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3
522화.
펄럭펄럭.
호랑이 족 전사들이 입은 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였다.
뒷짐을 지거나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걸어 나가는 그들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여유로워 보였다.
쿵!
땅이 진동하는 소리에 가샨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광폭화한 곰족 한 명이 그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이 늙은 호랑이가-!”
그 뒤를 따라 다른 곰족도 둘이 더 있었다.
“늙은이는 빠져!”
“뒷방에서 늙어 죽을 것이지!”
총 셋이 가샨과 라크에게 달려들었다.
“…할아버지-”
라크가 움찔하며 옆의 가샨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멈칫했다.
가샨은 곰족은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다.
오로지 앞만 봤다.
피식. 오히려 웃었다.
“라크, 한 번 사냥한 놈들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
“네?”
라크가 되묻는 순간이었다.
“커헉!”
달려들던 곰족의 몸이 공중으로 붕 떴다. 그의 눈동자에 송곳니가 드러날 정도로 웃고 있는 호족 전사가 담겼다.
“컥! 크헉!”
호랑이의 손아귀에 곰의 뒤통수가 붙잡혔다.
“두 번이나 진 놈들이 나대긴.”
호랑이족 전사는 실소와 함께 말을 흘리곤 그대로 손을 땅으로 내리꽂았다.
콰아앙!
“커헉!”
달려들던 곰족은 그대로 그 얼굴이 땅에 처박혀버렸다.
호족은 땅에 처박힌 곰족의 뒤통수를 손에서 놓으며 중얼거렸다.
“덜 처먹은 곰인가. 왜 이리 약해? 다 큰 놈이?”
콰앙! 쾅!
이어서 다른 두 곰족도 다른 호족 전사들의 손에 붙잡혀 땅으로 처박혔다.
“꺼억!”
“크헉, 컥!”
곰족들의 몸이 파르르 떨리며 신음을 토해내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라크의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그에게로 가샨의 인자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 호족은 헤니투스 영지전, 그리고 죽음의 협곡. 두 전투에서 곰족을 만났지. 그리고 승리했다.”
라크의 시선이 가샨에게로 향한 순간이었다.
“우리가 곰족을 두려워할 이유는 없다.”
라크는 그제야 수백은 훌쩍 넘는 곰족들과 수십의 와이번이 있는 전장으로 걸어 나가는 호족들이, 몇십여 명도 안 되는 호족들이 당당한 이유를 깨달았다.
“그리고 죽음의 협곡에서는 라크 너도 이겼지.”
…내가 이긴 건가?
그때, 라크는 정신을 잃은 라온과 케일의 앞을 지키는 일을 맡았었다.
가샨과 라크의 눈이 마주쳤다.
“라크, 버틴 것도 이긴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가샨은 보폭을 더 늘리며 성큼성큼 전장의 중심으로 향했다.
곰족도, 와이번과 기사들도 함부로 덤벼들지 못한 채 호족들을 경계했다.
그 와중에 가샨은 걸음을 멈췄다.
“저하.”
그는 알베르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가 들었다.
“연락을 받고 바로 왔습니다만, 늦진 않았겠지요?”
씨익.
노인의 웃는 얼굴은 여유가 가득했다.
그러곤 하얀 별을 향해서도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저번에 카로 왕국에서 봤지? 날 기억할 것이라고 생각하네. 그런데 하얀 별 자네.”
가샨의 눈동자가 가라앉으며 번뜩였다.
“그새 팔이 생겼네?”
분명 한쪽 팔이 잘렸던 하얀 별이었는데, 그의 왼쪽 어깨에는 분명 팔이 자리해 있었다.
붕대에 칭칭 감겨 있었지만, 멀쩡해 보였다.
“참, 죽지도 않고. 재주가 참 많은 청년일세.”
허허-
가샨이 화통하게 웃어댔다.
“…하!”
하얀 별은 이 광경을 기가 차다는 듯 바라보았다.
