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4
493화.
-웬 개지?
“멍!”
영상통신구 화면 속 왕세자 알베르 크로스만은 케일을 기이하다는 듯 바라봤다.
-저런 귀여운 생명체와 불경한 자네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시꺼먼 사령관복에 머리칼도 시뻘건 놈의 품에 털을 날리는 복슬복슬한 강아지의 존재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았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케일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
‘이 강아지를 데려가라고요?’
‘네. 우리 복슬이를 데려가 주셨으면 해요.’
그녀의 집을 빠져나와 헤어지기 전, 조피스가 우아하게 말했다.
‘나는 당신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답니다. 그러니 당신이 하는 것을 보고 전해줄 내 편이 있어야죠.’
그 전령꾼으로 택해진 이가 케일 품 안의 강아지. 복슬이였다.
‘아니, 싸우러 가는데 강아지는 좀…….’
‘케일 님. 데려가죠.’
드물게 최한이 눈빛을 번뜩이며 조피스의 말에 동의를 표했다. 동시에 론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그렇게 하지요. 거래 관계에선 신뢰가 가장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리 말하며 살벌할 정도로 환하게 인자한 미소를 그려 보였다. 그때, 케일은 살짝 쫄았다.
‘인간아! 데려가자! 저 복슬이 귀엽다! 뭔가 친해지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신기한 강아지다!’
그의 머릿속으로 라온도 해맑게 같은 뜻을 전했다.
케일은 그렇게 되면 조피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라온 너는 투명화 못 풀고 계속 같이 다녀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으나, 그럴 틈이 없었다.
심각하던 그렌과 조용한 분노로 가득 찼던 용병왕 버드조차도 조피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하긴, 공자님이 강아지라도 데리고 있어야…….’
‘그렇지. 네놈은 그래야 덜 설치지.’
케일은 뭔 소리냐는 듯 쳐다봤지만, 버드는 최한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평소와 달리 진중한 모습이었다.
‘좋은 생각이야.’
‘그렇지. 이래야 케일 님은 그나마-’
꽤 친해진 두 사람은 케일을 쳐다봤고 케일은 왠지 그 눈빛에 떨떠름함을 느꼈다.
어찌 되었든 그 결과 케일은 복슬이라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게 되었다.
그는 문득 조피스가 헤어지기 전 흘리듯이 말한 것이 떠올랐다.
‘복슬이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복슬이가 화나면 적의 대가리가 바닥으로 톡 떨어져 내릴 거예요.’
‘…네?’
‘아니에요.’
싱긋.
우아하게 웃으며 곧 다음 만남을 기약하던 조피스.
케일은 그녀에 대한 생각을 잠시 미루고 알베르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동대륙 가서도 제대로 연락하도록.
“네, 형님.”
이제 곧 동대륙으로 갈 예정이었으니까.
알베르는 그런 케일을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케일의 뒤에 펼쳐진 꽁꽁 얼어붙은 절망의 호수 위.
그 얼어붙은 물 위에 평소와 달리 옅은 눈바람이 불고 있었다.
-장관이군.
그리고 그곳엔 셀 수 없이 많은 이들이 떠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다.
넓은 호수 위.
그곳 전체가 마법진이 되어 빛났다.
그 빛 위에 수많은 엘프들이 전투 복장을 한 채 준비를 끝마치고서 대기 중이었다.
-서대륙에 이다지도 많은 엘프 전사들이 존재했다니.
알베르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노약자를 비롯하여 각자의 영역에 최소한의 방어를 위한 엘프들을 제외한 모든 전투 엘프들이 세계수가 존재하는 절망의 호수로 모여들었고 모이고 있는 중이었다.
“공자님, 저희 쪽은 모두 끝났습니다.”
중년의 엘프가 케일에게 다가와 보고를 했다.
그리고 그 옆에 펜드릭이 살짝 케일에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본래는 영웅의 탄생 초반부에서 죽었던 인물이었지만, 지금은 살아 숨 쉬는 존재. 엘프이자 힐러인 펜드릭이 오랜만에 케일과 함께했다.
그리고 그 펜드릭 곁의 중년 엘프는 열 손가락 산 엘프 마을의 수호 전사 지트였다.
케일이 파괴하는 불을 얻었던 장소이자 세계수의 가지를 빼앗긴 엘프 마을이 존재하는 곳인 열 손가락 산.
세계수 가지를 빼앗겨 터전을 잃은 수호 전사 지트는 현재 엘프 전사들을 이끌겠다고 자원해 대표로 이 자리에 있었다.
케일은 수호 전사 지트의 눈빛을 마주하다 입을 열었다.
