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87
486화.
“…내 조상이 뭐라고?”
“…악당이라고 했는데요?”
내 귀가 잘못되었나?
알베르는 전혀 체통 없는 모습이었지만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벼팠다.
“내가 귀가 막혔나 봐.”
“아. 그러면 조금 더 정확하게 말씀드릴까요?”
“아닐세. 내 조상이 악당이라니, 하하. 무슨 소리를 들어도 그런 헛소리를! 하하하-”
“제대로 들으셨는데요?”
“응?”
“네?”
다시 알베르와 케일이 멈칫하며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하지만 곧 알베르의 얼굴이 구겨졌다.
“아니, 요 근래 들은 이야기 중에 가장 환장할 만한 소리를!”
“…그렇습니까?”
“그렇습니까아?”
알베르의 얼굴이 더욱더 구겨졌다.
‘아니, 왕가의 비밀을 알려주고 내 왕위가 정당하냐에 대해서 말하려고 했더니. 이 무슨 헛소리야?’
그는 케일 헤니투스여서 이 비밀을 공개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미 도장까지 받아 크로스만 가의 우두머리나 다름없는 그였지만, 지금 이 행동에 대해서 국왕 제드 크로스만이 상당히 반대했었다.
그 반대를 무시하다시피 하며 알베르는 케일을 이곳으로 데려왔다.
케일은 크로스만 왕가에 대한 정보가 하얀 별과 관련된 쓰임이 있을지 모를 것이라 생각해 물었을 것이다.
알베르도 이를 알고 있었고, 하얀 별을 물리치는 걸 돕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 다른 마음도 있었다.
‘…치부다.’
오늘 그가 하는 행동은 케일 헤니투스에게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 다름없었다.
첫 번째로 왕가의 치부였다.
태양신의 가호를, 수호를 받은 줄 알았으며 그와 관련된 전설을 지닌 크로스만 왕가. 하지만 그 안을 살펴보았을 때 드러난 진실은 가호는커녕 저주였다.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지면 크로스만 왕가의 권력과 명예가 땅으로 떨어지고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두 번째는 알베르 크로스만 존재에 대한 치부였다.
어둠 속성인 다크엘프 피를 이어받은 자신의 존재. 저주에 따르면 절대 크로스만 가의 우두머리가 되어선 안 되는 그가 가문 사람들을 속이고 우두머리가 되었다.
알베르는 그 두 가지의 비밀이자 치부를 케일이라서 공개할 수 있었다.
‘나를 알아봤으니까.’
다크엘프 쿼터인 그를 알아보고 다크엘프에 대한 편견이 없는 놈.
저를 도우는 놈.
저와 비슷한 놈.
그래서 그는 오늘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케일 헤니투스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헛소리를 해?’
원래 가끔씩 얼빠진 놈인 건 알았지만, 알베르는 구겨진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그는 한숨처럼 내뱉었다.
“저기 바위에 새겨진 글자 보이지?”
“네. 보이죠?”
아, 저 자식.
알베르는 울컥 치미는 것을 참으며 말을 이었다.
“저 바위는 구술을 제외하고 유일하게 남아있는 크로스만 가 기록이다.”
알베르는 바위에 새겨진 문장 하나에 시선이 닿았다.
“어둠을 품은 자가 로운 왕위에 오르거나 크로스만 가의 우두머리가 되면 세상이 뒤집힐 거라고 쓰여 있지.”
“그렇겠네요.”
뭐?
알베르는 너무나도 수월하게 긍정하는 케일을 보며 말문이 막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안 그럴 줄 알았어.’
그는 케일은 저리 안 할 줄 알았다.
알베르가 케일에게 저 바위의 글자들을 보여주면, 당연히 케일은 ‘태양신 저주를 신경 써서 뭐 합니까? 어둠은 얼어 죽을.’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
“하!”
알베르는 자신이 케일에게 기대를 가졌음을 깨닫고 웃음이 흘러나왔다.
‘저 기록은 무시하고 왕국을 잘 다스리라고 말해줄 기대’를 말이다.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이마를 쓸어올렸다. 참, 정말로 기분이 이상했다. 스스로 느끼는 이 감정을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허탈함?
실망감?
아니면, 부끄러움?
무엇으로 이 감정을 설명해야 할까. 그는 알 수가 없었다. 대신 그는 평소 대신들을 마주할 때처럼, 화사한 미소를 입가에 내걸었다. 그러고 케일을 쳐다보았다.
