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6
525화.
하지만 말로 진 상황에 깊이 빠져들고 있을 틈이 없었다.
우우웅-우웅-
흑마법사들의 텔레포트 진에서 퍼져 나오는 진동이 더욱더 커져갔다.
‘정말로 도망갈 작정인가?’
하얀 별이 이대로 도망간다?
솔직히 말해서 케일에게는 이득이었다.
조금 전 둘러본 전장의 풍경은 상당히 좋지 못했으니까.
알베르와 함께했던 로운 왕국 기사단은 자잘하거나 큰 부상을 입은 이들이 많았고.
-인간아! 성벽을 둘러싼 마법을 살펴봤는데, 마법사들이 무리하는 것 같다! 오래 버티긴 힘들다!
아군 마법 병단도 한계에 부딪쳐 간다고 하였다.
‘거기다가 인질들이 있어.’
적군 진영에 자리한 큰 짐마차들 감옥 속에 자리한 영지민들.
‘흑마법사들이 아무리 큰 텔레포트 진을 설치한다 하더라도, 저 인질들까지 데려가는 것은 무리일 거야.’
하얀 별은 인질들을 두고 도망갈 확률이 높았다.
또한 케일의 몸 상태도 좋지 못했다.
고대의 힘을 한 번 더 쓰면 그대로 기절이었으니까.
‘…이대로 하얀 별이 도망가 준다면.’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상했다.
‘이 새끼가 왜 도망가려고 하지?’
무언가 꺼림칙했다.
‘내가 놓친 게 있던가?’
케일은 지나온 시간과 쌓인 정보들을 머릿속 한편에서 떠올리며 분석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그는 입을 열어야 했다.
‘훗. 그리 말해봤자, 나는 널 다 안다. 넌 신의 도움을 받고 있어.’
조금 전 하얀 별이 내뱉은 망언.
그것에 대해 반박을 해야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로운의 영웅께서 신의 도움을 받고 계셨다니-”
케일의 등 뒤에서 한 기사의 감탄 어린 읊조림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케일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로운의 영웅이라는 단어도 무섭건만 신의 도움을 언급하며 감동에 가득 차 잘게 떨리는 기사의 음성이라니.
케일에게 이건 공포 영화였다.
하얀 별은 뒤에서 텔레포트 마법진이 펼쳐지는 곳을 쳐다도 보지 않은 채 묘한 눈동자로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케일은 그런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난 신의 도움을 받지 않았어.”
신의 도움?
도움은커녕 지금 죽음의 신이 안겨준 약속 날짜를 향한 카운트다운 때문에 머리만 아플 뿐이었다.
케일의 눈동자에 하얀 별의 흰가면이 갈라진 흔적조차 없이 말끔해진 것이 담겼다.
그는 진지하게 하얀 별에게 말했다.
“지금 네가 도망갈 시간 벌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면서 아군에게 혼란을 주려는 수작이란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나?”
“맞아. 도망갈 생각이야.”
…뭐?
왜 이리 당당하게 말해?
케일은 하얀 별이 평소처럼 오만하게 구는 것도 아니고, 담담하게 그렇다고 수긍을 하자 할 말이 없어졌다.
둥- 두둥- 둥둥-!
그 와중에도 북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은 북소리가 빨라질수록 흑마법사들의 마법진이 강해지는 것 같아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가면 속 하얀 별도 티 나지 않게 살짝 눈가를 찡그렸다.
‘…골치 아프군.’
그는 케일의 생각보다 현재 꽤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둥- 둥! 둥! 둥!
저 북소리는 일종의 신호였다.
전장으로 나간 하얀 별에게 동서대륙에 퍼진 아군들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지금 저 신호는 위급 상황!’
현재 위급 상황이라고, 마족을 모시는 사제들이 다급하게 신호를 보내왔다.
또한 그 위급 상황 단계가 올라가고 있었다.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소리!’
이 정도 소리라면, 엔더블 왕국에 큰일이 벌어졌거나 아니면 앞으로의 전장에 큰 영향을 미칠 일이 벌어졌음을 의미했다.
‘무엇일까?’
케일 헤니투스가 무슨 짓을 저질렀을까?
하얀 별은 여유만만한 태도로 케일을 응시하면서도 그 머릿속은 복잡했다.
‘…케일 헤니투스가 엔더블 왕국을 알아차릴 경우는 희박하다.’
그때, 하얀 별은 뒤에서 다가오는 움직임을 알아챘다.
케일이 멈칫하는 것이 보였지만, 하얀 별은 가만히 있었고 그의 바로 등 뒤까지 다가온 이가 입을 열었다.
