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8
497화.
“누가 왔다고?”
엘리스네 1세가 보좌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녀의 앞에 선 기사는 덜덜 떨면서도 다급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서 말하지 못할까!”
이곳은 엘리스네의 집무실로 항시 그녀의 최측근들이 모여 회의를 하는 곳이었다.
몰든 왕국의 대소사가 여기서 대개 결정이 된다고 보면 되었다.
기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며 외쳤다.
“조피스 전 왕녀가 괴인들을 데리고 침입하였습니다!”
다시 들려온 보고에 엘리스네의 얼굴이 한없이 일그러졌다.
“그녀와 함께 온 이들은 검은 머리칼의 검사 한 명과 붉은 머리칼 남자 한 명, 나머지는 모두 로브를 둘러쓰고 있습니다!”
주먹 쥔 엘리스네의 손이 덜덜 떨렸다.
“그들이 중앙 광장의 동상을 파괴하였습니다.”
기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왕궁에서 근무한 지 3년.
충직하고 원리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그에게 기사단장은 중요한 임무를 맡겼다.
그것은 왕궁에서 아는 사람이 아주 극소수인 장소의 입구를 보호하는 일이었다.
그 입구는 무슨 용도인지 알 수 없는 지하로 향하는 통로였다.
“그리고 그 밑의 지하 통로로 잠입하였습니다!”
“조피스가 거기로 들어갔다고?”
기사는 일그러진 엘리스네의 얼굴에 흠칫하며 입을 열었다.
“네! 그리고 그 지하 통로 입구를 무너뜨렸습니다!”
“도대체 일을 어떻게 했으면 이딴 식으로-!”
엘리스네는 당장이라도 옆에 있는 잉크통을 집어 들어 기사에게 던질 듯했다.
“전하!”
그때, 신하 중 한 명이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 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엘리스네는 깊이 숨을 내쉬었다.
순간 그녀는 쓰고 있던 자애로운 국왕이라는 가면이 부서질 뻔했다.
엘리스네는 다시 냉철하면서도 자애로운 왕의 얼굴이 되어 보좌에 앉았다.
“…나의 동생이 왔구나.”
차분하게 말하는 것과 달리 그녀 눈동자의 불길을 숨길 순 없었다.
조피스. 그것이 돌아왔다.
내 말을 안 듣던 유일한 그것이.
엘리스네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
신하가 집무실 한쪽에 자리한 궁정 마법사에게 지시를 내리며 재촉했다.
“유령 마을에선 왜 아무런 연락이 없는 건가? 지금 당장 그곳에 연락을 해보게!”
궁정 마법사는 황급히 영상 통신을 연결하기 시작했다.
“소용없어.”
하지만 엘리스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유령 마을에서 아무 소식이 없는데, 조피스가 수도에 나타난 것은 분명 유령 마을이 조피스 손아귀에 들어갔단 소리였다.
바로 뒤이어 궁정 마법사는 흐린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통신이 안 됩니다!”
엘리스네는 기사를 보며 입을 열었다.
“경고를 특급으로 올리고 모든 왕족들을 보호하라.”
조피스 그것이 왕족들을 찾으면 안 된다.
왕족은 조피스를 옥죄일 인질이니까.
“네, 전하!”
기사는 가족부터 챙기는 엘리스네를 보며 역시 엘리스네답다고 생각했다.
“또한 당장 기사단장을 데리고 위치로 오도록.”
“위치는 어디를 말씀하시는-”
기사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을 때, 이곳에 자리한 최측근 신하 세 명 중 한 명이 엘리스네 눈치를 보며 다급하게 말했다.
“기사단장은 알 터이니, 얼른 준비하게! 전하는 우리가 모시고 곧바로 갈 터이니!”
“알겠습니다! 충!”
기사는 엘리스네에게 인사하곤 다급하게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이제 이곳엔 엘리스네의 최측근들만이 남았다.
바깥의 소란스러움이 느껴졌지만, 이 공간은 고요했다.
한 신하의 입이 열렸다.
그는 손에 작은 거울이 들려 있었다.
“케일 헤니투스입니다.”
재무대신이라 알려진 그의 손에 들린 거울이 진동했다.
우우우웅-
마치 호랑이족 가샨 손에 들린 지팡이처럼.
“엘프들도 왔을 겁니다.”
“다크엘프도요.”
남은 두 신하도 각기 깃펜과 안경을 매만지며 차례로 답했다. 두 물건도 작게 진동했다.
“모두 예상한 일이야.”
“주군. 조피스는 예상 밖입니다.”
“알아.”
안경 쓴 자의 말에 엘리스네는 차분히 답했다.
하지만 그녀가 쥐고 있는 잉크통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했다.
“지하로 간다.”
“네, 주군!”
세 명이 허리를 숙이며 곧바로 입구로 향했다.
끼이익-!
집무실 문이 열렸고 엘리스네는 신하가 연 문으로 걸어갔다.
‘예상했다.’
엘프들과 케일 헤니투스는 예상했다.
다크엘프도.
