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4
573화.
케일이 머무는 중심 쉘터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하는 중심 쉘터.
“제기랄!”
그곳의 서포터 역할을 맡고 있는 제하정은 얼굴을 일그러트린 채 두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의 손에서 뻗어져 나온 나무줄기는 거대한 철문을 꽁꽁 감싸고 있었다.
콰앙! 쾅!
하지만 그 철문을 두드리는 굉음에 그 문은 언제라도 부서질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부서지고 있는 중이었다.
철문은 여기저기 움푹 튀어나왔고, 조금씩 구부러지며 빈틈이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철문 너머.
“끼히히히!”
원숭이와 비슷한 동물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 웃음소리가 울릴 때마다 철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커져갔다.
“빌어먹을!”
그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갖고 놀고 있어!’
괴물은 지금 건물 안에 숨어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하는 인간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형님!”
제하정의 절박한 목소리에 중심 쉘터에서 ‘장군’으로 통하는 배철호는 종이를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젯밤 그나마 가까운 중심 쉘터의 리더 박진태가 가져다준 정보였다.
처음 박진태가 자신의 쉘터 능력자가 한 예지라며 정보를 가져다주었을 때는, 겁 없이 날뛰던 박진태가 드디어 미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가져다준 정보는 모두 진실이었다.
일식과 함께 괴물들이 나타나고. 3등급으로 분류된다는 그나마 약한 괴물들이 달려들어 왔다.
그 뒤 맛보기 괴물 7마리가 나타났다.
너무 정확한 예지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그 안에 적어둔 정보로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
…그래, 그나마 버텼다.
그런데 이제는 힘들 것 같았다.
“크윽.”
“흐억, 헉.”
배철호 등 뒤로 고통의 신음을 흘리는 부상자들이 자리해 있다.
그리고 그의 앞.
부서지는 철문 너머.
“끼히히히!”
붉은 원숭이 괴물의 웃음소리와 함께 괴물들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모두 막아 놓은 창문 중 유일하게 틈새를 조금 남겨둔 창문 밖으로, 2등급 괴물들이 밀려오고 있었다.
후방에서 여유롭게 이 상황을 즐기던 다른 맛보기 1등급 괴물들도 다가오고 있었다.
이건 모두 맛보기 괴물 중 강철 매가 사라진 후였다.
“형님!”
“장군님!”
배철호는 곳곳에서 그를 향한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종이를 쥔 그의 손은 핏줄이 터질 정도로 불거져 올라왔으나, 그는 무뚝뚝한 얼굴로 부서질 것 같은 철문을 바라봤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수도 없었다.
“형님! 이제는 저도 더 못 버텨요!”
제하정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배철호에게 외쳤다.
덜덜 떨리는 두 손과 땀범벅이 된 몸은 그가 한계에 치달았음을 알려주었다.
배철호는 제 무기를 다시 손에 쥐어 들었다.
건물 안에서 버티는 것이 힘들다면, 이제는 자신이 건물 밖으로 나서서 괴물들을 유인이라도 해야 했다.
배철호는 입을 열었다.
“…제하정.”
그 부름에 제하정은 그의 뜻을 알아챈 듯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배철호, 제하정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왔다.
“그만해도 된-”
“형님, 제가 조금 더 버텨-”
그때였다.
{지금부터.}
건물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을 다물었다.
그 목소리다.
일식 때 울려 퍼졌던 그 목소리를 어느 누가 잊을 수가 있겠는가. 한 시간마다 정보를 주던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1차 지원 부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제하정과 배철호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배철호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여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1차 지원 부대는 맛보기 괴물들을 모두 처리할 것입니다.}
배철호의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풀렸다.
동시에 제하정이 중얼거렸다.
“…뭐? 그게 가능해?”
맛보기 괴물들을 모두 처리한다니? 그게 가능할 소린가?
모두의 머릿속에 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그때, 배철호의 목소리가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다들 조금만 더 버티자!”
팔에 부상을 입은 이가 배철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장군! 아무리 그래도 저 말은 믿을 수가-!”
“어쨌든 도우러 온다는 소리 아냐!”
배철호의 말에 그를 향해 말하던 이는 입을 다물었다.
배철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망가는 것은 이미 포기했다.’
3등급 괴물들이 밀려올 때 중심 쉘터를 포기하고 도망가려던 이들이 몇 명 있었지만, 대부분은 건물에 머물렀다.
바깥도 마찬가지로 지옥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배철호가 손에 쥔 이 정보를 바탕으로 설득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여기서 버텨야 한다.’
하룻밤을.
배철호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제하정의 옆으로 다가갔다.
“제하정! 조금만 더 부탁하마!”
그 말과 함께 배철호의 두 손이 무기 대신에 나무줄기로 어떻게든 버티고 있는 철문으로 향했다.
