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58
557화.
일단 오늘의 정확한 날짜를 알아야 했다.
‘그리고 인원을 체크해야 돼.’
현재와 미래를 아울러 전투에서 싸울 인원을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부터 바뀌어야 해.’
능력을 개방해야 한다.
하지만 능력은 언제 어느 때에 개방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케일만 해도 회사에 입사하고 난 뒤, 능력이 개방되지 않았나?
그러니 현실적으로 케일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미래 능력을 지금 개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능력이 개방될 때의 감각은 경험해봤어.’
새로운 세상이 보이는 듯한 그 느낌.
그 느낌을 되새기면서 능력이 개방될 때와 비슷한 일들을 겪으면 조금 더 빨리 능력이 개방되지 않을까?
‘…중심 쉘터 때는 능력이 개방되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등급 외 괴물 때는 능력이 있으면 좋을 텐데.’
케일의 안색이 굳어졌고, 그에 김씨 할머니는 배 위에 올려진 케일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싸아아아-
순간 케일은 제 배에 감도는 노란 빛을 보았다.
저도 모르게 케일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할머니,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케일은 배의 통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배의 멍이나 상처가 곧바로 아물었을 것이다.
할머니의 치유 능력이리라.
“…쓸데없는 일에 힘을 소모하시면 어떡합니까?”
김씨 할머니의 치유 능력은 외상에만 사용 가능했으며 1주당 그 사용량이 정해져 있었다.
사용 횟수는 상관이 없어 멍이나 타박상일 경우에는 수십 번도 넘게 사용 가능했지만, 골절이나 큰 출혈의 경우에는 잦은 사용이 불가했다.
외상의 경중에 따라 사용되는 치유량이 달랐으니까.
그래서 박진태는 될 수 있으면 괴물들과 싸울 수 있는 귀중한 공격 자원들을 치료하는 일에 김씨 할머니의 힘이 쓰여지길 원했다.
케일의 말에 김씨 할머니는 다정한 미소를 그렸다.
“쓸데없는 일이라니, 중요한 일이지.”
할머니는 일어서더니 케일에게 어서 일어나라 손짓했다.
“록수야. 들어가자.”
케일은 그 따스한 미소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더 이상 통증이 없었다.
“야, 이 바보 같은 놈!”
“형!”
케일은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쉘터에서 허겁지겁 뛰어나오는 이들이 보였다.
각각 대학생, 고등학생쯤 되는 애들이 다급하게 다가와 케일을 부축했다.
“야, 괜찮냐?”
“형, 괜찮아요?”
아. 이 사람들도 있었다.
이진주. 이성원.
둘은 남매였고, 능력자였다.
‘물론 다른 능력자들은 비웃는 능력을 지녔지.’
지금으로선 쓸모없는 우스운 능력으로 평가받는 것을 지닌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이 사람들도.’
죽었다.
케일은 순간 속이 꽉 막히다 못해 숨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
“괜찮아.”
하지만 그의 얼굴과 목소리에서는 티가 나지 않았다.
“아이고. 센 척은!”
이진주가 코웃음을 쳤지만, 김록수의 몸을 살피는 그녀의 눈동자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케일은 이진주와 이성원의 부축하는 손을 살짝 떼어내곤 먼저 걸음을 옮겼다.
“들어가자.”
남매는 무덤덤한 케일을 가만히 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그 뒤를 따랐다.
“그냥 부축받지. 왜 그리 느리게 걷냐?”
“형. 먼저 들어가 볼게요! 일하다 말고 와서요!”
이 중심 쉘터 안의 사람들은 각자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물론 그 일은 박진태에게 인정받은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일이었다.
김록수는 그런 인정을 받지 못해 심부름을 빙자한 시비 걸기를 당하는 신세였고.
“참, 둘이 서로 의지하면서 지내는 모습이 좋지 않니?”
김씨 할머니가 남매의 뒷모습을 보며 다정한 미소를 그렸다.