하지만 조피스는 예상하지 못했다.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잘되었어.’
다 휩쓸어 죽여주마.
그녀는 품 안에서 손뼘만 한 크기의 나무 지팡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엘리스네는 문을 나서기 전 뒤돌아서 궁정 마법사를 바라봤다.
“자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알겠지?”
“맡겨 주십시오, 전하!”
엘리스네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대로 집무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홀로 남은 궁정 마법사. 아니, 이를 가장한 흑마법사는 영상통신구로 손을 뻗었다.
‘주군께 연락해야 해.’
가짜 주군이 아닌, 진짜 주군에게 연락해야 할 때였다.
기다려왔던 순간이었으니까.
그때, 흑마법사는 깜빡이는 영상통신구 불빛을 보았다.
“음?”
통신이 온 곳의 위치를 본 그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타국에서 왜?”
몰든 왕국 북쪽에 있는 인접 왕국에서 온 통신이었다.
그는 일단은 궁정 마법사였기에 그 통신을 연결하였다.
동시에 엘리스네는 한 곳으로 향하며 입을 열었다.
“당장. 찾아.”
우우우웅-
지팡이가 진동했다.
***
그 시각.
첫 번째 벽이 무너지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
“뒤로 물러나!”
케일의 외침에 일행 후방에 있던 이들이 두세 걸음 더 뒤로 물러났다.
“제길!”
물러선 이들 중 한 명의 로브 후드가 벗겨졌다.
“미친놈들!”
엘프 전사 지트였다.
그는 무너지는 미로 벽을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그의 욕설은 몰든 왕궁으로 향해 있었다.
쩌저적-
부서진 벽 주위가 연달아 더 틈이 벌어지며 금이 갔다.
“돌진!”
그리고 그 무너진 벽을 향해 타샤는 명령을 내렸고, 곧바로 다크엘프 전사들이 앞으로 나아갔다.
쏴아아-
첫 번째로 무너진 미로 벽.
그 벽 안에서 고여 있던 죽은 마나 액체가 벽 밖으로 뿜어 나오며 앞으로 나선 다크엘프들의 몸을 적셨다.
지트는 그 광경을 보며 얼굴을 더욱더 일그러트렸다.
다크엘프 때문이 아니었다.
“죽은 마나 강으로 끝인 줄 알았건만!”
가짜 세계수 파괴를 위해 몰든 왕궁에 잠입했던 엘프들이었다.
세계수 기운을 찾아갔던 그들은 죽은 마나 강을 보고 걸음을 멈춰야 했다. 그렇기에 미로는 보지도 못했다.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곧바로 두 번째 벽으로 간다.”
“네, 사령관님!”
곧바로 다크엘프들이 몇 미터 떨어져 있는 앞을 가로막은 벽으로 향했다.
케일은 바람의 소리를 일으키며 그 뒤를 따랐다.
“정말로 벽을 이렇게 부수고 나아갈 줄 몰랐네요.”
조피스가 그런 케일에게 발을 맞추며 툭 내뱉었다.
케일은 그런 그녀에게 잠깐 시선을 주었다가 입을 열었다.
“미로가 상당히 크고 그 중앙에 우리가 찾는 게 있습니다. 빨리 움직여, 엘리스네를 만나기 전에 최대한 그곳에 가까워져야 합니다.”
“가장 좋은 건, 엘리스네를 만나기 전에 미로 중앙에 도달하는 것이겠지만요.”
“그렇죠.”
콰아아아앙-!
대화를 하던 두 사람은 굉음에 입을 다물었다.
또다시 두 번째 벽이 부서지고, 다크엘프들이 웃으며 흘러나오는 죽은 마나 액체로 다가갔다.
“크하하- 이건 아주 보약이-!”
“제길!”
하지만 그들은 멈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쿠웅. 쿵! 쿵!
땅이 흔들렸다.
작은 횃불이 길을 밝히는 미로.
그들이 무너뜨린 벽 너머에 케일의 2.5배는 됨직한 거대한 괴물이 자리해 있었다.
“쿤!”
엘프 지트의 부름에 곧바로 한 엘프가 후드를 벗으며 입을 열었다.
“저건 분명 히데크일 겁니다!”
동대륙 출신 엘프의 입에서 동대륙에서 주로 나타나는 몬스터 이름이 흘러나왔다. 그는 나타난 괴물에 대해 알려주었다.
“하지만 본래 모습과는 많이 다릅니다!”
지하 깊은 곳. 태양도, 제대로 된 물도 없는 곳에 사는 괴물.
그것이 기존에 알던 몬스터와 같을 리가 없었다.
케일은 털 하나 없이 보랏빛의 맨들맨들한 피부를 지닌 곰처럼 생긴 몬스터를 보며 입을 열었다.
“…실험으로 만들어진 것 같군. 타샤.”
“케일 님!”
타샤를 불렀던 케일은 고개를 돌려 저를 부른 지트를 바라봤다.
“저희 엘프들이 상대하겠습니다.”
“안 됩니다.”