“이 새끼들이 내가 아주 우스웠나?”
“우스울 리가.”
가샨이 찬찬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아. 그러니 지금 이렇게-”
움찔.
가샨의 말에 집중하던 하얀 별은 순간 움직이는 힘의 파동을 느꼈다.
그는 얼른 몸을 비틀었다.
쾅!
불의 검에 닿는 빛의 검이 보였다.
그 순간, 웃음기 가득한 가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얀 별 자네가 우습지 않으니, 이렇게 기습을 하는 것이겠지?”
“이것들이!”
하얀 별의 눈빛이 번뜩이며 눈동자에 분노의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만큼 불의 검이 강렬해져 갔다.
콰지직- 콰직!
알베르가 만든 빛의 검이 조금씩 그 용암과도 같은 불에 형태가 깨져가기 시작했다.
이를 본 알베르의 표정이 굳어졌다.
자그마치 이 빛의 검에 들어간 죽은 마나는 최상급 마법사가 펼칠 수 있는 정도의 마나 양이었고, 실력은 상급 마법사 정도 되었다.
거기다가 검술은 최대한 하얀 별의 힘을 흘려보내기 위한 방어에 치중해 있었다.
그런데도 검이 부서진다?
‘정말 장난이 아니군.’
이런 놈과 케일은 계속 싸워왔다고?
알베르의 표정이 굳어진 것을 하얀 별은 보았다.
“제대로 하려니 겁나나 보군.”
우우우웅-
하얀 별의 검에서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쩌저저적-
그럴수록 빛의 검이 가루처럼 부서져 가는 속도가 빨라졌다.
하얀 별은 알베르를 비웃었다.
“이렇게 어중간한 놈들을 데리고 온다고 이길 것 같은가?”
“이런, 이런. 자네는 아직 제대로 된 군주의 자세를 배우지 않았군.”
뭐?
하얀 별은 제 검이 부서지면서도, 굳은 얼굴로도 같잖은 말을 내뱉는 알베르를 노려보았다.
“지금 네놈 처지에 그딴 말을 해도 된다고 보나?”
“이런, 미안하네. 나는 바른말만 하는 사람이라. 어쨌든 하나 가르쳐주지. 협력을 잘하는 것도 우두머리의 자질이네.”
“이 입만 산 놈이!”
쾅!
하얀 별이 검을 크게 휘두르며 망치질을 하듯 알베르의 검을 내리쳤다.
“크윽!”
알베르는 신음을 내뱉었고 무릎이 살짝 구부려졌다.
“흥!”
하얀 별은 콧방귀를 끼며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섰다.
화르르르-
그의 검에서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마치 뱀처럼 주둥이를 벌린 불길이 알베르를 덮쳐왔다.
그 와중에 알베르는 갑옷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이-삐이이-
아주 작게, 알베르에게만 들려오는 소리였다.
아공간 주머니 속에 넣어둔 영상통신구가 맹렬하게 울리는 소리이리라.
그 소리에 알베르는 웃었다.
분명 어린 용이 연락하는 것일 테니까.
곧 케일이 올 것 같다.
그런 확신이 들었다.
알베르는 저를 향해 덮쳐오는 불길을 보다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가 온다.
그렇다면.
“으음. 그전에 좀 전장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겠군.”
동생이 오는데 엉망인 광경을 보여줄 순 없지 않은가?
그때였다.
까악. 까악.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이여, 불의 앞길을 막아라!”
가샨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함께 알베르를 향해 덮쳐오던 불길 앞에 바람이 단단한 벽이 되어 막아섰다.
콰아아앙!
불과 바람이 부딪쳤다.
하얀 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저깟 힘도 없는 바람 따위로.”
그가 가진 고대의 힘 바람 벽보다 약한 가샨의 바람은 불의 앞길을 잠시만 막았을 뿐이었다.
물론 불의 세기도 약해졌지만, 알베르를 죽이기엔 충분했다.