케일은 대답 대신 남매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온과 홍이 생각났다.
“할머니.”
“음?”
“오늘 며칠이죠?”
“오늘?”
“네.”
뭔 그런 질문을 다 하냐는 듯 의아하게 바라보던 김씨 할머니는 이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오늘은 24일이지.”
“10월이요?”
“그렇지? 갑자기 날짜는 왜 묻니?”
“그냥요.”
10월 24일.
케일은 오늘 날짜를 되새겼다.
“…빌어먹을.”
“…록수야.”
“죄송합니다. 갑자기 화나는 일이 생각나서요.”
그는 자신의 거친 말에 걱정스레 바라보는 김씨 할머니에게 작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랜만에 미소 짓는 록수를 본 김씨 할머니는 잠시 눈이 커졌다가 이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은 그런 그녀의 옆을 걸으며 속으로 되새겼다.
‘빌어처먹을!’
욕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앞으로 하루 뒤.
10월 25일 낮.
전 세계의 중심 쉘터가 무너진다.
대격변 이후 간신히 적응하던 사람들에게 절망을 안겨주는 사건의 시작 날이었다.
‘하루밖에 시간이 없다고?’
케일은 중심 쉘터 안으로 들어섰다.
“그럼 나도 이만 일하러 가마.”
김씨 할머니는 자신의 자리로 떠났고, 케일은 중심 쉘터 안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정말 초기 때가 맞네.’
정문으로 들어선 건물 1층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김록수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았다.
‘자기 살기 바쁜 때니까.’
케일은 걸음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1층 정문 근처를 지나면 허리쯤 오는 가벽이 하나 있었다.
그걸 지나자 다닥다닥 붙어서 지내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김록수와 비슷한 처지였다.
능력을 각성하지 못했으며, 그 외에도 딱히 지금 세상에 필요한 기술이나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은 이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가 다시 일어서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게 되지만.’
그들도 역시 각자에게 주어진 일을 하고 있었다.
저벅 저벅.
케일은 그들을 지나쳐 더 걸음을 옮겼다.
중심 쉘터의 2층은 ‘능력자 및 효용 가치가 있는 인간’들이 머무는 숙소였다.
이씨 남매들은 2층에 침실이 있었다.
‘사실 침실이나 숙소라고 표현하기에는 엉망인 상태지만.’
그냥 비와 바람을 피할 공간이 숙소였고, 운이 좋아 천이라도 있으면 그게 이불이던 때가 지금이었다.
하루 먹고살 식량이라도 어찌어찌 구하면 다행이었다.
‘박진태 무리가 나눠주기는 했지.’
박진태 무리는 밖으로 나가 식량이 될 만한 것들을 구해왔다.
괴물들을 피하고 도망치면서 말이다.
‘싸우는 경우도 있지만, 미래와 달리 아직까지는 3등급 괴물도 버거워하던 때니까.’
능력을 발현해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때였다.
능력은 응용이 가능했으며 이를 ‘발전’이라고 표현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시도할 상황이 아니지.’
사회 기반이 모조리 무너졌다.
전기도 없다.
밤만 되면 깜깜한 어둠에 휩싸였다.
그나마 쉘터는 꺼지지 않는 불이 담긴 화로가 군데군데 있어 완전한 어둠에 잠식되지는 않았다.
케일은 걸음을 옮기며 제 손을 내려다봤다.
‘비실비실하구만.’
정말 몸이 빼빼 말라 있었다.
박진태 무리는 딱 먹고 죽지 않을 정도만 나눠주었다.
‘그래야 이 쉘터 안의 사람들이 다 나눌 수 있으니까.’
식량을 구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김록수도 먹고 죽지 않을 정도만 제공받아 버티며 살 수 있었다.
‘물론 가치가 있는 사람은 더욱더 많은 식량을 제공 받았지.’
그래서 김록수와 사이가 좋은 능력자 중에 몇몇이 그에게 자신 몫의 식량을 나눠주기도 했다.
