒤에 선 수하에게 외쳤다.
“막아! 방어벽을 뚫지 못하게 해!”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처럼 보이는 암의 두 번째 비밀 기지.
이곳은 1~3차 경계선의 구분이 희미한 대신, 거대하고 투명한 벽이 타인의 침입을 감지함과 동시에 허락되지 않은 외부의 힘이 벽 안으로 들어서는 것을 막고 있었다.
케일은 당황한 도르프를 보며 용 혼혈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투명한 벽은 실드와 비슷해. 10년 전쯤에 하얀 별과 나도 잘 모르는 녀석 한 명, 그리고 베크록이 합작해서 만든 작품이지.’
용 혼혈은 호언장담을 했다.
‘그 벽은 네 어린 용이나 고룡이 와도 쉬이 못 뚫어. 설령 뚫는다고 해도 한참 동안 고생해야 할 거다. 네 고대의 힘으로도 꽤 힘들 거야. 네가 피를 많이 토해야 할걸?’
‘그리 말하는 것치곤 표정이 좋은데?’
‘…방법이 있으니까.’
용 혼혈은 방어벽의 약점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 방어벽은 모든 힘을 막지만 마을에 등록된 이들의 힘은 막지 않는다. 그래야 비밀 기지 마을에 사는 이들이 오가는 게 편할 테니까. 어때? 뭔가 보이지 않아?’
용 혼혈의 말대로 그 말을 듣는 순간, 방어벽을 뚫을 해답이 조금씩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말에 그 해답이 완전히 선명하게 그려졌다.
용 혼혈은 영상통신구 너머 파리한 안색으로 말했다.
‘…내 힘은 아직 그 마을에 등록되어 있을 거야. 내가 이미 죽은 줄 알고 있으니, 등록을 지울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
얇고 연약한 빛줄기들이 투명한 방어벽에 닿았다.
“어서! 막아!”
도르프가 어서 수하 마법사에게 용 혼혈의 힘이 방어벽을 뚫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지만.
“죄, 죄송합니다! 베크록 님이 안 계셔서-”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한 마법사의 목소리와 함께, 바늘처럼 가는 빛줄기들이 방어벽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스스스스-
방어벽은 이 빛줄기들을 제 품으로, 마을 안으로 허락했다. 이미 등록되어 있는 우리 편으로 인식했으니까.
“안 돼!”
휘이이이-
도르프가 일으킨 어둠이 돌풍처럼 휘몰아치며 순식간에 방어벽을 향해 날아갔다.
빛줄기와 빛줄기가 지나가며 만들어진 찰나의 틈새를 지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어두운 폭풍이 방어벽에 닿기도 전, 이미 모든 준비를 끝마친 이가 있었다.
-내 차례다!
수십의 빛줄기처럼, 수십의 검은 창이 빠른 속도로 빛줄기의 뒤를 따라잡았다.
마법으로 만들어진 창은 순식간에 가는 빛줄기의 뒤꽁무니에 닿았고, 빛줄기에게 품을 허락하느라 틈새를 만들어준 방어벽은 바로 뒤에서 틈새를 파고드는 수십의 흑창을 맞이해야 했다.
“안 돼!”
다급해진 도르프의 외침이 들려왔고, 케일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두 번째 암 비밀 기지 작전명은 단순했다.
신속 정확.
첫 번째 비밀 기지를 건드는 동안 분명 하얀 별을 비롯한 수뇌부들이 침입 소식을 들었을 테니, 두 번째 비밀 기지는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덮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그래서 많은 인원도 필요 없었다.
왜냐고?
우린 치고 빠질 거니까.
-인간아! 바로 한다?
“그래, 해.”
라온의 신난 목소리에 케일이 답한 뒤, 그의 귓가로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쿠구구궁-
방어벽은 허락되지 않은 검은 창을 거부하며 침입을 막고자 했다.
하지만 수십 개의 흑창은 제 몸을 비틀며 가는 빛줄기가 만들어준 틈을 파고들었다.
끼이이이이-
쿠쿠쿵-
온갖 소리가 휘몰아쳤다. 수십 개의 흑창이 회전을 가속하며 방어벽을 파고들었다. 방어벽은 이미 뚫린 틈을 메꾸는 게 쉽지 않았다.