“긴장했나?”
그 물음에 지트는 짧게 답했다.
“전쟁입니다.”
엘프들에게 지금 이 일은 전쟁이었다.
로운을 제외한 서대륙 어느 왕국도 모르지만, 세계수와 연관되어 터전을 지켜야 하는 엘프들에겐 미래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싸움이었다.
그렇기에 긴장하는 것도 표정이 굳어버린 것도 모두 당연했다.
그 순간, 다른 목소리가 케일의 오른쪽에서 들려왔다.
“이쪽도 전쟁이지요.”
왼쪽의 지트를 보던 케일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그곳엔 다크엘프 타샤가 메리와 함께 다가와 있었다.
“저희도 끝났습니다.”
그녀는 케일에게 그리 말하며 영상통신구 속 알베르를 향해 살짝 눈인사를 건넸다.
알베르도 눈인사를 건네며 타샤 뒤편에 서 있는 다크엘프들을 바라봤다.
긴장과 여유의 기운이 함께 감도는 수많은 다크엘프 전사들.
비록 엘프들에 비해 그 수는 많이 적었지만 그래도 그들은 여러 번의 전투를 이겨낸 자의 아우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알베르의 눈을 사로잡던 장관 중 하나이자 그에게 짜릿함을 안겨주는 존재들이었다.
그러다 알베르는 이 장소에서 유독 긴장하고 유독 설레하는 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가 정령사인가?
“네.”
아주 귀한 존재인 정령사. 그 곁엔 희미한 붉은 실뭉치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고 정령사 솔리는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 등에 멘 가방끈을 꽉 쥐며 고개를 꾸벅 숙여 보였다.
이번 전투에 솔리를 데려가기로 했다.
지금 팽이채를 손에 쥔 케일에게 바람 정령이 말하는 바가 그 이유였다.
‘혼돈, 파괴, 전쟁! 죽은 마나를 정화하려면! 그리고 어둠 정령 힘을 상대하려면! 아기 불 정령이 가야 한다! 솔리도 아기 불 정령도 마음의 준비를 했다!’
파괴를 속성으로 지녔으며, 다른 불 정령과 달리 죽은 마나도, 어둠 정령 힘도 태워버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아기 불 정령.
그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두 가지의 전쟁에서 케일과 함께 가장 고생할 녀석이자, 반드시 함께해야 할 놈이었다.
케일은 솔리를 시작으로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많은 엘프와 다크엘프들이 보였다.
“공자님.”
그리고 호숫가에 엘프 사제 아디테와 그녀의 뒤로 여러 엘프 마을의 족장들이 자리해 있었다.
“세계수께서 잘 다녀오라고,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아디테가 살짝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고, 케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고 올게.”
이어 그는 영상통신구 속 알베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나도 시작하지.
그 말과 함께 알베르와의 영상통신이 끝났고, 케일의 곁으로 그의 일행들이 다가왔다.
-인간아! 최한하고 비크로스 데려왔다!
지트와 타샤가 있던 자리에 최한과 비크로스가 자리했고, 케일은 그들과 호수 위의 엘프와 다크엘프들에게 말했다.
“동대륙으로 간다.”
대규모 인원이 전쟁을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
몰든 산맥 아래.
제대로 된 지명도 없는 작은 마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 마을을 유령마을이라고 불렀다. 마을의 존재 목적 자체가 특정인들의 삶을 유령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었기에.
아우우-
그 마을에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진짜 잠을 못 자겠네!”
유령마을의 경비원이자 감시자 중 한 명인 남자는 자리에 일어서며 머리칼을 헤집었다.
그는 창밖을 내다봤다.
“이놈의 개새끼들은 잠도 안 자나?”
“그냥, 자.”
옆 침대의 동료가 이불을 뒤척이며 웅얼거렸다.
하지만 감시자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매서운 눈초리로 바깥을 관찰했다.
유령마을.
이곳은 몇 년 전부터 마을 사람들끼리 개마을이라고 불러댔다.
갑자기 마을에 들개들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들개들은 하나같이 순하고 다른 들짐승들의 침입을 막아줬기에 마을 사람들이 꽤 반겼다.
그리고 며칠 전부터 유독 그 순한 개들이 마을에서 자주 보였다.
아우우우-
다시 한번 개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것들은 밤만 되면 돌아가면서 짖는다니까!”
“네가 더 시끄러워! 지껄일 거면 나가서 지껄여!”
동료가 짜증을 부렸고, 남자는 잠이 다 깨버렸기에 그냥 침실 밖으로 나와 버렸다. 그는 근처 테이블 위의 술병을 대충 집어 들고 어슬렁어슬렁 소파로 가 앉았다.
