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64
463화.
앞만 보고 가자.
앞만 보는 거야.
케일은 살짝 어깨를 움츠러뜨린 채 사냥꾼 봅의 등만 쳐다봤다.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내면서 홀린다고 하더니, 왜 나한테는 그렇게 안 해?’
론과 최한을 제외하면 누군가에게 그렇게 쫄지 않는 케일이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상당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상한데?’
재빨리 고개를 돌리느라 뱀의 머리를 포함해 뱀의 전체적인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꿈틀꿈틀 움직이는 거대한 뱀의 몸통은 케일의 상상을 초월할 만큼 컸다.
시뻘건 비늘도 그 광택이 기이할 정도로 반짝였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하지만 케일은 붉은 비늘과 거대한 몸통에 겁을 먹은 게 아니었다. 그냥 저 존재를 보는 순간 두려움이 느껴졌다.
‘왜 그렇지?’
이런 기분은 처음 느껴본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 순간,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홀릴 거다. 누군가를 홀릴 거야.
확신에 가득 차 있으며 평소와 달리 굳은 목소리였다.
‘내가 홀릴 거란 소리야?’
-아니. 너는 홀리지 않아. 절대로.
뭐?
나는 절대로 홀리지 않는다고?
왜?
하지만 짱돌은 케일의 의문에 답해주지 않았다. 도리어 빠르게 다음 말을 쏟아냈다.
-저 뱀에 홀리면 죽게 되거나, 누군가를 죽이려고 들 것이다.
그 목소리에는 한 점의 망설임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너는 함께하는 일행이 많고, 그들은 하나같이 강하지.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저 영악한 뱀은 홀린 녀석이 누군가를 죽이도록 만들 것이다. 그게 더 많은 죽음을 불러올 수 있을 테니까. 홀린 자를 피에 미친 놈으로 만들 거다.
어디 판타지소설에 나오는 저주받은 힘이나 물건 같은 건가?
-…그 정도가 아니다. 조심해라.
뱀을 조심하라고?
-아니. 홀려 버린 네 동료의 검을 조심해라.
스스스스-
뱀과 짱돌의 소리가 같이 들린 순간.
“윽!”
케일은 갑자기 뒤로 몸이 홱 젖혀졌다. 그의 어깨를 거머쥔 손에 힘이 가득 들어가 있어 케일은 통증을 느꼈다.
“뭐야? 무슨-”
케일의 눈동자가 커지며 그는 입을 다물었다. 그의 등 뒤는 본래 투명화한 라온, 그리고 온과 홍을 안은 비크로스 순이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그는 엉망이 되어 있는 줄이 보였다.
“야!”
용병왕 버드가 케일을 보며 소리치고 있었다. 케일은 귀마개 때문에 그 소리를 들을 수 없었지만, 그 입 모양과 벌어진 상황으로 충분히 현 상황을 파악해 냈다.
“이런, 비크로스 저놈이!”
케일은 제 어깨를 잡은 버드의 손을 뿌리친 다음 비크로스에게로 향했다.
“아, 씨!”
버드는 그 모습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얼른 사냥꾼 봅에게로 다가갔다. 안개 속으로 사라져 가는 봅을 붙잡아야 했다.
그때, 비크로스에게로 다가가던 케일은 한 사람의 손에 붙잡혔다. 고개를 돌리니, 최한이었다. 그가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듯한 눈빛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하지만 케일은 이내 비크로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인간아! 비크로스가 이상하다!
머릿속에 울리는 라온의 말대로 비크로스가 홀로 길을 이탈해 숲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어머니…….”
그는 멍한 얼굴로 어머니라는 말만 내뱉으며 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케일은 그 모습에 확신했다.
‘저거 홀렸네!’
분명 뱀에 홀린 것일 터.
비크로스는 애들을 데리고 저리 멍청하게 움직일 놈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케일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인간아! 비크로스가 왜 아무것도 없는 숲으로 가나?
라온도, 최한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나 케일은 보였다. 그리고 들렸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비크로스가 걸어가는 방향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선 거대한 뱀의 꼬리 끝에 달린 작은 방울이 흔들리며 소리를 토해내고 있었다.
딸랑.
방울이 한 번 울릴 때마다 비크로스가 발을 내디뎠다.