‘베크록도 너희가 잡았다고 했으니까. 하얀 별도 없으니 내가 틈만 만든다면 네 곁의 용들이 금방 그 틈을 파고들어 버릴 거다.’
용 혼혈의 말대로였다.
“실드를 둘러!”
“흑창을 공격하겠습니다!”
마을에 있던 이와 밖으로 나온 이들, 비밀 기지 모든 인원의 절반가량이 흑창을 막으려 시도했다. 하지만 거대한 나무 몇 그루를 뭉친 것 같은 흑창 수십 개는 그런 시도를 하기도 전, 빠르게 회전하며 방어벽을 뚫었고.
쩌저저적-
투명한 벽에 하얀 금이 생기기 시작하더니.
-됐다!
라온의 목소리와 함께 흑창들이 벽을 뚫어버렸다.
콰아아아앙! 콰앙! 콰아아-
곧이어 수십의 폭발음이 케일의 귓가를 뒤흔들었고, 그는 살짝 몸을 비틀거려야 했다.
“넘어지면 안 되는데!”
홍과 온이 그런 케일의 부축하려는 듯 다리를 각각 한 쪽씩 잡아주었다.
콰아앙- 콰아아앙!
그 와중에도 폭발음과 함께 땅이 진동했다.
“제기랄!”
도르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이 망가진 키메라 놈이!”
그는 흉악스러운 표정으로 용 혼혈을 노려보았다.
수십 개의 가는 빛줄기. 그것들은 방어벽을 지나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그 방향은 모두 비밀 기지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설들이 있는 쪽이었다.
빛줄기들은 식량 창고나 문서 저장실, 참모실 등등이 자리한 곳으로 향했고, 그 뒤를 따르던 흑창은 당연히 그곳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크윽!”
“컥!”
“괜찮나? 그래도 막아냈어!”
물론 몇몇 시설들은 재빠른 대응으로 흑창을 막아내기도 했다.
하지만 흑창을 막아내기 위해 맞섰던 강자들은 피를 토하거나 큰 부상을 입어야 했다. 도르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새 성장했나?’
분명 저 흑창은 고룡이 아닌 어린 용의 힘이리라. 그 힘은 저번에 모고르 제국에서 마주했을 때보다 더 강해져 있었다.
거기다가 저런 거대한 힘을 세밀하게 다루는 정확도를 보아하니 그냥 재능 있다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그 힘이 대단했다.
‘…정말로 로드의 자식이 맞나 보군.’
하얀 별에게 로드 쉐리트와 검은 용에 대한 정보를 들은 도르프는 용서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용 혼혈을 바라봤다.
“다 갖다 바쳤군그래. 마을을 이런 꼴로 만들어서 좋은가?”
용 혼혈은 무심한 얼굴로 답했다.
“어. 좋다.”
“하!”
도르프는 그대로 용 혼혈을 향해 달려들었다. 평범한 성인보다 못한, 다 죽어가는 저 모습을 보니, 당장에라도 숨통을 끊어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
저 마을이 어떤 곳이던가?
머물 곳이 없어 늘 떠돌던 사자족에게 그나마 머물 수 있게 해주었던 곳이었다. 물론 곧 그들의 왕국이 주어지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편히 머물렀던 저 마을이 소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소중했다.
“괴물 같은 놈! 네놈은 내가 죽여주마!”
용 혼혈은 달려드는 도르프를 보며 초연한 표정으로 두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의 두 손에 또다시 미세한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아까 전보다 더 약해진 빛은 곧 꺼질 듯했다.
하지만 용 혼혈은 도르프에게서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가 죽을 자리라 생각해서 왔다. 그러니 저를 경멸하던 도르프 놈이 제 계략에 당해 저리 바짝 열이 올라 달려드는 것을 맞서다 죽는 것도 꽤 마음 편할 것 같았다.
도르프는 저와 맞서려는 용 혼혈을 보며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크크큭, 아주 웃겨! 나와 싸우겠다고? 크하하하! 아주, 제 피가 섞인 용이라고 도와주고 싶었나 봐?”
“…뭐?”
순간 도르프와 맞서려던 용 혼혈의 두 손이 멈칫했다. 뭉치던 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의 얼굴에 의문이 어렸다.
