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7
546화.
하얀 궁 앞에 도열한 전사들의 수는 수백에 달했다.
케일이 가리킨 이들을 바라보는 하얀 별의 눈동자에 즐거움이 서렸다.
‘괜찮군.’
전사들이 내뿜는 기세, 긴장감, 전투에 대한 흥분이 주변 공기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래. 모두를 믿도록 하지.”
하얀 별의 말에 어느 누구도 환호성을 내거나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단단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그 눈빛에 하얀 별은 답했다.
“모두 출정하도록.”
척!
순식간에 수백의 전사들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하얀 별에게 고개를 숙였다.
피식.
하얀 별은 그 모습에 한 번 웃고는 뒤돌아 하얀 궁 안으로 향했다.
“떠나는 모습은 보지 않겠다.”
전사들의 고개가 들렸다. 그들은 궁 안으로 걸어가는 하얀 별의 뒷모습을 보았다.
하얀 별의 목소리가 전사들의 귓가에 박혔다.
“하지만 돌아오는 너희들을 위한 축배를 준비해놓으마.”
떠나는 모습은 보지 않겠다.
하지만 돌아오는 이들을 위한 축배를 준비해 놓겠다.
전사들의 눈동자가 이글거렸다.
축배. 하얀 별은 그들의 승리를 확정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축배의 선물은 귀족위, 권력, 돈, 명예 등. 수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을 터.
“잘 다녀오도록.”
하얀 별의 마지막 말과 함께, 궁의 문이 천천히 닫히기 시작했다.
끼이이익- 쿵!
그는 끝까지 전사들을 보지 않았고, 문은 굳건하게 닫혔다.
“모두 일어나도록.”
모크 백작의 말에 전사들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모크 백작은 뒤돌아 그런 그들을 눈에 담았다.
‘크크크.’
그는 속으로 웃음을 흘렸다.
수백 명의 전사들.
그 숫자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숲속에 있을 텅 빈 성 하나.
도시도 아닌, 개인의 성 하나 무너뜨리기에는 충분한 전력이었다.
‘그 질이 최상이니까.’
하나같이 엄청난 실력자인 48명의 귀족 대기자들.
그리고 그들이 이번 전쟁에 데려온 심복들 또한 강자라 평할 만했다.
‘우리 애들도 괜찮고.’
모크 백작이 데려온 다크엘프 전사들도 하나같이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놈들도 한자리 차지해야지.’
모크 백작은 이번 ‘검은 성 파괴’ 작전에서 그의 수하들이 공을 세우게 만들어 단승 남작 자리라도 얻게 할 작정이었다.
힐끗.
모크의 시선이 제 옆으로 향했다.
‘그래야 다른 것들을 제칠 수 있어.’
평소 이런 전투 자리에 검은 갑옷을 입고 나타났어야 할 후베샤 백작이 오늘은 입술을 질끈 깨문 채 평상복 차림이었다.
거기다가 게르세이 제사장은 무언가를 골몰하는 듯 아무 표정이 없었다.
‘아마도 내가 한발 앞서갈 것 같으니, 고민이 많은 것이겠지.’
다크엘프 노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백작님.”
그때, 그는 귀여우면서도 써먹기 좋은 동업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나르 공자.”
멋들어진 은백색 제복이 상당히 어울리는 소년이 모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봤자, 어리지. 미숙하고.’
이번 전쟁에 나르 공자를 데려가도 이놈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다 차지해야지.’
그는 자신과 저를 따르기로 한 귀족 대기자들 중 써먹을 만한 몇 명과, 자신의 심복들에게 공을 몰아줄 작정이었다.
‘물론 저 녀석이 데려온 뱀파이어들도 써먹어야 하고.’
나르가 데려온 뱀파이어 기사와 전사들을 바라보는 모크의 눈빛에 비웃음이 담겼다가 사라졌다.
‘프레도 공작 복수를 한답시고 최정예들로 데려왔군.’
잘 써먹어주마.
공은 못 세우는 위험한 자리에 너희들을 세워주마.
모크 백작은 뱀파이어들의 쓰임에 대해 결정을 내리곤 다시 아버지 복수와 우두머리로서의 안정적인 인정을 바라는 소년을 바라봤다.
그 소년은 모크와 눈이 마주치자 입을 열었다.
“다들 모크 백작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모크 백작은 올라가려던 입꼬리를 간신히 멈출 수 있었다.
모두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 얼마나 달콤한 말인가.
“그리고 백작님. 여기 있습니다.”
모크 백작은 나르가 가까이 다가와 남들 몰래 잽싸게 내미는 지도를 받아들었다.
