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0
479화.
“이 세계가 피로 물들지도 몰라!”
쉐리트는 두 손으로 제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하얀 별. 그것도 문제였지만 천마대전이 벌어지면 수십 년, 어쩌면 수백여 년간 이 세계의 생명체들은 괴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 괴로운 생명체 안에 라온과 케일을 포함한 아이들이 들어갈 터.
“절대!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 돼!”
그녀의 이글거리는 눈동자가 라온에게로 향했다.
이 작은 아이가 얼마나 놀랐는지 입을 딱 벌리고 굳어 있었다.
“아니, 저기 쉐리트님.”
그리고 케일도 평소와 달리 당황해 있었다.
쉐리트는 놀란 두 아이를 보며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래, 내가 중심이 되어야 돼. 마족이든 뭐든 다 목을 따버리면-!’
살벌한 눈동자가 케일에게로 향했다.
“마계의 문이 어디에 열렸지? 그것들은 초장에 다 쳐죽-,”
“아니에요.”
“죽여버려야-, 응?”
“그게 아닙니다. 쉐리트님.”
케일이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어댔고, 라온이 쉐리트의 옷깃을 붙잡으며 말했다.
“엄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생각이 과한 것 같은데!”
“맞습니다. 쉐리트님, 라온 말이 맞는 것 같은데요?”
쉐리트는 케일과 라온의 말을 듣는 순간, 딱 굳어버렸다.
***
쉐리트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렸다.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그러니까. 신계에서 계시가 안 내려온 게 맞고.”
“그렇다!”
라온이 답했고 쉐리트는 한숨과 함께 이어 말했다.
“…케일이 말한 마계의 문은 동대륙 3대 금지 중 하나라 이 말이지?”
“그렇다!”
라온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쉐리트는 한숨을 내쉬며 천장을 바라봤다. 조금 전, 천마대전을 외치며 별별 호들갑을 다 떨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 때문에 다들 놀랐겠어.”
“맞다! 놀랐다!”
“네. 당황했습니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답하는 어린 용과 한 인간의 대답에 쉐리트는 더욱더 얼굴에 열이 올랐다.
“…내가 살았을 때는 그곳에 그런 싱크홀이 없어서 진짜 마계의 문에 대해서 말하는 줄 알았어.”
동대륙 북부의 빙하 지대가 시작되는 지점에 자리한 거대한 검은 구멍.
과거 사람들은 그 싱크홀에 떨어지면 죽음의 세상에 빠진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혹은 마계에 닿는다고 하였다.
이는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도시 크기의 싱크홀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근처에는 어떠한 도시나 마을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싱크홀과 빙하 지대의 추위를 막는 산맥 사이에 암의 두 번째 비밀 기지가 존재했다.
“마치 드래곤 슬레이어 마을과 닮은 곳이라.”
케일에게 여기까지 설명을 들은 쉐리트는 낮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었다.
케일은 그런 그녀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과거부터 있던 싱크홀이라고 해서, 고대나 쉐리트님이 살아계셨을 때부터 존재하던 곳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고보니 케일은 그런 곳이었다면, 진작에 짱돌이나 다른 고대의 힘들이 설명을 해주지 않았을까 싶었다.
3대 금지 중 하나인 바람섬도 바람의 소리 도둑이 설명해주지 않았던가.
“아냐. 내가 살아있었을 때는 없었어. 그때도 3대 금지이기는 했는데, 위치도 다르고 이름도 그게 아니었어. 예전 금지는 사라졌나 보네. 하긴 사라질 만하지.”
“그렇습니까?”
그녀는 케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도시 크기의 거대한 싱크홀이 있고. 그곳에서 하얀 별이 무슨 짓을 벌이는 것 같고?”
“네. 거기다가 그곳의 이름이 ‘마계의 문’이라 더 찝찝해서요.”
쉐리트는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만약 마계에서 이 세계에 어떤 안 좋은 영향을 미치려고 하면, 신계에서 반드시 드래곤들에게 계시를 내려.”
“드래곤 모두에게요?”
“그래.”
케일은 예전에 단호하게 엘프 힐러 펜드릭에게 마족의 침입이 아니라고 말하던 에르하벤이 떠올랐다.
그 부분에 대해서 케일은 쉐리트에게 말했다.
“에르하벤의 말이 맞아. 하얀 별은 최소 천 년 동안 이 세계에 환생을 하며 세상을 지배하려고 준비한 녀석이야. 만약 마족과 연관되었다면 그 기간이 분명 길 거야. 그걸 신계가 몰랐다? 그럴 리가 없어.”
쉐리트도 에르하벤처럼 단호했다.
“신계에서 계시를 준다는 건 어떤 느낌입니까?”
