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1
560화.
최한은 제 어깨에 올려진 볼품없이 마른 손을 한 번 쳐다보고는 그 손의 주인인 케일을 향해 미소를 그렸다.
“뭐가 좋다고 웃어?”
케일은 툴툴거렸지만, 그 표정은 아직 제 감정을 다 추스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케일의 모습을 다가온 이성원이 놀랍다는 듯 바라봤다.
김록수가 저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으니까.
하지만 이성원보다 박진태가 더 놀라고 있었다.
‘김록수가 저런 표정을 짓다니-’
고마움과 감동이 뒤섞인, 하지만 애써 이를 갈무리하는 김록수의 표정은 실로 놀라웠다.
물론 오늘 김록수 때문에 놀랄 일이 많았지만, 지금 보여주는 모습만큼 놀랍지는 않았다.
‘누구지?’
원래 알던 사람인가?
너무 반가워하는데?
박진태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다.
그는 김록수의 모습에 놀란 것도 있지만 새로이 등장한 인간에 대해서도 놀라고 있었다.
박진태는 겨우 입술을 떼어 다시 한번 같은 물음을 던졌다.
“…김록수. 누구지?”
감정을 가라앉히던 김록수의 시선이 박진태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김록수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박진태는 최한을 정면으로 제대로 쳐다보지는 못한 채 조심스럽게 살펴보고 있었다.
씨익.
박진태는 저를 보고 김록수가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김록수의 그 미소에 박진태는 깨달았다.
‘아. 이 새끼 진짜 아네.’
이 새끼가 진짜 자신의 또 다른 능력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을.
김록수의 확인 사살이 날아왔다.
“왜? 무섭습니까?”
박진태의 입이 벌어졌다가 이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꾹 다물어졌다.
케일은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박진태의 두 번째 능력.
그것은 상당히 추상적이면서도 어떻게 보면 가장 정확한 것이었다.
‘상대의 강함에 대한 압박감.’
박진태는 자신보다 상대가 강한지 약한지를 압박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약할수록 압박감이 없었고, 강할수록 큰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자신보다 강한 이수혁이 이 중심 쉘터에 있을 때에는 어떠한 반발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했었다.
‘또한 그래서 박진태의 사냥에서 사망률이 0%였지.’
식량을 못 구하고 올 때도 있었지만, 적어도 박진태가 함께한 사냥에서 죽는 이는 없었다.
박진태가 강한 적들은 피해왔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를 모두에게 숨겼지.’
그는 자신의 두 번째 능력을 모두에게 숨겼다.
하지만 이 특이한 능력을 케일은 알 수 있었다.
중심 쉘터가 무너졌던 과거에 말이다.
그 당시 김씨 할머니가 쉘터가 무너질 때 박진태에게 말했었다.
‘진태야! 다 같이 싸우면 될 거다!’
‘안 됩니다! 안 돼요!’
박진태는 그 말에 아주 강하게 반발했다.
‘왜 해보지도 않고 그런 말을 하느냐?’
김씨 할머니가 그리 물었을 때, 박진태는 김씨 할머니와 함께 도망가지 않으려는 이들을 쭉 둘러보더니 이내 고함을 치듯이 외쳤다.
‘전 압니다!’
박진태는 짜증에 가득 차 있었다.
아니, 이제 와 생각해보면 그건 두려움이었다.
‘…지금은 싸울 만하지만, 저놈들 뒤에 있는 놈들은 우리가 못 버텨요! 무조건 도망가야 합니다!’
‘그걸 네가 어찌 알고-’
‘안다니까요! 내 능력이라고! 강한지 약한지 나는 압박감으로 느낄 수 있다 이 말입니다!’
박진태는 악에 받쳐서 외쳤다.
‘이런 압박감은 처음이라고! 도망 안 가면 다 죽어!’
그랬던 놈이 자신은 끝까지 도망가지 않았다.
분명 자신도 죽을 것을 알았을 텐데 말이다.
그 당시 박진태의 수준이라면 그때 그가 느꼈던 압박감은 거의 죽음에 근접한 압박감이었을 것이다.
해일처럼 밀려오던 1등급 괴물들의 힘을 느꼈을 테니까.
케일은 그런 박진태를 한 단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놈.’
참 미쳤고 웃긴 놈인데, 지금의 케일은 도망가지 않았던 그 마음을 아주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도 그렇게 할 테니까.
케일은 입을 닫은 채 자신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는 박진태를 가만히 바라봤다.
박진태의 꽉 쥔 두 주먹은 지금 땀으로 가득 찼을 것이다.
이마에 살짝 식은땀이 맺힌 것으로 보아, 그의 등에도 아마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을 것이다.
