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28
527화.
끼이익-
케일은 알베르가 머무는 침실 문이 열리는 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는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인간아! 데르트 백작, 아니, 공작한테서 통신이 온다! 백작이라고 한 거 비크로스한테 비밀이다! 삐진다!’
따로 배정된 침실에서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케일은 그 말에 슬쩍 시선을 돌렸고, 가샨이 씨익 웃어 보였다.
‘아마 저희 호족과 라크 일 때문에 연락하신 걸 겁니다.’
케일도 그리 예상했다.
‘라온. 연결해 줘.’
그래서 별생각 없이 영상통신을 연결했다.
그리고 영상통신구 위로 데르트 공작의 얼굴이 나타나는 순간.
‘아들아! 네가 신, 신-’
케일은 기겁했다.
‘아버지. 아닙니다, 뭘 들으셨는지 모르겠으나 절대 아닙니다.’
‘아들아! 강한 부정은 긍정-’
‘아닙니다. 아버지.’
케일은 화면 가득 들어찬 데르트 공작의 얼굴 너머 그가 있는 곳을 알아챈 순간, 다시 한번 기겁을 했었다.
‘…그러냐?’
아버지 데르트 공작이 조금 마음이 가라앉은 듯 영상통신구를 향해 디밀었던 얼굴을 뒤로 물리며 편히 의자에 기댔다.
그러자 케일은 볼 수 있었다.
헤니투스 영주성의 중심이자 큰일이 벌어질 때 모든 가신들이 모여드는 대회의실이었다.
그냥 회의실도 아닌 대회의실.
케일은 저를 바라보는 헤니투스 영지 가신들의 혼돈에 가득 찬 눈동자를 본 순간, 아찔해져 왔다.
더욱이 어린 릴리를 빼고 가족들이 다 회의실에 와 있었다.
아버지 바로 옆자리에 자리한 채 혼란에 가득 차다 못해 당황한 표정의 바센과 아버지와 함께 앉아있는 공작부인 바이올란의 흔들리는 눈동자를 본 순간.
케일은 진짜로 큰일이 났다 싶었다.
그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아버지. 그런데 그런 헛소문은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케일의 말에 데르트 공작은 슬그머니 고개를 들어 케일을 보며 말했다.
‘케일. 헤니투스의 귀는 왕국 전역에 다 있단다.’
‘그럼 다른 곳에 퍼진 것은-’
‘아직 퍼지진 않았어. 하지만 우리 소식통에 의하면 서서히 퍼지는 것 같다고 하더구나.’
데르트는 그 말과 함께 수도 왕궁에서는 이미 그 소문을 알고 있을 것이라 하였다.
‘아마… 로운 왕국을 넘어 서대륙 전체에 퍼질 거다.’
공작의 그 말을 듣는 순간, 케일은 뒷목을 잡을 뻔했다.
그냥 영웅이랑 신의 뜻을 받은 영웅은 아주 달랐다.
경건함의 정도가 달랐다.
그냥 영웅이 업적에 따라 역사서 한 페이지나 한 챕터를 채울 정도라면, 신의 뜻을 이어받은 영웅은 따로 두꺼운 페이지의 전기가 만들어질 정도였다.
‘형님.’
‘…왜?’
조심스럽게 바센이 입을 열었을 때, 케일은 긴장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 형님. 가족끼리는 속이는 게 없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형님. 정말로 신의 대리자가 아니시-’
‘아냐.’
바센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케일은 잘라내 버렸다.
신의 대리자라니.
아주 무서운 단어였다.
케일은 영상통신구 너머 헤니투스 공작가 일원들을 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전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약하다.
이 정도는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만약 신의 뜻을 이어받았다면 이렇게 픽픽 쓰러지고 그러겠습니까? 평범한 인간이니, 이런 것이지요.’
맞아.
나는 신이랑 관계된, 뭐 그런 위대한 인간이 아니다.
