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4
523화.
제일 먼저 하얀 별을 덮쳐오는 것은 무수히 많은 검은 점이었다.
“…하!”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봤다.
소름이 돋아 있었다.
“…내가 저따위 점에 소름이 돋았다고?”
하지만 사실이었다. 그는 저를 향해 쏘아져 오는 저 작은 점들을 보며 무언가를 떠올렸다.
말이 안 되는, 납득이 안 되는 익숙함이었다.
“흑마법도 아닌데 어찌…….”
어찌하여 저 점들에 죽음의 기운이 서려 있지?
다크엘프가 부리는 마법은 순리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펼치는 마법은 흑마법 특유의 죽음이 서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모르는 것이 있었다.
이 마법을 만든 이는 온전한 다크엘프가 아니었다.
인간의 피가 반 섞인 하프 다크엘프였다.
마법을 실행하는 능력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마법을 설계하고 만들어내는 능력은 누구보다도 뛰어났던 자.
다크엘프의 마법과 인간의 마법을 죽은 마나를 통해 합쳐 하나의 또 다른 마법을 만들고자 인간 세계로 스며든 여인이기도 했다.
또한 이 마법을 실제로 처음 펼쳐보는 이는 그 여인의 피를 이어받은, 인간의 피가 더 섞인 그녀의 아들이었다.
이를 하얀 별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에게 주어진 문제는 명백했다.
흑마법과 비슷하여 익숙하든 말든.
자신을 공격하는 힘이 꽤 많이 강하다는 점이었다.
“이런 힘을… 어찌 저 왕세자 놈이-”
하얀 별의 시선이 검은 점 너머로 향했다.
저를 덮쳐오는 무수한 점들. 그 너머 저를 향해 달려드는 로운의 왕세자를 볼 수 있었다.
하얀 별은 처음으로 알베르 크로스만이라는 자를 왕세자가 아닌 그 자체로 바라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갑옷으로 가린 놈.
분명 저 안에 다크엘프로서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치 않았다.
하얀 별의 눈에 다가오는 알베르의 모습이 비춰졌다.
알베르 크로스만의 갑옷과 투구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크큭, 크하하하하-!”
웃음이 터진 순간이었다.
하얀 별은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웃어댔다.
착각을 했다.
자신이 한 가지를 착각했음을 깨달았다.
‘눈앞의 저놈은 내가 잡아둘 인질이 아니라.’
적이구나.
왕세자 따위가 아니라 적이다.
하얀 별의 눈빛이 달라졌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번뜩인 순간.
가샨은 입을 열었다.
“상승!”
까악 까악 까악-
하얀 별을 향해 달려들던 까마귀들이 일제히 위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남은 것은 하얀 별을 덮치는 검은 점들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별의 온몸을 향해 검은 점들이 쏘아져 덮쳤다.
알베르는 걸음을 멈췄다.
하얀 별과 알베르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뒤엉킨 순간이었다.
하얀 별은 그 순간 선택했다.
이놈을 죽여야겠구나.
그리고 알베르는 그 순간 어머니가 만든 첫 번째 마법의 마지막 단계를 읊었다.
“폭발!”
폭발.
그 단어에 적군도 아군도 시선이 전장의 중심으로 향했다.
“주군-!”
와이번 기사 한 명이 하얀 별을 보며 외쳤다.
까맸다.
하얀 별은 까만 점으로 뒤덮여 그의 본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팡!
작은 소리와 함께 점이 하나 폭발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점들이 하나하나 폭발하고 또 폭발하더니 이내 거대한 굉음을 만들었다.
콰아아아아앙–
주변의 모든 소리가 잡아먹혔다.
치열한 전장.
오로지 검은 점들이 폭발하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다른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나 폭발로 눈이 부시진 않았다.
검은빛과 연기가 폭발하듯이 터져 나왔으니까.
오히려 순간, 밤이 찾아온 것인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저, 저건 도대체 무슨 마법이지?”
검었지만, 흑마법이 아닌 분명 ‘마법’이었다.
마법 단장은 저도 모르게 마법진에서 시선을 떼고 그 검은 폭발을 멍하니 바라봤다.
도대체.
“도대체, 저하는 어떻게 이런 힘을-”
놀람을 넘어선 감정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기대감이 차올랐다.