치지지직-
그러나 불과 바람이 부딪치고 그 먼지가 가라앉은 자리.
“…하! 하하하하-”
하얀 별은 웃음을 터트렸다.
“이 새끼-”
그의 얼굴에 분노가 서렸다.
치지지직-
불이 증발하고 있었다.
“고대의 힘보다 마법이 좋은 면이 많다니까?”
알베르가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빛의 검이, 그리고 왼손에서는 물이 솟구쳐 오르며 그의 몸을 감싸고 있었다.
까악. 까악.
그 순간에도 하늘은 까마귀 떼로 뒤덮이고 있었다.
가샨이 목소리를 높였다.
“기사단을 도와라!”
촤악.
뒷짐을 지고 있던 호랑이들의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
가샨은 그런 호랑이들에게 명령했다.
“작전은 없다! 날뛰어라!”
호족 전사들이 어떠한 진형도 없이 각자 내키는 대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곰족도 와이번도.
모두 한 번 이상은 겪은 존재들이었다.
두려울 것은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 곰족 왕도 없지 않은가?
“저놈들은 소수다! 제대로 대응하면 몰아 죽일 수 있어!”
“기사들은 당장 와이번 위로 다시 올라타라!”
물론 적들도 재빠르게 진영을 새로이 갖추며 호족들을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호족 한 명이 혀로 입술을 핥으며 두 손을 움직였다.
“어렵지만 쉽겠어.”
난이도가 어렵더라도, 몇 번 가본 길이라면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법이었다.
두둥- 둥- 둥-
그 순간, 전장을 덮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베르는 등 뒤로 거대한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됐군.”
그의 등 뒤, 거대한 실드가 펼쳐지며 성벽 전체를 마치 방패처럼 감싸 안았다.
성벽 위.
“쿨럭!”
“단장님!”
“괜찮네! 자네의 자리를 벗어나지 마!”
마법 단장은 다가오려는 마법사에게 일갈하고는 제 마법진에 댄 두 손에 힘을 주었다.
힘을 더 준다고 해서 마법이 잘 펼쳐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의 손아귀 마정석들이 마법진에 녹아들며 그의 집중력을 유지하게 만들었다.
뚜욱. 뚝.
피가 떨어져 내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왕세자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마법사다.
하얀 별의 불의 검에 버티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왕세자는 위퍼 왕국 마탑에서 추방당해 숨어 살던 그를 불러들이고 마법 단장 자리까지 오르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준 은인이었다.
그러니 자신도 단장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제 몫을 해야 하지 않겠나?
마법 단장은 제 주군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었다.
흐르는 피는 그의 그런 다짐을 막지 못했다.
그리고 그 마음을 그의 주군은 알아챘다.
알베르는 뒤돌아 성벽을 보지 않았다.
거대한 마나가 성벽을 감싸는 것만 느껴도 다 알 수 있었으니까.
“으음. 우리 단장 실력에 분명 무리했을 것 같은데.”
그는 걸음을 내디뎠다.
한 발 한 발 점점 더 속도가 높아졌다. 그의 몸이 빠르게 하얀 별에게로 향했다.
“나도 좀 열심히 해야겠어.”
“웃기는 소리!”
마찬가지로 하얀 별 또한 알베르에게로 달려들었다.
불. 그리고 물과 빛.
그것들이 서로를 잡아먹을 듯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만 불은 바람을 불러들였다.
“어쩔 수 없군.”
휘이이이-
하얀 별은 제 몸 주위에 고대의 힘 바람을 불러들였다.
용암을 담은 불은 바람이 다가오자 더 타오르며 제 몸집을 키워갔다.
이전과 비교할 수도 없는 강력해진 불의 힘이 알베르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그의 피부를 녹여버릴 것 같았다.
씨익.
그러나 알베르는 웃고 있었다.
“제길!”
반면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몸을 틀었다.
강철로 만든 거대한 방패가 하얀 별을 덮쳐왔다.
