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1
480화.
달칵.
케일은 응접실 문을 닫으며 조금 전 쉐리트와 라온이 한 말을 떠올렸다.
‘케일. 최대한 대화를 빨리 끝낼 테니, 세계수에게 가보렴.’
‘맞다! 그리고 인간아, 나도 같이 간다!’
최대한 빨리 세계수를 만나러 가기로 하였다.
케일은 복도를 거닐며 다른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둘러보았다.
최한과 용 혼혈에게 다른 곳에 가 있으라 했으니 아무래도 둘이 함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케일은 그 둘을 찾았고, 이내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뭐 하냐?”
케일은 희한한 것을 보았다는 듯이 최한과 용 혼혈을 쳐다봤다.
“크흠. 케일님, 그게 말이죠.”
드물게 최한이 당황한 얼굴이었고 손으로 제 뺨을 긁으려다 멈칫했다.
최한의 손은 하얀 밀가루 반죽 범벅이었다.
케일은 밀가루 반죽을 볼 수 있었다.
물 조절에 실패했는지, 반죽은 이게 반죽인지 물인지 아니면 무슨 요상한 슬라임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이상한 상태였다. 저걸로는 뭘 만들어도 다 실패였다.
“크흠.”
그리고 조용히 헛기침을 하는 용 혼혈.
“…넌 또 뭐 하는 거야?”
용 혼혈은 옷소매로 눈물이 글썽이는 눈가를 훔쳐내고 있었다.
…양파를 까고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의기소침해진 모습으로 미안하다고 말하는 용 혼혈의 상당히 불쌍해 보이는 모습에 케일은 다시 말문이 막혀왔다. 이 자식은 수호 기사 클로페와 다른 의미로 강적이다. 사람 말문 막히게 하는 재주가 보통이 아니었다.
차라리 미쳐 돌아버린 클로페 자식이 낫지, 이 용 혼혈은 더 난이도가 높았다.
“하!”
케일은 결국 기가 차다는 듯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 모습에 용 혼혈이 케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주방에 왔다. 비크로스에게 뭐든 시켜달라고 할랬는데 없었다. 그래서 재료 손질이라도 하려고 했다.”
케일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그냥 요리를 한번 해보려고 했습니다.”
“뭘 만들랬는데?”
“…수제비요.”
“뭐?”
“…그나마 재료도 여기서 다 구할 수 있는 것들이라 생각해서…….”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수제비?
한국에서 먹던 그 수제비?
저딴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
수제비가 아니라 밀가루죽을 만들 것 같은데?
“비크로스가 해리스 마을에 보고를 하러 가면, 영주성에서 답변이 오기까지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까 라크를 찾으러 갈 때 온과 홍이 배가 고프다고 하더군요.”
비크로스가 오려면 멀었고, 온과 홍은 최한에게 배가 고프다고 하였다.
그리고 훈련을 하다가 돌아온 라크와 아이들은 허기진 상태일 터.
또한 최한은 다른 이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하려고 했으나, 그러기에는 케일도, 쉐리트도 모두 심각해 보였다. 분명 용 혼혈로 인해 무슨 일이 터진 게 맞긴 맞는데, 섣불리 물어볼 분위기도 아니었다.
결국 최한은 재료 손질을 하던 용 혼혈을 감시하다가 눈에 띈 밀가루에 손을 대게 되었다.
“…제가 요리에 재주가 없나 봅니다.”
“…미안하다. 최한을 도우려고 그가 지시한 대로 재료 손질을 했는데. 내가 서툴다.”
아이고, 머리야.
케일은 두 손으로 제 머리를 부여잡았다.
마계나 하얀 별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 저 둘의 꼬라지를 보니, 다른 의미로 성질이 치밀어 올랐다.
‘아니, 밀가루는 왜 저리 많이 썼어?’
어디서 저런 대야를 들고 왔는지 모르겠다만, 커다란 그릇 가득 밀가루 물이 넘쳤다. 케일의 질린 표정에 최한의 고개가 땅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니, 수제비가 아니라 양파국을 만들 건가?’
그새 양파는 왜 저리 많이 손질해놨대?
어쩌다 보니 쉐리트, 라온과 꽤 오래 대화를 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 동안 저리 양파를 손질해놓은 걸 보면 용 혼혈은 어느새 특급 일꾼이 되어 있었다.
