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48
547화.
숲으로 향하던 모크 백작은 4조를 이끌며 떠나기 전 뒤돌아섰다.
“부사령관!”
“네, 사령관님!”
“3조는 자네가 잘 이끌게.”
“걱정 마십시오.”
3조는 케일과 뱀파이어 전사, 그리고 기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길잡이!”
모크 백작의 부름에 알베르가 그의 곁으로 다가가 지도 네 장을 건넸다.
모크는 이를 각각 북서동을 이끄는 각 조장들에게 전달했다.
“모두 작전 순서는 숙달하고 있겠지?”
“네!”
“네!”
모크 백작은 각 조를 맡은 이들과 한 번씩 눈 맞춤을 하고선 한마디를 내뱉었다.
“부사령관.”
그의 부름에 케일은 손을 들어올렸다.
날렵하게 생긴 뱀파이어 3명이 앞으로 나섰다.
그들의 면면을 살핀 모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원이고, 어둠의 숲에 한 번씩 왔던 이들이다.”
그가 손짓했고, 3명의 뱀파이어가 각각 1, 2, 3조 조장의 곁에 섰다.
그리고 알베르는 4조 모크 백작의 옆으로 이동했다.
모크는 그제야 다시 뒤돌아섰다.
“출발하지.”
다크엘프로 구성된 4조가 검은 성 남쪽 방면으로 향했다.
“출발하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그에 곧바로 1조와 2조 조장을 맡은 귀족 대기자들도 지도를 뱀파이어 정보원에게 보여주며 빠른 속도로 이동하였다.
“우리도 출발하지.”
케일이 조장인 3조도 검은 성 서쪽 방면을 향해 움직였다.
케일은 떠나기 전 뒤돌아서 저를 응시하는 알베르 크로스만과 눈이 마주쳤다.
‘조금 이따가 보자.’
‘네, 저하.’
두 사람은 짧은 눈인사로 뜻을 나눴다.
-알베르 크로스만도 내가 살피지.
케일은 에르하벤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성 서쪽 방면으로 이동했다.
사사사삭- 사사삭-
나르의 움직임에 맞춰 3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 이동했을 겁니다.”
그리고 솔레나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케일은 방향을 틀었다.
“북쪽으로 간다.”
3조 서쪽 방면을 맡은 그가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휘이잉—휘이이-
프레도의 팔 밴드로 감쪽같이 숨겨져 있던 고대의 힘 바람의 소리가 그의 발끝에 맴돌았다.
나르 도련님과 어울리지 않는 힘이건만, 어느 뱀파이어 하나 그 모습에 의문을 표하지 않았다.
스스스스스-
뱀파이어들은 아무 말없이 그런 케일의 뒤를 따랐다.
백여 명이 조금 넘는 뱀파이어들이 일제히 북으로 이동했다.
그 선두에 선 케일은 길잡이가 되어 앞으로 나아갔다.
사사삭- 사사삭-
나뭇가지와 수풀을 헤치며 원래 도착했던 텔레포트 이동지에 다다른 순간, 그는 곧바로 방향을 북으로 틀었다.
그리고 조금 더 이동해 북쪽으로 향했던 1조의 길을 따라가기 시작했을 때, 케일은 입을 열었다.
“나와.”
사락.
큰 나무 하나가 흔들렸다.
쿠웅!
큰 소리에 케일은 시선을 돌렸다.
“어서 오십시오. 공자님.”
호족 주술사 가샨이 그를 반겼다.
사각. 사각.
풀들이 밟히는 소리와 함께 나무 그림자 속에서 하나둘 거대한 체구의 호족 전사들이 고개를 들어올렸다.
‘으음!’
솔레나는 들었던 바였지만, 매복하고 있던 호족 전사들의 눈빛을 마주하곤 손에 땀이 났다.
‘이제 시작이구나.’
그녀는 진정한 ‘작전’의 시작임을 깨닫고 몸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설렘도 함께였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다크엘프들의 정령은 4조를 따라 남으로 향했다.”
모크 백작 휘하의 다크엘프들이 다루는 정령.
그 정령들은 정령을 잡아먹는다고 하였다.
“그러니 지금이 기회지.”
케일의 손에 금빛 팽이채가 들려 있었다.
‘시키기만 해라. 혼돈, 파괴, 행복.’
‘오랜만이야! 어둠의 숲에서 기다리느라, 지겨웠어!’
‘어휴. 다크엘프 정령들 피해 숨어 있느라 고생했다고.’
까악. 까악.
케일은 고개를 들었다.
