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75
474화.
-저하! 사막에서 대폭발이 일어났습니다!
“뭐?”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회의실을 차지하고 있던 수뇌부들도 연달아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왕국 총 기사 단장은 알베르 곁으로 다가가 양해를 구하곤 영상통신구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사막에 폭발이라니! 아니,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가?”
질문을 받은 이는 알베르의 서신을 발렌티노 왕세자에게 전달하러 간 사신으로, 현재 카로 왕국 두보리 영지에 머무는 중이었다.
-그것이! 잠시만요!
영상통신구를 쥐고 있는 외교관 주위는 어수선하다 못해 혼돈상태였다.
-비켜!
-빨리 다들 참모실로 모이시오!
-서둘러! 성벽으로 모인다! 마법사들 집결시켜!
조용한 곳으로 이동하는 외교관의 영상통신구 너머로 사람들의 고성이 들려왔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긴급 상황이다!’
지켜보던 로운 왕국 수뇌부들은 두보리 영지 상황이 매우 긴박함을 깨달았다. 기사 단장은 참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보고부터 하게!”
이곳에 있는 이들은 알베르 왕세자에게 하얀 별의 공격 대상이 카로 왕국 다음은 로운 왕국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들의 심정은 빠르게 긴장감으로 가득 채워져 갔다.
-네, 알겠습니다!
외교관은 자리에서 멈춘 채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조금 전 갑자기 지축이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굉음과 함께 사막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순간 기사 단장은 알베르를 힐끗 쳐다봤다.
뜻밖의 소식에 놀라 정신이 없어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 이제야 떠올랐다.
케일 헤니투스.
왕세자 의동생이 생각났다. 딱히 가족을 챙기지 않는 왕세자가 참으로 끔찍하게도 아끼고 자랑스러워하는 의동생이 아니었던가.
그리고 그는 왕세자에게뿐만 아니라 로운의 보물로, 앞으로 더욱더 빛날 자였다.
그런 그가 지금 사막에서 싸우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죽은 마나 연기로 뒤덮인 곳에서.
기사 단장을 포함한 수뇌부들의 표정이 살짝 굳으며 알베르를 살폈다. 그 와중에도 외교관의 보고는 이어졌다.
-죽은 마나 연기가 거대한 회오리를 형성하였지만, 현재 그 회오리바람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만 케일 공자님 쪽 마법사의 말에 따르면!
알베르가 움찔하며 귀를 열었다.
그가 알기론 현재 외교관이 말하는 케일 쪽 마법사는 에르하벤이었다.
고룡의 말이니, 무엇보다도 정확할 터.
알베르는 이어질 말을 최대한 차분히 기다렸다. 그 순간, 외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막 중심부 근처에 지반이 무너져 내렸다고 합니다! 그 크기는 웬만한 중소도시 크기로, 그, 그리고-
외교관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망설였다.
“왜 말을 하다 마는가! 어서 하게!”
로운 왕국 외교를 맡은 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제야 외교관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적 하얀 별 일당을 포함한, 어, 어떠한 살아있는 존재도 감지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회의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대, 대신. 무너진 지반에 깔려 죽은 것인지 죽은 마나 연기 때문에 죽은 것인지 파악할 수 없는 시체들을 발견했다고 하셨습니다.
“아, 아니-”
방금까지도 목소리를 높였던 이는 말을 잇지 못했다.
누군가가 죽었다.
그것이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다.
그 사실만으로도 머릿속에 불길하고 극단적인 생각이 번뜩 떠올랐다.
‘만일 우리 쪽 누군가가 죽었다면?’
‘케일 공자나 그 일행이 다쳤다면?’
누구 하나 섣불리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영상통신구 화면 너머 긴장과 걱정을 감추지 못한 채 마른 입술만 꾹 깨무는 외교관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였다.
“후우.”
얕은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진정하고 자리에 앉도록.”
알베르 크로스만이 덤덤하게 말하곤 평소처럼 자리에 도로 앉았다. 조금 전에 놀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침착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저하-”
“앉게.”
입을 열려던 기사 단장은 알베르가 한 번 더 단호히 내린 명령에 의자에 가 앉았다. 그러면서도 알베르의 안색을 살폈다.
이 모든 모습을 지켜보던 외교관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크흠. 그, 저하.