제하정은 그 모습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빌어먹을! 이러면 버틸 수밖에 없잖아!”
그는 짜증에 가득 찬 표정으로 덜덜 떨리는 두 손에 힘을 주었다.
“어휴.”
“야, 가자.”
다른 몇몇 사람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철문으로 다가가 두 손으로 문을 받쳤다.
그나마 부상이 심하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 외의 다른 사람들도 다시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저 소파라도 가져와서 문 근처로 옮겨 놔!”
“2층에 물어봐! 밖으로 더 던질 거 없냐고! 화염병 만들던 애는 뭐래?”
“걔는 지금 뻗었잖아, 체력 딸려서!”
“하, 암튼! 뭐라도 밖으로 던져! 괴물들 다가오는 건 최대한 막아야 할 거 아냐!”
하지만 그 소리들도 순간 멈췄다.
“끼히히! 히히! 끼히히히!”
괴물의 웃음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머릿속에 남은 말 때문이었다.
‘지금부터, 1차 지원 부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어쨌든 조금만 더 버티면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
그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간은 많지 않았다.
목소리가 들려온 지 몇 분이 지났을까 생각이 들 때쯤.
콰앙! 쾅! 콰앙!
제하정은 두 다리에 점점 더 힘이 풀려가는 것을 느꼈다.
“크윽!”
이제는 입을 열어 투덜거릴 힘도 없었다.
그저 신음을 삼킬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이가 배철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언제 올까요? 좀 빨리 와야 할 텐데!”
배철호는 그 물음에 답하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래 걸릴 거야.’
그는 박진태가 리더로 있는 중심 쉘터와 이 중심 쉘터의 거리를 떠올렸다.
중심 쉘터치고는 그나마 서로 가까운 거리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꽤 멀었다.
‘또, 지금은 단순히 거리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저쪽 중심 쉘터에서 이곳으로 올 때 괴물이라는 방해물들을 넘어야 했다.
저쪽에서 조금만 더 버티라고 했지만, 배철호는 그 시간이 꽤 길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다 해라도 지면-’
저쪽에서 괴물들을 넘어 이곳으로 오다가 5시를 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해라도 져버리면.
‘…안 올 수도 있어.’
배철호는 최악의 가정을 생각했다.
그는 그래야 하는 입장이었다.
동시에 그는 동료들에게 말해야 했다.
“…버티다 보면 올 거다.”
그는 작은 희망이라도 품어야 할 입장이었다.
하지만 무책임한 희망을 사람들에게 심어줄 수 없기에, 그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이 난관을 버틸지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나마 박진태 쪽에서 준 정보가 믿을 만한데.’
그 정보는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 현재로선 가장 믿을 수 있는 정보였다.
“혀, 형님!”
그때, 문을 막고 선 배철호 대신 창밖의 틈새를 내다보고 있던 이의 놀람에 가득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왔나?!’
그 목소리에 배철호는 지원 부대가 왔나 싶어 황급히 저를 부른 이를 바라봤다.
“장군님!”
그 순간, 위층에 있던 정찰꾼이 놀라서 계단을 내려오며 배철호를 불렀다.
동시에 배철호의 눈동자에 저를 불렀던 창문 앞 동료가 들어왔다.
“아.”
배철호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동료의 얼굴에 맺힌 것은 기쁨이 아닌, 절망이었다.
그때 계단을 내려오던 정찰꾼의 목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하, 하늘에 또 다른 괴물이 등장했습니다! 크기를 봐서 1등급 괴물일 것 같습니다!”
모두의 얼굴에 절망이 스며들었다.
조금 전까지 다른 1등급 괴물보다 1.5배는 강한 강철 깃털 매에게 농락당하다시피 한 사람들이었다.
‘여긴 대화할 가치를 지닌 이가 없군.’
그 말과 함께 그들을 농락하던 강철 깃털 매는 이곳을 떠났다.
그 뒤, 1등급 맛보기 괴물들이 날뛰었고 2등급 괴물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또 다른 비행 괴물이라니!
사람들은 깊은 절망을 느껴야 했다.
그때, 배철호의 입이 열렸다.
“…그럴 리가 없어.”
분명 정보에는 지금 나타나는 1등급은 7마리라고 했다.
그런데 또 나온다고?
이 정보가 틀렸단 말인가?
배철호의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그 순간에도 창문 틈새를 내다보고 있던 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괴, 괴물이 아래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이쪽을 노리는 것 같습니다!”
목소리가 덜덜 떨렸다.
두려움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빠른 속도로 중심 쉘터 안 사람들을 잠식했다.
이를 알아챈 배철호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제길!”
배철호는 문을 받치고 있던 두 손을 떼내며 황급히 창문 틈새로 향했다.
“형님, 저기-”
그런 그에게 동료는 창문 틈새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허.”
배철호는 탄식을 흘렸다.
