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0
569화.
***
거대한 뱀 머리 거인의 마지막 비명이 울려 퍼졌다.
“크아아악!”
마침내 거대한 몸이 서서히 뒤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쿠웅-!
쓰러진 뱀 머리 거인의 온몸에선 검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그 몸뚱이는 사방이 꿰뚫려 있었다.
그 상처들을 만들어낸 장본인.
‘해냈어……!’
김민아는 쓰러진 거인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허억, 헉.”
하지만 그녀의 입가에는 거친 숨이 흘러나오고 있었고, 그녀의 두 팔이 떨렸다.
특히 주로 창을 쥐고 있던 손은 눈에 확연히 보일 만큼 경련을 일으켰다.
“민아야, 괜찮아?”
배푸름이 다가와 민아의 상태에 걱정을 드러냈다.
김민아는 그런 배푸름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배푸름, 네 상태보단 좋은 거 같은데?”
“그런가?”
배푸름은 제 몸을 내려다봤다.
김록수가 전해준 회오리바람을 몰고서 로켓처럼 거인과 여러 차례 부딪쳤더니, 딱히 다친 곳은 없지만 몰골이 엉망이었다.
물론 여기저기 작은 타박상과 상처는 있었지만 1등급 괴물을 이 정도 상처로 이겨냈다면, 아주 많이 남는 장사였다.
“부축해줄까?”
배푸름의 물음에 김민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을 주며 몸을 꼿꼿이 세웠다.
‘처음이야.’
그녀는 처음이었다.
이렇게 힘을 마음껏 펼치며 싸워본 것은.
‘…몸이 힘을 못 따라가.’
그 때문인지, 온몸이 떨렸다.
아프진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힘에 몸이 익숙해지면 바로 사라질 증상이었다.
그녀는 새삼 자신이 가진 이 힘이 ‘괴력’이라는 표현에 어울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더 놀라웠다.
‘…김록수 저 사람은 도대체-’
김록수라는 인간의 존재가.
그녀는 생각할수록 놀라웠다.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케일과 김민아의 시선이 부딪쳤다.
그녀는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입가에 흐르는 피를 대충 닦으며 저에게 흘러가듯이 말하는 케일의 모습이 담겼다.
“김민아, 꽤 잘 싸웠어.”
이상했다.
김민아는 케일이 건네는 그 무심한 칭찬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배푸름, 너도 잘했어. 잘 싸웠다.”
그리고 이는 배푸름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자신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케일의 칭찬에 그제야 저 거인을 이겨냈다는 것이 실감났다.
김민아는 저도 모르게 내뱉었다.
“거기 나도 갈래요.”
케일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고, 김민아는 충동이 아닌, 확실한 제 의사를 내뱉었다.
“부산 서면. 거기 갈래요.”
그리고 덧붙였다.
“대신 더 강하게 만들어줘야 해요.”
그녀는 무심한 얼굴에 그려지는 부드러운 미소를 볼 수 있었다.
마치 그녀가 그리 말할 줄 알았다는 듯한 미소였다.
“그래.”
케일은 담담하게 답하고선 뒤돌아섰다.
“이제 두 사람은 건물로 돌아가.”
그리고선 건물 1층 정문 앞에 서 있는 박진태와 이철민에게로 다가갔다.
배푸름은 멀어지는 케일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멍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야. 저 형 너무 멋있지 않냐? 완전 시크해!”
“너도 멋졌어.”
“…어?”
배푸름의 눈이 동그래지며 김민아를 바라봤다.
김민아는 무슨 문제 있냐는 듯 바라봤고, 배푸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진짜? 나 멋졌어?”
“어.”
“…민아야.”
“왜?”
“나 솔직히 아까 싸울 때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말 안 했는데. 이제 말해도 돼?”
“해봐.”
어디 해보라는 김민아의 시선에 배푸름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너 아까 창 휘두를 때 장난 아니었다? 난 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져. 아까 너만 보였다?”
