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18
517화.
국왕이 앉는 자리.
그 바로 한 단 아래에 자리한 의자.
알베르는 그곳에 앉아 계단 아래에 위치한 신하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저하! 서북부에서 마법 병단으로부터 긴급 요청이 왔습니다!”
알베르 크로스만은 눈을 감은 채 수하들의 보고를 들었다.
“당장 그들에게 추가 병력을 보내야 합니다! 하얀 별의 수하로 보이는 자들이 테일러 스텐 후작의 영지를 공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현재 서북부에 파견한 마법 병단과 기사단만으로는 적들의 공격을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로운 서북부에 잠입한 하얀 별 수하의 숫자가 예상보다 상당히 많다는 보고와 그들의 힘이 강하다는 보고가 연이어 대전 안을 가득 채웠다.
“어서 병력을 보내 스텐 영지를 보호해야 합니다!”
한편에서는 그 말에 대해 반박하는 이들이 있었다.
“안 됩니다! 지금보다 더 많은 숫자를 서북부로 파견하는 순간, 수도를 방비할 병력이 줄어듭니다!”
“현재 전시입니다! 수도 병력은 줄일 수 없습니다!”
장군 한 명이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 스텐 영지는 버리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수도는 뚫리면 안 되는 곳이니, 여기에 병력은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차라리, 다른 곳의 병력을 차출하여 서북부로 보내는 편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그러면 안 되죠! 하얀 별 세력에 대항할 병력은 지방 영지군으로는 부족합니다!”
거대한 돌풍을 볏짚으로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의 말대로 타 영지군을 보냈다가는 하얀 별 세력에는 타격도 주지 못한 채 애꿎은 병사들의 목숨만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수도에 있는 전력을 더 뺄 수는 없습니다.”
굳은 얼굴로 신하는 고개를 가로저어댔다.
“수도. 그리고 이곳은 로운의 모든 것이 거쳐 가는 중심입니다. 이곳이 무너지면 모든 명령체계가 무너지는 법입니다.”
신하의 시선이 슬그머니 알베르에게로 갔다가 돌아왔다.
‘…하얀 별이 스텐이 아닌 수도로 왔다가, 잘못하여 저하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야.’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지금 로운이 성장하고 유지되는 것은 그 중심에 알베르 크로스만이 굳건히 버티며 있어 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반대쪽 관료들의 입장에서는 스텐 영지가 그냥 무너지게 둘 수가 없었다.
‘…하얀 별과의 제대로 된 첫 전투다. 여기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면 앞으로 전쟁이 더 어려워진다!’
나아가 사기도 떨어질 것이다.
그걸 두고 볼 순 없었다.
“하얀 별이 찾는 물건이 서북부에 있다고 생각했다면서요? 그자는 분명 그곳으로 갈 것이니, 그곳부터 지켜야지요!”
그와 설전을 벌이던 이는 그 말에 답답하다는 듯 제 가슴께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그놈들이 수도가 빈틈을 노려, 이 왕궁을 덮치면 어찌할 것이오?! 저하께서 큰 화라도 입으면 책임질 것이오?!”
말을 내뱉은 신하는 아차 하는 표정으로 제 입을 다물었다.
너무 직접적으로 말해버리고 말았다.
순간, 다른 이들도 잠시 말을 멈췄고, 공간엔 정적이 내려앉았다.
다들 알베르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러다가 말실수를 했던 신하는 마음을 다잡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하. 수도는 뚫려선 안 됩니다.”
정확히 말하면, 수도가 아니라 왕궁에 있는 왕과 알베르가 적에게 붙잡혀서는 안 된다는 소리였다.
그에 다른 신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어쩌잔 말입니까?”
그 물음에 대답하는 이는 없었다.
스텐 영지도 로운의 영토이기에 지켜야 한다.
헤니투스 영지처럼 그들의 힘으로 이겨내길 바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헤니투스 영지가 특별한 것이지 실질적으로 그런 일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수도의 병력을 줄일 순 없다.
누구보다도 하얀 별의 힘에 대해서 잘 아는 로운 왕국이니 더 그러했다.
‘지금 케일 공자와 그의 수하들도 없지 않은가!’
가장 강한 전력들이 로운을 빠져나가 있는 상태였다.