“주군.”
하얀 별은 힐끗 뒤돌아보았다가 다시 케일을 바라봤다.
그의 뒤에 선 이는 마족을 섬기는 사제였다.
“무슨 일이지?”
“…프레도 공작님께 일이 생겼습니다.”
하얀 별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리고 케일을 바라보는 눈매가 매서워졌다.
‘역시! 역시 저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던 거야!’
프레도 공작.
그는 괴짜지만, 하얀 별이 장차 진정한 왕이 되어 다스릴 엔더블 왕국에서 없어서는 안 될 강자였다.
프레도 공작이 제힘을 발휘하면 하얀 별이라도 상당히 애를 먹어야 했다.
또한 다른 귀족들 모르게 하얀 별에게 상당한 충성심을 보이는 인물로, 하얀 별이 엔더블 왕국 귀족 중 그나마 믿을만한 자였다.
그리고 그런 프레도 공작은 아까 전에 하얀 별에게 케일 헤니투스가 동대륙 북부 산에 도착했다고 보고한 장본인이었다.
‘프레도 공작은 케일 헤니투스와 분명히 접전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공작에게는 일이 생기고, 케일 헤니투스는 멀쩡하지는 않더라도 로운 왕국으로 돌아왔다.
‘프레도 공작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지?’
하얀 별은 반드시 현 상황을 확인해야 했다.
새로운 것을 취하려다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길 수는 없는 법.
그때, 사제가 빠르게 보고를 내뱉었다.
“…공작님께서 케일 헤니투스와의 싸움에서 부상을 입고 현재 의식 불명 상태시라고 합니다.”
“뭐?”
프레도 공작이?
의식 불명?
하얀 별은 진실로 놀랐다. 하지만 사제의 보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한 상당수의 병력이 눈사태에 휘말려 현재 실종된 인원도 있어 수색 작업을 펼쳐야 한다고 합니다.”
눈사태?
하얀 별은 기가 막혀서 말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눈사태는 분명 케일 헤니투스가 한 짓이 맞아.’
지금껏 그 정도 스케일의 일을 몇 번이나 벌인 케일 헤니투스였으니까.
다만 놀라운 점은 충성스러운 프레도 공작이 의식 불명 상태가 될 정도의 어떠한 일을 케일 헤니투스가 벌였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케일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저래?”
“동생을 쳐다보는 눈초리가 심상치 않은데?”
케일은 알베르의 말은 불경스럽지만 가벼이 무시하고는 하얀 별과의 눈싸움을 이어갔다.
하얀 별은 점점 더 뜨거운 눈빛으로 케일을 노려봤다.
케일은 그 행동의 이유로 하얀 별 뒤에 선 사제를 의심했지만.
‘…저 사제가 무슨 소리를 한 건가?’
그 대화 내용이 들려오지 않아, 딱히 알 길이 없었다.
‘아! 아니지!’
케일은 슬쩍 상의 안의 금빛 팽이채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그의 뜻을 알아챈 듯 바람 정령 하나가 곧바로 말을 쏟아내었다.
‘혼돈, 파괴! 그, 그 정신 나간 네 피를 노리는 뱀파이어 공작이 의식 불명 상태라고 한다!’
…그놈이?
‘너랑 싸우다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뭔 소리야?
그놈 멀쩡한 상태로 내 앞에서 사라졌는데?
‘조금 전에 하얀 별이 사제에게 말했다! 혼돈, 파괴! 아니, 혼돈 파괴라고 말한 것이 아니다!’
바람 정령은 우왕좌왕하면서도 빨리 말을 내뱉었다.
‘내가 아끼는 프레도 공작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사제에게 인자한 왕인 척 말한다! 속이 좁쌀보다 좁은 놈이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다!’
음?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내가 아끼는 프레도 공작이라고?
하얀 별이 그렇게 말했다고?
그놈, 네 뒤통수치려고 하는데?
케일은 순간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꾹 참아내었다.
그는 프레도 공작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꾀병 부리고 드러누웠구만.’
가짜로 의식 불명 상태인 것처럼 꾸몄으리라.
프레도 공작이 무엇 때문에 이런 짓을 벌였는지 알 수 없으나, 이런 상황이라면 케일은 기꺼이 프레도 공작의 행동에 맞춰줄 용의가 다분했다.
그때였다.
“케일 헤니투스. 네놈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르겠구나.”
하얀 별이 짐짓 위엄 넘치게 말했고, 케일은 그에 답하듯 입을 열었다.
“난 시간이 없었을 뿐이었고. 나의 고향으로 돌아오기 위해 그저 내 앞을 가로막은 적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준 것밖에 없다.”
