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1
470화.
하얀 별을 만나기 위해 걸음을 옮기는 케일 곁으로 라온이 다가왔다.
“인간아! 그런데 나는 걱정이 하나 든다!”
“뭔데?”
케일이 퉁명스럽게 답했고, 용 혼혈은 걱정이 든다는 라온의 빵빵한 볼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똑똑한 내 생각으로는, 하얀 별을 족치려면 싸워야 한다!”
케일은 멈칫했다가 입을 열었다.
“…족친다는 단어는 빼지?”
“알았다! 목을 따면-!”
“그거 말고.”
“죽이면!”
“음.”
“아무튼 끝내면!”
“그게 그나마 낫네.”
케일은 아무래도 평균 9세의 어휘와 관련하여 다른 이에게 조언이라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론? 에르하벤 님? 아니지.’
이 둘은 피해야 한다.
잘못하다간 사방팔방에 레몬을 들이밀거나 처음 보는 이한테 ‘건방진 꼬맹이’라고 부를지도 몰랐다. 케일은 다음에 영지에 가면 백작 부인 바이올란을 만나야겠다 생각했다.
그사이에 라온이 입을 열었다.
“좋다! 여하튼, 인간아. 하얀 별을 끝내려면 지하 공동에서 싸워야 한다!”
“그렇지?”
라온은 담담하게 답하는 케일을 이상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어린 용은 심각했다.
“인간아, 잘 들어봐라.”
“그래.”
안 그래도 하얀 별을 만나러 가는 길이 조용해서 심심했던 케일은 라온의 말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도, 용 혼혈도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여유로운 케일을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인간아! 이 지하 공동은 지반이 아주 약하다! 천장은 더 약하다! 그러니 우리가 하얀 별과 싸우다 보면 지하 공동이 무너지고 말 거다!”
검을 주로 쓰는 최한, 버드를 빼더라도 케일, 라온, 메리의 경우에는 사용하는 힘이 상당히 광범위한 편이었다.
하얀 별 쪽도 마찬가지였고, 그렇게 힘이 부딪치다 보면 분명 이 지하 공동에 영향을 줄 것이다.
“그리고 하얀 별을 죽이지 못하면 상냥한 타샤가 심어둔 폭탄들이 터지면서 이 지하 공동이 무너질 것이다!”
“그건 우리 계획이잖아?”
“맞다!”
원래 하얀 별을 못 죽이면 지하 공동을 무너뜨리기로 했다.
“그래서 이상하다!”
라온은 지금 이 계획이 납득되지 않았다.
“인간아, 지하 공동을 폭탄으로 무너뜨린다는 건 그럭저럭 이해가 된다! 그런데 싸우다 지하 공동이 무너지면 어떡하나?”
싸우다 지하 공동이 무너지는 순간.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 그 약한 지반이 부서져, 지하 공동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분명 사막 위의 죽은 마나 연기가 지하 공동 안으로 순식간에 스며들 거다! 그리되면 우리가 죽은 마나 연기를 마실지도 모른다!”
타샤의 폭탄을 이용할 계획이라면, 라온이 일행들을 텔레포트 시키면서 폭탄을 터뜨리면 되었다. 그러면 죽은 마나 연기에 일행들이 노출될 확률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격렬한 전투 중, 그 충격으로 지하 공동이 무너져 내리면 상황이 난감해진다. 죽은 마나 확률을 흡입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가만히 있던 용 혼혈도 입을 열었다.
“이번에 너희가 하얀 별이 불 속성 고대의 힘을 제대로 쓰는 걸 보았다고 들었다. 그리고 현재 하얀 별의 한쪽 팔이 잘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들었어.”
현재 하얀 별은 고대의 힘을 상당히 많이 사용했으며, 몸 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너흰 아직 그놈이 진심으로 싸우는 걸 보지 못했어.”
“맞다, 인간아! 우린 하얀 별이 가진 나무 속성 고대의 힘도 겪지 못했다!”
라온은 태연한 케일을 보며 답답하다는 듯 통통한 앞발로 가슴을 두드려 댔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간은 우릴 다치게 하지 않는다!’
라온이 지금껏 말한 바를 케일이 생각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또한 케일은 일행들이 다치는 상황을 참으로 싫어했다. 그럴 바에는 일단 도망간 다음 나중에 뒤통수를 노리라고 말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라온은 지금 케일의 행동이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
피식.
케일이 실소를 흘렸다. 그는 똑같은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는 라온과 용 혼혈을 보며 입을 열었다.
“하얀 별은 곰족 왕을 살리려고 제 팔 한쪽도 기꺼이 내버렸지.”
지금껏 하얀 별은 수많은 부하들을 버렸다. 그런 그가 수하를 살리려고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이번에 그는 그렇게까지 살리려고 했던 곰족 왕과 함께 이 지하 공동으로 들어왔다.”
