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499
498화.
케일은 조피스를 보며 말했다.
“지난번에 했던 말씀대로, 바로 대가리를 뜯어버리는군요.”
케일은 복슬이가 보통 개가 아님은 알았지만, 이건 거의 뭐 웬만한 강자 저리 가라 할 급의 무력을 지녔다.
‘신수나 영물, 이런 건가?’
그는 복슬이와 그 형제들의 정체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은 알 터. 그의 시선이 조피스에게로 향했다.
“…어…음.”
그런데 그의 예상과 달리 조피스가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그 눈동자가 차분해지더니,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반짝였다.
“멍!”
복슬이는 그런 조피스의 다리에 얼굴을 비벼댔다. 그 덕에 조피스의 바지에는 몬스터의 피가 묻었지만, 조피스는 따스한 미소를 띄우며 복슬이를 쓰다듬었다.
“대가리를 톡 떨어뜨렸구나.”
“멍-!”
케일은 흐뭇한 시선으로 그 모습을 보다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죽어버린 괴물과 기절한 쥐.
현재 상황은 아주 좋았다.
망설일 이유가 없을 정도였다.
그는 메리를 바라봤다.
“어때?”
“깔끔합니다.”
스윽. 로브에 가려져 있던 메리의 두 손이 밖으로 드러났다.
거미줄과 같은 검은 선으로 뒤덮인 손.
그 손에서 검은 선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음!”
엘프 중 한 명이 침음을 삼켰다.
그는 네크로맨서의 힘을 태어나 처음 보았다. 오래전에 실전되었다고 생각했던 그 힘이 다시 나타났다고 했을 때.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다시 마주한 그 힘은 그를 주춤하게 만들었다.
그어어어-
괴물을 덮고 있던 모든 것들이 검은 선에 감기며 사라져갔다.
그리고 마침내, 괴물은 오로지 뼈만이 남았다.
“역시 일반적인 몬스터가 아니었네.”
“맞습니다. 공자님, 죽은 마나에 중독된 괴물입니다.”
하얘야 할 뼈가 검었다.
죽은 마나에 중독된 뼈였다.
케일과 로브를 쓴 메리의 시선이 마주했다.
두 사람의 입이 동시에 열렸다.
“키메라 같은데.”
“실험체 같습니다.”
단어는 달랐으나, 결국 두 사람이 뜻하는 바는 같았다.
이를 지켜보던 엘프는 앞으로 나서는 동료를 볼 수 있었다.
“흑마법 실험으로 변형된 몬스터가 맞을 겁니다.”
정령술은 없지만, 치유술에 특화된 엘프 펜드릭이었다.
고룡 에르하벤에게 많은 것을 배웠던 펜드릭의 눈동자가 이제는 뼈만 남은 괴물에게로 향했다가 케일에게로 움직였다.
“골렘처럼. 흑마법으로 키메라도 만든 것 같군요.”
아직 용 혼혈의 존재는 모르는 엘프들은 키메라라는 단어에 표정이 흐려졌다.
그들에게는 순리를 거스른 일이었으니까.
그때였다.
“다 되었습니다.”
메리의 차분한 목소리와 함께 복슬이가 ‘멍!’하고 한 번 크게 짖었다.
“이럴 수가.”
엘프들은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거대한 해골을 볼 수 있었다.
크어어어어-
머리 없이 일어선 해골은 손을 뻗어 역시 뼈만이 남은 머리를 제자리에 놓았고, 그 부서진 틈을 검은 선이 감싸며 메꿨다.
케일 키의 2.5배.
미로 벽을 넘는 높이는 아니지만, 일행들이 모두 올려다보아야 할 압박감을 주었다.
특히 검은 뼈에 검은 실선들이 감싸여 있어, 꼭 떠오르게 하는 존재가 있었다.
“다크 나이트 같군.”
이 세상의 괴물이 아닌, 마계에 존재한다는 그 기사들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 정도로 괴물의 압박감은 컸다.
저 몸체에 흑마만 탄다면 상당히 무서운 존재가 될 것 같았다.
엘프들은 이런 존재를 만든 메리에게로 시선이 움직였다.