“케일. 태양신의 저주 때문이라도 내가 왕이 되면 큰일 나겠지?”
그 순간,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뭔 헛소리입니까?”
“응?”
“뭐라는 겁니까.”
케일은 혼잣말처럼 불경하게 투덜거리더니 알베르를 무시하고 바위로 다가갔다. 그 무심한 행동에 알베르는 뒤따르며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뭔가 이상했다.
“아니, 다크엘프인 내가 왕이 되면 저주가 내린다니까?”
“예?”
“저 바위에 적힌 게 사실이면 나 때문에 큰일이 일어난다고. 내가 크로스만 가에선 존재해선 안 될-”
“아닌데요?”
“…어?”
알베르는 뚱한 케일의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알베르 크로스만. 저하의 존재는 순리입니다.”
순간 알베르는 멈칫하며 케일이 한 말을 되새기듯 내뱉었다.
“…내가 순리라고?”
내가?
“네. 순리입니다.”
말도 안 돼.
알베르는 저도 모르게 입을 열어 케일의 말에 반박했다.
“…너 아까 내가 한 말에 동의했잖아. 어둠을 품은 자가 왕이 되면 로운이 뒤집힌다고, 태양신 저주가 내릴 거란 말에 ‘그렇겠네요.’라고 했잖아?”
뭐래?
딱 케일의 표정이 이랬다. 그는 중얼거렸다.
“태양신 저주는 얼어 죽을.”
알베르가 기대하던 말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도통 머릿속이 복잡해 제대로 현 상황을 판단할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얼굴 위에 드러났다.
케일은 그런 알베르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저 똑똑한 사람이 오늘은 왜 저런대?’
케일로서는 알베르가 어렸을 적부터 머릿속에 각인처럼 남겨진 저 태양신의 말에 얼마나 매여 있었는지 몰랐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설명이 부족했다 생각하며 알베르를 향해 입을 열었다.
“고대의 문서를 하나 보았습니다. 너무 낡은 것이라 제가 펼쳐서 읽자마자 금방 부서져 버리더군요.”
케일이 갑작스럽게 다른 이야기를 꺼냈지만, 알베르는 잠자코 듣는 것을 택했다.
‘저하의 존재는 순리입니다.’
그 말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박힌 채 맴돌고 있었다. 그 위로 케일의 이야기가 덮이기 시작했다.
“그 문서에 고대의 하얀 별 생김새에 대한 묘사가 있었습니다.”
케일은 짱돌이, 고대의 힘이 조금 전에 말해준 정보라고 할 수 없어 고대의 문서를 들먹였다.
‘다른 이들도 나처럼 고대의 힘이 원래 소유자에게 말을 거나?’
이 부분을 확신할 수 없어 내린 선택이었다.
예전 바람 섬에서 버드가 해준 말과 짱돌의 말을 토대로 생각하면 고대의 힘이 소유자의 영혼에 완전히 속해지면 그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하였다.
짱돌은 케일의 경우가 특이하다고 했지만, 케일은 ‘저만이 유일’하다는 확신이 없기에 그 부분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다.
“고대의 하얀 별 생김새?”
“네.”
케일은 알베르를 가리켰다.
물론 공손하게 두 손으로.
“그 설명을 보자 저는 저하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로운의 태양이 되실 저하와 상당히 흡사하게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반박하려던 알베르의 입이 굳게 닫혔다. 그의 머릿속이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케일의 공손한 두 손이 움직이며 석실 바위로 향했다.
“자, 여기 저주받은 피의 자손이라는 말. 그리고 하늘을 넘보지 말라는 말.”
케일의 손가락이 바위에 새겨진 ‘어둠’이라는 글자를 가리켰다.
“마지막으로 여기 어둠.”
그는 알베르를 보며 말했다.
“저하. 제가 추측하는 정보가 하나 있습니다.”
“무엇이지?”
“하얀 별이 지닌 하늘 속성. 그것이 ‘마계’에서 온 힘이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아.
알베르는 탄성을 흘렸다.
그 순간, 그는 꽤 경쾌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그러면 이 바위에 새겨진 글을 제 추론을 바탕으로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고대의 하얀 별 자손들이여.”
“하늘 속성을 탐하지 말아라.”
“너희 중 마계의 힘을 받아 하늘 속성 고대의 힘을 소지하는 자가 나타난다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뒤집힐 정도로 세상이 혼란에 빠지리라.”
케일은 마지막 문장 두 개를 손으로 가리켰다.
“이건 저주보다는 예언인 것 같습니다만? 아니면 경고요.”