그에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하필 저 무뚝뚝한 놈이 홀린 거지?’
-십오 년 만에 집을 찾아온 데다, 다른 곳도 아닌 어머니가 죽었던 장소로 돌아왔다면. 기쁘든, 슬프든, 시원하든 마음이 평소보다 붕 뜨겠지.
제기랄.
케일은 짱돌이 한 대답이 제 의문에 대한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왜냐면 비크로스가 엄마를 불러대며 저리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으니까. 케일은 비크로스의 심적 상태를 알아채지 못한 것에 대해 아차 싶으면서도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딸랑딸랑.
지금도 저 방울 소리를 따라 걸어가는 비크로스의 품에는 온과 홍이 안겨 있었다. 케일은 그 모습에 더 마음이 급해졌다.
그리고 두 고양이는 비크로스의 품에서 벗어나 도망가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빨간데!’
비크로스가 갑자기 방향을 틀며, 홍이 아무리 그의 팔을 두드려도 정신을 못 차렸을 때. 홍은 비크로스가 향하는 방향에서 시뻘건 무언가를 보았다.
“…빨-!”
하지만 저도 모르게 외치던 홍은 그것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고개를 푹 숙여야 했다.
잠시 후 홍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누나 온이 제 품에 홍을 안은 채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홍도 얼른 눈을 꼭 감았다.
‘두 번 보지 말라고 했는데!’
둘이서 도망치다가 붉은 비늘을 두 번 볼까 봐. 그리고 비크로스를 두고 갈 수도 없었기에 온과 홍은 비크로스의 옷깃을 붙잡은 채 눈을 감는 것을 선택했다.
‘어떡하지?’
최한은 온과 홍의 모습과 멍하니 걸음을 내딛는 비크로스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 비크로스를 잡아야 할까? 혹시라도 섣불리 움직였다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면 현 상황부터 파악해야 할 텐데, 그게 문제였다.
‘안 보여!’
뱀은 보이지 않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적이 어디에 있는지 도통 파악이 되지 않았다.
그 순간이었다.
홱!
최한은 안대를 벗어 던지는 사냥꾼 봅이 보였다. 그는 비크로스를 보고는 일그러진 얼굴로 외쳤다.
“제기랄! 이럴 줄 알았다니까!”
그는 어깨에 진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얼른 활을 겨눴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다. 붉은 뱀을 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였다.
“어딨어? 이 붉은 뱀 새끼 어디 있냐고! 한 번은 봐도 돼!”
사냥꾼 봅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붉은 뱀과 싸울 것처럼 굴었다. 그래서 붉은 비늘이 보인 순간, 곧바로 반대 방향으로 향하여 저 홀린 인간까지 데리고 도망갈 작정이었다.
‘그래. 귀는 막고 있으니 안 홀릴 터이고. 강한 인간들이 많으니 저 홀린 사람 집어 들고 도망가는 거야 일도 아닐 거다.’
노인 봅은 매서운 눈동자로 안개 속을 이 잡듯이 노려보았다.
그때, 노인은 저도 모르게 겨누던 활을 내려놓고선 외쳤다.
“아니! 미쳤어?”
당황해 존댓말을 하는 것도 잊어버린 봅의 눈동자에 상인 밥이 비쳤다.
툭. 투욱.
케일은 무심한 얼굴로 귀마개를 빼내서 바닥에 버렸다.
-인간아! 너도 홀린다!
“케일 님.”
“야!”
“음.”
당황한 일행들의 시선이 보였지만, 케일은 그저 짜증에 가득 차 있었다.
딸랑딸랑.
“…엄마…….”
비크로스는 지금 아마도 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거기에 홀린 것일 터. 무려 십오 년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던 곳이자 함께했던 집을 되찾았다.
그러니 저 무심한 인간도 마음에 틈이 생겼을 것이고, 저 붉은 뱀 새끼는 그 틈을 노려서 사람을 홀렸다.
‘…짜증 나.’
케일은 제대로 성질이 났다.
-인간아! 그러다 큰일 난다!
라온의 말은 흘려들었다.
이미 귀마개도 버렸고, 붉은 비늘도 두 번이나 봤다. 아직 뱀의 머리는 보지 못했지만 뭐 어쩌란 말인가?
‘그냥 내 마음대로 하면 되잖아?’