“말하게.”
외교관은 화사한 미소를 짓는 알베르를 보며 침을 삼켰다.
그래, 왕세자 저하는 이런 분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금방 이겨내고 평소처럼 행동하는 사람이었다.
그 점이 무서우면서도 든든했기에 외교관은 한결 침착해진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죽은 마나 연기는 앞으로 2~3일가량 계속된다고 합니다. 그 연기가 모두 사라진 후에야 사막으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며 그때 무너진 지반에 대한 수색 작업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려는 사람은 있고?”
무심히. 아주 무심하게 던진 말에 외교관은 놀라며 제 주변을 살펴봐야 했다.
다행히 곁에 아무도 없었다. 물론 알베르도 영상통신구 화면 너머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 한 말이었다.
외교관은 자신 없는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
-…수색인원은 카로 왕국에서 뽑아내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그는 제 말에 어떠한 믿음도 담고 있지 않았다.
‘공포.’
검은 마나 연기 회오리가 치솟아 오른 순간, 병사들이 패닉에 빠졌다. 당연했다. 숨만 들이쉬어도 고통스럽게 죽는 극독 중의 극독이 죽은 마나 연기였으니까.
그러니 이 죽은 마나 연기가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오늘 이 광경과 폭발을 본 이들은 선뜻 저 사막에 들어가 수색 작업을 하겠다고 나서지 못할 것이다.
일단 귀족들부터 무섭다고 피했으니까.
‘…그리고 냉정하게 보면 저 사막 안에 있는 사람들은 카로 왕국 사람이 아니다.’
카로 왕국을 구하려고 싸운 이들이라고 하여도 결국 타지인이었다. 죽어도 로운 왕국 사람이니, 고마운 것은 고마운 것이고, 그리 열심히 수색을 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톡. 톡. 톡.
알베르는 대답 대신 의자 팔걸이를 검지로 두드렸다.
“…저하.”
기사 단장은 알베르를 불렀다가 그와 시선이 마주쳐야 했다.
부드럽게 웃을 때는 참 사람 좋아 보이는 왕세자였지만, 이렇게 수뇌부들 앞에서 웃지 않을 때면 너무나도 어렵게 느껴졌다.
“기사 단장.”
“네.”
“1기사단 단장과 기사 단원 몇 명을 카로 왕국 두보리 영지로 보내.”
이를 듣던 외교관이 멈칫하며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하! 이곳은 정말 위험한 곳입니다! 물론 로운 왕국민이, 로운의 영웅들이 사막에 있다지만!
외교관은 말을 하면서도 여러 감정이 서로 충돌했다.
하나는 왕세자에 대한 감동이었다. 로운 왕국민의 안위를 생각해 기사들을 파견하는 모습은 같은 왕국민으로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감정은 걱정이었다. 그는 불경한 행동일지라도 왕세자에게 제 뜻을 전해야 했다.
-수색 작업을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차라리 카로 왕국을 압박해 은혜를 갚으란 식으로 뒷책임을 다 지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자신도 로운의 영웅들이 걱정되었다. 그러나 또 다른 희생이 두려웠다.
정확히 말하면 위험한 상황에서 로운 왕국이 최대한 덜 위험한 길로 갔으면 했다.
-제가 카로 왕국을 압박해 함께 수색을 하겠습니다!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기사단은 아닌 것 같습니다!
외교관은 여러 감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그는 알베르의 입가에 맺히는 미소를 보았다.
유명하다면 유명할 부드러운 미소였다.
“자네, 그곳에서 그런 말을 그리 목소리 높여서 해도 되겠나?”
-아!
그제야 외교관은 주위를 둘러보며 목을 자라처럼 움츠러트렸다. 다행히 들은 이는 없어 보였다. 이에 안도하던 찰나, 외교관은 알베르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와 얼른 영상통신구를 바라봤다.
“걱정말게. 로운 왕국민인데, 우리가 가야지. 잠시 뒤에 왕궁 쪽에서 연락을 줄 터이니 편히 기다리고 있게.”
-…저하.
외교관은 결국 로운 왕국민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겠다는 왕세자의 결정에 입술을 꾹 깨물었다.
그런 그에게 왕세자는 다정히 말했다.
“그럼 이만 이 문제로 회의를 해야 하니, 그만 끊겠네. 추가적인 긴급 정보가 있다면 바로 연락하게.”