정말로 배푸름의 눈에는 김민아만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피식. 김민아가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리며 툭 내뱉었다.
“더 해.”
“응?”
“더 칭찬해.”
“알았어! 넌 최고야!”
“귀엽긴.”
김민아가 귀엽다는 듯 배푸름을 바라봤고, 그 시선에 배푸름의 입꼬리가 주체할 수 없이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가 두 사람은 시선을 돌렸다.
건물로 걸어가던 케일이 걸음을 멈추고선 배푸름과 김민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크흠.”
“큼!”
김민아와 배푸름은 슬그머니 케일의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는 얼른 건물로 향했다.
두 사람은 곧 케일을 지나쳤고, 케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어울리네.”
그 말에 멈칫하던 배푸름과 김민아가 차례로 답했다.
“가, 감사합니다!”
“알아요. 잘 어울리는 거.”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대답과 함께 배푸름과 김민아가 건물로 들어섰고, 대신 다른 두 사람이 케일에게로 다가왔다.
“김록수.”
한 명은 박진태였다.
그는 손이 근질근질하다는 듯 진작에 총을 꺼내들고 다가왔다.
“왜요?”
하지만 케일이 가만히 바라보자, 박진태는 시선을 슬그머니 돌렸다.
그는 조금 전 최한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이철민과 자신의 차례라는 것을 알고 김록수의 곁으로 걸어가기 전.
‘뭐야?’
그는 최한과 시선이 마주쳤었다.
한쪽에는 이성원과 김민준, 이진주가 붙어 무언가를 하고 있었고, 최한도 조금 전까지는 이성원과 붙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최한이 홀로 떨어져 자신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살벌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봤다.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만.’
최한은 그리 말하며 이철민을 바라봤고, 박진태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철민은 박진태에게서 멀어졌다.
박진태는 이철민이 멀어진 것을 보고는 최한을 바라봤다.
그때, 최한의 입이 열렸다.
‘눈 깔지?’
‘…뭐?’
갑작스러운 반말에 진심으로 박진태가 황당해서 쳐다봤으나, 최한은 태연했다.
아니, 화가 나 있었다.
그는 조금 전 이성원에게 김록수의 처지에 대해서 모조리 다 들었다.
박진태의 어깨 위에 최한의 손이 올려졌다.
케일에게서 많은 것을 배운 그였다.
툭. 툭. 박진태의 어깨를 두드리는 최한의 모습은 케일과 흡사했다.
‘…네가 록수 형을 때렸다고?’
순간 박진태는 자신에게만 집중되는 숨 막힐 것 같은 살기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 와중에도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왜 그랬지? 아, 아니다. 들어보니, 별다른 이유도 없던데?’
최한은 이성원이 한 말을 떠올렸다.
‘형만 맞았어요. 록수 형만. 이유를 만들어서 때린 거죠.’
‘지금껏 말입니까?’
‘아, 아뇨. 그건 아니고. 이번이 처음 맞은 거긴 한데, 맨날 미움받았어요.’
최한은 박진태에게 나직이 읊조렸다.
‘록수 형은 아마도 네가 지금 필요하니, 쓸모가 있으니, 가만히 놔두는 걸 거다. 이철민도 그래서 가만히 두는 것이겠지.’
최한의 가라앉은 눈빛은 박진태와 꽤 떨어져 있는 이철민을 담았다.
‘내가 지켜보고 있다는 걸 반드시 기억하도록.’
박진태는 그 목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맴돌았다.
“하아.”
그리고 한숨을 푹푹 내쉬는 이는 박진태의 심복이자 공격 능력자인 이철민이었다.
그는 케일을 향해 애달픈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진짜 나도 싸워야 하냐?’
그런 눈빛이었다.
케일은 그 눈빛을 빤히 바라보았고, 이철민은 결국 그 눈동자를 피하며 박진태 몰래 미간을 찌푸렸다.