딸랑.
방울이 한 번 더 울렸을 때.
-너 무리하는 거 아냐?
하늘을 잡아먹는 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그의 행동에 놀란 최한이 케일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케일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쏴아아아-
물로 만들어진 얇은 창이 케일의 손을 떠나 앞으로 던져졌다.
창은 일직선을 그리며 한 방향으로 날아갔고.
콰앙!
이내 뱀의 꼬리에 달린 방울과 부딪쳤다.
“어?”
일행들은 허공에서 폭발하는 수창과 들려오는 폭발음에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케일은 놀란 일행들의 틈 사이로 빠르게 비크로스에게로 뛰어갔다.
“…엄마, 커억!”
그리고 비크로스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때렸다. 케일이 때려봤자, 그리 아프지 않겠지만 비크로스는 충격을 받은 듯 신음을 토해내었다.
“크윽, 갑자기 누가-! 크억!”
동시에 동그란 물 폭탄을 그대로 비크로스에게 뒤집어씌웠다.
냐오옹.
냐옹!
온과 홍은 눈치 좋게 재빨리 비크로스의 품을 벗어난 뒤였다.
“쿨럭, 쿨럭!”
비크로스가 기침을 해대는 와중에 케일을 불만 가득한 눈동자로 쳐다봤다. 홀렸을 때의 기억은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다행이네.”
비크로스는 갑자기 제 뒤통수를 치고 물 폭탄까지 떠안길 때는 언제고 징그럽게 다정한 얼굴로 제 젖은 머리칼을 대충 쓰다듬는 케일을 미친놈 대하듯 바라봤다.
하지만 곧 비크로스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끼아아아아아-!
끔찍한 괴성이 들려왔다. 귀마개를 해도 소용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괴성이었다. 놀란 버드가 고개를 돌리다 기겁할 만한 광경을 보았다.
“저, 저게 뭐야?”
붉은 비늘로 뒤덮인 뱀의 꼬리. 그 꼬리 끝에 금이 간 방울이 보였다.
‘분명 저긴 케일이 수창을 던졌던 곳인데!’
용병왕의 시선이 빠르게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케일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았다.
괴성은 위에서 들려왔다.
안개로 뒤덮인 숲. 케일은 안개 사이로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대한 뱀의 머리를 발견했다. 비늘처럼 시뻘건 눈동자는 케일을 집어삼킬 듯했다.
그때, 뱀은 주둥이를 벌렸다.
끼이이이이이-!
버드는 귀마개로 막은 제 귀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크윽!”
그의 안색도 파랗게 질렸다.
거대한 괴성에 저도 모르게 그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이게 무엇일까? 내가 왜 이럴까?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무섭다.
이상하게 저 소리가 들리자, 두려움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는 용병왕 버드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크헉! 이런 소리는 처음 들, 들어보는……!”
“윽.”
봅은 덜덜 떨며 몸을 웅크렸고, 용 혼혈은 쓰러질 듯한 몸을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온과 홍도 다시 비크로스에게 안기며 떨어댔다.
그 광경을 보는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져 갔다.
-이, 인간아! 나, 나도 조금 무섭다! 위대한 용인데!
제기랄.
제일 어린 라온의 목소리까지 들린 순간, 케일은 다시금 몸 안에 내재되어 있는 고대의 힘을 일으키려고 했다.
무섭다.
그도 무서웠다.
괴성이 계속해서 멈추지 않고 점점 더 크게 들려올수록 케일은 더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겁나 무섭네.”
알 수 없는 이 공포가 싫었다.
-피니까.
그 순간, 짱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에 젖은 돌이니까. 죽은 자들이 묻히는 땅 바로 그 자체니까. 사람을, 생명체를 죽이는 무기 그 자체니까. 두려운 게 당연하다.
짱돌은 두려운 게 당연하다고 했다.
-왜 고대의 하얀 별을 두려워한 줄 아나?
하얀 별을 두려워했던 건 하늘 속성 힘을 지니고 있는 데다 하얀 별이 강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저 땅의 힘은 무기로써 사람들에게 죽음에 대한 원초적인 공포를 선사한다.
고대의 사람들은 저 힘을 다루는 고대의 하얀 별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굴복해야 했다.