그 탄식에 건물 안 사람들의 얼굴에 더욱더 큰 공포가 어렸다.
배철호 옆의 동료는 외쳤다.
“빠, 빠른 속도로 낙하!”
동료의 말대로 빠른 속도로 아주 거대한 괴물이 낙하하고 있었다. 마치 이 건물을 무너뜨릴 작정으로 보였다.
동료가 다급한 음성으로 배철호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였다.
“형님, 도망가야 할까요? 더 이상은-”
배철호는 하늘을 바라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래. 일단 후방에 있는 사람들부터.”
“네. 노약자들부터 먼저 이동-”
“잠시!”
동료는 배철호에 의해 말을 멈춰야 했다.
의아한 그가 배철호를 바라봤다.
“형님?”
“…저게 뭐야?”
하지만 배철호는 동료의 얼굴을 보는 대신 창문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시선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 괴물에게로 향했다.
그리고는 한마디를 내뱉었다.
“…사람?”
순간 건물에 다시 한번 정적이 내렸다.
그 정적 사이로 배철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중얼거렸다.
“…괴물 등 위에 사람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제하정조차 놀라서 배철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보고, 들었다.
절망과 실의에 빠져있던 배철호의 눈동자에 점점 더 힘이 서리며 그의 목소리가 방황하지 않고 확신을 담아가는 것을.
배철호는 말했다.
“괴물 말고도!”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괴물의 거대한 몸에 가려져 있던 사람들이 보였다.
괴물 등 위의 한 사람.
그리고 괴물을 뒤따라 내려오는 몇 명의 사람들.
그는 직감적으로 외쳤다.
“지원 부대다!”
그 외침과 함께 사람들은 한 가지 굉음을 들어야 했다.
콰아아앙!
“크윽!”
동시에 제하정이 신음을 토해내며 두 무릎을 꿇었다.
“피해!”
“하정이 데리고 물러나!”
황급히 철문을 받치고 있던 사람들이 제하정을 데리고 뒤로 물러났다.
나무줄기가 끊어지고.
철문은 견디다 못해 부서지며 큰 구멍을 내었다.
“끼히히! 끼히히히!”
그 구멍 밖으로 붉은 원숭이 괴물이 사람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끼이이익-
커다란 구멍이 뚫린 철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쿠웅!
철문은 넘어졌고, 더 이상 사람들을 보호해 줄 문은 없었다.
“…아.”
제하정은 그 광경을 보며 눈앞이 흐려졌다.
“끼히히! 히히히!”
붉은 원숭이가 한 발 건물 안으로 내디뎠다.
붉은 털과 함께 붉은 눈동자를 지닌 원숭이의 얼굴에는 기쁨이 서려 있었다. 당장이라도 사람들을 죽일 생각에 신이 난 것 같았다.
‘내가 어떻게 버텼는데!’
꽉 깨문 제하정의 입술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안 된다.
이러면 안 된다.
이럴 순 없다.
덜덜 떨리는 입술이 열렸다.
“아, 안-”
그 순간이었다.
“끼히히?”
원숭이의 고개가 하늘을 향했다.
쿠우웅!
동시에 사람들은 묵직한 소리와 함께 철문에 드리우는 그림자를 볼 수 있었다.
“끼히히?”
원숭이는 제 몸을 뒤덮은 그림자에 서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보았다.
“크으으으!”
“크르르르!”
“키아아!”
2등급 괴물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서고 있었다.
상당히 다급한 모양새였다.
하지만 그런 광경은 붉은 원숭이에게 제대로 인지되지 않았다.
중심 쉘터 안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끼이이, 끼이-”
붉은 원숭이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러트렸다.
원숭이의 붉은 눈동자에는 저를 내려다보는 오만한 검은 눈동자가 담겼다.
배철호의 입이 열렸다.
“…호랑이.”
사자의 갈기를 품은 검은 호랑이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선 채 고고한 자세로 붉은 원숭이와 중심 쉘터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배철호 씨?”
사람들은 호랑이의 목덜미에 올라타 있는 사람을 한 명 볼 수 있었다.
배철호도 그 남자를 바라봤다.
왜소한 체격의 청년이 입을 열었다.
“지원 부대 왔습니다.”
아.
배철호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동자에 여유로운 미소를 짓고 있는 케일의 모습이 담겼다.
케일은 한 손으로 암흑 호랑이의 몸을 두드렸다.
“형님.”
알베르는 인상을 구긴 채 입을 열었다.
“…설마 아니겠지?”
설마 그 상황은 아니겠지?
알베르는 얄팍한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케일은 그런 희망을 가벼이 무시했다.
“형님.”
“…왜?”
힘없이 답하는 알베르에게 케일은 붉은 원숭이를 가리키며 산뜻하게 외쳤다.
“무세요!”
알베르는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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