케일은 그런 이철민의 모습에 코웃음을 삼켰다.
‘이철민, 이번엔 피하기 힘들 거다.’
이철민.
그는 초기 중심 쉘터가 기능을 잃고 괴물들이 밀려들었을 때, ‘싸울 능력 없는, 쓸모없는 것들부터 도망치게 해!’라는 박진태의 지시를 받는 척하면서 혼자 도망쳐버린 녀석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길드의 수장이 되는 녀석이지.’
이철민과 박진태.
케일은 이 두 사람은 앞으로의 싸움을 위해 필요하지만, 배푸름과 김민아만큼 신경 써 줄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아주 제대로 써먹어야지. 도망치고 싶을 만큼.’
하지만 도망치지 못하리라.
케일은 이 두 사람은 무조건 부산 서면에 데려갈 작정이었다.
고된 일을 시켜야 했으니까.
‘그리고 팀장이 가만히 안 두겠지.’
팀장 이수혁 성정상, 자신이 떠난 후의 중심 쉘터 이야기를 듣고 나면 한바탕 엎어버릴 것이다.
케일은 김씨 할머니와 이씨 남매도 데려갈 생각이었으니까. 그들이 아마도 이수혁에게 다 말해줄 것이다.
‘살벌하겠지.’
벌어질 광경은 살벌하다 못해 무서우리라.
케일은 순간 뒷목이 섬찟해져 왔지만 고개를 흔드는 것으로 그 감각을 털어내고는 입을 열었다.
“남은 1등급 괴물은 세 마리.”
박진태와 이철민의 시선이 남쪽으로 향했다.
쿠웅-!
5m에 달하는,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거대한 곰이 한 발을 내디뎠다.
보랏빛 호랑이 무늬로 뒤덮인 곰.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저 괴물의 이름은 독곰.”
독.
그 단어에 박진태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차례란 생각이 확연히 들었다.
그때, 기이한 음성이 들려왔다.
“싸아아—싸아–”
이철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징그러운 새끼.”
동시에 케일이 말을 이었다.
“저 녀석은 모습을 보아서 알겠지만, 사람 탈 거미. 사람 탈을 가면처럼 매단 거미지.”
3m에 달하는 우는 아이 얼굴을 가면처럼 쓴 거미가 다가오자, 이철민은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 순간, 이철민은 보았다.
씨익.
케일이 웃으며 속삭였다.
“내가 예지를 하나 하지.”
“…뭐?”
“넌 원래라면 도망갔을 거다.”
이철민의 동공이 흔들리며 황급히 박진태의 눈치를 살폈다. 박진태는 무심한 눈빛으로 케일과 이철민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 모습에 이철민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아냐! 난 마지막까지 싸울 생각이었어!”
“그래?”
툭. 툭. 케일이 이철민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열심히 싸워 봐.”
제기랄! 당했다!
이철민은 케일의 여유로운 미소에 얼굴을 왈칵 일그러트렸다. 천상 열과 성을 다해 싸워야 할 판이 되었다.
그때, 이철민은 박진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심한 어조였다.
“그래. 철민아. 너도 한 번쯤은 전력을 다해서 싸워 봐.”
이철민의 동공이 이전과는 다른 의미로 흔들렸다.
“…대장님?”
“너 지금껏 전력을 다해서 안 싸우고, 늘 힘을 숨겼잖아. 내가 그걸 모를 것 같아?”
“…아.”
이철민은 저를 보며 웃는 박진태가 보였다. 박진태는 총을 들어올렸다.
“제대로 싸워. 내 탄환에 맞기 싫으면.”
빌어먹을!
이철민은 겨우 미소를 지어보였다.
“대장님! 걱정 마십시오!”
하지만 케일과 박진태 둘 다 이철민에게 시선 하나 두지 않았다. 이철민은 그 모습에 울컥 짜증이 났지만, 꾹 참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여기가 안전해.’