-네, 저하! 이곳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상황을 파악하고 있겠습니다!
“그래.”
외교관은 부드러운 미소의 왕세자가 영상통신구 화면에서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상통신구 화면이 완전히 꺼졌을 때.
알베르가 자리한 회의실에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수뇌부들은 서서히 부드러운 미소가 사라지는 알베르를 긴장한 기색으로 바라봤다.
‘분명 뭔가 있다.’
그들은 조금 전 외교관을 향해 알베르가 했던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사한 얼굴의 왕세자가 익숙했지만, 여기 수뇌부들은, 왕세자의 심복들에게는 냉정한 얼굴의 왕세자도 익숙했으니까.
“저하.”
가만히 있던 수도 행정부 우두머리가 입을 열었다.
“저하께서는 로운 왕국민을 위해 기사를 파견하실 분이시지만. 동시에 마찬가지로 로운 왕국민이기도 한 기사들을 위험한 곳으로 보낼 분이 아니십니다.”
그의 말에 다른 관료와 기사, 장군들이 침묵으로 동의를 표했다.
씨익.
그 순간, 왕세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죽음의 땅은 카로 왕국에게 있어 없어도 그만인 땅이야. 오히려 이제는 무조건 피하고 싶은 땅이 되겠지.”
수뇌부들은 그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죽음의 땅은 원래도 카로 왕국이 기피하던 땅이었다. 하지만 이번 일로 더욱더 사람들은 그 근처로 가고 싶지 않아 할 터.
일 년에 몇 번이나 알 수 없는 때에 죽은 마나 연기가 피어오른다고 하니. 죽기 싫어서라도 안 갈 것이다.
왕세자는 이 사실을 떠올리자, 한 가지 그림이 그려졌다.
“쓸모없는 땅을 넘어서서 떼어내고 싶은, 버리고 싶은 땅이 될 거야.”
버리고 싶은 땅.
순간, 재경부 소속 관료가 고개를 치켜들며 알베르를 바라봤다.
“…저하! 설마, 그 땅을-?”
그는 잠시 멈췄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회의실은 방음 마법으로 밖에서 들을 수도 없건만, 그는 속삭이듯이 말할 수밖에 없었다.
“저하, 죽음의 땅을 가지시려는 겁니까?”
이미 알베르를 겪을 대로 겪은 이들이었다.
그의 생각은 눈치챌 수 있었다.
그때였다.
“다크엘프와 네크로맨서에겐 죽음의 땅은 아주 귀한 땅일 거다.”
알베르의 목소리가 수뇌부들 귓가에 스며들었다.
“그리고 다크엘프와 네크로맨서는 로운 왕국민이자 강력한 아군. 로운의 힘이다.”
수뇌부들도 지난 전쟁을 통해 절실히 느끼고 있는 부분이었다.
“그들이 살 땅을 우리 로운에서 마련해주어야 하지 않겠어?”
그렇기에 왕세자의 말에 다시 한번 침묵으로 긍정을 대신했다.
‘역시 왕세자께서는 이 순간에도 한 발짝 더 나아가려고 하시는구나.’
동시에 로운 왕국민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한 발 더 앞선 미래를, 이득을 노리는 알베르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기사 단장이 입을 열었다.
“당장 인원을 준비해 두보리 영지로 파견하겠습니다.”
“단장님.”
외교부 소속 관리가 입을 열었다.
“바로 수색에 나서지는 마시고, 일단 두보리 영지에 주둔하며 카로 왕국이 꺼려하는 일에 로운이 나서겠다고 하십시오. 부채감을 심어주는 겁니다. 아! 그 부분은 우리 쪽 몇 명을 보내겠습니다. 저하, 그것이 낫겠지요?”
알베르는 답 대신 미소를 지었고, 이를 시작으로 관료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어찌 되었든 케일 전 사령관과 관련된 이번 일은 당초 카로 왕국 측과 이야기한 것보다 더 확대되었습니다. 결국 케일 공자가 큰 수고와 고생을 하셔야 했지요.”
“맞습니다. 케일 공자도 보상을 받겠지만, 로운도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그들을 쪼아 들어가야 해요. 얻을 건 다 얻어야지요!”