당연히 관료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지금 자네들이 논하는 바는 두 가지야.”
닫혀 있던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첫 번째는 스텐 영지가 전투에서 패해 하얀 별 손아귀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 그래서 병력을 추가 파견해야 한다는 점이지.”
영상통신구 신호음으로 바쁜 와중에 신하들은 알베르를 긴장감 어린 눈동자로 바라봤다.
“또 다른 하나는. 그렇게 병력을 파견했을 때. 혹시 적들이 병력이 줄어든 것을 노려, 수도로 침입하여 왕궁을 점령할까 봐 걱정하는 것이겠지.”
곧 알베르는 신하들이 논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택할 터.
신하들은 그가 무슨 결정을 할지 몰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하얀 별이 노리는 것이 ‘로운 서북부’이냐. 아니면 ‘나와 전하’이냐의 문제가 되겠군.”
듣고 있던 신하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하. 아시다시피, 영지를 하나 빼앗기는 것은 괜찮지만. 가장 우두머리가 사라지면, 그 단체는 흐트러지기 마련입니다. 또한 혹여나 저하께서 하얀 별의 인질이 되면, 로운 전체가 끌려다닐 확률이 높습니다. 그것은 피해야 합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니 스텐 영지에 최대한 버티라 지시한 후, 그들이 무너질 때를 대비해 수도의 방어를 강화해야 합니다.”
그런 그를 무심히 바라보던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자네. 스텐 영지가 무너질 때 땅만 빼앗기나?”
순간 신하는 말문이 막혔다.
알베르는 그런 그를 보며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 영지에 사는 왕국민들의 목숨과 터전부터 잃겠지.”
그건 아니 되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자네들은 깊이 고민하지만, 잘 생각하면 간단한 문제야. 답은 아주 쉬워.”
순간 알베르의 생각을 알아챈 신하 중 한 명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
“저하! 저하께서 하시는 생각이 무엇인지 알겠습니다만. 그것은-!”
그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알베르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대신 알베르는 하던 말을 이어나갔다.
“하얀 별이 어느 것을 원하는지 모르니, 그가 원하는 두 가지를 모두 한곳으로 모으도록 하지.”
“저하!”
“저하, 그것은 안 됩니다!”
“안 되긴 뭐가 안 돼?”
가라앉은 알베르의 눈빛에 신하들은 입을 다물었다.
알베르는 이내 주위의 신하들을 찬찬히 한 명씩 바라보았다.
‘하얀 별은 서북부 땅이 아니면 나를 노릴 터.’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그러했다.
왜냐면 하얀 별이 서북부에서 원하는 ‘힘’을 가지고 가려는 것이라면, 이렇게 요란스럽게 할 필요가 없었다.
몰래 잠입해 최대한 들키지 않고 힘을 빼앗아 가면 된다.
그러나 그는 지금 제 수하들을 드러내며 스텐 영지를 위협한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정보가 부족하단 소리지.’
하얀 별은 그 ‘힘’이 정확히 어딨는지 모르는 것이 틀림없을 터.
그렇다면 그가 취할 행동은 두 가지다.
그 힘이 있을 곳이라 추정되는 땅을 모두 빼앗아 일일이 다 뒤지는 것.
또 다른 하나는, 그 힘이 어딨는지 알 것 같은 이를 붙잡아 정보를 캐는 것.
그리고 케일이 없는 로운에서 그 힘이 어딨는지 알 것 같은 유력한 이는 케일 헤니투스의 보고를 받는 자신일 터.
알베르는 하얀 별의 그 생각에 기꺼이 맞춰주기로 했다.
“그대들이 보기엔 내가 약한가?”
왜냐면 하얀 별은 알베르에 대해서 잘 모를 테니까.
“그렇다면 굉장한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네.”
그는 신하들에게 명령했다.
“병력. 그리고 나.”
알베르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둘 다 간다.”
그는 문 앞에 선 시종에게 손짓했다.
끼이이-
문이 열렸고, 밖에 시립해 있던 시종들이 알베르가 가져오라 명한 물건을 들고서 대전 안으로 들어섰다.
“아.”
신하들은 대전 안으로 들어서는 물건을 보며 탄식을 감추지 못했다.