‘누군가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인데, 하얀 별 입장에서는 자꾸 저와 부딪치다 보니 그놈의 머릿속에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하얀 별 입장에선 케일의 존재를 설명하기 위해 신을 가져다 왔을 수도 있었다.
충분히 그럴 만큼의 미친놈이니까.
케일은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저에 관한 헛소문에 신경 쓰는 것보다는, 언제 하얀 별이 헤니투스 영지를 노릴지 모르니 그에 대한 방비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케일은 모든 말을 끝내고 난 뒤, 영상통신구 속 사람들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 정도면 됐겠지?
제일 먼저 데르트 공작이 반응했다.
‘…아들아. 내가 네 덕분에 큰 깨달음을 얻었구나.’
그다음은 바이올란 공작부인의 가라앉은 음성이었다.
‘케일. 우린 너를 믿는다. 그러니 걱정 말렴. 다만 언제든 힘들 땐 집에 와서 쉬려무나. 릴리도 네가 보고 싶은가 보더구나.’
이어서 바센이 말했다.
‘형님. 존경합니다.’
이상하다.
어째 대회의실 분위기가 더 뜨겁게 변했다.
어쨌든 케일은 신의 대리자라느니, 신의 뜻을 이어받았다느니 하는 말은 안 믿는 것 같아 어색한 미소를 띠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그럼 저는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영지에 한번 들를게요.’
‘그래. 나도 일을 해야지!’
‘…언제나 일이구나. 무리하지 말거라.’
‘형님. 저도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그리고 영상통신을 끊었다.
케일은 한참 동안 끊긴 영상통신구를 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래서 몰랐다.
웅크린 채 한숨을 내쉬는 그 지친 등을 바라보는 가샨과 라크의 뜨거운 눈동자를.
또한 그런 케일을 보며 순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젓는 최한을.
케일은 동료들의 반응을 모른 채 그렇게 생각에 빠져 있었다.
“케일 님. 안 들어가십니까?”
“아.”
케일은 최한의 목소리에 멈칫하며 정신을 차렸다.
잠깐 조금 전 일에 대해 생각한다는 게 깊이 생각해버렸다.
케일은 팔을 내려다봤다.
소름이 돋아 있었다.
그만큼 조금 전 헤니투스 공작가와 나눈 대화는 케일에게 아찔한 기억이었다.
“들어가야지.”
케일은 최한의 말에 짧게 답하고서 알베르 침실 안으로 들어섰다.
마법 단장과 장군은 반대로 침실을 빠져나갔고, 케일은 그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드는 것으로 인사를 건네곤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다.
‘…으음.’
알베르는 그런 케일을 보며 침음을 삼켰다.
‘저놈 지금 마법 단장이랑 장군의 표정도 안 보인 것 같은데?’
마법 단장과 장군은 케일과 인사를 나누며 스쳐 지나가는 순간. 상당히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케일을 바라봤다.
그러나 케일은 그들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다.
‘뭔 생각을 하길래, 주위를 안 살펴?’
알베르는 저러니 소문이 퍼진다는 생각을 하며 저에게로 다가오는 케일을 바라봤다.
“저하.”
“형님.”
“네. 형님.”
“그래, 아우님. 일단 좀 앉지?”
후우.
케일은 한숨과 함께 알베르 침대 근처 의자에 앉았다.
최한은 그 광경을 지켜보며 문고리를 잡았다.
긴밀한 대화를 위해 문을 닫기 위해서였다.
달칵.
문이 닫힌 순간, 알베르의 눈빛이 변했다.
“다른 세 곳은 어떻게 되었지?”
이번에 벌어진 전투는 총 4파전이었다.
동대륙에서는 몰든 왕궁과 북부 설산.
서대륙에서는 절망의 호수와 스텐 영지.
케일은 알베르의 물음에 몰든 왕궁과 북부 설산에서 벌어졌던 전투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절망의 호수는.”
케일은 세 번째 전투에 대해 설명하려다 잠시 말을 멈췄다.
