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6
45화.
콰아앙-
콰아아앙-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폭발음이 연달아 광장을 가득 채웠다. 모두 몸을 수그리며 본인의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
“으아아악!”
“커헉. 내, 내 팔!”
“크허억!”
사람들이 죽는 소리가 들렸다. 다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뒤.
쏴아아-
마치 비라도 오는 것 같은 바람 소리가 사람들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사람들은 광장 바닥의 흙먼지, 분수대 근처의 사람들은 분수대의 물을 뒤집어쓰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그들의 정면. 북쪽 방향으로 제일 첫 광경이 보였다. 왕족을 위한 실드를 쳤기에 국왕과 왕자들은 무사했지만 그 근처에 있던 자들이 다쳐 있었다.
국왕을 보러 누구보다도 빨리 와서 기다리고 있던 평민들, 시종들, 하급 관료들, 아직 실력이 낮은 기사들, 차마 시간이 부족해 실드를 펼치지 못한 마법사들.
다치고 죽어 있었다. 검은 연기로 왕족들의 찬란한 금발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들은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귀족 자제들과 그 옆의 일반 왕국민들이 있는 방향의 하늘을 바라봤다.
채애앵-
유리처럼 서서히 부서지는 은빛 방패를. 그리고 무너져 내리는 은빛 날개를. 동시에 그 사이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가 보였다. 분명 사람이 있었는데, 그 안에 피도, 조금의 살 조각도. 무엇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폭탄의 위력이 체감되었다.
그들의 시선이 저절로 한곳으로 향했다. 은빛 선의 끝.
“케일 공자!”
로잘린은 황급히 케일을 부축했다. 케일의 한쪽 무릎이 힘없이 구부려졌다. 로잘린은 부서져서 사라지는 은빛 방패와 케일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리고 왕족들 방향을 바라봤다. 어마어마한 폭발력이었다.
물론 그녀는 검은 용이 폭발력의 대부분을 흡수한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케일의 저 은빛 방패가 엄청난 일을 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 반동도 어마할 것이다.
로잘린은 고개를 숙인 케일의 팔을 잡고 그를 부축하며 케일을 불렀다.
“케일 공자, 괜찮아요? 케일 공자!”
그리고 케일은 생각했다.
‘아, 따끔거려.’
막판에 검은 용 덕에 은빛 방패에 쏟은 힘을 줄였다. 그 덕에 반동이 적었다. 그래도 손바닥이 따끔거리는 것이 아팠다. 케일은, 김록수는 아주 엄살이 심했다.
조금 아픈 것도 아픈 것이었다. 그는 숙였던 고개를 들려고 했다.
“케일 님!”
“공자님!”
케일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들이 가까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고개를 든 순간.
“케일, 괜찮아?”
“괜찮, 쿨럭!”
“피, 피……!”
다가오던 에릭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그는 뒤로 넘어갈 뻔했다.
그와 동시에 작게 피를 내뱉은 케일은 편안해졌다.
‘역시 심장의 활력.’
몸의 부담이 사라지고, 급속도로 그의 몸은 안정화되어 갔다. 오히려 ‘심장의 활력’ 힘이 활발해지면서 케일의 몸은 어느 때보다도 건강해져 갔다.
마치 론이 휴가를 갔을 때 자고 일어난, 그런 개운함과 상쾌함이 케일을 감쌌다.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스스로의 몸을 느꼈다.
‘팔다리는 붙어 있고. 아까 조금 손바닥이 따끔했지만 그건 종이에 베인 것보다 안 아팠고. 기침 한 번 하니 몸 상태는 요 근래 들어 가장 좋아지는군.’
꽤 괜찮은데? 케일은 왜 영웅들이 고대의 힘을 곁다리임에도 버리지 않고 사용했는지 알 것 같았다. 써보니 생각보다 안 아프고, 편했다.
흡족함에 케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맺혔다.
그리고 주변은 난장판이 되었다.
