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6
555화.
“그게 무슨 소리지?”
최한은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엔 알베르가 있었다.
“…누구?”
케이지가 가면을 쓰고 목소리를 변조한 알베르를 알아보지 못하고 경계어린 눈초리로 그를 응시했다.
그때, 최한의 입이 열렸다.
외침과도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럴 리 없습니-!”
“목소리 낮춰.”
알베르가 최한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힐끗. 알베르의 시선이 닫힌 작전실의 문으로 향했다.
갑자기 이상한 표정으로 작전실을 나간 최한이 이상해 뒤따라왔다가 케이지가 했던 말들을 일부분 들은 알베르였다.
‘…케일과의 죽음의 맹세가 끊긴 게-’
죽음을 뜻한다고?
알베르는 저를 쳐다보는 최한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프레도 공작이 다 듣길 원하나? 적들이 다 들었으면 좋겠나? 지금 이 상황을?”
열렸던 최한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최한의 시선이 닫힌 작전실 문으로 향했다.
알베르가 속삭였다.
“케일이 언급되자마자 문을 바로 닫았으니, 안에 있는 이들은 듣지 못했을 거다.”
알베르가 하는 말인 만큼, 최한은 그제야 깊은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엔더블 왕국으로 가야 합니다. 어서 엔더블로 가야 합니다.”
최한은 손끝이 떨려왔다. 그의 입에서는 같은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빨리 엔더블로 가야-”
“조용히 좀 해!”
짜증 가득한 알베르의 목소리에 최한은 비로소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최한의 눈동자가 커졌다.
‘…알베르 크로스만이 이렇게 드러내놓고 짜증과 화를 냈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최한은 알베르도 여유가 없음을 깨달았다.
알베르는 짜증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생각 중이야. 생각. 어떻게 해야 하나.”
케일 헤니투스가 죽는다?
이렇게 갑자기?
옆에 에르하벤이나 버드가 있는데?
그게 가능하나?
쾅!
알베르는 작전실 문이 부서지듯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으음.”
그리고 침음을 흘렸다.
알베르는 덜덜 떠는 검은 용을 볼 수 있었다.
“이, 인간이!”
라온이 덜덜 떠는 두 앞발에 영상통신구를 움켜쥔 채 다가왔다.
콰직. 콰지직.
라온의 주위에 검은 마나가 불규칙적으로 진동했다.
파지직!
그 마나에 반응해 영상통신구 표면에 금이 가고 있었다. 점점 더 거대하고 강한 마나가 라온의 주위에서 일렁였다.
라온은 알베르의 굳은 얼굴을 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인간이 사, 사라졌다고 하, 한다. 그, 금 용 할배가- 할배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라온의 모습에 알베르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그는 라온 너머 열린 작전실 문 안을 들여다봤다.
열린 작전실 안에는 로드 쉐리트와 프레도 공작, 용 혼혈이 앉아있었다.
프레도가 묘한 표정으로 팔짱을 낀 채 이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알베르의 입이 열렸다.
“빌어먹을 새끼.”
케일 헤니투스. 도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다니는 거야?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것이지?
‘…일단.’
알베르는 케일이 사라졌다고 한 에르하벤의 말을 떠올렸다.
‘아직 죽은 건지 아닌지 모른다.’
그렇다면.
“최한.”
“네.”
“너 엔더블로 가라.”
알베르는 프레도를 바라보며 가면을 벗었다.
동시에 그의 피부색과 눈, 머리칼 색이 바뀌었다.
“……!”
프레도 공작의 눈동자가 커지며 그의 입이 절로 벌어졌을 때, 알베르는 입을 열었다.
“난 왕궁 먼저 갔다가 뒤따라가도록 하지.”
최한과 알베르의 시선이 부딪쳤다.
최한의 입이 열렸다.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최한과 알베르는 그 말을 끝으로 각기 다른 방향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
케일은 숨이 막혀왔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
숨을 쉬고 싶지만, 호흡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눈도 떠지지 않았고, 귀도 멍멍했다.
코로 맡아지는 냄새도 없었다.
‘분명 검은 손에게 붙잡혀 어딘가로 끌려가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이상은 떠오르지 않았다.
숨이 막히는 상황임에도 모순되게도 케일은 숨을 쉬고 있었다.
이런 역설 속에서 케일은 최대한 몸을 움직이려 힘을 주었다.
‘빌어먹을! 이게 무슨 상황이야!’