알베르는 단을 내려와 그런 신하들 사이를 가로질러 시종들 앞에 섰다.
정확히 말하면 시종들이 가져온 물건 앞에 섰다.
그는 물건을 매만졌다.
로운의 상징이 새겨진 갑옷이었다.
절벽 사이로 떠오르는 찬란한 태양이 새겨진 갑옷.
그는 그 갑옷을 매만지며 신하들에게 명했다.
“곧 출정한다. 신속히 준비하도록.”
신하들은 눈을 질끈 감거나 마음을 다잡으며 허리를 숙였다.
그들은 이 대전 안으로 갑옷이 들어오는 순간 깨달았다.
그들의 우두머리.
왕세자는 이미 전쟁터로 갈 작정을 하고 이곳에 왔다.
이미 그는 회의 시작 전 모든 것을 결정한 것이다.
그들은 허리를 숙인 채 알베르의 명에 답했다.
“명을 받듭니다!”
알베르 크로스만.
그가 출정한 첫 번째 전투가 곧 시작된다.
***
발이 푹푹 아래로 꺼졌다.
“…미치겠네!”
버드는 결국 거친 말을 내뱉으며 앞으로 두세 걸음 빠르게 걸어 나갔다.
“업혀.”
“허억, 헉. 괜찮-”
그러고는 버드는 고개를 가로젓는 쥐족 판을 제 등에 업어버렸다.
“허억, 괜찮은데요. 대장.”
“입 닫아.”
판은 덩치가 작았지만, 그도 무게가 꽤 나가는지라 버드는 발이 더욱더 아래로 푹푹 꺼졌다.
“빌어먹을.”
콧가가 간지러웠다.
저도 모르게 코를 씰룩이는 그를 향해 엘프 소로스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다가옵니까?”
그의 표정은 다급했다.
적들이 다가오냐는 물음을 던지는 소로스의 얼굴은 땀범벅이었다. 그의 등에는 성자 잭이 업혀 있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치유력을 더 써야 하는데.”
버드는 곧바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성자님이 지금껏 힘을 써주셔서 그나마 아무도 이탈하지 않고 왔습니다. 그리고 성자님 힘은 다른 곳에서 쓰셔야 하잖습니까.”
성자 잭은 잔잔한 미소를 그리면서 미안함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그는 힐끔힐끔 뒤를 돌아보는 것을 멈추지 못했다.
버드는 그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가장 선두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름이 몰려옵니다!”
버드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그처럼 조금이라도 몸이 멀쩡한 이들은 모두 등에 부상자나 지친 이들을 업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리의 가장 선두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중 몰란 가문에 속한 노인이 하늘을 보며 소리쳤다.
“눈보라가 칠지도 모릅니다!”
버드의 시선도 따라 하늘로 향했다.
먹색 구름이 밀려오고 있었다.
설산의 날씨는 시시각각 바뀌는 법. 곧 이 설산은 눈보라로 뒤덮일지도 몰랐다.
다시 선두로 시선을 향한 버드는 몰란 가문 노인 옆에 있는 비크로스와 눈이 마주쳤다.
비크로스는 아군에게 말했다.
“저 모퉁이만 돌면 됩니다. 이곳을 탈출할 수 있습니다.”
버드는 그 말에 멈칫하는 판을 느낄 수 있었다.
판이 중얼거렸다.
“…저 모퉁이 너머는 낭떠러지인데?”
버드도 덩달아 멈칫했지만, 그는 비크로스가 움직이자 따라 움직였다.
모두 사력을 다해 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멈출 수가 없었다.
허투루 가벼이 이 시간을 보낼 수가 없었다.
‘곧이다.’
비크로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등 뒤에 따라오는 자들을 떠올렸다.
‘내가 이들을 이끈다.’
현재 이 탈출 인원의 책임자는 비크로스였다. 그렇기에 그는 신중해야 하면서도 서둘러야 하는 그 모순된 두 가지를 함께 이뤄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절벽이다!’
그도 이제 곧 낭떠러지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입을 열었다.
“더 속도를 냅니다!”
그는 서둘렀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지도에 표시된 모퉁이를 돌아 1차 목적지에 도달했다.
“여긴 낭떠러지입니다! 멈춰야 해요!”