스텐 성 안으로 들어섰을 때, 케일은 곧바로 절망의 호수로 이동하고자 했다.
‘인간아! 위티라한테서 연락 왔다!’
그때, 고래족 왕 후계자인 위티라에게서 연락이 왔고 전후 상황을 모두 들은 후 케일은 머릿속이 더욱더 복잡해졌다.
“…절망의 호수 침입을 시도했던 사자족과 사자족 왕 도르프는 몇 번의 부딪침 끝에 도망갔다고 합니다.”
“그놈들도?”
왕세자의 눈빛에 의아함이 서렸다.
“이상하군. 하얀 별이 도망간 것은 너에게 들어서 그 연유를 짐작할 수 있으나 사자족 왕까지 그리 허무하게 도망갈 만한 일인가?”
“그러니까요.”
케일은 수긍을 표하며 의자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클로페 세카를 통해서 들은 보고도 비슷했습니다.”
위티라 다음에 클로페 세카에게 곧바로 통신연결을 하였다.
‘…이상합니다. 케일 님.’
클로페도 이상하다고 하였다.
“클로페 세카의 말에 따르면, 분명 사자족 도르프의 목표는 절망의 호수에 자리한 세계수가 맞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투가 끝난 후, 되새겨보면 전투가 치열하기보단 싱거웠다고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래?”
톡. 톡. 톡.
알베르는 케일이 검지로 의자 팔걸이를 두드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절망의 호수에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케일은 세계수에게 가짜 세계수에 대한 문제에 대해 논의할 겸 절망의 호수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찜찜해.’
하얀 별처럼 그냥 도망을 쳤다기에는 찜찜했다.
‘정령을 잡아먹는 정령을 다루는 다크엘프가 나타났어.’
세계수는 정령들에게 부모이자 고향 집과 같은 존재였다.
어둠 속성 정령을 다루는 도르프. 그리고 정령을 잡아먹는 정령의 존재가 케일에게 허투루 이 일을 넘겨선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런데 놀랍군.”
“무엇이 말입니까?”
왕세자는 신기하단 얼굴로 말을 이었다.
“엔더블 왕국 말일세.”
“…뭐, 신기하죠.”
어둠 속성의 종족들이 모여 만든 왕국.
신기한 곳이긴 했다.
‘조금 씁쓸하기도 하고.’
동서대륙 공통적으로 지역에 따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종족이 어둠 속성을 지닌 이들이었다.
엔더블 왕국이 어찌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 텃세를 견디기 힘들어 엔더블 왕국에 몸을 의탁한 어둠 속성 종족들도 많으리라.
그때였다. 알베르가 툭 내뱉었다.
“동맹을 맺으면 참으로 좋겠어.”
케일의 눈동자가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그는 물끄러미 알베르를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프레도 공작도 곧 만날 생각입니다.”
“재밌는 뱀파이어 같더군.”
“그렇죠.”
케일 자신의 피가 최고의 보약이라고 말하는 점만 빼면 말이다.
“세계수에게 들렀다가 곧바로 뱀파이어와 만나볼 작정입니다.”
“바쁘겠군. 내가 도울 일은 없고?”
알베르는 순간 달라진 공기를 느꼈다.
자신이 그 질문을 던지는 순간, 편하게 의자에 앉아있던 케일의 몸에 일순간 감도는 비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케일?”
“저하. 아니, 형님.”
알베르는 케일과 눈이 마주친 순간, 흠칫 어깨를 살짝 떨었다.
‘…눈빛이 왜 이래?’
케일의 눈빛이 살벌했다.
“형님. 아우가 하나 부탁드립니다.”
“…그, 그래. 말해봐.”
알베르는 어느 때보다도 비장하게 말하는 케일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장한 목소리가 침실 안을 채웠다.
“…하얀 별이 한 헛소리가 퍼지는 것을 막아주십시오.”
“…아.”
알베르가 탄식을 흘렸다.
