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76
575화.
콰아앙- 콰앙!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간신히 보수한 철문이 흔들렸다.
제하정은 나무줄기를 움켜쥐며 외쳤다.
“진짜 록수 씨 말대로 괴물들이 미쳐 날뛰네!”
제하정은 생각할수록 소름이 돋았다.
‘김록수 씨 예지가 다 맞았어!’
김록수의 ‘예지’대로 해가 지자, 2, 3등급 괴물들이 광기에 젖어들어 중심 쉘터를 향해 다 같이 덤벼들어 왔다.
더불어 그 공격력까지 1.5배 증가해 있었다.
제하정은 등줄기에 땀이 한 방울 주륵 흘러내렸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이 상황을 맞이했다면……!’
난 살아 있을 수 있었을까?
‘아니야, 그 전에 이미 죽었겠지.’
1등급 맛보기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 제하정은 자신의 생이 끝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다행이었다.
지금이 ‘예상하지 못했던 밤’이 아니라, ‘최소한의 준비를 마친 밤’이라서.
제하정의 입이 열렸다.
“형님! 버틸 만해요?”
배철호는 제하정에게 대답하는 대신 조카를 바라봤다.
“푸름아.”
“걱정 마요, 삼촌!”
창가에 선 배푸름의 두 손에서 바람이 뿜어져 나왔다.
휘이이이-
거대한 바람이 로켓처럼 쏘아져 나갔다.
콰아앙!
“캬아, 캬아아!”
“크르르!”
바람 로켓에 부딪친 괴물들이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건물 안 사람들이 창문을 통해 바깥 괴물들에게 공격을 감행했다.
그리고 하나 더.
“키이이이-!”
날카로운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매의 발톱이 괴물들을 공격했다.
동시에 그 발톱의 주인, 강철 깃털 매는 하늘로 솟구쳤다.
“끼이! 키이이-!”
거대한 날개가 날갯짓을 한 순간, 강철 깃털들이 화살처럼 쏘아져 괴물들을 공격하였다.
강철 매는 2, 3등급 괴물들이 중심 쉘터 건물로 다가오지 못 하도록, 끊임없이 공격하고 견제했다.
배철호는 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믿을 수가 없군.”
그는 김록수가 한 말을 떠올렸다.
‘오늘 밤. 이곳에 우두머리 괴물 한 마리가 배치될 것입니다.’
이곳을 공격하다가 대화할 가치가 없다며 떠났던 강철 매가 지금 이곳을 보호하고 있다니.
믿을 수가 없는 광경이었다.
그 순간, 배철호는 강철 매와 시선이 부딪쳤다.
‘흡!’
그 강렬한 눈빛에 저도 모르게 배철호의 어깨가 움츠러들었을 때.
강철 매의 부리가 열리며 울음소리가 아닌, 한국어가 들려왔다.
“가치 있는 제안만 아니었다면 이런 쓸데없는 짓도 안 할 터인데. 쯧.”
그 말과 함께 배철호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배철호는 그 모습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가 배푸름과 시선이 부딪쳤다.
“크흠.”
배철호가 멋쩍은 표정을 짓자 배푸름이 씨익 미소를 그려 보였다.
“삼촌. 큰 걱정 마세요. 저도 열심히 할게요. 우리 록수 형님이 난 재능이 많다고 했거든요.”
케일은 전혀 배푸름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네가 있으면 충분해. 제하정하고 손을 맞춰 봐.’
그냥.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너라면 충분히 버틸 거라 확신한다.’
케일은 당연한 사실을 말했을 뿐.
물론 배푸름에게는 원래 의도보다 조금 더 과장되게 그 말이 와닿았을 뿐이었다.
배푸름의 입이 열렸다.
“그리고 길게 버틸 필요도 없잖아요?”
배철호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주변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배푸름에게로 향했다.
길게 버틸 필요는 없었다.
배푸름의 입이 다시 열렸다.
딱 몇 시간.
“후방에서 기습을 하기 전까지만!”
배철호의 입이 열렸다.
“그래. 그때까지만 버티면 되지.”
주변에 있던 이들이 의지를 다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이었다.
치지직.
배철호는 시선을 내려 제 손을 내려다봤다.
그의 손안엔 무전기가 자리해 있었다.
김록수가 배철호에게 넘기고 간 물건들 중 하나였다.
일반적인 무전기가 아닌, 능력자의 힘이 담긴 매개체라고 하였다.
-아. 아.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리십니까?
“삼촌! 민준이 형 목소립니다!”
김민준. 김민아의 오빠이자, 이 무전기들의 주인이었다.