그때, 메리는 케일을 바라봤다.
“한 마리 수집했습니다.”
“그래.”
뭘 수집했다고?
엘프들이 멈칫했을 때, 케일은 지트와 메리를 보며 말했다.
“최대한 아군 병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아군 병사라는 말에 그들의 시선이 검은 해골 몬스터에게로 향했다.
아군. 군단을 만든다는 소리는 저 해골 하나로 끝이 아니란 소리였다.
“그러니 앞으로 메리는 최한과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서 최대한 빠르게 아군의 수를 늘리도록.”
“알겠습니다. 공자님.”
“사령관님, 알겠습니다!”
그제야 케일의 시선을 받은 타샤가 앞으로 나섰다. 케일은 괴물 너머 세 번째 미로 벽을 가리켰다.
모퉁이가 있었지만, 그들은 결코 돌아갈 생각은 없었다. 오로지 직진뿐이었다.
“부숴라!”
타샤의 명령에 반응해 다크엘프들이 괴물을 넘어 세 번째 벽으로 향했다.
-이번엔 마나 화살이다!
그리고 다크엘프보다 앞서는 라온의 검은 화살에 또다시 벽이 부서졌다.
아무리 두껍더라도 벽이었고, 그것을 부수는 것은 정령과 라온의 힘이라면 못할 것이 없었다.
케일은 바람을 일으켜 그 뒤를 따랐다.
콰아아앙!
콰앙!
몇 개의 벽이 부서졌다.
끝없이 나오는 벽이었지만, 직진을 하는 그들에게 조피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하면 본래 가는 것보다 시간을 반은 단축시킬 것 같아요!”
그 순간, 미로 너머 또 다른 괴물이 나타났다.
“앞으로!”
엘프 지트의 지시와 함께 여러 개의 불화살이 나타나 앞으로 쏘아졌다. 곧 괴물은 쓰러졌고, 메리가 그 곁으로 다가가 또 하나의 아군을 만들었다.
지트가 케일에게로 다가왔고 미로 벽 위를 보며 말했다.
“사령관님. 벽 위로 올라가서 이동하는 건 어떨까요?”
이렇게 부수는 것보다 미로 벽 위에 올라서서 달려 나가는 것이 가장 수월하고 시간과 힘을 줄일 것 같았다.
미로 벽은 바로 천장과 맞닿아 있지 않았다.
천장은 아득히 높았고, 케일 키 세 배 정도 높이의 벽은 두께가 넓었기에 성인들이 내달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지트의 말에 바로 반박하는 이가 있었다.
“환각에 빠진다.”
케일이 내뱉은 그 한 문장으로 모든 것이 정리되었다.
이어 조피스가 설명을 덧붙였다.
“벽 위로는 모두 환각술이 펼쳐져 있습니다. 우리 중 환각에 걸리지 않는 이가 있을 수 있으나 그것이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어요.”
케일이 작전을 짤 때, 미로 벽 위를 포기한 이유가 있었다.
“만약 벽 위를 넘나들다가 한 명이라도 환각에 걸리면 그건 한 사람의 손해가 아니라 두 사람 몫의 손해입니다. 그러니 미로로 가는 편이 안전해요.”
환각에 걸린 이가 한 명이라 했을 때. 그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인력도 있었기에 현재 한 명 한 명의 전투인원이 중요한 일행들에게는 위험한 도박이었다.
“…정말 번거롭게 해놓았군요.”
지트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가 한숨과 함께 검을 그러쥐었다.
“바로 다음으로 갑니다.”
잠시 멈췄던 타샤가 다시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였다.
“잠시.”
케일의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쉿.”
최한이 검지를 입에 가져다 대었다. 그가 몸을 숙인 채 시선을 정면이 아닌 미로가 꺾어지는 곳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케일은 라온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려왔다.
-저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다!
동시에 소리 없이 최한이 은밀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뽑아 든 검을 휘둘렀다.
서걱!
천이 잘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으아아악!”
“아아악! 이게 무슨, 누구냐!”
비명 소리가 들린 곳으로 엘프들이 황급히 달려들었다.
케일도 얼른 미로 모퉁이를 돌았다.