‘…세상은 마냥 삭막하지 않아.’
상황이 절망적이라고 한들,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마저 마냥 메마른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케일은 박진태를 악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곳에서는 식량조차 나눠주지 않는 곳도 많으니까.’
남이 굶어 죽든 말든 신경 쓰지 않는 이들이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박진태는 김록수와 같은 이들을 무시하고 깔보고 그럴지언정 먹고살 수는 있게 해주었다.
‘뭐, 나처럼 반항적인 놈들을 패기는 했지만. 아니지, 유독 나만 미워했지.’
하지만 적어도 괴물을 마주했을 때, 도망칠 수 있는 다리 힘은 유지하게 해주었다.
이 중심 쉘터를 자신만의 왕국으로 만든 놈이지만, 도리는 지켰다.
인간이 넘어선 안 되는 선은 넘지 않았다.
그리고 제 몫의 식량을 나눠줄 마음가짐은 되어 있었다.
나이가 들어보니 보였다.
‘오히려 박진태가 능력 있는 자들을 추켜 세워줬으니 이 구조가 유지된 것일 수도.’
사회적 시스템이 모두 무너진 이때.
능력자 중에 자신이 애써 구해온 식량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하지만 박진태가 능력만 있으면 대우를 해주니, 그나마 이런 식량 공유 시스템 속에서 남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박진태는 현재 아주 강한 공격형 능력자 축에 속해.’
이수혁 팀장이 괜히 박진태에게 맡긴 것이 아니다.
박진태는 아주 강한 딜러이자 괜찮은 탱커 역할도 가능했다.
그리고 이철민을 비롯하여 박진태를 따르는 녀석들의 전력도 초기 때치고는 괜찮았다.
‘박진태를 이용한다.’
케일의 머릿속에서 차근차근 계획이 세워져 나갔다.
‘그리고 김씨 할머니에, 진주 누나랑 성원이도 있어.’
그 외에도 이번 일에 필요한 다른 사람들도 있었다.
케일은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이 중심 쉘터에서 김록수가 머물던 곳.
1층 가장 끝자리.
무너져내린 천장 바로 옆.
1층 후문 근처.
“…여긴 비가 다 샜지.”
다른 곳과 달리 금이 간 천장에서 비가 새던 곳이 김록수의 자리였다.
“새삼스럽게 혼자서 뭔 소리야?”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려왔다.
걸걸하고 세상의 찌든 때가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네가 그 자릴 택해 놓고선.”
맞다.
저 사람의 말대로, 케일이 이곳을 택했다.
박진태는 무능력한 케일에게 1층을 배정했고, 케일은 비가 새는 이곳을 자신의 자리로 잡았다.
“왜? 갑자기 다른 자리로 옮기고 싶냐? 희생하는 척할 때는 언제고?”
케일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시비 걸 거면 다른 데 가시죠?”
“크크크! 시비는 무슨!”
케일의 시선이 닿은 곳은 그의 바로 옆자리에 누워있는 중년 남자였다.
그는 두 무릎 아래에 아무것도 없었다.
동시에 이수혁 팀장이 구한 인간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장만수.
“야! 박진태들한테서 얻어맞았다며? 괜찮냐?”
장만수는 목을 일으켜 세워 벽에 기댔다.
“나쁜 새끼들. 이리 비실비실한 놈을 때릴 데가 어딨다고! 천벌 받을 놈들!”
“괜찮아요. 할머니가 치료해주셨습니다.”
케일은 그 장만수의 옆.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으응? 할머니가? 어이구, 그 할머니는 왜 그리 너를 챙긴다냐? 뭔 착한 놈이라고 치료까지 해줘?”
“지금 제가 치료받아서 마음에 안 듭니까?”
“에이~. 그런 말이 아니잖아? 크흐흐! 그냥 해본 소리지! 농이야, 농!”
케일은 저에게 능글맞으면서도 장난스럽게 말을 건네는 장만수를 가만히 바라봤다.