지트는 앞으로 나서는 다른 이를 볼 수 있었다.
얼굴은 지금껏 한 번도 볼 수 없었지만, 그 목소리로 인해 정체를 알 수 있던 사람. 메리였다.
그녀는 일행들을 보며 말했다.
“제 겁니다.”
쿠웅. 쿵!
그 순간에도 거대한 괴물은 다가오고 있었다.
“크어어!”
오랜만에 먹이를 발견했다는 듯 괴성을 지르며 다가오는 괴물의 모습은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
메리는 최한을 보며 말했다.
“최한 님, 도와주세요.”
채앵-!
엘프들은 순식간에 검을 뽑아 들고 앞으로 나서는 최한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앞으로만, 직진만을 했다.
“크어어!”
이상하게 생긴 흉측한 몽둥이를 손에 쥔 괴물은 거대한 몸집 때문인지 별로 빠르지 않았다.
쾅! 콰앙!
하지만 괴물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돌로 된 바닥이 부서지며 잔해가 흩날렸다.
“빨리 끝내야겠군.”
타닥!
최한은 가볍게 바닥을 박차며 날아올라 검을 휘두르려 했다.
그의 검이 위로 향한 순간.
찍-.
최한의 귓가에 들려오는 소리가 있었다.
한 번 더 작게 들려왔다.
찍.
쥐다.
저건 쥐 소리다.
최한은 번뜩 환각사인 엘리스네 1세가 다루던 쥐들이 떠올랐다.
‘…괴물이 문제가 아냐!’
최한은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검의 방향을 바꿨다.
쥐부터. 저것부터 잡아야 한다.
“쥐를 잡아!”
동시에 최한은 케일의 명령이 들려왔다. 재빠르게 일행들이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 중 최한이 가장 먼저 쥐 소리를 들었기에 그는 쥐를 빨리 발견할 수 있었다.
미로 한 모퉁이 괴물의 뒤편, 또 다른 미로의 길목에 살짝 모습을 드러낸 빨간 눈동자의 쥐.
분명 엘리스네의 수족이 틀림없는 쥐였다.
최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쿵. 쿵!
저 커다란 괴물을 지나야 쥐를 잡을 수 있었다.
“…제길!”
최한은 황급히 몸을 틀었다.
그의 다리가 괴물을 뛰어 넘기 위해 땅을 박찼고 그 상체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숙여졌다.
그때였다.
“어?”
최한은 저를 지나쳐가는 하얀 존재를 보았다.
-최한아, 비켜라! 응?
동시에 라온의 당황한 목소리를 들었다.
“크어어어!”
괴물의 커다란 몸집은 성인인 최한이 넘어가 쥐를 잡기에는 애매하였다.
빈틈을 찾기 힘들었다.
그러나 작은 동물에게는 커다란 빈틈이 존재하였다.
‘…복슬이!’
케일은 최한을 지나쳐 괴물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는 복슬이가 보였다.
마치 번개와 같았다.
케일은 처음에 그냥 하얀 선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빠르게 달려 나간 복슬이는 그 입을 벌렸다.
“찌익-!”
벌어진 입이 도망치던 쥐를 물었다.
“찌, 찍-!”
그리고 그대로 높이 던져버렸다.
복슬이도 뛰어올라 그 앞발로 강하게 쥐를 차버렸다.
쥐가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순간, 복슬이가 다시 움직였다.
강아지는 뒤돌아서며 내달렸다.
“크어억!”
순식간에 보랏빛의 맨들맨들한 괴물의 몸통 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놀란 괴물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제 몸을 흔들어 복슬이를 떼어내려 하였다.
그러나 복슬이는 괴물의 등을 박차며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그 찰나.
“크어어어, 컥!”
복슬이가 입을 벌렸고, 순식간에 송곳니가 자라더니 그대로 괴물의 목을 물었다.
“커억, 컥!”
그리고 목을 잡아 뜯어버렸다.
툭.
날아간 쥐가 케일 발치에 떨어졌다. 쥐는 목에서 피가 흐른 채 기절해 있었다.
그러나 케일은 그 쥐를 볼 틈이 없었다.
투둑. 툭.
제대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순식간에 잡아 뜯긴 괴물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한의 오러로 베어야 단번에 잘릴 것 같은 질긴 피부와 단단한 뼈를 지닌 괴물이었다.
그러나 그 괴물은 복슬이의 송곳니에 종잇장처럼 찢겨졌다.
목 없는 괴물의 몸이 천천히 뒤로 기울었다.
쿠우웅-!
무너진 괴물의 몸 위로 올라선 복슬이가 입을 열었다.
어느새 송곳니는 작아져 있었다.
“크아아아-”
복슬이의 울음소리에 미로 전체가 진동하는 듯했다.
케일과 복슬이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복슬이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멍!”
귀엽게 짖었지만, 케일은 살짝 어깨를 움츠러트렸다.
살짝 쫄았다.
동시에 입꼬리가 씰룩였다.
뜻밖에 기대치 않던 강자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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