저 정도 힘이면 하얀 별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조금씩 차오르며 몸의 긴장이 풀려나갈 때였다.
“다들 정신 차리도록!”
테일러 후작, 그가 다시 성벽에 오르며 외쳤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그의 눈빛이 검은빛으로 향했다.
그때, 그는 검은 폭발을 향해 달려드는 거대한 방패가 보였다.
저들도 아는 것이다.
저런 굉장한 폭발을 케일 일행들이 몇 번 펼쳤지만, 하얀 별을 잡을 수 없었고 하얀 별 역시도 저 정도 힘은 혼자서 몇 번이나 펼쳐낸다는 것을.
하얀 방패가 검은 연기를 가로지르며 그 중심으로 바람처럼 빠르게 나아갔다.
방패를 쥔 라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라크. 하얀 별은 웬만한 공격은 버틸 놈이야. 그러니까, 아주 끝까지, 안심하지 말고.’
쉐리트가, 스승님이 그랬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야 돼. 싸움은 더 지독한 놈이, 더 악착같은 놈이 이긴단다.’
‘라크, 내가 승리는 뭐랬지?’
라크의 입이 열렸다.
“끝까지 살아남는 것.”
승리는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다.
쉐리트는 말했다.
그렇기에 하얀 별이 대단한 것이라고.
적이지만, 그놈은 천 년 동안 환생을 반복하며 끝까지 살아남은 악착같은 놈이라고.
그런 놈을 이기려면.
‘나도 악착같아져야 돼.’
검은 연기를 가로지르며 뛰어든 라크는 연기 너머 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소름이 돋았다.
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동자였다.
순간 라크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분명 그가 달려들고 있건만, 도리어 그가 사냥감이 된 것만 같았다.
‘라크, 두려울 땐, 내 말대로 해라.’
그는 스승님의 말을 떠올렸다.
‘멈추지 마라. 나아가라.’
쿵.
라크가 한 발 내디딜 때마다 땅이 진동했다.
거대한 방패를 든 거대한 늑대족은 땅을 진동시킬 만큼 걸음마저 힘이 넘쳤다.
‘그리고 끝까지 적을 노려봐라.’
라크는 두렵지만, 하얀 별의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다.
도리어 같이 노려봤다.
‘마지막으로.’
쿵!
라크는 힘차게 바닥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공중으로 뛰어올랐다.
검은 연기 속에 있던 눈동자 주인의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치지지-치지직-
하얀 별의 몸이 검게 타오르고 있었다.
거미줄처럼 갈라져 검게 변한 피부 틈새로 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그러나 죽지 않았다.
라크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스승의 말을 다시 되새겼다.
‘마지막으로, 적의 코앞으로 가서.’
가깝다.
적이 눈앞에 있다.
라크의 입이 열렸다.
“미친 새끼! 같잖은 새끼!”
‘미친 새끼, 같잖은 새끼라고 외치고.’
방패가 움직였다.
거대한 벽이 움직이듯 거센 바람이 일었다.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바람에 밀려 저 멀리 흩어졌다.
‘후려쳐. 라크, 온 힘을 다해 후려쳐라.’
라크는 방패를 아래로 내리쳤다.
하얀 별을 눌러버릴 듯, 온 힘을 방패에 쏟았다.
‘그러면 두려움이 사라질 거다.’
맞다.
스승님의 말대로 두려움이 사라진다.
거대한 늑대 수인의 팔에 핏줄이 불거져 올라왔다. 푸르스름한 은빛 털이 반짝였다.
‘라크, 네 두려움이 사라진 순간, 내가 도와주마.’
우우우웅-
그리고 동시에 하얀 방패에서 하얀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방패가 하얀 별의 머리에서부터 떨어져 내렸다.
콰아아아아아아!
다시 한번 굉음이 울려 퍼졌다.
성안의 사람들은 이것이 이 세계의 싸움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들은 펼쳐진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쩌저저저적-
방패를 중심으로 사방의 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패이고 뒤집어졌다.
“으악!”
“피해라! 뒤로 물러나!”
그 여파에 놀란 기사단과 하얀 별의 수하들이 얼른 몸을 뒤로 물렸다.
그들은 그러면서도 침을 삼키며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도대체 방패의 힘이 어느 정도이길래!’
사방의 십여 미터 이상의 땅이 금이 가고 움푹 내려앉았다.
