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63
562화.
장만수는 저도 모르게 케일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저, 저-”
그는 주저앉아있는 땅에서 올라오는 진동을 느꼈다.
쿵. 쿵. 쿵.
사방에서 밀려드는 괴물들의 걸음에 땅이 흔들렸다.
장만수는 외쳤다.
“저, 저 녀석을 혼자 저리 보내도 돼?! 저러다-”
저러다 죽으면 어떡하려고!
장만수는 홀로 앞서나가는 최한과 케일을 번갈아보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동공은 공포에 짓눌려 이리저리 흔들렸다.
케일은 그 흔들리는 눈동자와 시선이 마주쳤다.
‘과거에도 이랬지.’
중심 쉘터가 무너진 순간, 장만수는 처음에는 극심한 혼돈과 공포에 억눌려 제대로 행동하지를 못했다.
괴물에 의해 두 다리를 잃은 사람이다.
그는 괴물만 보면, 제 두 무릎이 시려온다고 했다.
그 무릎 아래에 아무것도 없음에도 마치 두 종아리와 두 발을 잃었을 때의 공포가 밀려온다고 하였다.
그래서 케일은 보여줘야 했다.
“아저씨.”
“어, 어?”
두려움에 휩싸인 장만수의 눈동자에 케일 입가에 살짝 머금은 미소가 담겼다.
“괜찮아요.”
케일의 손이 정면을 향했다.
“보세요.”
장만수의 시선이 정면으로 움직였다.
그 순간, 그는 시멘트 땅을 박차고 위로 솟구쳐 오르는 최한을 볼 수 있었다.
“…아.”
최한의 검 끝이 하늘로 향했다.
장만수는 전 쉘터 우두머리인 이수혁 외에도 검을 든 능력자들을 몇몇 봤지만, 최한과 같은 검은 처음 보았다.
새로운 형태의 검이었다.
하지만 그 검 끝이 펼쳐내는 것은 익숙했다.
“…용.”
반짝이는 검은 연기가 뭉쳐들더니, 거대한 용을 만들었다.
검 끝이 하늘에서 왼쪽으로 향했다.
흑룡이 몸을 꿈틀거렸다.
검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어졌다.
그 순간, 흑룡이 거친 용트림과 함께 검을 따라 움직였다.
콰아아아앙!
흑룡이 괴물들을 잡아먹었다.
빛나는 검은 용이 지나간 자리, 괴물들의 발걸음 소리가 사라졌다.
죽은 괴물 시체가 땅으로 떨어질 뿐이었다.
“…아-”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장만수는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저것이 사람의 힘이란 말인가?
가장 맨 앞에서 쉘터를 향해 달려오던 3등급 괴물들이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세상이 어둠에 감싸였을 때보다도 더 사람들은 숨을 죽였다.
맑은 하늘 아래 절망의 광경 속에서 펼쳐진 어둠은 사람들의 눈동자에 가장 밝게 빛나고 있었다.
장만수의 눈동자가 땅에 내려앉은 소년의 등으로 향했다.
조금 특이한 차림새에 조금 특이한 검을 든 소년.
소년은 고요했다.
그저 가만히 등을 보인 채 서 있을 뿐이었다.
“크크큭-”
정적이 깨졌다.
장만수의 시선이 뒤로 향했다.
“크하하하하!”
박진태가 어깨를 들썩이며 웃고 있었다.
그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크큭, 미치겠네.”
진짜 미칠 것 같았다.
다가오는 3등급 괴물들을 보며 숨이 막혀 왔다.
압박감에 질려 죽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저 최한이라는 놈이 힘을 쓴 순간.
그는 3등급 괴물에 대한 압박감이 사라졌다.
‘인간의 힘이 아냐!’
대신 더 강대한 힘이 그의 숨통을 조여오는 것 같았다.
‘이수혁?’
이수혁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물론 그자는 성장하는 자이니, 지금은 더 강해졌을지 몰라도 최한에는 비교할 수 없었다.
“…김록수의 말이 맞았어.”
그는 확신했다.
김록수의 말을 따르면 산다고.
무조건.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죽기 싫으면 다들 정신 차려!”
그 순간이었다.
“크아아아!”
“크오오!”
선두의 죽은 괴물들의 시체를 밟고서 뒤이어 다시금 괴물들이 밀려왔다.
최한의 흑룡이 선두의 괴물들을 막았지만, 홀로 저 수백의 괴물들을 막을 수는 없을 터.
“크아아아!”
“캬아악!”
건물 뒤편에도 괴물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사방에서 괴물들이 다가왔다.
박진태는 고개를 들었다.
저를 바라보는 김록수의 시선을 느꼈다.