바람 정령 셋과 까마귀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며 어둠의 숲 하늘을 뒤덮기 시작했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작전명 ‘사냥’.”
그는 작전의 첫 번째 순서를 지시했다.
“1조부터 잡는다.”
1조 조장은 귀족 대기자들 중 으뜸으로 꼽히는 검사 안드레이라고 하였다.
“이동.”
그의 말과 함께 뱀파이어와 호족들이 북으로 향했다.
그 움직임은 은밀하면서도 신속했다.
3조가 1조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
1조 조장 검사 안드레이.
“조장님. 왼쪽 방향입니다.”
“그래.”
그는 뱀파이어 정보원의 말에 따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서도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그렸다.
‘곧이다!’
귀족 대기자들 중 으뜸으로 여겨지는 강자가 그였다.
물론 초대 귀족들에 비하면 부족한 실력이었지만, 다른 단체에 갔다면 최고의 대접을 받았을 실력이었다.
그는 소드마스터였으니까.
우우웅-
그의 검이 진동했다.
희미한 오러 연기가 맴돌았다.
“축하드립니다.”
그는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잠시 돌렸다.
또 다른 귀족 대기자가 아부 잔뜩 섞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슨 소리요?”
작전 수행 중에 무슨 소리냐는 듯, 안드레이는 엄한 표정으로 저에게 말을 건넨 이를 바라봤다.
그런 표정에도 말을 건넨 이는 미소를 더 짙게 그렸다.
“에이. 다 아시면서.”
“크흠.”
헛기침을 하며 안드레이는 시선을 돌렸다.
“…시답잖은 소리는 나중에 하도록 하지요.”
“이제 우리끼리 있으니까 하는 말 아닙니까?”
그의 말에 안드레이는 힐끗 뱀파이어 정보원을 바라봤다. 이자가 있는데, ‘우리끼리’라는 표현은 성급한 행동이란 의미였다.
“아.”
그제야 귀족 대기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음흉한 미소를 안드레이에게 지어 보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드레이 수하들은 물론이거니와 그와 함께 움직이는 24명 귀족 대기자들 병력의 표정이 다 밝았다.
‘흐흐. 그 마음이 이해가 되기는 하지.’
안드레이는 그 마음을 매우 이해했다.
‘검은 성 파괴’ 작전.
케일 헤니투스를 비롯한 핵심 전력이 없는 성을 파괴하고 그 안의 인원을 인질로 잡아둔다는 내용의 작전.
‘쉽진 않을 거야.’
케일 헤니투스와 주요 전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케일 헤니투스가 성을 비워둔 것은 그만한 방비를 해두었기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작전의 난이도는 상중하 중 상에 해당할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죽을 만큼 위험한 일은 아니지.’
그게 1조 조원들의 표정을 밝게 만들었다.
특히 안드레이는 기대감이 치솟아 올랐다.
이번 작전이 성공만 한다면.
‘성공만 한다면 못해도 나는 귀족 작위를 받겠지.’
1조장을 맡았으니까.
물론 그 때문에 모크 백작의 밑으로 잠시 들어갔지만, 마냥 그의 밑에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안드레이는 표정을 갈무리하며 입을 열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도록!”
“네!”
그는 정보원을 향해 지시했다.
“속도를 더 높이자고.”
얼른 약속 장소로 가서 검은 성을 포위할 작정이었다.
안드레이는 의욕이 치솟다 못해 넘쳐흘렀다.
“네.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정보원이 지도를 든 채 앞으로 치고 나갔다.
안드레이도 가볍게 그 뒤를 따랐다.
“크윽!”
그때, 정보원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뭔가!”
안드레이가 놀라서 정보원을 바라봤다.
“바, 발이-!”
정보원이 놀란 얼굴로 엎어진 채 제 발목을 붙잡았다.
“…어?”
안드레이의 눈이 커졌다.
땅에서부터 솟구쳐 올라 뱀파이어 정보원의 발목을 꽉 붙잡고 있는 금빛 밧줄이 보였다.
“밧줄?”
케일 헤니투스가 심어둔 함정 장치인가?
의문이 생긴 순간, 그는 등 뒤가 섬찟해져 왔다.
‘아냐.’
사방에서 무언가가 옥죄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이건 단순한 함정이 아니다!’
그는 아직도 엎어져서 다리를 붙잡고 있는 뱀파이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 순간, 그는 우연히 제 팔에 내려앉는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가던 안드레이. 그는 미처 그 존재를 알지 못했다.
그것은 손등에 소리 없이, 감촉 없이 조용히 내려앉았으니까.