‘내 피가 섞인 용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때, 도르프가 그 모습조차 가증스럽다는 듯 비틀린 미소를 띤 채 라온과는 다른 기운이 뭉친 검은 창을 그에게로 쏘아 날리며 외쳤다.
“감히 저를 만들어준 아버지를 배신하고 제 동생을 챙기면서 뭘 모른 척이냐! 괴물이라 은혜도 모르는가!”
…동생?
나한테 동생?
용 혼혈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한테 동생은 없다.
그러나 짐작 가는 것은 있었다.
몇 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유일하게 그가 하얀 별의 명을 어기고 몰래 벌였던 짓이 하나 있었다.
당시 하얀 별과 함께 동대륙에 머물던 그가 서대륙이라면 하얀 별의 시선이 닿지 않겠다, 덜 닿겠다 싶어, 그곳으로 떠나는 이에게 은밀히 부탁했던 일.
‘…레디카.’
그래, 그놈에게 부탁했었다.
피에 미친 마법사라고 불렸지만, 용 혼혈은 그가 그나마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에겐 충성스러웠던 놈이었으니까.
붉은색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이놈은 붉은 용의 심장을 지녔다 알려진 그를 거의 신처럼 대했다.
‘설마?’
용 혼혈은 순간 한 존재가 떠올랐다.
“크하하하! 벌써 포기했나?”
어느새 도르프가 던진 흑창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다가온 도르프가 광소를 터뜨리며 손에 든 거대한 검을 용 혼혈을 향해 내리그었다.
창과 검.
두 가지가 용 혼혈에게로 쏟아졌다. 하지만 용 혼혈은 난생처음으로 전장에서 싸움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는 멍하니 저를 향해 오는 검과 창을 바라보았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용 혼혈의 몸이 뒤로 쓰러졌다.
탁.
하지만 그의 몸을 잡는 이가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
용 혼혈은 다치지 않았다. 다만 충격에 몸이 뒤로 밀려났을 뿐이었다.
그의 앞에는 검은 창과 검을 막아서는 은빛 방패가 존재했다. 케일은 용 혼혈의 어깨를 손으로 꽈악 잡으며 말했다.
“왜 멍 때려?”
“너-”
“나중에 이야기해 주지.”
그는 혼란스러워하는 용 혼혈을 똑바로 서게 했다.
-인간아! 용 혼혈한테 동생도 있나? 여기 근처에 있나? 우리가 찾아주자! 나 쟤 조금 불쌍하다! 설거지 너무 열심히 한다!
케일은 쫑알거리는 라온의 말에 쓴웃음을 지으며 용 혼혈을 제 등 뒤에 두었다.
‘참, 이렇게 먼저 터질 줄은 몰랐는데.’
용 혼혈은 로드 쉐리트를 만난 일을 알지 못했다.
케일 곁에는 케일의 허락 없이 용 혼혈을 비롯한 다른 이들에게 기밀 사항을 말하고 다닐 동료들이 없었으니까.
하얀 별의 시선을 피해야 해서 로드 쉐리트의 성이 어둠의 숲에 있단 것도 비밀이라 일러두었기에, 당연히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이들은 없었다.
‘…내가 일부러 용 혼혈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도 있고.’
직접 제대로 물어보기 위해서, 케일은 용 혼혈에게 로드 쉐리트와 그녀의 아이들, 즉 붉은 알과 검은 알에 대한 이야기를 그간 묻지 않았다.
영상통신구로 할 이야기는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라온이랑 떨어뜨린 상태에서 내가 먼저 듣고 싶었고.’
라온이 혹시 충격받을 만한 내용일 수도 있으니까. 자신이 먼저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등 뒤에서 용 혼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이게 무슨-”
용 혼혈은 제 목소리에 뒤돌아보는 케일을 바라보았다. 가만히 그를 응시하던 눈동자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말해줄 테니까. 일단 살아라.”
멍하니 벌어져 있던 용 혼혈의 입이 점점 닫혔다. 그러나 그의 눈동자는 여전히 흔들리고 있었다. 용 혼혈의 눈동자에 무심한 얼굴이 비쳤다.
“넌 지금 죽으면 안 돼. 살아야 돼.”
그 말이 용 혼혈의 귓가에 깊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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