그는 일전에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프레도 공작이 북부 연합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말에 나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확히 말하면 북부 연합 전투 당시, 뱀파이어 정보원들이 파에른 왕국에 침투해 정보를 몇 가지 가져왔습니다.’
‘그 정보가 수호 기사라는 클로페 세카의 집무실에서 빼어온 것이고?’
‘네. 그래서 정보의 진실성은 확인된 것입니다.’
‘그 정보가 무엇이지?’
나르가 나지막이 모크 백작에게 말했다.
‘헤니투스 영지 지도입니다. 그곳에 어둠의 숲 좌표도 있더군요.’
촤르르륵-
모크 백작은 손에 든 지도를 거침없이 펼쳐들었다.
‘역시 진짜군.’
지도에는 파에른 왕국 인장과 클로페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지도의 진실성이 올라갔다.
그의 입이 열렸다.
“텔레포트 이동진을 준비해라!”
수백의 전사들.
그 뒤에 자리하고 있던 마법사와 회색빛 로브의 사제들이 그의 명에 따라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크는 이를 보며 단단한 목소리로 외쳤다.
“좌표는 내 손에 있으니, 텔레포트 책임자는 확인하러 오도록!”
일부러 그는 대놓고 모두의 앞에서 말했다.
‘이번 검은 성 파괴 작전의 정보는 모두 내 손안에 있다!’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는 나르에게 작게 속삭였다.
“나만 믿거라. 나르.”
소년이 빤히 쳐다봤다.
“네 몫은 챙겨주마.”
그제야 소년은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모크는 그런 나르를 향해 비웃음을 흘릴 뻔한 것을 삼켜냈다.
‘흥. 착한 척해도 이놈도 같은 놈이야.’
착한 놈이었다면, 용기로 가득 찬 놈이었다면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모크와 같은 이득을 향한 욕망이 있다는 생각에 한결 모크는 나르가 편했다.
‘물론 경계해야 하지만.’
결국 프레도 공작의 아들이었으니까.
“사령관님.”
흑마법사가 모크 백작에게 다가왔다.
모크는 사령관이라는 칭호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그러나 겉으로는 근엄한 얼굴로 흑마법사를 대했다.
“좌표가 필요한가?”
“네. 사령관님.”
“이 지도를 보도록.”
흑마법사는 모크가 가리킨 지도 위 좌표를 확인하면서도 힐끗 그를 쳐다보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령관님,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이런 정보를 다 마련해 놓으셨는지 그저 감탄스럽습니다.”
“크흠.”
“이런 혜안이 부럽습니다.”
“…막중한 전투가 코앞이네. 집중하도록.”
“네!”
흑마법사는 제 아부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아무렇지 않아 하는 모크 백작의 기색을 읽고는 힘차게 답했다.
이번 작전만 성공한다면 후베샤 백작은 제칠 가능성이 높은 모크 백작이었다.
잘 보여야 할 상대가 제 말에 기분 좋은 것 같으니, 흑마법사도 절로 힘이 났다.
“그럼 바로 텔레포트 진을 가동하겠습니다!”
“그래. 정확한 위치로 이동하도록!”
“네!”
모크 백작은 예의 바른 자세로 저에게 인사하고 멀어지는 흑마법사를 근엄하게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도열하고 있는 전사들을 비장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소년은 그런 모크 백작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꼴값을 떨고 있네.’
케일은 신이 난 모크 백작을 보며 어떻게든 웃지 않기 위해 입에 힘을 꾹 주었다.
그래서 남들이 보기엔 그저 긴장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둥- 두둥— 둥-
케일은 사제들의 북소리와 함께 대규모 텔레포트 이동진이 더욱더 강한 빛을 뿜어내는 것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역시 뭔가 있어.’
사제들이 두드리는 북은 평범했지만, 저 중에 분명 마계의 물건이 있으리라.
“나르 공자.”
그는 갑자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후베샤 백작님.”
케일은 저를 부르는 후베샤 백작 가까이로 다가갔다. 그녀는 모크가 바쁜 것을 확인하고는 다가온 나르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다만. 그래도 프레도 공작님과 연이 닿아있으니.”
그녀는 고민이 많아보였다. 하지만 망설임 끝에 내뱉은 말에는 힘이 서려 있었다.
“조심해. 전투에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른다.”
케일의 표정이 묘해졌다. 그러나 후베샤는 이를 긴장으로 보고 차분히 말을 이었다.
“네 목숨은 네가 챙겨야 한다. 그리고 네 수하들의 목숨도 네가 챙겨야 한다. 그게 우두머리야. 알겠니?”
“알겠습니다.”
담담하게 답하는 케일의 등 뒤로 솔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부사령관님!”
후베샤는 잠시 솔레나에게 시선을 두었다가 케일에게 말했다.