‘엄청난 압박감을 느낄 테니까.’
박진태에게 지금 최한이라는 존재가 주는 압박감은 엄청날 것이다.
케일은 최한의 어깨에 올려진 손에 힘을 주었다.
그는 박진태와 이성원을 보며 말했다.
“내 동생이고.”
최한이 케일을 바라봤다.
“이름은 최한이고.”
케일은 그 시선을 모른 척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땅에서 가장 강한 녀석이야.”
박진태와 이성원의 눈동자가 커졌다.
“이 녀석과 함께라면 절대 안 져.”
케일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어렸다.
박진태와 이성원은 김록수의 눈동자에 서린 절대적인 믿음을 볼 수 있었다.
***
“여기서 대화를 나누면 될 거다.”
박진태는 그 말을 하면서도 방 안쪽에 서 있는 최한을 힐끗거렸다.
‘…지금 이 땅에서 가장 강하다고?’
그는 김록수의 말이 진실일까 의문이 들면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내가 마주해본 모든 생명체 중에선 가장 강하다.’
조금 전 박진태가 언급했고 김록수가 1등급이라고 했던 그 괴물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압박감을 최한에게서 느꼈다.
‘이수혁도 안 돼.’
저 최한이라는 녀석에게 이수혁은 가당치도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인간이-’
저런 인간이 있다면, 김록수의 예측대로 1등급 괴물들이 밀려와도 어떻게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확신할 순 없어.’
1등급 괴물 한 마리보다는 저 최한이 훨씬 더 강하지만.
물밀듯이 밀려오는 1등급 괴물들.
다수의 괴물 대 최한은 어떨지 조금도 예상할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김록수의 목소리에 최한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대화 잘 나눠라.”
그 말과 함께 박진태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박진태가 내어준 공간은 조용했다.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기엔 적당할 만큼.
“앉아.”
케일은 의자에 앉으며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고 최한은 그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마주 보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어떻게 된 건지 자세히 설명해 봐.”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는 듯 최한은 입을 열었다.
“현재 마계의 문. 엔더블 왕국은 접근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싱크홀. 그 거대한 구멍 입구가 검은 막에 가려져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엔더블 왕국으로 텔레포트도 불가능합니다.”
텔레포트가 불가능하다는 말에 케일의 입이 곧바로 열렸다.
“에르하벤 님이랑 로잘린 씨는? 버드는?”
“역시 다른 이들 걱정부터 하시는군요.”
최한은 케일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걱정이 안 되냐? 어서 말해 봐.”
케일의 재촉에 최한은 말을 이었다.
“부제사장 코튼 기억하시죠?”
“하지.”
“그 사람이 전쟁 신의 성녀였습니다.”
…허.
성녀였다고?
케일은 부제사장 코튼이 전쟁 신 신물을 쓰길래 단순한 신관은 아닐 것이란 생각은 했었지만, 성녀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녀가 만든 대피소가 있었습니다.”
“…레인저 부대원들 가둔 곳?”
“네. 거기요. 현재 에르하벤 님과 다른 분들은 모두 그곳에 대피한 상태입니다. 하얀 별 쪽의 공격에도 끄떡이 없다고 하더군요.”
최한은 에르하벤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에르하벤 님의 말씀에 따르면 전쟁 신의 가호가 깃든 곳이라, 최소한 세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대피소라고 합니다.”
본디 전쟁의 신 신전은 전쟁 때 힘없는 이들을 위한 유일한 대피소였다.
그만큼 탄탄한 방어력을 지녔다고 하였다.
비록 정규 신전은 아니지만 신의 가호가 깃들고 성녀가 만든 곳이니, 충분히 에르하벤의 말대로 세 달 정도는 버틸 수 있는 곳이리라.
케일의 입이 열렸다.
“…이상한데.”
하지만 케일은 이상함을 느꼈다.
동대륙 3대 금지 중 하나인 마계의 문.
“거기는 신의 손길이 못 닿는 곳이라며?”
분명 프레도 공작이 그렇게 말했었다.
“원래는 그렇죠.”
“…예외가 있단 말인가?”
“네.”
“…무슨 예외지?”
최한이 잠깐 망설였다. 순간 케일은 어떤 진실이 있을지 몰라 긴장감이 치솟아 올랐고, 최한의 입이 열렸다.
“모릅니다.”
“뭐?”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한은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죄송합니다. 모르는 것은 아니고 들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급하게 여기로 오느라요.”
케일은 말문이 막혔다.
자신을 구하러 온다고 설명을 못 들었다는데 뭐라고 할 말이 있겠는가?
하지만 최한은 케일의 눈치를 보며 다급하게 덧붙였다.