콰아앙!
방패와 검이 부딪치며 터져 나온 굉음이 전장을 뒤흔들었다.
촤아악-
하얀 별의 발이 저절로 뒤로 두세 걸음 밀려났다.
‘…내가 밀려?’
고작 강철로 된 방패에 밀렸다고?
내 이 불이 저 방패를 녹이지 못했다고?
하얀 별의 눈동자에 순간 의문이 서렸다가 방패를 본 순간, 그 표정이 달라졌다.
방패를 든 소년이 아직은 앳된 티가 나지만 전보다 한층 강인해진 얼굴로 하얀 별을 응시했다.
그리고 그 소년의 두 손에 들린 방패.
그 방패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기운.
저 하얀 기운은 익숙하다.
“…쉐리트.”
하!
하얀 별은 기가 찼다.
방패에는 드래곤 로드 쉐리트의 마법이 담겨 있었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쥐새끼처럼 도망가더니, 이딴 수작을 뒤에서 부리고 있었군.”
라크는 하얀 별의 말에도 입술을 꾹 닫은 채 그의 동태를 관찰했다.
쉐리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라크. 어떨 때는 최선의 방어가 공격일 때도 있단다.’
‘하얀 별과 싸우러 간다 이 말이지?’
꽈악.
그는 방패를 움켜쥐었다.
겉에선 볼 수 없지만 방패 안쪽에는 무수한 마법진이 새겨져 있었다.
‘이걸 가지고 가렴. 다치지 말고.’
그는 쉐리트의 마법으로 가득한 방패를 움켜쥐었다.
광폭화를 해도 희한하게 제대로 된 광폭화 힘을 발휘하지는 못하는 라크.
죽음의 협곡에서 케일과 라온을 보호하기 위해 광폭화를 했던 라크는 제대로 된 광폭화를 이뤄냈음에도 아직 제힘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쓰지도 못했다.
하지만 일단 광폭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라크는 이전과 달랐다.
우우우우-
라크는 제 몸 안에 격동하는 힘을 가두던 사슬을 풀었다.
그의 칙칙한 회색 머리칼이 은빛으로 바뀌며 그 위에 푸르스름한 빛이 어렸다.
푸른 늑대족.
마치 밤이 지나가고 새벽을 맞이하는 듯.
은푸른빛이 라크의 몸을 뒤덮었다.
광폭화한 라크의 눈동자는 평소처럼 잔잔했다.
죽음의 협곡 이후로 붉게 물들지 않았다. 그의 성정처럼 여전히 맑은 눈동자였다.
그의 몸집이 점점 더 커져갔다.
호족보다 더 거대했다.
그 순간, 하얀 별의 눈빛에 이채가 감돌았다.
“…너, 늑대족 중 하나구나.”
하얀 별은 이때까지 라크와 제대로 마주친 적이 없었다.
“신에게 버림받은 종족.”
라크는 저를 관찰하는 하얀 별이 한 말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푸른 늑대족을 비롯하여, 늑대족들은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렇기에 신전과 관련된 힘의 혜택을 받기 힘들었다.
라크는 버림받았다는 말에 꿈쩍도 안 했다.
그는 쉐리트가 한 말을 다시 떠올렸다.
‘아마 케일은 네가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길 바라서 방패술을 배우라고 한 것도 있을 거야.’
신에게 버림받았든 말든 자신은 모르는 일이다.
대신 자신을 버리지 않는 이들이 참 많았다.
다만 타이밍을 재었다.
‘…열, 아홉-’
저벅. 저벅.
하얀 별은 그런 라크에게로 다가갔다.
눈동자에 어떤 탐욕이 서렸다.
“내 수하 놈이 유일하게 놓쳤다던 늑대족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넌가?”
라크는 들리지 않았다.
방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다섯, 넷-’
세 걸음.
그 정도까지 하얀 별이 라크에게로 다가왔다.