‘여관에서 제대로 일을 많이 시키긴 했나 보네.’
케일의 침묵이 길어졌다.
물론 그의 내면은 온갖 소리들이 넘쳐났으나, 최한과 용 혼혈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둘의 시선이 땅에 닿은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케일은 그런 둘을 삐딱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신기하네.’
그는 저 둘이 신기했다.
용 혼혈이 왜 저리 고통스러운가? 이는 최한이 박아둔 ‘절망’이라는 어둠의 속성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한도 용 혼혈에 대한 증오가 가득하지 않았던가?
물론 지금도 저 둘이 친하지는 않았다.
딱 봐도 최한이 용 혼혈을 탐탁지 않아 하는 게 보였다. 그래도 같이 요리를 했다는 게 신기했다.
그때였다.
툭.
투둑.
주방 입구에서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데구르르르.
케일은 제 발치에 닿은 동글동글한 감자가 보였다.
천천히 감자가 굴러온 방향으로 시선을 움직였다.
감자를 비롯해 여러 채소와 과일, 그리고 고기가 보였다.
마침내 바닥으로 떨어진 가방과 바구니를 볼 수 있었다.
“…비크로스.”
그리고 아주 무서운 얼굴의 비크로스도 보았다.
케일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순한 인상의 최한이 살벌한 표정을 할 때와 달리 원래도 차갑게 생긴 놈이 있는 대로 한껏 얼굴을 찌푸리고 있으니 그건 더 살벌했다.
“야. 최한.”
심지어 대놓고 최한에게 한판 싸우자는 듯 살벌한 어조였다. 케일은 슬그머니 걸음을 옮겨 비크로스의 옆에 섰다.
이럴 땐 밥 줄 사람 편을 들어야 한다.
그 순간, 케일은 최한이 불퉁한 눈빛으로 비크로스를 쳐다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뭐?”
그리고 퉁명스레 되물었다.
‘저놈이!’
케일은 하얀 별이고 마계고 간에 주방이 폭파하는 일이 먼저 일어나겠다 싶었다.
“…미안.”
그러나 최한은 비크로스에게 짧은 사과를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케일은 처음 보는, 사과는 사과지만 억지 사과를 하는 최한의 모습이었다.
케일은 저놈이, 아니, 저 어르신이 저런 면도 있나 싶었고. 곧 케일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미안하다.”
아주 진심으로 미안해하고 있음을 드러내며 덜덜 떠는 몸으로 사과를 하는 용 혼혈. 케일은 저처럼 일그러지는 비크로스를 보았다.
비크로스는 보기 싫다는 듯 용 혼혈을 외면했다.
그러고는 서늘하게 말했다.
“다 나가.”
그 말에 최한과 용 혼혈은 자신들이 저질러놓은 것들의 뒤처리를 하며 그 뒤에 나가려고 했지만.
“나가.”
비크로스의 단호한 말에 두 사람은 조용히 주방 밖으로 나갔다.
케일은 어쩌다 보니 홀로 주방에 남았고, 그와 비크로스의 시선이 마주쳤다.
“나도 나갈까?”
그 순간, 케일은 상당히 삐딱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는 비크로스를 볼 수 있었다.
“보고 안 들을 겁니까?”
“아, 맞다.”
케일은 어색하게 웃으며 주방에 있는 간이 의자에 앉았다. 양파나 밀가루를 치울까 했지만, 손대면 가만 안 둔다는 비크로스의 시선에 가만히 있었다.
‘나 요리 잘하는데.’
자취 경력이 얼마인가?
여기 음식은 몰라도 한국 음식은 꽤 할 줄 아는 케일이었다.
물론 아주 잘하는 건 아니었지만, 최한의 요리 따위와는 다른, 사람이 먹을 만한 음식은 만들 솜씨였다.
“크흠. 해리스 마을엔 잘 다녀왔고?”
케일은 주방을 빠른 속도로 치우는 비크로스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비크로스는 제 할 일을 하면서도 막힘없이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해리스 마을에 있던 마법사를 통해 영주성과 영상통신을 했습니다.”
“그래?”
“네. 처음에는 영주성 마법사와 통신을 하며 간단하게 도착 사실만 전하려고 했는데, 곧바로 영주님께 연결되어 그쪽으로 바로 보고를 했습니다.”
“아버지?”