꿈틀거릴 수라도 있으면 좋겠건만 그의 몸은 작은 움직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신의 손을, 운명을 벗어난 아이야.
케일은 순간 들려온 소름 끼치는 음성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첫 번째로 허락된 감각은 청각이었다.
쿵. 쿵. 쿵.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인간이란, 생명체란 본디 태어나고 죽는 것이 그 순리이자 운명. 너는 그것을 벗어났구나.
누구지?
지금 검은 손이 말하는 건가?
검은 손은 무엇이지?
-더불어 시간마저도 뒤틀렸어. 너는 너이면서도 동시에 너가 아닌 존재.
몸이 떨려왔다.
이 상황에서 케일에게 두 번째로 허락된 것은 떠는 일이었다.
본능적인 공포감이었다.
-케일 베로우. 그 아이만이 내 힘을 이어받을 자격이 있다 생각했거늘. 너도 같구나.
순간 케일은 귀가 번쩍 뜨이는 기분을 느꼈다.
그는 말하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일었다.
그러자 입이 열렸다.
“당신은 누구지?”
-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천족이 신을 섬기듯, 마족도 섬기는 존재가 있는 법. 나는 마족들이 섬기는 존재다.
마족이 섬기는 존재?
-나는 신들의 봉인에 의해 오랫동안 잠들고 잠시 깨어나고를 반복해야 했지.
“…그래서 당신이 누구인데?”
순간 케일은 제 몸을 쓰다듬는 거대한 손길을 느꼈다.
그러나 그 손길이 닿을 때마다 끔찍한 공포가 그를 덮쳐왔다.
그때, 그 목소리가 케일의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악.
뭐?
순간 케일은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그것의 목소리는 끝나지 않았다.
-나는 고독.
-나는 절망.
악이자 고독이자 절망인 것.
-나는 너 같은 인간들이 원하지 않는 그 자체이다.
본능적인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주는 존재.
-다가오는 것 자체가 공포가 되는 바로 그 존재.
-하지만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것.
케일은 순간 눈이 떠졌다.
그는 눈이 마주쳤다.
-그것이 나다.
핏빛 눈동자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흐읍!’
순간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너는 고독했으며 절망 앞에 체념했으며 아팠으며 너를 둘러싼 악과 자주 만나야 했다.
-또한 운명을 벗어나 신의 손을 벗어났으며, 시간마저 뒤틀려 너이면서도 동시에 너가 아니다.
소중한 것은 모두 잃었으며 죽음의 운명에서 벗어난 김록수의 삶.
그리고 김록수이면서도 케일 헤니투스이기도 한 삶.
-아이야.
핏빛 눈동자가 웃음을 그리며 속삭였다.
-너도 나를 원하느냐?
케일은 입을 열었다.
그 입술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는 떨림과 함께 말했다.
“미쳤냐?”
케일의 입꼬리가 바들바들거리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나는 돈 많은 백수가 꿈이야. 미친놈아.”
죽음의 신 성자도 거절한 인간이 나라고.
-하하하하-
“크윽!”
케일은 공간을 뒤흔드는 웃음소리에 순간 귀가 찢어질 것 같았다. 고막이 터질 것 같았다.
그러나 상대방은 이 상황이 매우 즐거운 듯했다.
-재밌구나, 재밌어.
눈동자가 케일에게 조금 더 다가왔다.
-네가 다른 아이보다 재밌구나.
케일과 눈동자는 서로를 바라봤다.
-똑같은 상황인데 어찌하여 이리도 나아간 방향이 다를까?
“어쩌라고?”
-끝까지 지지 않고 대드는 점도 재밌구나.
순간 핏빛 눈동자가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케일은 제 몸이 사방에서 짓눌리는 것 같은 감각을 느껴야 했다.
“크윽!”
그때 기이한 음성이 속삭였다.
-나를 원하게 만들어주마.
뭐?
-내가 필요할 때, 나를 부르거라. 나만이 네 절망을 부서뜨려 줄 수 있으니.
케일은 순간 제 몸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핏빛 눈동자가 점차 멀어졌다.
‘어디로 가는 거야?’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커헉!’
그는 순간 저를 뒤흔드는 격한 통증에 눈을 질끈 감았다.
다시금 감각들이 마비되어갔다.
세상과 이어진 모든 통로들이 끊어져 갔다.