“잘 다녀오려무나. 내가 가끔씩 공작가에 가서 네 아버지 상태를 살피마.”
“감사합니다. 백작님. 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
“…왜?”
“아버지께서는 현재 상태가 더 심각해지셔서 뵙기 힘든 상태십니다. 치료사들 외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으십니다.”
케일은 최대한 슬프게 말했다.
“그래서 저도 겨우 아침에 인사를 드렸지요. 조금만 늦었으면 치료 중이라 인사도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버지께서는 제 목소리가 들리셨을진 알 수 없지만요.”
후베샤는 의식 불명인 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네고 이곳에 왔을 소년의 마음이 느껴졌다.
“내가 찾아가면 괜히 방해겠구나. 가보지 않으마. 힘내려무나.”
케일은 꾸벅 인사하고는 솔레나가 부르는 곳으로 향했다.
후베샤 백작은 그런 소년을 바라보다가 소년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엔 대규모 텔레포트 진이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이미 모든 전사들이 텔레포트 진 위 자신의 자리에 서서 이동을 기다렸다.
케일도 제 자리에 섰다.
“서둘러야지.”
“죄송합니다.”
모크 백작의 한소리에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아냐. 긴장하지 말게.”
“네. 사령관님.”
모크는 슬쩍 케일의 안색을 살피더니,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도착하면 그곳에 길잡이가 나온다고 했지?”
어둠의 숲을 안내할 길잡이였다.
“네. 길잡이로 일할 녀석을 먼저 보내놓았습니다. 이전에 정보원으로도 활동했던 이라, 그쪽 지리에 빠삭합니다.”
“좋군.”
모크 백작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고 그는 흑마법사의 신호에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
둥- 둥둥— 두둥–
북소리가 절정으로 달한 순간.
파아아앗!
환한 빛과 함께 수백의 엔더블 전사들이 어둠의 숲으로 향했다.
***
어둠의 숲.
숲은 경계선은 없었지만 내부와 외부로 나뉘었고, 그 내부에는 강력한 몬스터들이 득실대고 있었다.
그 두 곳을 나누는 경계선 지역에, 눈부신 빛과 함께 곳곳에 환한 빛무리가 어리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빛무리가 사라지며 수백여 명의 전사들이 숲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중심. 사령관 모크 백작은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확실히 조금 다른 느낌의 숲이군.”
불가사의 영역 중 하나라 칭해지는 어둠의 숲.
동대륙과 서대륙의 몬스터가 모두 나타나고, 그 돌연변이까지 섞인 무시무시한 숲.
모크 백작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령관님.”
그곳엔 다크엘프 혼혈로 보이는 자가 가면을 쓴 채 그에게 허리를 숙여보였다.
“나르 공자. 이자가 그대의 길잡이인가?”
“네. 그렇습니다.”
모크 옆에 선 소년에게 가면 쓴 다크엘프 혼혈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을 뵙습니다.”
케일은 저에게 인사하는 이를 바라보다가 모크 백작을 쳐다보며 말했다.
“저의 소중한 부하이자, 이곳 지리에 아주 능통한 자입니다.”
당연히 이 길잡이는 지리에 능통할 수밖에 없었다.
길잡이는 어딘지 모르게 우아한 동작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나르 도련님의 시종이자 정보원으로 일했던 밥입니다.”
밥이 된 알베르 크로스만. 그는 로운 왕국의 지리에 능통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품에는 케일이 쥐어준 어둠의 숲 지도도 존재했다.
모크는 한 발짝 앞으로 나서며 주변 숲을 한번 쭈욱 둘러보고는 입을 열었다.
“동서남북. 사방에서 검은 성을 포위한다. 그리고 케일 헤니투스의 안식처를 파괴하고 무너뜨린다.”
굳건한 목소리에 전사들의 눈동자가 번뜩였다.
케일은 그런 모크의 뒷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어서 와. 어둠의 숲은 처음이지?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때, 케일의 머릿속으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이구나. 박복한 녀석, 꼬맹이 노릇도 힘들겠어.
어둠의 숲에 적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희미하게 금빛 가루가 흩날리며 조금씩 퍼지고 있었다.
고룡 에르하벤을 닮은 금빛이 은밀하게 숲을 뒤덮기 시작했다.
모크 백작이 외쳤다.
“모두 작전대로 투입한다! 1조 북으로! 2조 동으로! 3조 서로, 마지막 4조는 나와 함께 남쪽에서부터 검은 성으로 접근한다! 이동해! 시간과의 싸움이다!”
케일은 호랑이 굴에 제 발로, 아니, 용들의 굴에 제 발로 걸어 들어가려는 모크 백작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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