“꿈을 통해 전언을 전하거나, 기이한 느낌이 들게 해서 천계의 문이나 마계의 문이 있을 특정 장소로 가도록 만들지.”
케일은 그녀의 말을 머릿속에 기록해두며 물었다.
“마계의 문이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쉐리트는 가볍게 답했다.
“마족이 넘어오는 문.”
“그래요?”
“어. 마족을 포함해서 마계에 존재하는 생물들이 넘어올 수 있는 통로인데, 그게 생기려면 마계의 막대한 힘이 이 세계에 영향을 미쳐.”
“막대한 힘이면, 드래곤이나 신들이 모를 리가 없군요.”
“그렇지. 드래곤 몰래 은밀하게 해도 신계에서 알아채. 그 정도는.”
쉐리트는 새로운 이야기에 눈을 반짝이는 라온과 시선이 마주쳤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나는 잘 배운다! 그래서 열심히 듣는다!”
쉐리트는 치밀어오르는 라온에 대한 사랑스러움에 부드럽게 라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는 위대하다!”
라온의 날개가 파닥이다 못해 그 꼬리까지 파닥였다.
이를 뿌듯한 눈길로 쳐다보던 그녀의 시선이 다시 케일에게로 향했고, 곧 진지한 표정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마계의 문은 바로 열리지 않아. 거대한 힘을 품은 채 가만히 주변을 탐색하다가 조금씩 조금씩 그 공간을 잠식해 거대한 통로를 만들어버리지.”
쉐리트는 그 문을 발견한 용의 역할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드래곤들은 계시를 통해 그 통로를 발견하면 함께 힘을 모아 그 문이 완전히 형성되기 전에 봉인하거나 파괴해.”
파괴가 어려울 경우에는 봉인을 해 신계나 천족의 도움을 받았고, 아직 마계의 힘이 덜 넘어온 상태라면 바로 파괴하였다.
“그래서 마족들은 드래곤을 참 싫어해. 우리가 방해를 한다고 생각하거든.”
쉐리트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 세계는 이곳의 생물들이 알아서 잘 살아가고 있는데. 갑자기 마계나 다른 곳에서 침략해서 지배하려고 하면 성질이 나, 안 나? 그래서 우리도 신계나 천족에게 협조해서 이곳을 지킬 뿐이야.”
가만히 듣고 있던 케일의 입이 열렸다.
“그런데 왜 굳이 드래곤들이 나서서 마계의 문을 닫습니까?”
쉐리트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럼 누가 해?”
“네?”
“인간아! 이건 엄마 말대로 누가 하나! 객관적으로 용이 가장 강한데, 그러면 용이 해야지! 누가 하나?”
두 용이 저리 말하니 케일은 할 말이 없었다. 대신 그는 다른 질문을 했다.
“왜 신계는 계시를 내리죠? 또 천족은요? 본인들이 와서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케일은 말하면서도 기분이 이상했다.
마족이니, 천족이니, 신계니 하는 것들이 상당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새삼 그런 감정을 가지기에는 그의 인생도 이미 상당히 비현실적이었다.
물론 그에게는 지극히 현실이었지만.
“아, 그건 말이지. 천계의 문은 더 열리기 힘들어서 그래. 그리고 신계는 좀 관여하기 그래. 균형이 안 맞다나? 또 천족이나 마족. 둘 중에 하나가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그걸 빌미로 이 세계에서 저 두 종족이 싸울지도 모르고.”
이래저래 얽힌 이해관계가 많았다.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특성이 아주 특화된 용일지라도, 이 부분만큼은 협력했어. 물론 나도 들어만 보았고, 실제로 내가 겪어본 적은 없었어.”
으음.
케일은 손으로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빠져들었다.
쉐리트는 그 모습을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진짜 마계의 문이 아닌, 그저 이름만 같은 뿐. 북부 빙하 지대 입구에 생긴 싱크홀이라고 했다.
물론 거기서 하얀 별이 무슨 짓을 벌이고 있다고 하나, 진짜 마계를 끌어들인 것은 아니었다.
쉐리트는 그렇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케일은 고민이 많아 보였다.
“쉐리트님.”
“그래.”
“마족은 드래곤만 없으면 이곳에 오기가 더 쉬워지겠네요?”
뭐?
쉐리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러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흐음.”
케일은 팔짱을 꼈다.
‘이상해.’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초대 드래곤 슬레이어와 쉐리트님은 친우 사이였죠.”
“그렇지.”
“그런데 왜 초대 드래곤 슬레이어는 친우가 용임에도 드래곤 슬레이어를 택했지요?”
최정건과 쉐리트는 그의 회고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서로의 비밀을 교환할 만큼 상당히 좋은 사이였다.