모든 죽은 것들은 땅으로 돌아가듯이, 사람들은 죽은 것을 품는 땅의 성질이 특화되어 만들어진 무기인 저 땅의 힘을 본능적으로 무서워했다.
케일은 왜 하얀 별이 그동안 저 땅의 힘을 찾아 헤맸는지 알 것 같았다.
지배.
그것도 공포로 인한 지배에는 저만한 힘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케일.
그 순간, 짱돌이 말했다.
-내가 왜 아무 힘도 없는 네란 베로우를 데리고 간 줄 아나? 왜 그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 줄 아나?
네란 베로우.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이자 최정건이라는 이름을 지닌 한국인.
갑작스러운 그의 이야기에 케일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짱돌이 허튼 말을 할 리가 없으니까.
그 와중에도 짱돌은 이어 말했다.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한 것도 있지만. 그 녀석은 별 볼 것 하나 없는 허상뿐인 힘을 지녔지. 딱 사기 치기 좋은 힘. 그런데 말이야.
아.
케일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 힘은 허세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어떤 때에는 용기더라.
지배하는 아우라.
딱 사기 치기 좋고 허세 부리기 좋다고 생각했던 힘.
-그 녀석은 말이야. 평소에는 허세가 참 가득한 놈인데, 공포에 맞설 용기는 있더라고. 그리고 그 용기가 아우라가 되었지. 우린 그 녀석의 아우라와 함께면 저 공포와 맞설 수 있었다.
케일은 비로소 짱돌이 그는 뱀에게 홀릴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쿵. 쿵. 쿵.
케일의 몸속을 지배하는 아우라가 서서히 웅크렸던 몸을 펼치고 있었다.
-네 아우라를 다른 이들과 나눠라.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움직였다.
거대한 아우라가 느껴졌다. 절대자, 지배자의 기운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왠지 모르게 든든한 버팀목처럼 느껴지는 기운.
알 수 없는 공포와 막연한 두려움에 빠져 있던 일행들은 그 기운에 서서히 귀를 막고 있던 손을 내리고 웅크렸던 어깨를 펼쳤다.
공포보다는 왠지 모를 따뜻함과 용기가 느껴지는 강한 기운. 믿고 따르라는 듯, 그들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졌다.
-인간아! 나 안 무섭다! 그런데 인간아, 인간 엄청 강해 보인다! 비실비실한데 듬직해 보인다!
케일은 라온의 말을 들으며 지배하는 아우라를 온몸에 휘감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스스스스
케일은 저를 노려보는 뱀을 보며 말했다.
“죽인다, 뱀 새끼야.”
동시에 수창 하나가 다시금 뱀의 꼬리를 향해 쏘아졌다.
콰아앙!
수창은 나무에 부딪히며 폭발했다.
스스스스-
창을 피한 뱀의 꼬리가 하늘로 솟구쳤다가 땅으로 향했다.
콰앙! 굉음과 함께 그 거대한 몸통이 케일을 향해 움직였다.
“그래, 따라와. 이 고추장보다 못한 뱀 새끼야!”
바람의 소리가 케일의 몸을 감쌌고, 그는 빠르게 한 방향을 향해 내달렸다.
그 방향은 네이크 산 정상. 오로지 화강암으로 뒤덮인 산꼭대기였다.
그 순간, 케일의 등 뒤로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 님.”
“왜? 방해하지 마! 고대의 힘은 나 혼자서 싸워야 가질 수 있어!”
그는 최한에게 시선도 주지 못한 채, 정상을 향해 내달렸다.
최대한 사람이 없는 곳으로 뱀을 끌고 가야 했다. 할 일이 많은 케일은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에 그리며 발을 바삐 놀렸다.
그때, 방해하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최한은 쫓아와 케일의 옆에 섰다.
“최한, 나 혼자 해야 한다니까?”
“그릇의 균형이 무너질 텐데요?”
“…뭐?”
“알고 계시잖습니까.”
케일은 말문이 막혔다.
간신히 5대 속성을 갖춰 균형을 맞춘 케일의 그릇.
하지만 이번에 땅의 힘을 하나 더 가지게 될 계획이었다.
케일은 서글프게 웃는 최한을 바라봤다.
“케일 님, 또 희생하시려고요?”
케일은 다시 말문이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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