“네.”
케일은 오랜만에 헤니투스 가문 사람들을 떠올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오랜만은 아니었다.
얼마 전에 로운 왕궁 연회에서 함께하지 않았던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물론 그 뒤에 카로 왕국을 가면서 여러 사건들이 얽히는 바람에 짧은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어 체감 시간은 아주 오래전 같았을 뿐이었다.
“백작가는 잘 있대?”
케일은 물었고 비크로스가 그를 보며 말했다.
“공작가입니다만.”
“아, 그래. 공작가.”
“네. 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공자님 걱정이 많으십니다. 카로 왕국에 간 것은 아시지 않습니까?”
“…알지.”
걱정이 많다는 말에 케일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데르트 공작과 공작부인 바이올란은 케일이 로운 왕실 연회를 즐기다 곧바로 카로 왕국에 갈 예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크로스는 케일의 미묘해진 표정을 힐끗 보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공자님 말씀대로, 공작님께는 어둠의 숲 안에서 잠시 머물다가 곧 이동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다시 헤니투스 영지로 돌아온다는 것도요.”
“잘했어.”
세계수에게 들렀다가 다시 헤니투스 영지로 한 번 더 돌아올 생각이었다. 알베르 왕세자도 봐야 했으니까.
그 뒤에도 가끔 다른 일을 위해 자리를 비울 것이지만 최대한 자주자주 영지에 방문할 작정이었다.
‘하얀 별이 언제 로운 왕국에 올지 모르니까.’
케일은 하얀 별 뒤에 마계까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더 자주 헤니투스나 로운 왕국 내에 머물러야겠다 생각했다.
‘…물론 다른 일들을 위해서 떠나 있어야 할 때도 있지만.’
묘족. 그리고 마지막 금지인 마계의 문.
그 두 가지 때문에 케일은 자리를 비워야 할 순간이 있겠지만 그 외는 로운 왕국 내에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비크로스는 굳은 케일의 표정을 다시 보고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요즘 헤니투스 영지는 시끌벅적하다고 합니다.”
“그래?”
“네. 동북부에서 처음 생긴 공후작가문이 헤니투스 가문이어서, 영지민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공작님께서 사비를 풀어 짧은 축제도 즐겼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축제가 끝났는데도 아직까지 축제 분위기라고 해요.”
탁탁탁, 탁. 용 혼혈이 다듬은 양파가 비크로스의 손에 쥔 칼을 통해 알맞은 크기로 잘려 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외부에서 관광 오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합니다. 헤니투스 영지가 외지라 오기 힘들지만, 다들 새로운 공작가이자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한 영지가 궁금했나 보더라고요.”
“그래?”
케일은 영지가 활기차고 시끌벅적하다는 말에 미소를 그렸다.
하지만 그 미소는 곧 사라졌다.
“은빛 방패 공자. 최연소 소드 마스터, 맥이 끊겼다 생각했던 마지막 네크로맨서. 이 셋의 고향이 궁금했는지 관광객이 갈수록 늘어난다고 합니다.”
은빛 방패 공자.
그 말에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도대체 저 별명은 언제 없어지려나?
“그래서 그런지 영지민들도 영지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넘쳐나고, 가장 강한 영지라면서 좋아한다고 합니다. 공자님이 꽤 그립나 보더라고요.”
케일은 떨떠름한 얼굴로 괜히 팔걸이를 매만졌다.
가장 강한 영지.
그 말이 입안에 껄끄럽게 맴돌았다.
탁탁탁탁-!
채소를 썰어가는 비크로스는 등 뒤로 한참 만에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퉁명스럽고 뚱한 어조였다.
“…이번에도 무사히 해결해야겠네.”
마족이건 뭐건 간에 케일은 이번 일도 무사히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광객도 늘고 시끌벅적하다니, 영지는 더욱더 발전할 것이다. 자신의 백수 라이프를 위해서도, 바센에게 영주직을 떠넘기고 도망가기 위해서라도 영지가 더 부유해지고 평화로워져야 했다.
그래야 편한 백수 생활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질 터.
“그리고 다 해결하면 어디 조용한 데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방패 공자.
그 별명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조용히 백수 겸 농사꾼 투잡을 하며 버티기로 하였다.