쉐리트는 과거를 떠올리며 그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는 쉽게 말해서 이방인이야.”
순간 케일은 최한이 떠올랐다.
이방인. 영웅의 탄생 속 최한은 스스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드래곤 슬레이어를 반역자라고 표현하는 것은 들어보았습니다만.”
“아. 맞아. 그것도 있지.”
쉐리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깐 고민하다가 말을 이어나갔다.
“음. 쉽게 말해서 자연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그 존재에게 주어진 힘의 총량이 있어. 고래족은 고래족만큼의 힘이. 용은 용만큼의 힘이. 이런 것들 말이야.”
케일은 입을 열었다.
“그러면 드래곤 슬레이어는 인간에게 주어진 인간만큼의 힘을 넘어선 자를 말합니까?”
인간 중 초인이라고 불릴 만큼 수많은 강자들이 있었다.
“아니. 그것만으론 부족해.”
그러나 그들이 모두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릇이 커야 돼.”
“그릇이요?”
“너도 알 건데. 고대의 힘을 몇 개나 가지려면 그릇이 커져야 하지. 드래곤 슬레이어들은 그 그릇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크고 단단한 존재를 말해. 보통 그릇이 크면 강해져.”
케일은 또 다시 최한이 떠올랐다.
최한은 그릇이 아주 크고 단단하다고 했다.
그때, 쉐리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음. 사실 슬레이어란 이름은 그냥 멋있어 보여서 지은 건데.”
“…네?”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그냥 멋있어 보여서 그렇게 지은 거라고?
케일의 얼굴이 상당히 삐딱하게 변해간 순간이었다.
불경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표정이었고 쉐리트는 흠칫 어깨를 떨곤 얼른 입을 열었다.
“크흠. 네란 베로우는 똑똑한 인간이었어.”
그 인간이요?
케일의 얼굴이 더욱더 삐딱해져 갔다.
그러나 쉐리트는 모른척하며 말을 이었다.
“네란 베로우는 그릇이 큰 인간이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도록 할 작정이었다. 그래서 슬레이어 자리를 이어받게 하는 거지. 그렇게 묶어두려는 거다.”
묶어둔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케일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설마-
“…묶어둔다는 게?”
케일은 빛의 성 지하에 있던 절벽에 사방이 가로막힌 마을을 떠올렸다.
아무리 강해도 왕국의 왕이 되거나 강자로서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지 못하고 살아야 했던 마을 사람들.
그들을 묶어둔다.
그들 중 가장 강하고 그릇이 큰 드래곤 슬레이어를 그 마을에 묶어둔다.
왜?
케일은 의문과 동시에 떠오른 답이 있었다.
그 순간, 쉐리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또 다른 하얀 별이 되는 걸 막기 위함이었어.”
허.
케일은 탄식을 흘렸다.
회고록에는 쓰여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리고 고룡 에르하벤에게도. 어느 누구에게도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오로지 로드 쉐리트. 그녀에게서만 들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고대의 하얀 별은 하늘 속성에 자연 5대 속성을 가져도 무리가 없을 만큼 그릇이 크고 단단했어.”
“네란 베로우는 후대에 그런 요건을 지닌 자가 하얀 별이 되는 걸 막기 위해 드래곤 슬레이어 자리를 넘겨준다는 거군요?”
“그래. 대륙에서 가장 그릇이 크고 강한 자들만을 불러모아 마을을 만들었어. 물론 그 사람들은 고마운 이들이야.”
대륙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 모여든 이들이었다.
“사실 묶어둔다는 표현보다는 예방 차원이었어. 오로지 순수한 강함만을 추구하며 고대의 하얀 별이 되고 싶은 허튼 생각을 막기 위해서였거든.”
그리고 혹시 모를 새로운 하얀 별의 등장 시 이를 막기 위해 강자들이 모인 것도 있었다.
쉐리트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면 용의 견제를 받지.”
지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가 슬레이어를 견제했다.
당연히 그 드래곤 슬레이어는 운신의 폭이 줄어든다.
“그리고 나는 로드로서, 용에게도 대등한 존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견제하고 서로를 감시하지만 말이야.”
또한 오로지 그들만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몇몇의 용이 세상에 해로운 짓을 하는 걸 막기 위해 드래곤 슬레이어가 필요했다.
“그래서 대략 천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대의 드래곤 슬레이어와 용들은 서로 전투도 하고 견제하면서 나름 친구인 듯 라이벌인 것처럼 지냈지.”
잘 지냈다.
정말로.
서로를 이해할 존재는 서로뿐이었으니까.