라크는 그 와중에도 방패에 최대한 그 거대한 몸을 웅크리며 하얀 별을 노려보았다.
하얀 별은 그런 라크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생각났군. 그 늑대족이 푸른 늑대족이었던가?”
그때였다.
라크의 입이 열렸다.
“…셋, 둘-”
“뭐?”
하얀 별이 되묻는 순간이었다.
“낙하!”
가샨의 외침과 함께 하얀 별은 저에게로 쏘아져 오는 수백, 아니, 수천 마리의 까마귀들을 볼 수 있었다.
마치 검은 비처럼 하얀 별을 향해 달려들었다.
순간 세상이 밤이 된 줄 알았다.
“내가 이걸 기다렸지!”
그리고 하얀 별 주위가 검은색으로 물들어지길 기다린 이가 있었다.
하얀 별은 결국 그 이름을 불렀다.
“…알베르 크로스만!”
알베르가 까마귀 사이로 죽은 마나를 펼친 채 하얀 별을 향해 수많은 검은 화살을 만들어 겨눴다.
쓰으으으으-
기이한 소리를 내며 수백 개의 검은 화살들이 회전했다.
그리고 점점 더 크기가 작아졌다.
마치 점이 되고 싶다는 듯 힘이 뭉치고 또 뭉쳤다.
그러나 그 점 하나하나가 거대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었다.
우우웅-우웅-
알베르는 내부에 마나가 역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 무리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알베르는 마음이 편안했다.
“…어머니.”
어머니가 만든 마법이 알베르의 손에서 펼쳐졌다.
이모 타샤가 ‘특별한 자질’이라고 말할 정도였던 어머니.
안타깝게도 이걸 다른 이들은 볼 수 없었다. 까마귀가 가려줄 테니까.
알베르가 바란 일이기도 했다.
가샨에게 지원을 요청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까마귀였다.
그는 까마귀가 꼭 필요했다.
왕국 사람들에게 아직까진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했으니까.
그러나 알베르는 충분했다.
눈앞의 이 적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볼 테니까.
어머니와 내가 만든 힘을.
알베르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
그때.
쿵. 쿵. 쿵.
땅이 진동했다.
“오랜만에 늙은 몸을 풀어야겠구만.”
늘 주술만 부리며 뒤로 물러서 있던 가샨.
그가 오랜만에 호족 전사로서 하얀 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하얀 별 주위의 바람과 불은 하나도 거리낄 것 없다는 태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얀 별의 공격을 최소 한 번 이상은 막아낼 든든한 방패가 있었으니까.
케일과 다른 이들이 고생하는 동안 해리스 마을과 어둠의 숲에 남아있던 다른 동료들도 나름대로 전쟁을 준비해왔다.
“하나!”
라크가 마지막 숫자를 내뱉고는 하얀 별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둠의 숲 일정 반경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쉐리트.
그녀는 제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왔다.
라크는 방패를 만든 쉐리트가 만들어준 주문을 내뱉었다.
꼭 이걸 내뱉어야 한다고 했다.
“눌러 죽여주마!”
거대한 늑대의 외침이 전장을 뒤흔들었고, 거대한 몸집을 모두 가리지 못했던 방패가 하얗게 물들어갔다.
우우웅우-
방패가 급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마치 하나의 성문이 만들어진 것 같았다.
아니, 그것은 벽이었다.
이 벽은 하얀 별의 모든 공격을 막을 방패가 될 것이다.
알베르가 빛의 검을 든 채 하얀 별에게로 달려들며 외쳤다.
“가라!”
까마귀로 제 검은색을 가린 수백의 화살이, 작은 점들이 하얀 별을 향해 쏘아져 나아갔다.
사방에서 쏘아져 가는 검은 점은 하얀 별의 퇴로를 막았다.
호족의 우두머리.
늑대왕의 자질을 가진 소년.
그리고 로운의 태양이라 불리는 사내가 사방에서 하얀 별의 목숨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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