“지금 웃음이 나오십니까? 웃지 마십시오!”
케일은 테일러의 질책과 슬픔이 담긴 듯한 목소리에 감고 있던 눈을 슬쩍 떴다. 몸 확인 끝나고 상쾌한 기분으로 뜬 눈이었다. 그런데 햇살에 눈이 부셔서 그는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애써 눈도 뜨지 마십시오!”
얘 왜 이래? 케일은 테일러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로잘린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 털썩 앉았다. 귀족 체면상 이러면 안 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 정도는 괜찮지 않겠나. 케일은 대충 널브러지듯이 주저앉았다.
그런 그의 귓가로 검은 용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렸다.
-약한 인간아. 죽으면 안 된다! 넌 너무 약하단 말이다! 너 죽으면 다 죽여 버린다! 아주 다 죽여 버린다. 네 시체도 없이, 아예 다 날려 버리고 나도 죽어버릴 거다!
걱정하는 말 같기는 한데 그게 꽤 살벌했다. 케일은 그 목소리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찌푸렸다.
“공자, 신관을 불러올게요!”
“저도 다녀오겠습니다!”
아미르와 길버트가 케일에게 그리 말하고는, 입구로 들어서는 신관에게 달려갔다. 드레스와 정장이 엉망이 된 것도 모른 채 달리는 그들을 보며 케일은 차마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뭐 검사하면 좋은 거니까. 그리고 아픈 티도 내야 하고.’
신관이 와주면 좋을 일이었다. 케일의 옆에 에릭 휠스만이 섰다. 그는 웅성거리는 동북부 자제들과 귀족 자제들에게 다가오지 말라는 듯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케일은 그 광경보다 더 살벌한 광경이 펼쳐질 것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비키십시오.”
“안 된다. 일반인들은 여기에 들어와서는 안 된다.”
“…일반인? 그딴 의미는 누가 만든 것입니까?”
최한이 서늘한 얼굴로 귀족석을 지키는 병사와 대치하고 있었다. 케일은 절대 앞으로 나서지 말라고 했건만. 그 말을 어긴 최한에게 인상을 팍 찡그리며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그 행동에 최한은 입술을 깨물더니,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나서지 말라고 했지만, 죄송할 것까지는 아닌데. 최한 뒤의 라크와 두 사람의 어깨에 매달린 온과 홍이 보였다. 케일은 아주 멀쩡하다는 신호로 간만에 씩 웃어 보였고 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공자, 괜찮아요?”
케일은 로잘린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살짝 묻은 피를 닦아내었다.
“네. 아주 괜찮습니다.”
자신의 머리 색깔만큼 빨간 피를 닦아내는 케일의 행동은 무심했고 건조했다. 하지만 로잘린은 방금 케일이 한 일을 보았다. 왕족인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녀는 작게 중얼거렸다.
“…도통 당신은 알 수가 없군요.”
하지만 이내 케일이 자신을 바라보자 로잘린은 입을 꾹 닫은 채 그를 바라봤다. 케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바라보지 않고 그 너머를 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를 따라 고개를 뒤로 돌렸다.
“아.”
피를 마시던 마법사. 그가 종탑 꼭대기가 아닌 하늘에 선 채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정말 생각도 못 했는데. 이것도 아주 재밌네.”
피에 미친 마법사 레디카는 그렇게 말하며 왕족 쪽을 바라봤다. 다시금 마법사들이 비행 마법을 펼쳤고 이제는 수도 경비를 하는 병사들이 다가오며 화살을 그에게 겨누었다.
레디카는 시선을 돌렸다.
순간 케일과 그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리고 레디카의 눈동자가 케일 옆의 로잘린에게도 향했다. 지금은 갈색으로 염색을 했어도 푸른 늑대족 마을에서 본 로잘린을 알아볼 것이다. 쇠를 긁는 듯한 목소리가 광장 안에 울려 퍼졌다.