케일은 숨을 쉬려고 어떻게든 간절히 움직였다.
“흐읍!”
그리고 숨을 쉴 수 있게 되었을 때.
“커헉!”
케일은 제 배에 닿는 큰 통증을 느껴야 했다.
그의 몸이 공중에 떴다가 이내 바닥에 닿았다.
쿵!
“커헉, 컥!”
케일의 몸이 바닥을 뒹굴며 뒤로 굴러갔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정신이 들자마자 배를 얻어맞았고, 공중에 떠 바닥을 뒹굴어야 했다.
“크윽!”
케일은 손을 뻗어 바닥을 짚었다.
그때 제대로 시야가 잡힌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시멘트?’
부서지고 금이 갔지만, 시멘트 바닥이 눈에 들어왔다.
케일 헤니투스의 세상과는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물질이었다.
“야! 이 애새끼가 똑바로 안 서냐? 조금 전까지 그 시건방진 모습은 어따두고? 응?”
“크크큭! 야, 야, 적당히 해. 네가 오죽 세게 찼으면 지금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잖냐?”
한국어다.
“끄으……!”
케일은 신음을 참으며 바닥에 엎어졌던 몸을 뒤집었다.
그러자 회색빛 천장이 보였다.
‘…내 몸이 이리 약했던 때가 언제였더라?’
몸에 힘 자체가 없었다.
앙상해진 손목이 보였다.
그 순간, 케일은 회색 천장으로 가득한 시야에 들어차는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야, 저 자식 몰골이 엉망인데?”
“그러게 가만히 시키는 대로 움직일 것을 왜 같잖게 나대냐고!”
케일을 향해 비웃음과 경멸을 담은 채 내려다보고 있는 사람들.
한국인이다.
“하!”
케일은 기억났다.
저 얼굴들이. 그리고 이 상황이.
자신이 얻어맞고 다녀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던 그때다.
“…그 자식들이네.”
그때, 나를 때렸던 놈들 중 하나네.
케일은 웃음이 흘러나왔다.
“흐… 흐흐.”
“뭐야? 이 새끼가 한 대 얻어맞고 정신이 나갔나?”
세상이 뒤집힌 지 아직 1년이 지나지 않은 때.
대격변이 일어난 겨울을 지나, 봄, 여름을 보내고 찾아온 가을.
그 가을이다.
처음으로 등급 외 괴물이 서울에 나타나 세상을 공포에 빠져들게 했던 그 늦가을이다.
동시에 세상이 혼란의 극치에 달했으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고.
“어린 새끼가 어디서 눈을 부라려?”
본래 별 볼 것 없던 김록수가 가장 별 볼 일 없고 약했던 그 가을이다.
케일은 그 가을의 끝자락에 김록수가 되어 눈을 떴다.
입가에 흘러내리는 피가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이 현실임을 알려주었다.
“…빌어먹을.”
악인지 절망인지 고독인지.
그 ‘검은 손’ 놈 새끼.
케일의 눈동자에 불길이 일었다.
“짜증 나네.”
그의 말에 그를 둘러싸고 있던 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뭐? 이 또라이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너 죽고 싶어?”
“이 자식이! 언제 뒤져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놈이 감히 그딴 눈으로 쳐다봐?”
케일은 그 말들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처음으로 등급 외 괴물이 나타났던 곳.
그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지금까지 겪었던 대격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공포를 넘어서는 죽음이 그 등급 외 괴물이 나타난 지역을 뒤덮었다.
그 바람에 세상은 다시 뭉쳐들기 시작했다.
오히려 그 끔찍한 사건이 다시 세계가 사회를 일구고 일어설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 지역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 중 몇 명이 한국 사회의 중심이 되었다.
“…팀장.”
팀장 이수혁이 그 사건을 겪었던 자였다.
‘야, 내가 사실 우리 팀장을 어디서 봤는 줄 알아? 나도 그 사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었거든. 그 끔찍한 사건 있잖아. 그 사건에서 살아남았어. 그리고 팀장이 싸우는 걸 봤지.’
최정수 그 녀석도 그곳에 있었다.
그 사건에서 두 사람은 살아남았지만, 수많은 생명이 그 등급 외 괴물의 손에 죽어야 했다.
과거 최정수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말했었다.
‘진짜, 내가 그때 그걸 보고 진짜 지옥이 여기구나 싶었다니까.’
케일의 눈동자에 불길이 더욱더 거세게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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