“그 부분은 돌아가서 에르하벤 님이나 코튼 부제사장에게 들으시면 될 겁니다.”
“그래. 나중에 들으면 되지.”
케일의 수긍에 최한은 다시 말을 이었다.
“네. 그리고 에르하벤 님이 살피신 내용에 따르면 현재 케일 님은 3일째 검은 구 안에 갇혀서 정신을 잃으신 상태라고 합니다.”
“잠깐!”
케일은 최한의 말을 막았다.
“3일이라고?”
“네.”
“…난 지금 이제 하루 지났는데?”
세 배 정도 시간의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 부분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현재 검은 구 안에 갇힌 케일 님 주변으로 하얀 별과 그의 수하들이 철통 방어를 하고 있어 에르하벤 님을 비롯하여 엔더블 왕국 내에 있는 분들이 접근할 수 없다고 합니다.”
최한은 한숨을 삼켰다.
“마찬가지로 싱크홀 밖에서는 저와 다른 분들이 접근하려고 했지만 싱크홀을 막은 검은 막을 도저히 부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최한은 잠시 멈췄다.
‘말하지 마.’
알베르가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여기 상황에 대해서는 많이 말하지 말도록 해. 그 녀석 분명 걱정해서 무리할 거다.’
현재 최한 주변 사람들 중 가장 바쁜 이는 알베르였다. 그는 케일의 빈자리를 채우려고 가장 많이 움직이고 있었다.
‘최한. 우선 너는, 그래. 너는 가서 케일을 도와줘라. 그 시험인가 나발인가 하는 거.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얼른 끝내고 그놈이 마족이 되는 것은 막아줬으면 한다.’
최한은 알베르에게 자신이 할 거래의 내용 일부를 말해주었다.
알베르는 떠나는 최한에게 덧붙였다.
‘미안하다. 넌, 넌 정말 대단한 스승이야.’
최한은 왜 알베르가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는 케일을 바라봤다.
“어쨌든 그런 상황이고, 케일 님을 구하러 저는 여기 왔습니다.”
그 말에 케일은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게 다가 아닐 텐데. 다른 주위 상황은 말할 생각이 없나 봐?”
“…네.”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말라고 하든?”
“…잘 아시네요.”
최한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어렸다.
알베르가 말하지 말래서 말하지 않았지만, 이미 케일은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속 쓰림이 일어나는 가운데, 최한은 저를 바라보는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말해 봐. 죽음의 신이 뭐라고 했는지.”
최한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입을 열었다.
“케이지 씨 말에 따르면 현재 케일 님은 ‘신의 적’이자 ‘이름 없는 신’, ‘봉인된 신’의 시험에 빠진 상태라고 합니다.”
…신의 적? 봉인된 신?
케일은 ‘악’이자 ‘절망’, ‘고독’이라던 그 핏빛 눈동자를 떠올렸다.
“그 뒤 저는 죽음의 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최한은 죽음의 신과 단둘이서 나눴던 대화 내용을 내뱉기 시작했다.
“그 신의 시험에서 살아남으려면 시험을 이겨내야 한다고 합니다.”
잠시 망설이다가 이어 말했다.
“하지만 지금껏 그 시험을 그 신의 도움 없이 이겨낸 자가 없었고, 그 까닭에 제가 도움이 되고자 왔습니다.”
“왜 하필 널-”
“제가 가장 수명이 기니까요. 거래할 수명이 있잖습니까?”
“…그런 게 어딨어.”
“저한테는 있습니다.”
최한은 일그러진 얼굴의 케일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죽음의 신도 대가를 받아야, 봉인되었지만 그래도 신인 존재의 일에 끼어들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게 규칙이랍니다.”
“규칙은 얼어 죽을. 지들 마음대로 할 때는 언제고.”
케일의 말에 최한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케이지 씨의 말로는 죽음의 신도 희생을 치렀다고 합니다. 봉인되었지만 강한 신이라, 그 신의 시험에 끼어드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너무 미워하지만은 말아 달라고. 케이지 씨가 말했습니다.”
“걱정 마. 난 죽음의 신이든 봉인된 신이든 다 공평하게 싫어하니까. 한 놈만 더 싫어하고 그런 건 없어.”
최한은 어색한 웃음을 터트렸다.
케일은 속 편하게 웃고 있는 최한을 보며 툭 던지듯 물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 시험을 그 봉인된 신이란 녀석이 마음대로 조작할 수는 없나?”
“불가능합니다.”
의외로 매우 단호한 태도에 케일은 살짝 놀라서 최한을 바라봤다.
“제가 물었습니다. 시험이라고 하니까, 바로 그런 의문이 들어서요.”
최한도 같은 물음을 신에게 했었다.