담담하면서도 차분한 케일의 목소리에 그를 바라보던 기사들의 눈빛에 감동이 서렸다.
“…고향.”
기사 한 명은 케일이 내뱉은 단어를 한 번 더 되뇌며 주먹에 힘을 주었다.
알베르는 이를 쳐다보다가 최한에게 슬쩍 눈짓했다.
‘우리 아우님은 본인이 무슨 말 하는지 알고 하는 걸까?’
아쉽게도 투구를 쓴 알베르의 그 눈빛이 최한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도리어 최한은 부드러이 웃으며 알베르에게만 들리게 작게 속삭였다.
케일의 말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조심스러운 태도였다.
“케일 님께서는 정말 고향을 아끼시지요.”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알베르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백수가 꿈이라면서 저리 불도저처럼 영웅을 향해 달려 나아가는 소중한 동생을, 지쳐서 힘이 없는 알베르는 막을 여력이 없었다.
‘…알아서 하겠지.’
알베르는 그냥 케일에 대한 걱정을 놨다.
그 순간, 케일은 제 말에 하얀 별이 답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역시 넌 신의 뜻을 이어받았어. 그렇지 않고선 너의 ‘강함’을 설명할 순 없지.”
“아니, 그 신은 아니라니까?”
케일은 곧바로 반박했으나, 하얀 별은 들리지 않았다.
휙.
그는 케일에게서 등을 돌렸다.
“이만 물러나지.”
아니, 내 말 좀 더 듣고 가지?
케일은 반박을 더 하고 싶었다.
둥! 두둥! 둥! 둥둥!
하지만 북소리가 극에 달한 순간, 케일은 적군 진영 전체를 덮는 검은 기운을 볼 수 있었다.
-인간아, 기이한 마법진이다!
텔레포트 진이 분명했다.
그러나 흑마법의 검은 기운 사이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 회색 연기가 죽은 마나 기운을 증폭시킨다!
케일의 눈동자가 가라앉았다.
저런 힘이 도망의 용도가 아니라, 스텐 영주성을 향해 쏟아졌다면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다.
하얀 별은 회색 연기와 검은 기운으로 뒤덮인 곳을 향해 망설임 없이 걸어갔다.
그의 모습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회색빛 어둠에 잠긴 이들의 모습이 희미해져 갔다. 텔레포트가 시작된 것이리라.
우우우웅-
거대한 공기의 진동과 함께 케일은 하얀 별이 사라지는 것을 우두커니 바라보았다.
하얀 별은 사라지기 전 다시 뒤돌아 케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물을 하나 두고 가도록 하지.”
파아아앗-!
검은 기운이 순식간에 터져 사방으로 퍼졌다.
“가려!”
“수그려!”
순간, 로운 왕국 기사들이 놀라서 그 기운을 피했다. 하지만 그 기운은 아군에게 닿기도 전에 공중으로 흩어지며 사라졌다.
그리고 남겨진 자리.
“…선물이 뭔지 알겠군.”
케일은 적군은 모두 사라지고, 인질들만이 남아있는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다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글쎄.”
알베르는 케일의 물음에 곧바로 답하지 못한 채 허무함과 안도감이 뒤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무서웠을 우리 왕국민 사람들에게 먼저 가야 하지 않겠나?”
“그 꼴로요?”
“우리 아우님이나 나나 비슷한 것 같다만?”
“…그래도 전 피로 떡칠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말하는 게 그게 아닌 것쯤은 아시잖습니까?”
알베르는 투구 속 그의 짙은 갈색 눈동자를 똑바로 응시하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씨익.
알베르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당연한 소릴.”
그는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아아-
허공에서 목걸이가 하나 나타났다.
알베르는 그 목걸이를 자신이 토한 피로 범벅이 된 목에 다시 채웠다.
달칵.
목걸이가 잠겼고, 그에 반응하듯 알베르의 기운이 모두 감춰졌다.
동시에 그가 차고 있던 갑옷 안 팔찌에서도 기운이 흘러나왔다.
스윽.
알베르는 투구를 잡아 벗었다.
“이만하면 되겠지?”
금발 벽안. 평소의 모습대로 돌아온 알베르가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런 그의 앞에 널찍한 등이 하나 나타났다.
“업히십시오.”
“이거 참.”
알베르는 최한의 등을 보며 실소를 흘렸다.
“어찌 내가 제대로 일어서서 걸을 힘도 없는 걸 알았지?”
“제자의 상태는 스승이 제일 잘 알지요.”
최한의 농담이 꽤 재밌었던 듯 알베르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널찍한 등에 업혔다.