-…푸름이냐?
“네, 형!”
배푸름이 해맑게 말했다.
“형! 형! 민아 잘 있는지 확인해주면 안 될까?”
-…하아.
무전기 너머 김민준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곧이어 말했다.
-현재 상태는 어떻습니까?
배철호가 아쉬운 표정의 배푸름을 뒤로하고 답했다.
“아직은 괜찮습니다.”
-알겠습니다. 특이 사항이 생기는 즉시 바로 무전 부탁드리며, 저희 역시도 특이 사항이 생기면 곧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들 힘냅시다.
그 말을 끝으로 김민준과의 첫 번째 통신이 끝났다.
‘다들 힘냅시다.’
배철호는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래. 버텨야지.”
그는 밤이 막 시작된 지금. 떠오를 내일의 태양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시각.
-아. 아.
김민준의 능력이 두 번째 무전기에 닿았다.
-할머님. 제 목소리 들리십니까?
김씨 할머니는 건물 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민준이냐?”
-네. 할머니. 현재 어떻습니까?
그의 물음에 김씨 할머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박진태가 리더로 있는 중심 쉘터.
그녀가 머물던 그 쉘터를 벗어나 배철호의 쉘터로 가 다친 이들을 치료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호식이 리더로 있는 중심 쉘터로 와 이곳에서 밤을 보내게 되었다.
“현재 상태라-”
그녀의 눈동자는 정문으로 향했다.
이곳은 대부분의 창문이 꽁꽁 닫혔지만, 문이 열려 있었다.
그래도 되었다.
콰아아앙!
콰앙!
괴물들이 반투명한 벽과 부딪쳤다.
“크아아!”
“캬르르르!”
괴물들의 광기에 젖은 울음소리가 사방에서 진동했다.
하지만 건물의 남쪽과 북쪽.
괴물들은 반투명한 벽과 부딪쳐야만 했다.
그리고 그 벽을 만든 사람.
“크윽!”
장만수는 두 팔을 가로로 활짝 펼친 채, 방패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건물의 서쪽.
“내가 인간을 도울 줄은 몰랐군.”
3m에 달하는 하얀 토끼가 중후한 음성으로 중얼거리며 몽실몽실한 흰털로 뒤덮인 뒷발로 뒤쪽을 가격했다.
“끼이이!”
“크억!”
그때마다 2, 3등급 괴물들이 쓰러졌다.
“하지만 가치를 지닌 거래는 구미가 당기는 법.”
흰토끼는 고개를 돌리며 원을 그렸다.
“끄르륵!”
“커억!”
거대한 토끼 귀에 2, 3등급 괴물들이 우후죽순 명을 달리해갔다.
그리고 건물 동쪽.
“으랏차!”
김민아의 기합 소리와 함께, 거대한 창이 휘둘러졌다.
“크악!”
“크어억!”
그때마다 괴물들이 쓰러졌다.
김민아의 눈빛은 번뜩이고 있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니, 제어를 할 필요가 없잖아!”
방향 컨트롤도, 엉뚱한 대상을 공격할 두려움도 지금은 필요 없었다.
사방에서 적이 밀려오니까.
그저 자신의 등 뒤. 건물 쪽으로만 창을 휘두르지 않으면 되었다.
그리고 김민아의 등 뒤.
문을 제외한 대부분의 창문이 꽁꽁 닫혀 있는 가운데, 그녀의 등 뒤에 위치한 창문만큼은 열려 있었다.
그곳엔 김씨 할머니가 자리해 있었다.
케일은 김민아에게 말했다.
‘김씨 할머니는 수많은 전장을 보신 분이야. 할머니가 도망치라고 하면 바로 창문을 넘어 건물 안으로 들어와라.’
김민아는 그 말을 명심하며 창을 휘둘렀다.
김씨 할머니는 그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 잘 해내고 있구나.”
김씨 할머니는 제 주위에 있는 주호식 쉘터의 사람들을 바라봤다. 하나같이 맹렬한 기세로 이 위기를 무찌를 각오로 가득 차 있었다.
‘…단순한 각오가 아니라 문제지만.’
속내를 삼킨 김씨 할머니는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주호식 다음으로 리더 역할을 맡은 이였다.
그가 김씨 할머니에게 듬직한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남자의 눈동자에는 힘이 가득 차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쉘터의 사람들 대부분은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들은 밝게 말했다.
“예지라니, 그런 힘을 지닌 분을 실제로 뵐 줄이야! 거기다가 가장 강한 괴물들도 우리의 편이 되었지요! 그분 덕분에요!”