마치 네 차례라고 말하는 눈빛이었다.
“흐. 웃긴 놈.”
박진태는 웃으며 손을 움직였다.
그는 허리춤에 들린 검집을 통째로 뽑아들었다.
그리고 손에 힘을 풀었다.
탕.
검집이 땅에 떨어졌다.
“대장님.”
이철민을 비롯한 공격대원들이 그를 바라봤다.
그러나 박진태는 김록수를 바라봤다.
“김록수의 명을 따른다.”
그는 김록수와 장만수, 이진주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적어도 24시간.”
하루 동안.
“이곳 쉘터의 왕은 저 김록수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조금의 압박감도 느낄 수 없는 김록수.
그에게로 다가가며 박진태는 또 다른 압박감을 느꼈다.
‘그래, 저 눈빛.’
저를 쳐다보는 김록수의 눈빛.
그것이 압박감이 되어 돌아왔다.
당신이라면 무언가를 해낼 것이라고 확고하게 믿는 눈빛.
저 눈빛이 박진태에게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웃음이 나왔다.
익숙했으니까.
이런 기대가 담긴 압박감은.
압박감은 박진태의 삶 전반에 걸쳐 함께해왔던 존재였으며, 저런 눈빛에 담긴 압박감은 오히려 즐겼다.
그는 상의 품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손에 감기는 서늘한 촉감에 그는 품 안의 물건을 움켜쥐었다.
철컥.
작은 권총이 박진태의 오른손에 휘감겨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격 국가대표 출신 박진태.
총, 검, 미사일 등등.
대격변 이전 인류와 함께했던 무기들은 모두 지금도 사용 가능했다.
하지만 그 효능은 능력자가 휘두르는 능력이 깃든 무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이 괴물들은 대격변 이전의 무기가 잘 들지 않았다.
미사일을 수십 발 쏴야 겨우 죽는 놈이 능력자의 기이한 능력에는 죽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이제는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이었다.
능력자 박진태의 손에서 총은 새롭게 태어났다.
그 순간, 다가오는 박진태를 보던 장만수의 입이 열렸다.
“에라이! 나도 모르겠다!”
그는 저를 보며 씨익 웃어보이는 김록수의 미소를 마지막으로 눈을 찔끈 감았다.
그리고 몸을 한쪽으로 틀었다. 양팔을 펼쳤다.
그의 손이 남과 북으로 향했다.
“…록수야.”
그는 눈을 감은 채 나직이 읊조렸다.
“내가 도움이 될까?”
“당연히 도움이 됩니다. 아저씨 없으면 안 돼요.”
장만수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거지?
나도 쓸모가 있다는 거지?
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소리지?
장만수의 입가가 떨렸다.
“그래, 까짓거 해보자!”
장만수의 두 손에 환한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
장만수.
그는 방어 능력을 지녔다.
두 다리를 잃었지만 두 손이 멀쩡한 그의 몸에 깃든 힘.
그의 두 손에서는 벽이 생겨났다.
두껍고 넓고 높은 반투명한 벽.
뚜욱.
장만수의 이마를 타고 흐른 식은땀이 땅에 떨어진 순간.
“이런 미친!”
박진태의 웃음기 섞인 욕설이 들려왔다.
케일의 고개가 움직였다.
중심 쉘터였던 3층짜리 건물.
이제는 그저 건물 한쪽이 무너진 곳에 불과한 이곳.
직사각형인 이 건물의 남쪽과 북쪽 공터에 벽이 치솟아 올랐다.
대략 1. 5층 높이의 벽.
인간보다 큰 괴물들의 키를 훨씬 상회하는 높이였다.
케일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됐어!’
장만수의 힘은 과거와 똑같았다.
케일은 고개를 숙였다.
“흐흐흐.”
장만수가 웃고 있었다.
그는 살짝 눈을 떠 케일을 바라봤다.
“야. 나 제대로 한 거 맞지?”
“네.”
“나 2시간 정도밖에 못 버틸 거 같은데?”
케일은 웃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는 장만수에게서 시선을 떼어 고개를 들었다.
입가의 미소가 사라졌다.
3등급 괴물들은 남과 북이 막혀 동과 서로 침투해 올 것이다.
케일은 어느새 다가온 최한에게 수고했다는 말 대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1조는 동쪽.”
최한이 동쪽으로 밀려들어 오는 괴물들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다른 이의 어깨를 툭 쳤다.
“2조는 서쪽으로.”
박진태가 서쪽으로 움직였다.
“형.”
케일은 등 뒤에서 다가온 이성원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성원의 눈동자에는 이제 불안함이 조금 가셔 있었다.