“음!”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퉁이를 돌자, 그곳엔 엘프와 최한에게 둘러싸인 소년, 소녀들이 있었다. 어린아이는 열 살쯤으로 보였고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이도 많아봤자 17, 18살쯤 되어 보였다.
딱 보아도 고급스러운 재질로 만든 옷을 입은 이들은 그 옷자락이 치렁치렁했다.
그냥 돈이 많아 보이는 차림이었다.
‘…좋지 않아.’
케일은 눈가를 찡그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조피스를 찾았다.
‘조피스가 흔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미 조피스는 그를 지나쳐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 순간, 케일은 한없이 차분해 보이던 조피스의 얼굴에 서서히 퍼지는 파도를 볼 수 있었다.
“너희들……!”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조피스.
“…누나!”
“언니…? 조피스 언니야?”
그리고 그녀를 보며 놀란 소년, 소녀들이 눈을 깜박였다.
“아.”
이 상황을 지켜보던 타샤가 탄식을 흘렸다.
‘왕족이다.’
묘하게 조피스와 머릿빛깔이나 생김새가 닮은 저들은 조피스의 친척으로 보였다.
조피스는 케일을 지나쳐 달려가다 이내 주춤주춤 그들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너네가 여길 어떻게……?”
왜 어린 왕족들이 이곳에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한낮에?
조피스의 눈동자가 흔들렸고, 제일 나이가 많아 보이는 소년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그는 최한과 엘프들을 경계하며 조피스와 시선을 마주했다.
“국왕 전하께서 일하시느라 낮밤이고 고생하시는데, 저희라도 도와야지요.”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조피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어린 왕족들은 품 안에 큰 유리병을 안고 있었다.
입구가 단단하게 봉인된 유리병은 검은 액체로 가득 차 있었다.
누가 보아도 죽은 마나 액체였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가장 어린 열 살쯤으로 보이는 소녀가 낑낑거리며 조피스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자랑스럽게 유리병을 조피스에게 내밀었다.
“언니가 조피스 언니군요!”
“…오, 벨.”
조피스의 얼굴이 흐려졌다.
케일은 그 모습에서 저 벨이라는 아이와 꽤 인연이 있구나 싶었다.
“…아기였었는데, 네가 이렇게 컸구나.”
조피스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벨이라는 소녀는 신이 나 유리병을 내민 채 말했다.
“자애로운 전하께서 이것들이 몰든 왕국을 더욱더 부유하게 만들 검은 보석이라고 하셨습니다. 귀하니, 만져서도 안 되지요. 하나에 천금과 같다고 했습니다!”
케일은 숨을 삼켰다.
사람 목숨으로 만든 것이니, 천금과 같을 터.
-인간아. 저 애들 전부 환각에 걸린 것이냐?
그렇겠지.
그러니 저 검은 것을 귀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일 터.
그때, 소년이 벨과 마주한 조피스에게로 다가와 걱정 가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님께서는 왜 이곳에 계신 것이지요?”
그는 조피스를 찬찬히 살펴보며 염려를 얼굴 가득 드러냈다.
“여기 계시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게-”
조피스가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때.
“배신자 주제에……!”
순식간에 눈빛이 달라진 소년의 손이 품으로 향했고, 동시에 케일이 외쳤다.
“최한!”
소년의 품 안에서 단검이 나왔다.
검술을 배운 듯 그 단검은 순식간에 벨을 바라보던 조피스의 목덜미로 향했다.
“전하와 왕족을 배반한 주제에! 여기가 어디라고!”
목에 핏대를 세우는 소년의 눈동자에 분노가 가득했다.
그 증오만큼 빠르게 단검이 조피스의 목숨을 노렸다.
어느새 다가온 최한이 그런 소년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탕!
하지만 최한은 움직임을 멈췄다.
“커헉, 컥!”
단검은 날아갔다.
“커헉!”
그리고 소년의 목덜미를 조피스의 손이 움켜쥐고 있었다.
조피스의 다른 손은 단검을 쳐내며 살짝 긁혀 피가 방울방울 새어 나왔다. 그러나 조피스는 그런 피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소년과 저를 적대하는 왕족 아이들의 눈빛을 마주했다.