가공할 괴력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따로 있었다.
“…살아있어.”
로운 왕궁 기사 단장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후두둑. 후둑.
검은 재가 떨어져 내렸다.
검은 연기가 모두 사라지고, 모든 것들이 제대로 보이는 순간.
사람들은 방패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는 자를 볼 수 있었다.
사방의 땅이 파이고 뒤집혔건만, 피부가 검게 타들어 가고 갈라진 틈새로 피를 흘리고 있건만.
두 다리를 땅에 박은 채 멀쩡히 서 있는 이가 보였다.
하얀 별이었다.
“…괴, 괴물-”
기사는 그리 말하며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그 괴물에게 달려드는 이가 있었다.
“질긴 놈이구나!”
라크만큼은 아니지만 거대한 몸체를 지닌 가샨이 두 손으로 방패를 받치고 있는 하얀 별의 틈새를 노려 기습을 가했다.
절묘했다.
가샨은 방패가 내리쳐지는 순간, 알베르가 펼친 실드로 그 여파를 피했다.
그리고 다들 놀랐을 때 틈을 놓치지 않고 급습했다.
“허억, 헉.”
알베르는 실드를 풀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투구 안이 더웠다.
그는 제 피 냄새와 가빠져오는 숨으로 자신이 무리를 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이만하면 이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다.
스윽.
하지만 하얀 별이 고개를 돌려 가샨을 보는 순간.
그리고 가샨 너머의 알베르를 보는 순간.
‘빌어먹을.’
알베르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 순간, 하얀 별은 생각했다.
‘선택을 했으면 움직여야지.’
그는 아까 전 검은 점들이 그를 덮친 순간 선택했다.
이 전투에서 고대의 힘을 어떻게 쓸 것인가? 얼마만큼 쓸 것인가?
‘무리할 순 없다.’
언제 케일 헤니투스가 올지 모르니까.
그렇다면 답은 간단했다.
방어는 버린다.
“대신 다 죽인다.”
라크는 저도 모르게 가샨을 보며 외쳤다.
“할아버지, 오지 마세요!”
그는 방패를 끌어당기며 하얀 별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어딜 가?”
그때, 라크는 저를 잡아먹으려는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눈동자의 주인은 말했다.
“뭐, 가고 싶다면 가는 것도 좋겠지.”
그게 무슨 말이지?
라크가 의문을 가지기도 전, 그는 방패의 앞에 펼쳐진 거대한 바람 벽을 볼 수 있었다.
그 벽이 순식간에 라크와 방패를 강하게 밀어버렸다.
“커헉!”
라크는 속절없이 뒤로 밀려났다.
만약 최한이었다면, 저 바람벽을 피하거나 힘을 흘려보냈겠으나 안타깝게도 라크는 그런 경험이 아직 부족했다.
“이런!”
가샨은 방패보다 더 거대한 바람 벽에 밀려나 뒤로 튕겨 나가는 라크를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나 그는 기습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미 달려 나가던 힘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미 적이 가샨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집 버린 호랑이 놈이.”
촤아아악-!
용암을 닮은 붉은 액체가 가샨을 향해 내리쳐졌다.
마치 오러로 만든 부메랑 같았다.
“제길!”
가샨은 황급히 주술로 바람 방패를 만들었다.
그리고 외쳤다.
“저놈을 막아!”
까악 까악. 까마귀들도 다시 땅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쿵. 쿵. 쿵.
호족들이 황급히 하얀 별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들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어떻게 움직일 수 있지?’
하얀 별의 겉모습은 언제 쓰러져도, 아니, 죽어도 이상치 않을 만큼 엉망이었다.
뚜욱. 뚝.
피부 사이로 떨어지는 핏방울 소리가 하얀 별의 귀를 간지럽혔다.
그러나 그는 그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방어를 버렸다.
대신 공격할 힘은 많이 남아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제 앞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알베르 크로스만, 케일 헤니투스가 빨리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나?”
하얀 별은 뱀파이어 공작을 떠올렸다.
그놈이 있는 한, 케일은 쉬이 돌아오지 못한다.
또한 후작도 거기에 있었다.
그는 투구 속 표정을 볼 수 없지만, 여전히 투구 밖으로 피를 흘리는 알베르를 보며 말을 이었다.
“늦었어.”