“호식 씨의 말이 맞았습니다! 우리는 승리할 것입니다!”
“반드시 그럴 겁니다! 모두 다 함께 열심히 하면 됩니다!”
김씨 할머니는 장만수와 눈이 마주쳤다.
방패를 펼치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장만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김씨 할머니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김록수의 조언을 떠올렸다.
‘그냥 그러려니, 좋게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김씨 할머니는 입을 열었다.
“아무튼 민준아, 우리는 괜찮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민아도 괜찮아.”
-…감사합니다, 할머님. 그럼 특이 사항이 생기는 즉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하마.”
치지직.
김민준은 김씨 할머니와의 통신이 끝났다.
잠시 무전기를 내려다보던 그에게 이진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괜찮다니 다행이네요.”
“그러게요.”
김민준은 이진주 옆에 쪼그리고 앉아 자신의 무전 내용을 기록하는 이성원을 볼 수 있었다.
김록수는 이 세 사람에게 말했다.
‘녹음, 전달, 확성. 이 세 가지가 합쳐지면 정보 체계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세 사람은 현재에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미래를 위해서 반드시 그 능력을 마음껏 써야 돼.’
김민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동생과 동생 친구는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강한 힘과 유용한 능력을 지녔건만, 자신은 짐만 된 것 같아 마음이 힘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닌 것을 안다.
그의 손에 쥔 무전기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치지직-
세 번째 무전기와 연결하기 위함이었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아–!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다.
옥상에 있던 김민준은 괴물들을 쓸고 지나가는 흑룡을 볼 수 있었다.
“빌어먹을! 공격할 거면 나한테도 좀 알려달라고! 나는 아군이라고! 피할 틈은 줘야 할 거 아냐!”
그리고 이철민의 간절한 외침도 들려왔다.
하지만 김민준은 한 곳에 시선을 고정했다.
검을 늘어트린 채 흑룡이 지나간 자리를 다시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괴물들을 차갑게 응시하는 남자.
최한.
“…여기도 안전해.”
전율과 함께 안도가 밀려왔다.
그래서였다.
치지직.
연결음이 멈췄을 때.
-다들 어떻습니까?
김민준은 김록수의 물음에 힘차게 답했다.
“다들 괜찮습니다.”
그리고 물었다.
“그쪽은 괜찮습니까?”
그 물음에 케일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담담하게 답했다.
“아직은 이상 무. 나중에 작전 상황에 따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치지직.
무전 연결이 끝났다.
다시 연결을 하고 싶으면 김민준이 알려준 대로 무전기를 조작하면 될 터.
케일은 무전기를 품에 넣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기가 끊어져 불 하나 없는 황폐해진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이 부서지고 무너진 모습으로 가득했다.
또한 말라붙은 핏자국과 인간인지 괴물인지 알 수 없는 뼛조각들이 즐비했다.
케일은 밤이건만 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르르.
그의 손에 들린 작은 유리병 속 불빛 덕분이었다.
“아. 갑갑하네. 불을 더 키우면 안 되냐?”
케일은 제 곁으로 다가오는 박진태를 쳐다봤다.
현재 케일은 그의 뒤로 알베르, 박진태, 주호식, 채수정이 차례로 서서 은밀히 이동 중이었다.
박진태가 슬쩍 알베르의 눈치를 보며 앞으로 치고 나와 케일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케일을 제외한 이들은 불빛 없이 그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어차피 이 근처에는 괴물들도 안 보이는구만.”
툴툴거리는 박진태에게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됩니다. 쉘터 말고도 거리 곳곳 괴물들은 사방에 있습니다. 목표 장소까지는 조용히 가야 돼.”
일단 목표 장소에 도달해야 했다.
케일의 단호한 대답에 박진태는 입을 툭 내밀더니 쓰윽 등 뒤를 바라봤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암흑 호랑이의 눈빛에 멈칫했지만, 이내 암흑 호랑이 너머 주호식과 채수정을 확인하고는 케일 곁으로 바짝 붙었다.
“야.”
그리고 입을 열었다.
“채수정이야, 원래 실력으로는 이 근방에서 유명하다만.”
화염병 투척꾼으로 유명한 채수정은 그 살상력으로 이름 높았다.
지금 중심 쉘터 일이 벌어지기 전만 해도, 어찌어찌 그녀의 화염병 공격을 피해 살아난 괴물들은 그녀만 보면 숨어 다닌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공격력을 지녔다.
그래서 박진태는 그녀가 이번 야간 기습조에 합류했을 때, 아주 합당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었다.
“주호식은 아니지 않냐?”