쉐리트는 그 평화로운 때를 떠올렸다. 그때, 케일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럼 서로를 죽일 일이 없었겠군요.”
동시에 라온이 외쳤다.
“이상하다! 금 용 할배가 드래곤 슬레이어는 용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존재라고 했다!”
라온은 에르하벤이 예전에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 새끼들은 용을 잡아먹고 성장하는 놈들이거든.’
‘특히 어린 용은 조심해야 돼. 몸도 덜 성장했고 브레스도 못하니까. 너야 뭐 박복한 놈이 옆에 있으니 느긋하게 성장해도 돼.’
쉐리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에 대해 답했다.
“물론 가끔씩 서로를 죽일 때까지 싸우던 드래곤과 드래곤 슬레이어가 있었지만. 대부분 균형은 잘 유지해왔어.”
그 순간, 그녀는 케일의 냉정한 눈동자를 마주해야 했다.
“쉐리트님. 하얀 별은 제가 알기로만 드래곤 여섯을 죽였습니다.”
순간 쉐리트의 눈이 커졌다. 그걸 지켜보던 케일은 하얀 별을 떠올렸다.
그는 용을 아주 증오했다.
그렇지만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서 용을 죽였을까?
그리고 그는 케일을 드래곤 슬레이어로 만들려고 했다.
그뿐이던가?
가짜 드래곤 슬레이어 시렘, 용 혼혈도 실패작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왜?”
케일은 낮게 중얼거렸다.
“왜 그는 드래곤을 죽여 온 걸까요?”
가짜 용인 키메라 용 혼혈을 만들기 위해? 그것뿐일까?
분명 하얀 별은 ‘저쪽’에 물어본다고 하며 마계의 문을 언급했다.
마계의 문은 단순한 싱크홀일까?
그는 쉐리트와 라온을 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상한데.”
케일은 여지껏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하나하나 입 밖으로 내뱉었다.
첫 번째.
“왜 하늘 속성은 죽은 마나를 필요로 할까요?”
하얀 별은 살아있는 인간이건만, 어떻게 그는 죽은 마나를 스스럼없이 흡수하는 것일까?
그리고 두 번째.
“하얀 별은 드래곤 슬레이어 자리를 싫어하면서, 또 다른 드래곤 슬레이어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까?”
드래곤 슬레이어 자리는 하얀 별에게 꼭 필요해 보였다. 그것도 자신이 쥐고 흔들 수 있는 수하로서.
그리고 용을 죽여 왔다.
쉐리트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케일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머릿속에 새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 순간에도 케일은 말을 이어나갔다.
”세 번째. 하얀 별은 단순한 싱크홀이라 알려진 마계의 문을 왜 꽁꽁 숨겨두며 마치 다른 쪽에서 힘을 받은 것처럼 말하는 걸까요?”
케일이 차분하게 말했음에도 응접실의 분위기가 서늘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가만히 있던 라온이 입을 열었다.
“용과 대적할 수 있는 것은 드래곤 슬레이어다!”
뒤이어 케일이 입을 열었다. 그는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사실만을 내뱉었다.
“마족은 용을 싫어한다. 용이 모두 사라지면, 마족은 이곳을 침략하기 쉬워진다.”
그의 목소리를 듣는 쉐리트의 머릿속에 큰, 아주 큰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것 같았다.
‘설마-’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고대. 한 시대를 무너뜨렸던 존재인 하얀 별.
그리고 현재 그 이름을 이어받은 또 다른 하얀 별.
쉐리트는 심장이 떨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케일을 바라봤다.
“마족은 죽은 마나를 잘 다루며, 인간의 산 심장에 죽은 마나를 주입하는 장난을 치기도 한다.”
머릿속 키워드를 내뱉은 케일은 마지막 의문을 내뱉었다.
“쉐리트님. 하늘 속성. 그것은 정말 하늘 속성의 고대의 힘이 맞을까요?”
결국 쉐리트는 제 속마음을 내뱉었다.
“…하얀 별과 마족이 연계되어 있을 것 같아?”
케일은 마족이 이 세상에 발을 내디딘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마계의 문이란 것은 신계나 드래곤의 눈을 속일 수 없다고 했으니까.
또한 하얀 별과 마족이 계약을 했는지 거래를 했는지. 그것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케일은 자신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을 내뱉었다.
“죽은 마나를 흡수해서 싸우는 힘이라는 거.”
하늘 속성 고대의 힘. 그거.
“꼭 마계의 힘이 있다면 그럴 것 같지 않습니까?”
닫혀있던 쉐리트의 입이 열렸다.
“당장 세계수를 만나러 가야겠어.”
“안 그래도 그러려고 합니다.”
상황이, 상황을 판단하던 뿌리가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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