비크로스는 뒤에서 들려오는 중얼거림에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피식피식 웃어댔지만, 어떻게 하면 힘든 농사를 덜 힘들게 할지 고민하는 케일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대신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공자님!”
냐아아옹.
냐아옹!
케일은 주방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늑대족 라크와 메스를 비롯한 푸른 늑대족 아이들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물론 선두는 온과 홍이었다.
케일은 꼬질꼬질한 라크와 푸른 늑대족 아이들을 뒤따라 들어오는 용 혼혈과 최한도 볼 수 있었다.
“언제까지 있으세요?”
“오랜만이에요, 공자님!”
“잘 지내셨죠?”
케일은 한꺼번에 쏟아지는 늑대족 아이들의 질문에 시끄러워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늑대족 아이들은 케일 곁을 둘러쌌다.
인상을 찡그리면서도 한 번씩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케일의 모습 때문이었다.
케일은 다른 푸른 늑대족 아이들과 달리 한 발 뒤로 물러서 있는 라크와 시선이 닿았다.
씨익.
미소를 그려 보이는 라크는 여전히 조금 소심해 보이지만 한결 당당해진 모습이었다.
케일은 그런 라크에게 피식 웃어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다.”
케일은 흠칫 어깨를 떨었다.
살벌한 비크로스의 목소리와 꼬질꼬질한 늑대족 아이들이 보였다.
“다 나가.”
케일은 얼른 자신에게서 벗어나 주방 밖으로 뛰쳐나가는 온, 홍과 늑대족 아이들을 따라 주방 밖으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제 옆으로 슬그머니 다가온 라크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실력이 많이 늘었나본데?”
라크가 머쓱한 얼굴로 제 회색빛 더벅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케일이 무심히 말했다.
“늦어서 미안하다.”
라크가 움찔 어깨를 떨었다.
케일은 이전에 모고르의 동서남북 연금술 탑을 부수고 돌아와 라크와 마저 이야기를 나누겠다고 하였다.
하지만 여러 상황들로 인해 그 시간이 늦어졌다.
“괜찮습니다. 그 시간 동안 훈련을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의젓하게 말하는 라크를 가만히 바라보던 케일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내 말 기억하나?”
라크의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케일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묘족을 칠 생각이다.’
라크의 입이 열렸다.
“네. 기억합니다.”
대답을 하는 그의 머릿속에 과거의 기억이 이어 떠올랐다.
‘라크.’
‘네.’
‘어때?’
‘안개 묘족이면 혹시 온과 홍이 도망친 부족입니까? 예전에 온과 홍에게서 들은 것 같습니다만.’
‘맞아. 거기.’
‘그러면 제가 도와야죠.’
묘족과의 싸움에 라크도 함께 하겠다고 하였다.
그는 과거를 떠올리며 케일에게 말했다.
“제가 싸울 때가 되었습니까?”
케일은 가만히 라크를 바라봤고, 그 담담한 시선만으로 라크에게는 충분한 대답이 되었다. 라크는 침착하게 말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래. 고맙다.”
무심한 목소리였지만, 고맙다는 말에 라크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묘족과의 싸움을 돕겠다고 말하며 방패술을 배우겠다고 하였다. 라크는 그때 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제가 본 가장 위대한 방패처럼, 저도 그런 방패가 되고 싶습니다!’
라크가 본 가장 위대한 방패는 케일의 등이었다.
그를 닮기 위해 가장 많이 노력한 라크는 다가올 미래를 차분히 기다렸다.
케일은 그런 라크를 모른 채, 홀로 나섰고 마침 밖으로 나온 쉐리트를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용 혼혈을 보고 있었다.
“대화를 좀 해야겠구나.”
용 혼혈이 움찔하며 쉐리트에게로 다가갔다.
케일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홀 중심에 있는 시계로 시선을 움직였다.
째깍째깍.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 속도는 지금 케일의 안주머니에 있는 죽음의 신이 준 편지 속 시간과 같은 속도였다.
죽음의 신은 편지를 통해 케일에게 말했었다.
여기서 살지 아니면 돌아갈지 선택하라고.
케일은 죽음의 신이 준 선택의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
“인간아, 얘기 다 끝났다!”
라온이 밝은 얼굴로 다가왔고, 케일은 곧바로 일어서며 일행들에게 말했다.
“나와 라온, 최한은 잠시 세계수에게 다녀올 거다. 급한 일 생기면 연락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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