그런데 주호식이라니!
“김록수.”
“왜?”
박진태는 점점 말이 짧아지는 케일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고는 작게 속삭였다.
“야. 주호식은 미친놈이야. 이수혁도 꺼림칙해 했던 놈이잖아!”
순간 호랑이의 귀가 쫑긋거렸다.
가까이 있던 알베르에게는 들릴 정도의 목소리였다. 물론 거대한 호랑이 몸체 뒤의 두 사람에게는 닿지 않았다.
그때, 케일의 목소리가 알베르와 박진태에게 들렸다.
“알아.”
박진태보다 케일이 주호식을 더 잘 알았다.
왜냐고?
주호식의 쉘터 사람들은 많은 수가 죽었지만, 그래도 다른 곳에 비하면 꽤 많이 살아남았으니까.
그것도 건물 밖으로 도망쳤을지언정 흩어지지 않고 함께 뭉쳐서 말이다.
그리고 미래.
살아남은 주호식은 1인 길드를 하나 만든다.
길드 이름은 ‘주호식.’
오로지 길드원은 저 혼자였다.
혼자서 길드장, 부길드장, 총무, 길드원 다 했다.
그것도 이상한 일이건만.
그 1인 길드는 교단이었다.
주호식은 종교를 하나 만들었다.
오로지 자신만의.
그는 자신의 종교에 다른 이들이 끼어드는 것을 아주 많이 싫어했고 거부했다.
길드에 누구도 받아주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종교는 자신만을 위한 구원이라고 하며 그 종교가 무엇인지도 세상에 알리지 않았다.
주호식 빼고는 아무도 주호식의 종교 이름도, 그 내용도 몰랐다.
‘웃긴 일이지.’
그리고 그 1인 길드로 온갖 의뢰를 받았다.
그리고 떼부자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미래의 사람들 대부분이 아는 괴짜 주호식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리고 회사 소속으로 주요 길드들을 파악하던 케일은 몇 가지를 더 알고 있었다.
사실 주호식의 1인 길드는 그의 능력 때문에 만들어진 곳이었다.
그리고 주호식은 그 막대한 돈을 버는 족족 파괴된 한국 땅을 복구하는 데 썼다.
황폐해진 산과 들, 강. 곳곳에 돈을 쏟아부었다.
그래서 주호식은 빈털터리였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제대로 미쳤지. 그리고 좋은 일 많이 하는 사람이지.”
주호식은 제대로 미쳤다.
그리고 꽤 좋은 사람이다.
케일은 그런 인간은 처음 봤다.
“아니, 미쳤다면서 좋은 사람이긴 뭘-!”
박진태는 큰소리를 낼 수 없어, 제 가슴을 두드리며 기가 막히다는 듯 케일을 바라봤다.
그 순간, 나지막한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까, 제대로 같이 싸워야지.”
담담한 말에 박진태는 이상하게도 소름이 돋았다.
그는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너 주호식 능력도 알고 있겠지?”
주호식은 자신의 능력을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능력을 마음껏 사용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그를 리더로 추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그 능력이 뭔지 모르겠더라고.”
주호식의 능력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무언가 이상했다.
주호식의 힘은 모두에게 의문이었다. 명확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케일은 알고 있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믿음은 훌륭하지. 그렇지 않습니까?”
대번에 박진태의 얼굴이 찌푸려졌다.
“하아. 주호식이 맨날 하는 소리잖아.”
피식.
케일은 바람 빠지는 웃음을 흘렸다. 그 모습에 박진태는 짜증을 내려다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겁니다.”
케일의 담백한 답에 박진태는 작게 중얼거렸다.
“…믿음?”
씨익.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주호식의 힘은 간단했다.
믿음.
주호식이 믿는 것은 이루어진다.
다만 그 범위가 만능은 아니었다.
그의 믿음은 능력자의 능력에 한정되었다.
예를 들면 5만큼의 힘을 지닌 폭발력을 7로.
2만큼의 범위에 미치는 공격을 4로.
이런 식으로 주호식의 믿음은 믿음의 강도에 따라 능력자의 능력을 더 증폭시킬 수 있었다.
그가 믿는 동안에 말이다.
‘화염 탄환의 박진태, 화염병 투척꾼 채수정, 능력 증폭자 주호식.’
이 셋이 함께라면.
더불어 케일의 불벼락도 함께라면.
오늘 밤.
광기에 가득 찬 흉폭한 괴물들은 더 광기에 가득 찬 힘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아니지.’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뒤통수 맞겠지.’
우리가 아닌, 괴물들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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