“세상에, 내가 좋아하는 피 색이 여러 개네?”
수많은 공격 마법들이 그의 자리를 향해 쏟아졌다.
“공격!”
마스크를 써서 보이지 않았지만 레디카의 눈가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장식장에 넣고 싶은데.”
케일의 표정이 떨떠름해졌다. 그는 저도 모르게 제 속마음을 내뱉었다.
“미쳤나.”
원래 저런 정신 살짝 나간 캐릭터는 단명할 상인데. 케일은 그렇게 생각하며 최한을 쳐다봤다. 최한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내 사라졌다.
당연히 저 마법사를 잡아 죽이려고 움직이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한의 방향은 레디카 쪽이 아니었다.
레디카는 쏟아지는 마법 공격들이 바로 닿기 전 국왕 쪽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럼 다음에 봐!”
그리고 사라졌다. 그것도 혼자가 아닌 함께 나타났던 인원들을 모두 데리고 사라졌다. 이 녀석의 주특기인 이동 마법이었다. 공격하던 이들은 저들이 어디로 갔을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영웅의 탄생’에서는 이렇게 이동한 그의 도착 장소가 나왔다.
최한은 온, 홍, 라크와 함께 그곳으로 갔다.
만약 그 장소로 레디카와 비밀 단체가 이동했다면 아마 최한의 손에 죽을 것이다.
‘최한이 폭주할까 봐 걱정이지.’
그래서 케일은 온과 홍, 라크를 딸려 보냈다. 그들이 있다면 최한은 이성을 붙잡을 것이다. 어리고 약한 것들에 최한은 약하니까.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국왕이 다시 단상 위에 올라서고 있었다. 광장은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악당으로 보이던 이들이 사라지고, 참혹한 광경만이 남았기 때문이었다. 이를 안정시키기 위해 국왕이 움직이는 것이리라.
“오늘 이 참혹한 사건을 복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그러니 모두 왕실의 말에 잘 따라, 안정에 최선을 다했으면 한다. 축제는 뒤로 미룬다.”
케일은 국왕이 말하는 모습에서 시선을 돌려 로잘린을 바라봤다. 원래 그녀는 이 장소에서 모습을 최대한 숨기기로 했다. 그런데 케일을 위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 검은 용을 드러낼 수 없으니, 본인이 나선 것이겠지.’
로잘린은 케일과 시선이 마주치자, 싱긋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케일의 눈빛에 대해 답해주었다.
‘비밀.’
케일은 살짝 미소를 그려 보였다. 역시 말이 통하는 사람이었다.
오늘 케일은 여섯 존재들에게 몇 가지를 명시해 두고 이 일을 진행했다.
첫 번째, 용과 이종족은 정체를 들키지 말 것.
최우선 사항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최한과 로잘린은 존재를 들키더라도 우연히 이곳에 있었던 것으로 할 것. 각 장소에 숨겨진 마법 폭탄은 왕실이 알 길이 없었고, 하늘로 솟구친 마법 폭탄들은 누가 처리했는지 정확히 잡지 못할 것이라 예상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 번째,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말 것.
케일과 로잘린은 눈짓 한 번으로 서로가 해야 할 방향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옷차림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신관이 아미르와 길버트에게 끌려오다시피 와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로잘린이 뒤로 물러섰고 케일은 신관에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상당히 아픕니다. 진찰 부탁드립니다.”
케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왕세자를 보았다. 왕세자는 분명 로잘린을 알아볼 것이고, 그녀의 이중 마법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케일과 그녀 사이를 궁금해할 터.
이럴 때는 이 상황을 이용해 뽑아먹을 건 다 뽑아먹는 게 나았다. 그렇기에 그는 신관과 주위에 있는 귀족 자제들에게 들리도록 무덤덤하게 말했다.
“역시 지키는 일은 힘든 일이군요.”