“할머니가 준비 다 됐대.”
케일은 그 말에 뒤돌아섰다.
3층 건물.
어젯밤 그곳의 모든 창문과 문을 다 뜯어내었다.
옥상에 선 김씨 할머니가 케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케일의 시선이 움직였다.
건물의 동쪽과 서쪽 방면.
그 창문에 사람들이 보였다.
능력자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전투에 참가할 이들이었다.
케일은 손을 들었다.
그리고 시선을 움직였다.
먼저 서쪽.
박진태에게로 향했다.
“대장님.”
박진태는 이철민의 물음에 대꾸하지 않았다.
“크크.”
그냥 웃음만 나왔다.
“진짜네.”
진짜, 정말로.
“김록수 말대로야.”
김록수는 말했다.
‘동서남북. 접근해오는 3등급 괴물은 모두 다릅니다.’
‘남과 북을 막으면 그 방향으로 오던 괴물들은 분산되어 동과 서의 괴물들을 뒤따라올 겁니다. 동과 서의 선두에 선 괴물들은 난이도가 조금 높죠.’
‘우선 서쪽.’
‘서쪽의 선두에서 접근하는 3등급 괴물들은 독성을 지닌 놈들이죠.’
정말 그의 말대로, 현재 가장 앞에서 다가오는 괴물 놈들은 박진태가 겪어본 바로는 독성을 지닌 놈들이었다.
쿵. 쿵. 쿵.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많은 괴물들이 다가왔다.
박진태는 그 괴물들 앞에 섰다.
그 순간, 케일이 손을 내렸다.
동시에 이진주가 중심 쉘터 반경 안 사람들에게만 들릴 정도의 목소리 크기로 말했다.
{쏴!}
박진태는 제 위를 지나 날아가는 불화살들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들었다.
건물 창문마다 사람들이 불이 붙은 물건들을 괴물들을 향해 던졌다.
능숙한 솜씨로 화살을 쏘는 이도 있는 반면, 대부분은 어떻게든 박진태 일행이 닿지 않을 범위 밖으로 마구잡이로 불이 붙은 물건들을 집어던졌다.
김록수는 말했다.
‘독성을 지녔으니, 바로 태워버리죠.’
‘당신은 쉘터 사람들과 같이 싸우세요.’
괴물들을 태운다.
“…불이라.”
박진태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까닥.
케일이 한쪽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쏴.’
벙긋거린 말에 박진태는 손을 움직였다.
“아, 진짜 재밌네.”
순식간에 그의 손은 장전을 마쳤다.
다른 이들의 눈에 보이는 탄환은 없었다.
하지만 그의 눈엔 탄환이 있었다.
그는 목표물을 향해 총을 겨눴다.
목표물은 눈앞의 독을 품은 채 다가오는 괴물들과 아군이 내던진 불들.
박진태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총구에서 작은 탄환이 쏘아져 나갔다.
박진태의 입이 열렸다.
“폭파!”
그 순간, 빠르게 쏘아져가던 작은 탄환이 터져나갔다.
동시에 시뻘건 불길이 치솟아 오르며 사방으로 퍼졌다.
공격형 능력자 박진태.
그의 속성은 불이었다.
아군이 던진 불덩이들이 그 불길과 닿았다.
콰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박진태는 건물 위, 능력자가 아닌 이들을 보며 외쳤다.
“더 던져! 불을 더 던져!”
그는 저를 보는 쉘터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빌어먹을 괴물놈들, 다 태워 죽여버리는 거야!”
철컥, 철컥!
박진태의 총이 다시 목표물을 겨눴다.
타앙! 탕! 탕!
불을 품은 탄환이 괴물들에게로 향했다.
그 순간, 이성원은 나직이 읊조렸다.
“…새로운 터전으로 모두 함께 이동하기 위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남은 시간은 대략 24시간. 우리는 24시간 동안 이곳에 버텨야 한다.”
콰아아앙!
이성원은 시선을 돌렸다.
동쪽에서 빛나는 검은 검에 3등급 괴물들이 속절없이 쓰러져갔다.
타앙!
날카로운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서쪽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 불길에 괴물들이 타 죽어갔다.
이성원은 정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장만수 옆에 서서 전장을 둘러보는 김록수를 볼 수 있었다.
이성원은 배지를 움켜쥔 손을 입 가까이 가져다 대며 기록했다.
“…전장의 상황은 희망적이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버텨야 하는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이성원은 중얼거렸다.
“…밤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속삭임은 케일에게 닿지 못했다.
하지만 전장을 바라보던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밤까지 최대한 전력 손실 없이 버텨야 돼.’
첫 번째 고비.
그것은 다가올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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