장만수.
그는 대격변으로 가족들을 모두 잃었다.
출근하러 가는 도중이던 그에겐 아내와 두 아이가 있었다고 했다.
장만수가 겨우겨우 집이 있던 건물로 돌아왔을 땐, 모두 죽고 난 뒤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가족을 죽인 괴물을 맞닥뜨렸다.
그는 집으로 오기 위해 괴물을 피해 죽자 살자 도망만 쳤다고 한다.
그러면서 상상했다고 한다.
집에 가족들이 살아있고, 괴물을 피해 가족들을 피신시켜 안전한 곳으로 갈 상상을 말이다.
하지만 집으로 와서 가족은 죽어있고 괴물을 마주한 순간, 그는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도망이라는 단어는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저 눈앞의 저 괴물을 찢어죽여야 살 것 같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괴물에게 무릎 아래의 두 다리를 잃었고, 장만수는 그냥 그대로 죽을 작정이었다고 했다.
가족이 없는 세상은 살아갈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그런 그를 팀장이 구했고, 지금의 장만수는 그냥 숨이 붙어있으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저씨.”
“왜?”
케일은 그런 그를 나직이 응시하다가 몸을 숙였다.
장만수 가까이 다가갔다.
“아저씨.”
“이 새끼, 갑자기 왜 이래?”
장만수가 평소와 다른 김록수의 행동에 의아해 그를 바라봤을 때.
케일은 작게 속삭였다.
“나 좀 도와주시죠.”
장만수의 얼굴에 의아함이 서렸다.
“나? 나보고 한 말이야? 나 같은 놈이 무슨 도움? 너 맞고서 어디 정신이 나갔냐?”
“아저씨.”
케일은 남들이 들리지 않게 작게 속삭였다.
“얼마 전에 능력 각성하셨죠?”
순간 장만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의 입이 벌어졌고, 그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케일은 그런 그를 보며 미소를 그렸다.
서글픔이 담긴 미소였다.
과거 장만수도 중심 쉘터가 사라진 날 죽었다.
싸우다가.
‘크흐흐! 다행이야! 이번에는 지키다가 내가 먼저 가서!’
그는 중심 쉘터가 무너지기 얼마 전 능력을 각성했다고 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억은 김록수에게 남아, 그가 케일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방패를 택하게 만들었다.
“아저씨, 능력은 방패죠?”
장만수가 굳어서 아무 말을 하지 못했다.
‘어떻게 능력을 각성한 것을 알아챘지?’
능력을 각성해도 겉으로 보기에는 딱히 다른 사람들과 차이가 없었다.
그렇기에 능력을 보이거나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었다.
물론 외양에 변형이 일어나는 능력자도 있었지만, 장만수는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걸 김록수가 알아챘다고?’
그것도 능력의 내용까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에게 케일은 속삭였다.
“곧 중심 쉘터가 무너질 겁니다.”
“뭐, 뭐?!”
놀라서 막혔던 입이 더 경악할 만한 이야기에 절로 열렸다.
장만수가 아주 놀란 얼굴로 목소리를 높였다.
“쉿.”
케일은 그런 그를 조용히 시키며 아주 은밀히 속삭였다.
“그리고 저는 새로 생길 중심 쉘터를 압니다.”
지금 이 자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장만수는 처음 보는 사람을 마주한 것처럼 김록수를 바라봤다.
“아저씨.”
하지만 김록수의 눈동자는 어느 때보다도 진지했다.
한 글자. 한 글자.
마지 다짐을 하듯이 김록수가 내뱉는 글자 하나하나가 장만수의 귓가에 닿았다.
“나는 이곳의 모든 사람들이 죽지 않고 그 중심 쉘터로 이동하게 할 작정입니다.”
겨우, 장만수는 겨우 말을 이었다.
“너- 너, 그런 것들을 어떻게 알고……?”
씨익.
김록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나도 능력이 생겼거든요.”
미래를 아는, 아주 강력한 능력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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