“스승님 등에 업히는 제자라니, 이건 불경인가?”
“이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지요.”
최한은 알베르를 업고서 일어섰고, 케일은 앞장서며 말했다.
“왕국민들에게 먼저 가겠습니다.”
케일을 시작으로 그 뒤를 왕세자를 업은 최한이 따르니, 기사 단장을 중심으로 하여 기사들도 재빨리 왕세자의 뒤를 호위하듯이 따랐다.
와이번들은 이미 공중으로 날아가고 없는 지금.
그들을 막을 방해물은 없었다.
호족과 라크 역시도 기사단의 뒤를 따랐다.
저벅- 저벅-
케일은 스텐 영지 인근의 영지민들이 가둬진 감옥 마차로 다가갈수록 난감함을 느꼈다.
‘이거 큰일인데?’
손에 쥔 금빛 팽이채를 통해서, 감옥 안 왕국민들의 말이 전해졌다.
‘살았다고, 감격해서 운다! 혼돈, 파괴, 행복!’
‘다들 흑마법사들을 보고 겁먹었나 봐. 그런데 무사히 풀려날 수 있어서 기쁜가 봐.’
인질로 있던 왕국민들이 살아남았음에 안도해 운다는 말에 케일은 찡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찰나였다.
‘혼돈, 파괴! 케일 너 보고 영웅이 저 못된 놈을 무찔렀다고! 겁나서 도망갔다고! 역시 은빛 방패 영웅이라고 한다!’
‘너랑 왕세자가 있으면 로운의 미래는 밝대!’
‘로운의 태양이 왕세자 저하라면, 밤을 밝히는 달이 케일 너라고 한다! 혼돈, 파괴, 대영웅 등장! 크하하하하하!’
제기랄.
‘아! 여기 귀 밝은 사람이 한 명 있었나 보다! 하얀 별의 이야기를 다 들었나 봐! 네가 신의 뜻을 이어받았다고. 너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인질들에게 말하면서 역시 영웅은 다르다고 해!’
빌어처먹을.
케일은 굳어진 얼굴로 왕국민들이 있는 짐마차로 다가갔다.
이를 감옥으로 개조한 짐마차 안에 있던 왕국민들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바라보고 있었다.
‘…애써 담담해 하시는구나.’
‘저렇게 아픈 몸으로 우리에게 먼저 오시다니!’
왕국민들은 케일과 왕세자를 보며 더 마음이 벅차올랐다.
케일의 창백한 얼굴은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지친 것이 모두 보였음에도 굳건하게 당당하게 걸어오는 케일의 모습에서 그가 왕국민들을 안심시켜주려는 게 느껴졌다.
거기에 최연소 소드마스터 등에 업혀서 오는 왕세자는 그들을 구하려고 스스로 전장에 나왔고 저렇게 피를 흘릴 정도로 싸웠다.
그럼에도 지금 안심하라는 듯 그들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케일과 왕세자의 뒤를 따르는 기사단들도 왕국민들과 마음이 비슷했다.
‘정말 케일 공자는 자신의 몸을 챙기지 않고 남이 먼저이구나.’
‘…저하. 이렇게 왕국민을 생각하신다니.’
케일은 그런 분위기를 바람 정령의 말과 눈빛을 통해 서서히 체감하고 있었다.
‘아니, 당연히 내 몸이 괜찮으니까 인질들부터 풀어줘야 할 거 아냐?’
그냥 두 번 일하기 번거로우니, 그리고 당연한 일이니 인질 먼저 보러 가는 것일 뿐인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케일은 이대로 알베르에게 다 맡기고 자신은 빠져야 하나 싶었다.
그때였다.
“공자님!”
케일은 짐마차 감옥 창살을 움켜쥔 채 저를 향해 손을 흔드는 이를 볼 수 있었다.
그의 눈동자가 커지며 입이 열렸다.
“케이지 씨?”
영웅의 탄생에서는 미친 신관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파문당한 신관인 케이지가 감옥에 갇힌 채 웃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공자님! 오랜만이에요!”
상당히 케일이 반가운 듯 해맑게 웃는 그녀의 모습에 케일은 그저 황당했다.
‘아니, 왜 저리 밝아?’
케이지는 묘하게 신난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게 시작이었다.
“공자님!”
“저하!”
“사령관님! 소드마스터님!”
“왕세자 저하!”
곳곳에서 눈물과 미소가 섞인 얼굴로 인질들이 창살을 붙들고서 그들에게 반가이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그 인사는 곧 환호성으로 바뀌었고, 케일과 알베르, 최한은 그 환호성에 둘러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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