“신이 인간에게 다가가는 것은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그 규칙은 절대적인 것으로, 신조차 바꿀 수 없는데 그 방법은 신마다 다릅니다.”
케일은 문득 세계수가 인간과의 거래 혹은 계약으로 신들이 이 세상에 자신의 뜻을 전한다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죽음의 신은 그 절대적인 규칙 중 하나가 죽음의 맹세를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이 봉인된 신도 절대적인 규칙으로써 시험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시험의 내용을 조작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최한은 한 가지 말을 속으로 삼켰다.
죽음의 신이 일단 지금은 하지 말라고 한 말이었다.
‘그 봉인된 신은 그 규칙을 깼던 전력이 있어 봉인된 것이다. 물론 시험과 관련된 규칙은 아니었다.’
죽음의 신이 여기에 오겠다고 한 최한에게 협력한 이유였다.
“케일 님. 시험이 무엇입니까?”
최한은 죽음의 신에게 시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듣지는 못했다.
그저 케일을 도우러 왔을 뿐.
“일단 배경은 케일 님의 과거인 것 같은데.”
“맞아. 내 과거. 스무 살 때야.”
케일은 골몰하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과거의 절망을 이겨내면 될 것 같다.”
그 말에 최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케일 님. 죽음의 신이 케일 님께서 시험을 잘 모르는 것 같으면 이런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최한의 잔잔한 목소리가 케일의 귓가에 닿았다.
“과거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에 남은 과거의 절망은 이겨낼 수 있다.”
케일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하! 마음에 남은 절망이라.”
“왠지 죽음의 신은 시험을 안 것 같군요.”
최한의 말에 케일은 침묵으로 긍정을 표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최한, 여기서도 앞으로 계속 싸우게 될 거야.”
“압니다.”
“나는 여기서 아무 전투에도 힘을 못 써. 네가 다 해야 돼.”
“압니다.”
최한의 담담한 모습에 케일은 절로 퉁명스러운 말투가 흘러나왔다.
“…좋냐?”
“네. 좋습니다.”
“미친놈.”
최한은 순한 미소를 그려보였다.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상황을 모두 알 순 없지만.’
딱 봐도 최한이 자신에게 모두 말해주지 않은 것을 느낀 케일이었다.
‘시험을 이겨내는 걸 첫 번째로 두어야겠어.’
다른 동료들이 걱정되었다.
신속하게 움직여야 함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서두를 생각은 없다.
원래 계획했던 순서대로 차근차근 하나씩 해나갈 것이다.
케일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 거하게 한번 싸울 거야. 수많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지.”
“네.”
최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끝내면 부산 서면으로 갈 거야.”
“알겠습니다.”
“최정수를 볼 수 있을 거다.”
케일은 최한의 어깨가 살짝 떨리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엔 등급 외 괴물이 있다.”
등급 외 괴물이 세상에 두려움을 준 이유가 있었다.
등급 외 괴물은 새로운 형태의 중심 쉘터를 부술 수 있다.
그래서 향후 미래, 중심 쉘터를 중심 기반으로 하여 사회를 새로이 일구었던 인류는 등급 외 괴물을 가장 두려워했으며 가장 큰 적으로 간주하였다.
부산 서면.
새로운 중심 쉘터가 자리한 곳이자, 등급 외 괴물은 그 중심 쉘터를 무너뜨리고 인근 구역의 모든 인간들을 죽이려고 할 것이다.
“그 괴물은 상당히 강해.”
“저보다요?”
“당연히.”
확신할 수 있었다.
“너 혼자 못 이겨.”
그리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 괴물이 우리의 세계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그럴 확률이 높아.”
최한의 얼굴이 굳어졌다.
케일은 그 굳은 얼굴을 보며 이어 말했다.
“그 괴물보다 더 강한 괴물 일곱과 함께 말이야.”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그 괴물을 죽일 거다.”
케일은 부산 서면의 중심 쉘터를 지켜낼 작정이었다.
“최한.”
“네.”
내 곁에 네가 있으면 무조건 이 첫 번째 등급 외 괴물을 막을 수 있어.
케일은 하고픈 말을 삼키고 다른 말을 내뱉었다.
“여긴 밥 제대로 못 챙겨주는데.”
“제가 케일 님-”
“형이라고 불러. 여기서 케일 님이라고 하면 다들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멈칫하는 최한에게 케일은 손을 내밀었다.
“네가 어르신이지만. 어쨌든 나 스무 살이거든?”
최한은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네. 형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록수 형.”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잡으며 악수를 나눴다.
케일은 여기 와서 처음으로 책임감과 의무감에서 조금 벗어나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
오전 11시.
1시간 뒤, 중심 쉘터가 기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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