특히 소년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동자는 불길이 치솟아 오르는 듯했다.
“모자란 놈.”
한 글자 한 글자 짓씹듯이 내뱉는 조피스는 소년의 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뺐다.
“허억. 헉. 역시, 역시 배신자는 계속해서 죄를 더욱더 저지르는군요.”
소년은 숨을 거세게 내쉬며 조피스를 노려보았다.
“모자라구나. 모자라.”
조피스는 그런 왕족들을 바라보며 연신 모자라다고 중얼거렸고, 왕족 아이들은 그녀를 향해 적대감을 뿜어내었다.
그러나 케일은 조피스가 하는 저 말이 아이들을 향한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두 손을 꽉 쥔 조피스의 주먹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스스로를 향해 분노를 토해내었다.
‘모자라구나. 조피스, 넌 왜 이리 멍청하게 살았던 것이냐.’
유령 마을에 갇혀 외면했던 세월만큼 상황은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어린아이들까지 죽은 마나를 옮기는 행태에 머리가 아플 만큼 분노가 치밀어왔다.
‘아무리 그래도 애들을 이런 곳에 보내? 괴물이 사방에 있는데? 그것도 죽은 마나를 담은 유리병을 들게 해서?’
아이들이 괴물에게 죽을지도 몰랐고, 저 유리병이 잘못하다 깨지면 죽은 마나에 감염되어 죽을 수도 있었다.
조피스는 그 일을 왕족을 떠나 아이들에게 시킨 엘리스네의 행동에 기가 찼다.
주춤주춤.
분노에 가득 찬 조피스의 눈동자를 본 왕족 아이들이 케일과 일행들의 눈치를 보며 조금씩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 뒤는 이미 엘프들이 있어 피할 곳이 없었다.
그 광경을 보던 조피스에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왔군요.”
고개를 든 케일을 따라 조피스도 고개를 들었다.
크르르르-
복슬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렸다.
동시에 저 멀리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나를 따라라! 역적 조피스를 잡아야 한다!”
“충!”
조피스가 작게 중얼거렸다.
“기사단장 목소리군요. 세월이 흘러도 그대로네요.”
미로의 입구는 두 곳.
그중 다른 곳으로 기사들이 들어온 듯했다.
그리고 그 기사들보다 먼저 들어선 이들이 있었다.
타닥. 타닥, 탁.
벽 위에 내려서는 이들이 있었다.
총 4명이었다.
중년인 한 명. 노인 두 명.
세 명이 벽 위에 내려서며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왕녀님을 뵙습니다.”
“오랜만이구려.”
“오랜만이오. 조피스 전 왕녀.”
각기 다른 인사를 건네는 세 사람.
하지만 조피스는 벽 위에 선 네 명 중 마지막 한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때, 왕족 아이들이 환한 얼굴로 허리를 숙였다.
“국왕 폐하를 뵙습니다!”
“전하께서 구하러 와주셨어!”
“전하!”
몰든 왕국 국왕 엘리스네 1세.
그녀가 벽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엘리스네는 자애로운 미소를 띄운 채 조피스를 직시하며 입을 열었다.
시선과 달리 그녀의 목소리는 아이들에게로 향해 있었다.
“그래. 내가 너희들을 구하러 왔단다.”
“전하!”
“일을 하시느라 바쁘실 텐데, 저희를 위해!”
엘리스네의 부드럽고 상냥한 목소리가 한 번 더 흘러나왔다.
“왕으로서, 그리고 너희의 가족으로서 당연히 구하러 와야지. 안 그러면 내가 집무를 보다가 왜 여기로 오겠니?”
“…폐하.”
“흐흑.”
아이들이 감동하였고, 어떤 아이는 두려움이 가신 듯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툭 던져졌다.
“애들 앞에 두고 헛소리 지껄이고 있네.”
정적이 내렸다.
모두의 시선이 소리가 들린 쪽으로 움직였다.
“음.”
그곳엔 케일이 있었다.
케일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제 입을 가렸다.
“아이구. 실수. 기가 차서 말이 그냥 튀어나와 버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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