판이 맨 뒤에서 소리쳤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모두 걸음을 멈췄다.
저벅 저벅.
버드가 마지막으로 모퉁이를 돌았고, 판은 그의 등에 업혀 낭떠러지가 있는 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
판은 탄성을 흘렸다.
그 순간, 비크로스가 담담하게 말했다.
“이쪽 산과 서쪽에 있는 산을 잇는 가장 가까운 거리는 이곳입니다.”
지금 이 장소의 낭떠러지와 바로 눈앞에 위치한 반대편 산의 낭떠러지는 서로 닿아있지는 못했지만, 가장 그 거리가 가까웠다.
판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리.”
그리고 지금 그 두 절벽 사이가 이어져 있었다.
비크로스의 목소리에 단단함이 서렸다.
“부탁합니다.”
그가 인사를 건넨 곳에는 마법사 두 명이 서 있었다.
“아닙니다. 마탑주 님의 명이니 확실히 해야지요.”
“기다렸습니다. 로잘린 님의 명을 듣고 왔습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뭐하나 싶어 케일 일행을 찾으러 설산을 내려왔다던 로잘린은 혼자 오지 않았다.
그녀는 케일 일행과 떨어져 있는 동안 대부분 로운 왕궁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그녀는 많은 준비를 해왔다.
마탑이라는 그녀만의 목표를 위한 준비였다.
그리고 그 일부를 그녀는 현재 이뤄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 결과로, 마법사들 몇몇이 로잘린의 곁에 머무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뜻에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이었다.
마법사는 원래는 아무것도 없어야 할, 절벽 너머 허공을 가리켰다.
“저희와 로잘린 님이 함께 만든 얼음 다리입니다.”
허공이 있어야 할 자리에 다리가 하나 생겨나 있었다.
“총 500여 명의 무게까지 견딜 수 있는 얼음 다리입니다. 그러니 안심하시고, 건너시면 됩니다. 혹시 모를 대비를 위한 마법진도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버드는 거대하고 튼튼한 얼음 다리 너머를 바라봤다.
그곳에도 로잘린과 함께 온 마법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비크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상자를 업은 분들부터 차례로 저희 몰란 가문 측 사람들의 안내를 따라 함께 다리를 건너도록 하겠습니다.”
사람들은 신속하게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버드는 후방에서 이를 지켜보며 마지막 차례를 기다렸다.
투둑.
그때, 그는 손바닥에 떨어지는 하얀 것을 보고 고개를 들었다.
동시에 몰란 가문 노인과 마법사가 목소리를 높였다.
“서두릅시다! 눈이 언제 눈 폭풍이 될지 몰라요!”
“얼음 다리 안전 상태를 점검하고 속도를 높입시다!”
상황이 더 가빠졌다.
버드는 저도 모르게 뒤를 바라봤다.
그런 그에게로 어느새 비크로스가 다가와 입을 열었다.
“괜찮을 거다.”
버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맞아요. 잘 해낼 겁니다.”
성자 잭이 차분하면서도 간절함을 담아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속삭였다.
“…모두 다 무사할 거예요.”
성자 잭은 동생 하나를 떠올렸다.
그녀는 이곳에 없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론, 아이들, 로잘린, 최한.
그리고 케일까지.
모두 이곳에 없었다.
그들은 아까 전에 일행들과 갈라져 적들이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투둑. 투둑.
눈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잭은, 그리고 버드와 비크로스는 후방을 바라보며 얼른 동료들이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다.
***
“…적이 올 때가 되었는데. 슬슬 가봐야 하지 않아?”
하나가 낮게 읊조린 순간, 모두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그들은 현재 아래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숨어 적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빌어먹을! 눈 폭풍이 갑자기 오냐.”
케일이 내뱉는 말에 최한이 그를 바라봤다.
화가 난 듯한 거친 말과 달리 그 눈동자는 번뜩이고 있었다.
하지만 케일은 최한을 바라보지 않은 채, 점점 심해지는 눈발과 흐려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그는 나직이 중얼거렸다.
“…제대로 휩쓸겠군.”
적들을 뒤엎을 눈이 곧 시작될 것이다.
자연에 의해서.
그리고 케일에 의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