수도 행정 소속 관료가 은밀히 말했다.
“그러면서 서서히 죽음의 땅이 우리 것이 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겁니다.”
관료들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알베르 크로스만. 그의 심복들이 가장 잘하는 것들 중 한 가지가 여론전이었다.
관료들은 어차피 카로 왕국 사람들도 싫어하는 땅이고 카로 왕국민이 사는 것도 아니니 그 땅을 가지는 것에 대해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다.
더욱이 카로 왕국은 다른 보상보다 쓸모없는 땅을 가져간다는 것을 반길지도 몰랐다.
“카로 왕국이 가장 먼저 전쟁을 선포했지요. 그런 만큼 그들은 들어갈 돈이 많을 겁니다. 그들 입장에서는 돈으로 보상하기보단 죽음의 땅을 내주는 게 더 편할 겁니다.”
대장군이 고개를 끄덕였다.
“차라리 필요한 우리가 가져서 다크엘프들과 네크로맨서에게 내보이는 것이 낫지요.”
그러면서도 은근슬쩍 알베르를 향해 물었다.
“저하. 그러면 수색은……?”
“기사들이 주둔하면서 시간을 끌면, 곧 다크엘프 몇 명을 파견할 것이다.”
“호오! 그들이 죽음의 땅 수색을 명목으로 계속 머무르게 하실 작정이시군요! 맞습니다. 일단 카로 왕국민이 없는 그 땅을 로운 왕국민이 자유로이 오갈 수 있다는 게 중요하지요!”
대장군은 과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알베르가 역시 기사들을 위험하게 하지 않음에 미소를 그렸다.
“만약에 카로 왕국이 그 땅을 안 주면 사용권이라도 몇십 년 달라고 해야겠습니다.”
“아니지요! 그 땅을 안 주면 오히려 카로 왕국에게 다크엘프분들이 죽은 마나 연기로부터 보호해줄 테니, 그 값을 내라고 해야지요! 또 다크엘프 분들이 그 땅에서 편히 느긋하게 살게 하고요.”
“그것도 좋은데요?”
관료들은 의견을 조율하며 빠르게 계획서를 만들어갔다.
그 모든 광경을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는 알베르는 잠시 눈을 감았다.
테이블 아래 그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꿈꿨다.
다크엘프들이 자유로이 살 수 있는 세상을.
그리고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땅을 얻기를.
그리고 우연찮게 기회가 왔다.
아주 당당하게 로운 왕국민이 카로 왕국 죽음의 땅에 발을 내디딜 기회가 말이다.
물론 그 로운 왕국민은 다크엘프였다.
로운 왕국은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서대륙 사람들에게 멸시받고 꺼림칙한 대상인 다크엘프.
평생 다크엘프 핏줄임을 숨기며 살아야 하는 알베르에게, 앞으로 다른 이들은 자신과 같이 이렇게 숨죽이고 사는 삶을 살지 않게 할 수도 있다는, 그런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지하 도시는 영원히 비밀이다.’
카로 왕국이 알면 탐을 내거나 시비를 걸 수 있으니까.
알베르는 지하 도시를 당당히 내보일 수 없어 못내 아쉬웠지만.
‘대신에 지하 도시 위. 사막은 다크엘프와 네크로맨서. 그들을 위해 준다.’
누구보다도 로운 왕국을 위해 노력한 그들에게도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다시 눈을 뜬 알베르의 눈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죽음의 땅이 로운의 영토가 되는 순간, 지하 도시 비밀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을 확률이 더욱더 높아진다.’
물론 그 영토를 얻는 과정은 힘들 것이다.
서쪽의 카로와 동쪽의 로운은 물리적으로 상당한 거리가 있었으니까. 그러나 해볼 만한 일이었다.
성사만 된다면 아주 좋았다.
‘다크엘프들은 자유로이 지상 위를 돌아다닐 것이고, 그 지하 도시 사람들도 로운 왕국민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두보리 영지를 피해, 카로 왕국을 떠나려 도망치다 지하 도시에서 삶을 이어가게 된 사람들.
평생 지하를 벗어날 수 없던 그들도 잘만 하면 당당하게 로운 왕국 땅 위를 돌아다닐 기회가 생길 것이다.