그 순간, 케일은 깨달았다.
‘…왕세자 저하도 못하는구나.’
망했다.
케일은 고개를 숙였고, 알베르는 그 어깨를 두드렸다.
“내가 꼭 우리 아우 백수 꿈은 이뤄주마. 날 믿게.”
알베르는 케일의 눈빛이 불경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은 속마음을 가감 없이 내뱉었다.
“안 되면 하얀 별 처리하고 그냥 튈 겁니다. 숨으면 모르겠죠.”
케일은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알베르의 눈빛을 외면했다. 그러자 최한과 눈이 마주쳤고, 최한이 순하게 웃으며 말했다.
“케일 님, 해내실 겁니다. 할 수 있습니다.”
…응원하는 저 어르신이 더 얄미운데?
케일은 최한도 외면했다.
-인간아! 나는 숨어서 살기 싫다! 그냥 당당하게 자신을 내보이면서 살아라! 넌 충분히 그래도 된다!
라온의 속 뒤집히는 소리도 무시했다.
케일은 속이 갑갑해져 왔다.
똑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의 시선이 문으로 향한 순간,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케이지라고 합니다. 케일 공자님을 뵈러 왔습니다.”
미친 신관 케이지.
그녀가 문밖에 서 있었다.
케일은 곧바로 최한에게 눈짓했고, 최한은 문을 열었다.
끼이익-
케이지가 해맑은 얼굴로 침실 안에 들어섰다.
“안녕하십니까?”
쾌활하게 인사하는 그녀를 향해 케일은 곧바로 입을 열었다.
달칵.
최한은 재빨리 문을 닫았고, 케일의 목소리가 침실을 채웠다.
“케이지 씨. 인사는 아까 전에 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케이지 씨, 아까 왜 그곳에 있었습니까?”
케이지는 인질로 잡힐 만큼 약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가 왜 영웅의 탄생에서 미친 신관이었나?
영웅의 탄생.
그 책 속에서 케이지는 친우 테일러의 죽음 후, 그를 죽였던 암살자들의 절반을 죽이고 살인 행위 때문에 파문당했다.
‘신의 뜻보다 나는 사람으로서의 의리를, 도리를 먼저 했을 뿐이다. 그것이 나는 옳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자유다!’
그 이후, 그녀는 미친 신관이라 불리며 전쟁에서 의병으로 이름을 날렸다.
‘케이지 씨의 특기는 저주술이었지.’
죽음의 신 힘을 이용한 저주술로, 그 힘이 상당하다고 하였다.
지금껏 케이지가 싸우는 모습을 보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이 쉬이 인질로 잡힐 리가 없다.’
케일은 케이지를 바라봤고 그녀 역시도 케일을 바라봤다.
씨익.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해맑은 얼굴은 이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왜 인질로 잡혔냐고 물으신다면.”
케이지는 나직이 읊조리듯 답했다.
“엄한 왕국민들을 잡아가려길래 같이 잡혀 들어간 다음, 기회를 봐 한꺼번에 그놈들을 족치고 왕국민들을 구해서 나오려고 했지요.”
순간 케일은 뒤에서 알베르가 ‘…족쳐?’ 이 단어를 중얼거리는 것이 들려왔지만 그에 반응할 수 없었다.
케이지가 이어 말한 것 때문이었다.
“공자님. 죽음의 신께서 저에게 늘 성녀가 되는 것이 어떻냐고 질릴 정도로 말해왔지요. 어찌나 짜증 났는지 눈앞에 있으면 그 주둥이를 후려치고 싶었답니다.”
케일은 이상하게 점점 뒷골이 서늘해져 왔다.
“그런데 오늘은 말씀하시더군요. 다른 인간에게 성자 자리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입니다.”
침실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케이지가 ‘다른 인간’을 언급한 순간부터 모든 이들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그 정적을 깨며 케일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하얀 별이 말한 것을 진짜로 만드실 의향이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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