케일, 그놈은 늦을 거다.
“멈춰라!”
“달려들어!”
옆에서 호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럽긴.”
하얀 별은 가볍게 양손을 휘저었다.
콰아아앙!
콰아앙!
바람과 불이 뒤섞이며 호족들에게로 쏟아졌다.
“크윽!”
“제기랄!”
호족 전사들은 그 때문에 쉬이 접근하지 못했다. 하얀 별은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실소를 흘렸다.
‘성가신 것들이 귀찮게.’
이제 하얀 별은 이 성가신 놈들이 귀찮았다.
쩌적.
그는 제 하얀 가면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짜증이 더 커졌다.
왕세자의 마법과 방패가 일으킨 힘의 여파로 가면에 금이 간 것이리라.
하얀 별은 눈앞의 적을 향해 말했다.
“성가시지만, 재밌는 일을 해야겠구나.”
알베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몸을 바로 세웠다. 몸 안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너무 많은 죽은 마나의 사용으로 온몸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때, 하얀 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정체를 까발려지는 게 싫겠지? 그러니 숨기는 것이겠지?”
…설마!
알베르는 순간, 하얀 가면 아래 하얀 별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과 함께 그의 모습이 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안 돼!”
저 멀리 날아 떨어졌던 라크가 놀라서 외치는 것이 들려왔다.
알베르는 곧바로 마법을 펼쳤다.
“쿨럭!”
순간, 속이 뒤집혔다.
손이 떨려왔다.
“제길!”
죽은 마나가 부족하다!
힘을 제대로 분배하지 못했다.
‘어머니의 마법은 최상급이 되어야 가능했던 것인데!’
가진 죽은 마나 양이 많아 그것만 믿고 시도했던 것이 실수였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순 없었다.
알베르는 그가 아직 유지하고 있는 빛의 검을 들어 올렸다.
검술로 막는다.
그러나 검을 제대로 들어 올리기 전.
뒤가 섬뜩해져 왔다.
“커헉!”
알베르는 제 목을 움켜쥐는 손아귀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무리한 몸 내부가 다시 한번 뒤틀리는 것 같았다.
울컥. 피가 차올랐다. 그러나 제대로 내뱉을 수도 없었다.
목이 잡혀 있었으니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넨 날 못 이겨.”
뒤에서 하얀 별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짜증도 분노도. 무엇도 없는 차분한 목소리였다.
둥- 두둥- 둥둥-
북소리가 들려왔다.
알베르는 무슨 상황인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목이 잡혀있고 투구는 시야가 썩 넓지 못했다.
“투구를 벗고 싶지?”
그 순간, 알베르는 제 투구를 움켜쥐는 하얀 별의 손을 느낄 수 있었다.
끼익.
투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다.
알베르는 순간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끼익. 끼익.
피와 땀으로 뒤엉켜있던 투구가 조금씩 들렸다.
감정 없는 담담한 하얀 별의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다 들키겠구나.”
곧 투구가 벗겨진다.
알베르는 가쁜 숨을 몰아쉬지도 못한 채 머릿속이 급속도로 복잡해져 갔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갑옷 안 상의 깊숙한 곳에서 일정 간격으로 꺼졌다 이어졌다 했던 ‘삐이이-삐이-’ 영상통신구 신호음이 들리지 않는다.
안 들린 지 꽤 되었다.
그게 무엇을 뜻하겠는가?
알베르는 다른 의미로 숨을 들이마셨다.
온다.
곧 온다.
그 녀석이 온다.
그때였다.
“저게 뭐야?”
누군가 하늘을 보며 놀라서 소리쳤고, 따라 고개를 든 라크가 저도 모르게 외쳤다.
“왔어!”
하늘에서부터 무언가가 떨어져 내렸다.
땅에 가까워지자 속도가 느려졌고 마침내 무언가는 땅에 내려섰다.
쿵!
한 남자가 두 발을 땅에 댄 채 허리를 폈다.
그리고 그 남자의 등에 업혀있던 이는 하얀 별을 보며 띠껍게 말했다.
“그 손 떼지?”
알베르는 헛웃음이 나왔다.
최한의 등에 업힌 채 온갖 인상을 다 쓰는 케일 헤니투스였다.
저런 볼품없는 모습인데, 알베르는 동생이 왔다는 것만으로도 안도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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