이왕 내가 가진 패를 하나 보였다면, 고대의 힘을 썼다면, 빼먹을 건 다 빼먹어야 하지 않겠는가?
희생을 하고서 아무것도 받지 않고 명예만 얻는 것? 그딴 건 케일의 취향이 아니었다. 명예보다 돈이고, 영웅보다는 돈 많은 부자가 나았다.
“아, 그, 그렇지요. 공자님의 그 은빛 방패를 봤습니다.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신관은 침을 꿀꺽 삼키며 케일의 손을 잡고 진찰을 하려 했다. 그리고 신관의 말에 케일 주위 귀족 자제들은 그를 쳐다보며 의구심과 호기심을 삼키고 있었다.
망나니라고 알려진 케일 헤니투스. 그런 그가 펼친 힘. 그것은 어느 힘보다도 시각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그가 한 행동. 방패로 막고 쓰러지며 피를 토하던 모습. 그럼에도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똑바로 서 있는 저 자세.
귀족 자제들은 그 모습을 눈에 담았다. 또한 국왕도 자리를 뜬 바람에 이쪽으로 시선을 보내는 왕국민들이 많았다. 그들은 그 은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케일은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귀족 자제들의 얼굴을 대충 둘러보았다. 그럴 때마다 저마다 각자의 반응을 보였다. 그대로 호기심을 드러내거나, 외면하거나 혹은 미소 지어 보이거나.
케일은 이를 모두 보고 다시 신관을 보며 그의 말에 호응해 주었다. 여전히 무심하고 평온한 목소리였다.
“고대의 힘을 처음 보시나 보군요.”
아. 신관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고대의 힘. 우연히 얻을 수 있는 과거의 유산. 그래서 그 힘의 위력과 특성이 천차만별로 다르다고 들었다.
“그렇군.”
케일은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진 손을 보며 올 것이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왕세자 저하.”
케일은 뒤돌아서며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이 순간이 글에서 읽은 어느 장면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장 테러 사건을 구한 영웅. 안전에 대한 비난과, 도망가려던 왕족과 귀족들에 대한 힐난을 막고자 그 구실로 내세워졌던 최한. 그 최한을 만든 이가 바로 눈앞의 왕세자 알베르였다.
케일은 왕세자 알베르의 눈빛을 본 순간, 이미 예감하고 있던 순간이 왔음을 깨달았다. 고대의 힘을 사용한 순간부터 예견했던 순간이었고 그렇기에 그는 계획을 수정했다. 케일은 지금부터 철저히 이상황을 이용해 먹을 작정이었다.
그리고 왕세자도 케일을 알아보았다. 자신과 동류라는 것을.
“…케일 공자.”
한껏 감격한 얼굴로, 감동 어린 얼굴로 왕세자는 케일을 덥석 포옹했다.
“고맙네. 장하네.”
누가 보아도 감격한 왕세자가 그 신분을 뛰어넘어 보이는 감동의 표현이었다.
그 순간 케일은 오직 자신에게만 들릴 왕세자 알베르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케일 공자. 자네는 나와 동류지?”
그럼 동류지.
동류에 대한 떨떠름함이 한가득 담긴 알베르의 목소리였다.
“귀찮은 일 없도록. 그리고 보상은 철저하게 하겠네. 어떤가?”
그렇다면야.
케일은 두 팔을 들어 올렸고 선한 미소를 지으며 왕세자 알베르를 마주 안았다. 그리고 말했다.
“아닙니다. 저하. 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케일의 머릿속으로 어린 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뭔가 이상하다.
이 모든 것을 다 본 검은 용은 어렸지만 판단이 꽤 정확했다.
케일은 거짓된 감동의 포옹을 끝내고 왕궁으로 가야 했다. 치료와 진상 조사가 명목이었으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케일은 왕세자 궁 기둥 하나, 딱 그 정도는 뽑아먹을 마음으로 왕세자와 함께했다.
당연히 왕세자의 얼굴은 떨떠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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