거기까지 말한 케일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가 정면을 가만히 바라봤다.
만들다 만 지하 도시. 그 스산하고 공허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를 한참 쳐다보던 그는 고개를 돌려 라온과 용 혼혈을 바라봤다.
여전히 의문이 가득한 눈동자들.
“내 생각이 궁금해?”
그는 물음을 던지며 웃었다.
***
“허! 지하에 이런 곳이 있었어? 주군, 신기하지 않아?”
곰족 왕 사예르는 거대한 지하 도시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거대한 지하 통로를 타고 내려오자, 하얀 별 일행들의 눈앞에 거대한 도시가 펼쳐졌다. 물론 일반적인 도시는 아니었다.
일단 도시가 있는 장소가 지하였고.
“스산하네.”
곳곳이 허물어지고 텅 빈 도시였다. 짓다 만 것인지 아니면 무너진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건물들이 도시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로는 상당히 계획적으로 만든 것인지 널찍하고 쭉 뻗어져 있었다. 또한 곳곳에서 말라비틀어진 나무들도 보였다.
“마치 아주 오래전에 버려진 도시 같네.”
사람의 기운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스산한 지하 도시의 풍경이었다.
그는 한 걸음 내디디며 고개를 돌렸다. 하얀 별이 보였다.
현재 그와 하얀 별을 제외한 이들은 입구 통로 근처에서 대기 중이었다. 오로지 사예르만이 움직여도 좋다고 하얀 별에게 허락을 받았다.
다른 이들은 한 발짝도 움직여서는 안 되었다.
“…사람의 기척이 안 느껴지네. 흔적도 없고.”
사예르는 은밀한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봤다. 버려진 도시에는 누군가의 기척도, 다녀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 케일 헤니투스가 여기에 왔을 확률이 높아.’
오히려 그렇기에 사예르는 케일 헤니투스가 여기에 왔다는 것을 더욱더 확신했다. 이렇게 흔적을 지울 실력자는 몇 없었으니까.
사예르는 손을 뻗었다.
바스락.
그의 손이 건물의 벽에 닿자, 작은 잔해가 부서지며 아래로 떨어졌다.
“아주 오래된 곳이야.”
도시가 전체적으로 낙후된 정도가 상당했다. 마치 최소 수백 년 혹은 수천 년 동안 자리한 유적지 같았다.
‘하얀 별이 마지막으로 찾는 고대의 힘이 있을 만한 장소야.’
사예르의 입가에 기대감이 밀려오며 그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아니야.”
그때였다. 사예르는 하얀 별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바스스스-
하얀 별의 손에서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돌멩이가 보였다. 건물에서 떨어진 잔해인 것 같았다.
사예르는 하얀 별의 눈동자를 보는 순간, 흠칫 어깨를 떨었다.
‘위험한데?’
하얀 별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헤까닥했을 때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담담했다.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공간이군.”
“여기가? 그럴 리가 없어-”
하얀 별의 말에 반박하려던 사예르는 곧 입을 다물며 말꼬리를 흐렸다.
말라비틀어진 나무를 쓰다듬는 하얀 별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의 손에서 흘러나온 연기가 죽은 나무를 감쌌다.
“일주일도 안 되어 죽은 나무군.”
사예르는 하얀 별의 말에 탄식을 흘렸다. 하얀 별이 틀린 말을 했을 리가 없었고, 그렇다면 정말로 죽은 지 일주일도 안 된 나무란 소리였다.
“…여긴 물이 없는데?”
나무는 최소한 땅과 햇살, 그리고 물이 있어야 자란다.
이 지하 도시에 망가진 배수로가 있긴 했지만, 그곳에 물이 흐른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나무가 자랐다는 건 물이 흘렀단 건데. 그런데 그 물이 일주일 만에 몽땅 말랐다?’
그럴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였다.
“다른 곳에서 죽은 나무를 옮겨 심은 건가?”
“그래.”
사예르의 물음에 답하는 하얀 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얀 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무들 상태로 보아 여긴 몇 년 사이에 만들어진 공간이야. 마치 수천여 년 전에 버려진 도시처럼 만들었지만 말이야.”
“…누가?”
“이미 눈치챘으면서 왜 묻지?”
하얀 별의 무심한 대꾸에 사예르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는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가 함정이라고? 케일 헤니투스가 만든 함정?”
이 거대한 지하 도시가 케일 헤니투스의 함정이라고?
우리를 죽이기 위한?
사예르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건 단기간에 만들어질 수 있는 공간이 아냐! 이 정도 거대한 지하 도시를 만들려면 최소한 수백여 명의 인력과 많은 자본, 그리고 최소 몇 년의 시간이 필요하단 말이야!”
말을 내뱉을수록 사예르의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그 순간,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사예르와 하얀 별도 눈치채고 있던 발걸음이었다.