“…가루?”
금빛 가루가 그를 포함한 1조 주위를 어느새 맴돌고 있었다.
그 양이 급격하게 늘어갔다.
‘위험하다! 이건 위험한 거야!’
안드레이는 그리 느낀 순간 곧바로 입을 열었다.
“…피해! 물러서!”
그는 외치는 것과 동시에 몸을 뒤로 빼려고 하였다.
금빛 가루.
이것의 정체는 알 수 없었지만, 소드마스터의 문턱을 간신히 넘은 그에게 이 상황은 위급하다고 그의 감각이 알려주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커헉!”
“컥! 온몸이!”
“으악!”
가루가 순식간에 뭉쳐들고 몸집을 키웠다.
그리고 1조 조원들의 몸을 옥죄었다.
“아, 안 돼!”
“몸을 움직일 수가 없어!”
빛나는 금 밧줄은 단순한 줄이라기엔 그들을 묶는 힘이 대단했다.
다들 몸을 뒤트는 것조차 버거워 했다.
“크윽! 이런 힘이라니!”
안드레이는 검을 뽑기도 전 그의 온몸이 밧줄에 묶이고야 말았다.
순식간이라 피할 수도 없었다.
‘함정인가?’
아니다.
그는 곧 이 밧줄이 케일이 심어둔 함정이라는 가정을 지워버렸다.
‘이건 누군가 우릴 공격한 거야.’
정확하게 1조원을 노리고 묶는 힘.
그건 현재 이곳을 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더불어 한 가지 명확한 진실이 있었다.
‘강하다.’
소드마스터여서 1조장을 맡았지만, 1조의 조원들 대부분도 상당히 강한 자들이었다.
더욱이 마법사도 있었건만 그들 모두를 속이고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안드레이는 식은땀이 났다.
그는 두려움을 삼킨 채 입을 열어 목소리를 높였다.
“누구냐! 누가 이딴 기습을 하는 것이냐!”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그의 손은 어떻게든 밧줄을 벗어나 검집으로 향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검만 뽑으면! 그럴 수만 있다면 이깟 밧줄쯤이야 오러로 베어내면 되었다.
그때였다.
“어딜 보는 것이지?”
안드레이는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갤 들어야지.”
흠칫.
안드레이는 어깨를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나무 위, 굵은 나뭇가지에 걸터앉아 있는 엘프를 볼 수 있었다.
백금발의 아름다운 엘프가 미소를 그렸다.
“용의 둥지로 들어왔으면서 살아 돌아가길 원하는가?”
뭐?
용의 둥지?
안드레이는 분명 엘프를 마주하고 있건만, 엘프의 눈동자를 본 순간 온몸이 서늘하게 식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이었다.
“흐음. 아쉽네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드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누구였지?’
곧 목소리의 주인이 떠올랐다.
어투가 너무 달라서 순간 헷갈렸지만 기억났다.
‘…나르 본 이젤른 공자!’
아군이다!
나르가 왜 여기에 있나 의문이 생기기도 전, 그는 아군을 만난 기쁨에 천천히 돌리던 고개를 황급히 돌렸다.
그곳엔 나르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순수하면서도 용기 가득한, 아버지의 복수를 원하는 소년의 어조가 아닌. 차가운 목소리가 안드레이의 귓가에 닿았다.
“정말 아쉽네.”
나르는 아쉬워했다.
소년의 시선이 나뭇가지에 걸터앉아있는 백금발의 엘프에게로 향했다.
“선수를 치시면 어떻게 합니까?”
…뭐?
순간 안드레이는 제 귀를 의심했다.
그러나 그 의심은 곧 명확한 답이 되어 돌아왔다.
나르가 그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내가 먼저 잡았어야 했는데.”
크르르르-
그 순간 1조는 제 주변을 가득 채우는 맹수의 소리가 들려왔다.
사락. 사락.
하지만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맹수보다 무서운 호랑이족 수인이었다.
광폭화를 한 이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이게 무슨!”
안드레이는 다시 나르를 보며 외쳤다.
“나르 공자!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오! 당신, 우릴 배신한 거요?!”
하지만 나르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다른 이가 답했다.
“배신이라니.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누구냐!”
그 순간, 케일 뒤에 있던 뱀파이어 기사 중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왔다.
뱀파이어들이 고개를 숙이며 그를 위해 길을 터주었다.
기사는 쓰고 있던 투구를 벗었다.
“내 얼굴은 알고 있겠지?”
“…어, 억!”
안드레이는 놀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씨익.
그 모습을 보며 프레도 공작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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