물론 알베르가 이들을 왕국민으로 들이려는 이유는 그들이 안 되어 보였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어느 날 케일과 고래족 섬에서 하얀 별을 어떻게 뒤통수칠지 이야기하던 때. 케일이 타샤 얘기를 꺼낸 알베르에게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 했던 말이 있었다.
‘저하. 지하 도시 사람들 교육 방식이 참 좋더군요.’
‘그래?’
‘모두 원하면 글을 배우고, 누구나 원하면 자유로이 시험을 봐 관직을 맡습니다. 전문 분야의 장인도 많고요. 한명 한명이 상당한 전문가입니다. 배울 기회가 다 열려 있거든요.’
그 후로, 알베르는 어머니의 고향에 대해 한층 더 자세히 알아보았다. 그럴수록 짜릿한 감각이 밀려들어 왔다.
원하던 무언가를 찾은 기분이었다.
그림이 그려졌다.
조만간 세워질 연금술과 마법을 위한 자유 도시.
그리고 다크엘프와 인간들이 함께 살며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 담긴 지하 도시.
이 두 곳으로 알베르는 로운의 미래를 그렸다.
연금술탑과 마탑이라는 새로운 기회가 곧 다가올 것이고, 지하 도시에서 배울 것이 많았다.
그걸 모두 잘 버무려 멋진 그림 하나를 자신의 삶을 쏟아부어 만드는 거다.
하얀 별.
그 녀석과의 전쟁이 끝난 후에도 로운은 바쁠 것이다.
어쩌면 더 격렬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 또한 괴로워질지도 모른다.
변화는 여기저기 문제를 함께 일으키며 나타나니까.
하지만 더 발전하고 빛날 로운 왕국민들을 생각하면 그가 움직여야 했다.
“저하.”
그는 저를 부르는 관료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받은 관료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느새 관리들의 시선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수색을 빨리 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까? 케일 공자께서는, 그 일행들은 괜찮으시겠지요?”
다들 말하지 못했던 가장 민감한 문제를 언급했다.
“혹여-”
“괜찮다.”
관리는 말이 잘렸음에도 아무 말도 못 하고 자신의 말을 자른 알베르를 바라봤다.
씨익.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놀라서 일어섰다.
그러나 곧 안심했다.
‘에르하벤님이 성에 남아계신다.’
외교관은 케일 측 마법사가 떠났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케일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면, 에르하벤은 분명 떠나거나 사막 안을 뒤집어 엎어버릴 것이다.
‘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말은-’
그 순간이었다.
똑똑똑-
다급한 노크 소리가 울려 퍼졌고, 알베르는 하던 생각을 중단했다.
“저하, 저하!”
문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놀란 관리 몇몇이 일어나 문으로 향하려 했다.
“됐어. 내가 가지.”
하지만 알베르가 그들을 도로 앉게 하곤, 스스로 문으로 다가갔다.
달칵.
그가 문을 열었고 놀람과 다급함이 섞인 시종의 얼굴을 보았다.
“저하, 지금-!”
하지만 알베르는 시종의 말을 멈추고는 지시했다.
“안내하게.”
알베르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 행색을 살폈으며, 시종을 시켜 쿠키 바구니도 하나 챙겼다.
그리고 자신의 침실 문을 열었다.
벌컥!
문이 활짝 열렸고 알베르는 그 안으로 들어서며 화사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누가 보면 여기가 내 침실이 아니라, 자네 집인 줄 알겠어?”
그의 눈앞에 케일 헤니투스가 소파에 드러누워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며 대충 고개를 꾸벅였다.
-왕세자야 미안하다! 여기 우리 집 아니라 네 집이다! 그런데 내가 좌표 주소를 급히 정하느라 왕실 정원으로 온다는 걸 네 방으로 했다!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위대하지만 귀여운 용의 말에 알베르의 미소는 더욱더 짙어졌다.
그는 쿠키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고 여유로이 케일을 바라봤다.
“지금은 저번보다 여유로우시네요.”
“그렇지. 동생, 이 형은 쉬이 놀라는 사람이 아냐.”
케일의 말에 부드럽게 응수하던 알베르에게 케일의 이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아무래도 하얀 별이 로운 왕국으로 곧 쳐들어올 것 같은데요.”
“…빌어먹을.”
알베르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돌아버리겠네.”
알베르의 중얼거림을 들은 케일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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