저벅. 저벅.
대놓고 걸어오는 이의 걸음은 느긋했다.
하지만 이를 노려보는 사예르의 눈동자에는 이전과 다른 분노가 맺혀 있었다.
“네놈……!”
“팔은 괜찮아?”
사뭇 다정하게 말을 건넨 케일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입구가 있는 쪽이 아닌 지하 도시 중심에서부터 대로를 따라 걸어 나오는 케일은 편안해 보였다.
사예르는 그런 케일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다른 일행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사예르는 당연히 이 주위에 그놈들이 잠복해 있다고 생각했다.
“뭘 그리 주위를 두리번거려?”
케일의 목소리에 사예르의 시선이 다시 케일에게로 향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사예르는 순간 팔이 잘려 나간 어깨가 시려왔다.
팔이 잘린 고통 때문이 아니었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채운 한 가지의 가정 때문이었다.
“…너, 이 공간을 만들어내서 우리를 이곳으로 끌어들인 건가?”
“음.”
처음으로 케일의 얼굴 위로 난감함이 나타났다. 안 그래도 대로를 따라 걸어오며 맞은편에서 하얀 별과 사예르가 나눈 대화를 모두 들었다.
케일은 진심으로 난감했다.
‘바로 알아챌 줄은 몰랐는데.’
하얀 별이 바로 이곳이 만들어졌다는 걸 알아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물론 하얀 별이 마지막 고대의 힘인 땅의 힘을 찾는 것에 혈안이 되어, 그가 이곳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할 것이란 막연하고 안일한 생각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자님, 정령까지 사용해서 만들었습니다.’
이 가짜 지하 도시는 타샤의 호언장담만큼 아주 잘 만들어진 곳으로 누가 보아도 오래전에, 최소 수백여 년 전에 버려진 도시 같았다.
그런데 그것이 거짓임을 하얀 별이 바로 알아챌 줄이야.
‘…나무로 알아챘지?’
케일은 조금 전에 하얀 별이 죽은 나무로 이곳의 정체를 간파한 장면을 기억해 두었다. 동시에 머리가 아파왔다.
‘어떡하지?’
이곳을 마지막 땅의 힘이 있는 장소로 속이려고 했던 케일이었다.
-인간아! 어쩌나? 하얀 별이 여기가 땅의 힘이 있는 곳이 아니란 걸 안 것 같은데! 그러면 로운 왕국을 노리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말이다.
라온의 말대로, 하얀 별은 죽음의 땅에 땅의 힘이 없다는 것을 알면 마지막으로 남은 로운 왕국을 노릴 것이다.
케일은 로운 왕국으로 하얀 별이 쳐들어가는 상황을 막을 생각이었다.
-인간아! 하얀 별이 바로 로운 왕국으로 텔레포트 해서 가버리는 거 아니냐? 지금 당장 여기 부수자! 최한이 빨리 인간 지시 들어오란다!
케일의 생각도 라온과 같았다.
여기가 함정인 것을 알아챈 하얀 별이 마지막 남은 로운 왕국으로 가서는 안 되었다.
어린 용의 다급한 목소리를 듣던 케일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쩔 수 없다.
솔직하게 나가자.
“케일 헤니투스, 왜 대답이 없지? 왜 우릴 함정으로 끌어들였지?”
재차 사예르가 질문을 던졌을 때, 케일은 곧바로 이어 답했다.
“나야말로 궁금하군. 여기가 가짜인 줄 어떻게 알았지? 네 녀석들이 이렇게 빨리 알아챌 줄은 몰랐는데?”
순간 케일은 일그러지는 사예르의 표정을 보았다.
-인간아! 타샤랑 메리도 어찌할지 묻는다! 그리고 용병왕은 오두방정을 다 부린다! 용병왕 너무 시끄럽다!
그는 라온의 말은 흘려들으며 사예르의 표정 변화를 무심한 얼굴로 바라봤다. 물론 무심한 척하는 중이었다.
그때였다.
“놀랍군. 놀라워.”
하얀 별의 탄식이 들려왔다.
케일은 시선을 옮겼고 하얀 별이 그런 케일을 살벌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언제부터지?”
“뭔 소리야?”
하얀 별의 뜬금없는 물음에 케일은 저도 모르게 되물었다.
“하! 모른 척하고 있네!”
그러나 케일은 아주 분노에 가득 찬 사예르의 반응을 받아야 했다.
‘왜 저래?’
서로 뒤통수 맞은 게 하루 이틀이야?
케일은 사예르가 왜 저리 화내나 싶어 희한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그 와중에도 라온의 목소리를 통해 일행들의 보고가 이어졌다.