알베르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입을 열어 물었다.
“아까 내가, 어둠을 품은 자가 로운 왕위에 오르거나 크로스만 가의 우두머리가 되면 세상이 뒤집힐 거라고. 그거에 네가 ‘그렇겠네요.’ 수긍한 건?”
“당연히 하얀 별 그놈이 왕이 되면 세상이 뒤집히니까요?”
“야, 이놈-”
알베르는 결국 참지 못하고 케일을 보며 말했다.
“그런 내용이면 진작에 바로바로 설명을 해줬어야 할 거 아냐!”
케일은 알베르의 호통과도 같은 목소리에 멈칫하면서도 웃고 있는 알베르의 입가를 떨떠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왜 웃지?’
케일은 웃는 알베르가 이상했다.
“…저하.”
“형님.”
“네. 형님. 그, 제 추측일지도 모르지만 조상이 고대의 하얀 별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케일이 본래 알기로, 고대의 하얀 별은 어느 순간 이 세상에 나타났다가 최후의 전투 후에 죽었다고 하였다.
그의 가족이나 과거, 혹은 인연에 대한 기록은 딱히 없었다.
그래서 그 후손이 있을지 없을지 확신할 수 없지만, 정황상 왠지 모르게 케일은 제 추측이 맞을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썩 좋은 이야기는 아닌데?’
케일은 희한하게 기분이 상당히 좋아 보이는 알베르를 찡그린 채 쳐다봤다. 그에 알베르는 턱을 치켜들고서 툭 내뱉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하긴. 그렇죠. 그래서 어쩌겠습니까.”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케일을 보며 알베르는 입꼬리가 씰룩이는 것을 손으로 꾹 눌렀다.
알베르는 고대의 하얀 별이 조상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놀라긴 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런 악인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아는 로운 선대왕들 중 무능한 자는 있을지언정 악하거나 로운 왕국민들에게 폭정을 행한 이도 없었다. 무능해서 나라가 어려웠던 적은 있었지만, 후대가 책임을 지든지 하여 어떻게든 악착같이 버틴 로운이었다.
‘로운의 왕으로서 나라를 다스려야 태양신의 저주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웃긴 이야기였지만, 크로스만 가의 우두머리는 대대로 살아남기 위해 버텨왔다.
그 결과 가장 오래 살아남는 왕국이 되었다.
그리고 알베르는 살아남는 것을 넘어 로운 왕국을 더 앞으로 나아가는 곳으로 만들 목표를 지니고 있었다.
“아! 저하, 제가 현자를 만나러 갔다고 했잖습니까?”
“그래.”
그는 부드러이 케일의 말에 답하며 케일의 이어질 말을 한결 풀어진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 현자가 세계수거든요?”
“어?”
누구라고?
알베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세계수라니, 진정 전설로만 들어오던 존재였다. 그러나 이어진 말에 알베르의 표정은 차분해졌다.
“그 세계수가 저하는 순리라고 했습니다.”
케일은 세계수가 왜 뜬금없이 알베르가 순리라고 했는지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편히 제 생각을 말하였다.
“형님이 왕이 되고, 지금 형님 뜻대로 사는 게 순리란 소리 아니겠습니까?”
역시 로운 왕국이 편하려면 왕세자가 왕이 되어야 한다.
케일은 자신이 편히 백수로 살면서 로운 왕국 일에 신경 안 쓰려면 알베르를 밀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케일은 묘한 미소를 띤 채 저를 가만히 바라보는 알베르에게 굳건하게 제 뜻을 전했다.
“형님. 꼭 왕이 되십시오.”
그리고 그 뜻을 받겠다는 듯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그래. 꼭 되어야지.”
알베르는 가만히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염색 마법이 풀린 다크엘프 쿼터인 모습이 케일의 눈동자 속에 비쳤다. 알베르는 케일의 눈동자 속 제 모습을 보며 되뇌었다.
순리.
나는, 내 존재는 이 세상에 순리다.
알베르는 오늘 이곳에 케일을 들인 것이 자신이 살면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고 확신했다.
스스로에 대한 망설임이 사라졌으니까.
그는 바위를 관찰하며 여러 가지 생각을 하는 것 같은 케일을 가만히 쳐다보다 입을 열었다.
“그런데 동생.”
케일의 뚱한 시선이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몰든 왕국. 아니지, 몰든 왕실을 뒤엎고 거기 국왕을 잡아들일 거라고?”
그는 케일의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네, 형님. 같이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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