“하, 갑갑하네.”
도대체 언제까지 이 마을에서 조피스와 그녀의 수족들을 감시해야 할까.
“그냥 죽이면 될걸. 국왕 폐하 마음이 참 여리셔.”
그는 동생을 아끼는 엘리스네 1세에게 안타까움을, 그런 그녀에게 대적한 조피스에게 분노를 느끼며 술병을 입으로 가져다 대었다.
독한 술이라, 순식간에 속에서 열이 났다.
그때였다.
아우우우-
아우-우우-
“크읍, 뭐야?”
그는 먹던 술을 뱉어내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 개새끼들이 미쳤나?”
아우우우- 우우우-
멍, 멍멍!
사방에서 일제히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씨! 뭐야?”
남자는 놀라서 술병을 쥔 채로 감시자 처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한밤의 쌀쌀한 바람이 그를 훑어 지나갔다.
그의 미간이 짜증으로 찌푸렸다.
“어디서 개 짖는 소리가 이렇게 들려?”
그 순간이었다.
쿠우우우-
땅이 흔들렸다.
“어? 왜 이래? 땅이, 왜 흔들려?”
작은 마을을 둘러싼 목곽.
조피스 전 왕녀의 수족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그리고 들짐승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세워두었던 목곽.
그 목곽 위로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흙벽이 보였다.
“미친……!”
“이게 무슨 일이야?”
“갑자기 왜 땅이?”
마을 곳곳에서 불이 켜지고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다. 당연히 감시자들이 머무는 처소들의 불도 켜졌다.
“야, 무슨 일이야?”
밖으로 나왔던 남자의 동료도 그에게 다가오며 바깥 상황을 물었다. 하지만 남자는 동료의 말에 대답할 정신이 없었다.
쿠우우웅- 쿠우웅-
땅이 흔들리며 솟구쳐 오른 흙벽.
그리고 그 흙벽 위로 솟구쳐 올라 내려서는 이가 보였다.
“…엘프?”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엘프는 한둘이 아니었다.
“으아아악!”
동시에 누군가의 비명과 함께 폭발음이 들려왔다.
“…통신소가!”
그곳은 이런 시골 마을에 어울리지 않는 영상통신구가 존재하는 시설이었다.
조금 전 비명은 그 영상통신구를 다루는 마법사의 것이었다. 이를 알아챈 감시자들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흙벽 위로 올라선 엘프들에게로 향했다.
“…엘프가 사람 마을을 습격했다고?”
감시자가 중얼거린 순간.
제일 처음 흙벽 위로 올라선 엘프의 손에 쥔 영상통신구로 케일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감시자들을 모두 포박해라.
흙벽에 둘러싸인 마을.
외부와의 연결은 모두 끊겼고 끊길 것이다.
로운 왕국의 사령관이자 동시에 이번 엘프와 다크엘프 군단의 사령관인 케일이 명을 내렸고. 이 명을 들은 엘프의 입이 열렸다.
“살고 싶다면 모두 우리의 말을 따라라!”
동시에 엘프 전사들이 흙벽을 넘어 목곽을 지나 마을 안으로 침투했다. 그리고 그들의 손에서 감시자들이 잡혀들기 시작했다.
엘프 전사들이 감시자를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자입니다!”
“이들입니다!”
감시당하던 조피스의 사람들이 감시자들을 가리켰다.
어제부터 오늘 밤까지 그들의 집으로 손님들이 찾아왔다.
모두 종이를 입에 문 개들이었다. 그 개의 주인이 갇혀 살던 수하들에게 명령을 보냈다.
그들은 감시자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첫 번째 명령을 수행하기 시작했다.
“통신소로 가!”
“경비병 처소를 뒤져!”
관리, 기사, 귀족, 시녀. 조피스를 따랐던 이들이 각자의 명령을 행하러 움직였다.
동시에 그들이 미처 가리키지 못한 감시자들 곁에는 개들이 있었다.
“이 개들이 미쳤나!”
“멍, 멍!”
개들이 엘프들에게 감시자를 알려주었다.
“으아악!”
“엘프들이 왜!”
“왕국에서 가만둘 것 같으냐! 크으윽!”
곳곳에서 감시자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고, 그 소리가 마을을 진동했다.
그리고 그 광경이 모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똑똑똑.
케일은 문을 두드렸다.
곧 그 문이 열리며 조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대하던 광경이군요.”
케일은 그런 그녀에게 문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수도로 가시지요.”
조피스는 우아한 미소를 그리며 케일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곳엔 텔레포트 마법진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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