그 순간, 사예르가 화를 거두지 못하고 물었다. 그는 정말로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를 노린 거지? 이 지하 도시를 만들려면 굴 파는 공사만 해도 몇 년이 걸려. 최소한 몇 년은 걸쳐서 만든 함정이라고! 우리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
이런 거대한 공간은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못했다.
물론 대충 도시 풍경을 꾸미는 것이야 금방 할 수 있지만, 지하에 이런 공동을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것뿐이게?’
지하 공동이 만들어질 장소 선정부터 답사까지. 오랜 시간 동안 철저한 계획에 걸쳐 만들어진 곳이 여기리라.
“케일 헤니투스, 죽음의 땅. 이 아무 쓸모 없는 사막에 네가 무슨 목적이 있어서 이런 지하 도시를 만들겠어? 그것도 이런 황폐하게 만들어놓은 도시를!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냥 만들 리가 없잖아!”
이건 분명 함정용이거나 지하대피소용이리라.
사예르는 그 사실을 깨닫자 소름이 돋았다.
‘케일 헤니투스는 2년 전만 해도 망나니로 알려졌던 놈이다. 그런데 그런 놈이 어떻게 이런 지하 도시를 만들었지?’
케일이 그간 했던 일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하얀 별이 ‘암’과 ‘흑마법’을 통해 활동하려는 찰나, 노린 것처럼 딱 맞춰 나타난 케일 헤니투스.
또한, 고대의 힘도 우연히 여러 개 지니게 되었다 알려진 놈.
그리고 그의 주위에 어떻게 이리 모였나 싶을 정도의 강자들.
이게 단지 우연일까?
이 모든 게 2년 전만 해도 망나니였던 놈이 2년 만에 일군 결과일까?
사예르는 이 지하 도시를 보자, 어쩌면 케일 헤니투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힘을 숨겼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니, 굳이 힘이 아니더라도. 이 녀석은 고작 2년 만에 이 정도를 이루어낸 게 아냐!’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왔으리라.
하얀 별을 막을 준비를.
아니, 왜?
케일 헤니투스는 왜 그런 준비를 했지?
뭘 알고?
어떻게?
사예르는 이상한 감정이 조금씩 일어났다.
‘그러고 보면 이상했어.’
하얀 별의 일을 하나하나 방해하는 케일 헤니투스. 처음에는 어쩌다 엮인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고, 오래전부터 케일 헤니투스가 준비해 놓은 계획이라 생각하면 그간 하얀 별의 일들이 실패한 것이 더 쉽게 납득되었다.
‘어떻게 이런 놈이 있을 수가 있지?’
케일을 바라보는 사예르의 눈빛에 살짝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그래서 그는 그 감정을 분노로 뒤덮어 감췄다. 사예르는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언제부터 우리를 노린 것이지? 2년! 네 녀석의 이름이 들리기 시작한 건 고작 2년이다. 그런데 넌 언제부터 우리를 노린 것이지?”
케일은 두 눈을 깜박였다.
이상한데?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그 순간, 하얀 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간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어. 네가 나에게 쓸모 있는 놈이긴 하지만, 어떻게 갑자기 너라는 놈이 나타나 사사건건 내 앞길을 막나 싶었거든.”
이제야 납득이 간다는 얼굴이었다.
‘…어… 음. 갑자기 나타난 게 맞는데?’
케일은 갑자기 영웅의 탄생 속 세상에 빙의되어 최한에게 얻어맞지 않으려고 어찌어찌 행동하다 여기까지 왔다.
딱히 처음부터 하얀 별의 앞길을 사사건건 막을 생각은 없었다.
그냥 백수로 향하려던 자신의 앞길을 저놈이 방해하였고, 또 저놈 하는 짓이 짜증 나서 어찌어찌 막다 보니 이리되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하얀 별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나한테 좋은 상황 같은데?’
뭔가 상황이 뜻하지 않게 좋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하얀 별은 이전과는 다른 눈빛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호적수. 혹은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자에 대한 경계심을 담아 케일을 응시했다.
“시간이 뒤틀린 케일 헤니투스. 넌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었어.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이지. 언제부터 나를 노렸지?”
케일은 이 상황이 신기했다.
참, 하얀 별이 지하 도시가 만들어진 걸 눈치챈 게 어떻게 이렇게 해석되지 싶었다.
-인간아! 저 둘이 지금 뭔 헛소리 하나? 인간은 계획적으로 보이는 무계획이다!
그러게나 말이다.
케일은 하얀 별의 굳은 얼굴을 보았고, 곧 분노가 섞였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사예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얼마나 오래전부터 우리의 존재를 알고 준비한 거지?”
좋은데?
케일은 착각하는 두 사람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그렸다.
“저, 저……!”
사예르는 케일이 대답 대신 짓는 비틀린 미소에 말문이 막혀왔다. 동시에 말로는 하지 않았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그들을 노려왔다는 케일의 저 눈빛을 보자 머릿속에 경고음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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