짜증 나는 김록수와 무서운 박진태였지만.
이 두 사람 옆이 현재는 가장 안전한 곳이었다.
그렇다면 열심히 싸워야 했다.
“마지막 우두머리까지 납시는군.”
박진태의 목소리에 이철민은 곰과 거미 뒤에서 한 걸음씩 우아하게 앞으로 나서는 괴물을 바라봤다.
사자와 같은 갈기를 지녔지만, 그 생김새와 몸의 형태는 호랑이의 모습을 한 괴물.
검은색, 회색, 흰색이 뒤섞인 줄무늬는 흉측하기보단 참으로 아름다웠고 검은 갈기는 풍성하고 윤기가 흘렀다.
우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1등급 괴물이었다.
“…암흑 호랑이.”
박진태는 김록수에게 들었던 이름을 나직이 읊조렸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괴물의 모습을 감상할 틈이 없었다.
암흑 호랑이의 입이 열렸다.
“상당한 실력이군.”
“……!”
박진태와 이철민의 눈이 커졌다.
한국어다.
괴물이 사람 말을 했다.
그때, 당연하다는 듯 케일이 입을 열었다.
“괜찮은 실력이지? 나와 거래를 하나 하지 않겠어?”
“…거래?”
암흑 호랑이의 검은 눈동자가 케일을 찬찬히 탐색했다.
‘의사소통이 되는 괴물.’
케일은 이 존재를 알자마자, 이번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특히 이 1등급 괴물에 대해 후에 문건에서 하나의 추측을 표했다.
이 추측이 만약 사실이라면.
획기적인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했다.
암흑 호랑이는 그 자신이 가진 힘도 아주 상당하고 강했지만, 그 외에도 케일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 거래.”
“무슨 거래지?”
“봐서 알겠지만, 암흑 호랑이 넌 결국 우리의 공격에 죽을 거다. 그러니 죽을 바에는 우리와 함께하는 것이 좋지 않겠어?”
이철민과 박진태가 놀라서 케일을 바라봤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특히 이철민은 경악으로 입을 떡 벌렸다.
지금 김록수의 말은 괴물이랑 같은 편을 하자는 소리 아닌가?
그게 말이 되나?
‘안 되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러나 이어진 암흑 호랑이의 말에 이철민은 놀라며 숨을 들이켜야 했다.
“재밌는 제안이군.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왜?”
“나에게는 수행해야 할 명령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
명령. 그 단어에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의사소통이 가능한 괴물.
이 존재에게 케일은 반드시 말을 걸어야 했다.
그 이유가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배후.’
지구에 갑자기 벌어진 대격변.
그 배후가 궁금했다.
갑자기 나타난 괴물들. 그리고 인간에게 주어진 능력과 기이한 현상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마계와 봉인된 신. 이들이 분명 관련이 있을 터.’
케일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괴물은 소중한 정보처였다.
“아쉽군. 암흑 호랑이, 네가 나와 함께한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순간 케일은 암흑 호랑이의 눈빛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크르르.”
호랑이가 작게 그르렁거리며 제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갈기가 흔들렸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제 몸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암흑 호랑이의 동공이 커지더니 앞발을 들어올렸다.
이철민이 그 모습에 움찔했지만, 암흑 호랑이는 그저 앞발을 들어 몇 번 땅을 툭툭 두드렸다.
“…허!”
암흑 호랑이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기가 차다는 듯 웃었다. 그러곤 고민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케일은 그 모습을 보며 기록을 하나 떠올렸다.
후에 문건에 남아있었다.
이 암흑 호랑이의 목적.
케일은 그 목적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한 단어를 언급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면 내가 너에게 명령을 무시해도 될 ‘자유’를 줄지도 모르잖아?”
목적을 알기 위해 일단 한마디를 던져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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