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8
57화.
케일은 툰카의 말에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툰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처럼 다 뒤엎으려는 놈들도 그럼 미친놈인가?”
툰카의 슬쩍 올라가던 입꼬리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하-”
주변이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커다란 웃음소리였다. 툰카는 무엇이 웃긴지 한참을 웃고서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케일의 말에 답했다.
“아니지. 아니지.”
웃음기가 사라진 툰카의 눈빛은 차가웠다.
“우리는 전혀 미친 게 아니지.”
케일을 툰카가 그리 답할 줄 알았다. 툰카는 비마법사 연맹이 옳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것을 결과로 증명해 낸다.
“그렇지. 나도 마찬가지야.”
자신 또한 미친 게 아니라고 말하는 케일의 모습을 툰카는 찬찬히 관찰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툰카는 툭 내뱉었다.
“직접 사러 와.”
마탑을 못 부순다. 부술 계획이 없다. 그런 말은 안 하는 툰카였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케일은 툰카가 독단적으로 사러 오라고 말했지만, 이를 그의 부하들이 거절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서대륙 최대 마법 장치 생산국. 그 말은, 그 나라의 돈은 마법사와 마법 장치에서 나온다고 여겨도 무방했다.
비마법사 연맹은 승리 후 ‘돈’이 가장 필요해진다. 또한 마법의 흔적들을 없애고 싶어 한다. 그때를 케일은 노리고 있었다.
‘아마 왕세자도 다른 방향으로 함께하겠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고 부서진 건물뿐이라 생각한 마탑. 그 안에는 비마법사 연맹이 뼈저리게 원하는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
“그런데 내가 비마법사 연맹 소속인 건 어떻게 알았지?”
하. 툰카의 물음에 또다시 케일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 행동에 툰카는 멈칫했고, 케일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위퍼 왕국 부족민이고. 지금 그 왕국은 연맹 간 충돌 직전이고. 나보고 마법사냐고 죽일 것 같은 눈빛으로 달려드는데, 그걸 보고 비마법사 연맹을 안 떠올리겠어?”
“…떠올리지?”
케일은 그 반응에 그냥 툰카에게서 고개를 돌려 버렸다. 툰카의 참모가 참 안됐다 싶으면서도 어째서 이런 놈이 전쟁 때는 그렇게 감이 날카롭고 본능적으로 영리해질 수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툰카는 더 흥미가 돈 듯 일어나 케일의 곁으로 다가왔다.
“왜 와?”
퉁명스러운 케일의 물음에도 툰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뭘 할 것 같아서 구경하게.”
쓸데없이 감만 좋은 놈. 케일은 손을 휘휘 저어 보였다.
“저리 가서 소용돌이나 가지고 놀아. 바쁘니까.”
“너 귀족 맞아?”
툰카는 케일이 여간 신기했다. 아미르라는 귀족도 꽤 트여 있는 편이란 생각을 했지만, 눈앞의 이놈만 하지 않았다. 귀족에게 놈놈놈거리면 큰일 날 일인데, 이상하게 눈앞의 이 귀족에게는 놈이라는 단어가 착 달라붙었다.
“귀족이지. 네가 전사이듯이.”
무심히 답하며 케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늘 안에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그때 그의 귓가로 툰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재밌네.”
미간을 찌푸리며 케일은 아예 툰카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했다. 대신 그는 은빛 방패를 펼쳤다. 그와 함께 날개도 함께 나타나 살짝 날갯짓을 했다. 그때 검은 용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들렸다.
-난 눈치가 좋다.
케일의 몸이 살짝 떠올랐다. 검은 용이 딱 맞춰 비행 마법을 쓴 것이다. 케일은 일단 다른 소용돌이들부터 먼저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밥.”
케일은 툰카의 가명을 불렀다. 아직 그는 모두에게 밥이 진짜 이름이라고 해놓은 상태였다.
“왜?”
“오늘 이 일은 비밀인 거 알지?”
“당연히 알지. 난 재밌는 건 혼자 알아야 좋더라고.”
씩 웃는 툰카는 정말 미친놈 같아 보였다. 밤에 봐서 그런가 저 체격과 산발인 머리, 미소가 어우러져 더 무서웠다. 케일은 날아오르며 말했다.
“배와 어부는 내가 구해다 주지. 얼른 고향에 돌아가야 할 것 아냐?”
“오, 고마운데?”
잠시 멈칫하다가 유쾌하게 답하는 툰카의 모습을 대충 본 케일은 휘휘 손사래를 치며 짧은 인사를 남기고 완전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승리해라. 너희라면 할 거다.”
그래야 자신에게 이득이었다.
케일은 다른 소용돌이가 있는 섬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때 아래에서 툰카의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때보다도 큰 웃음소리였다.
“하하하하!”
저 자식 원래 웃음이 많은 놈이었나? 케일은 별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다른 섬으로 향했다. 그런 그를 툰카가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소용돌이는커녕 이제 재미없다며 숙소로 돌아갔지만 케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대신 그는 검은 용에게 말했다.
“나는 어떨 때 제일 분통이 터지는 줄 알아?”
-어떤 때인가?
검은 용은 여유로운 미소를 짓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쓰레기인 줄 알고 싸게 버렸는데, 그게 금덩이일 때. 특히 나에게 너무나 필요한 금덩이일 때.”
검은 용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좋은 걸 배웠다.
“아니지. 더 있어.”
-더?
“그래.”
케일은 여유롭게 답했다.
“그 금덩이를 제값보다 더 주고 꼭 사야 할 때.”
-…억울하겠다.
케일은 악동 같은 미소로 답을 대신하며 눈앞에 놓인 일부터 했다. 그는 또 다른 섬에 내려왔다.
“아무도 없다.”
검은 용의 확언에 케일은 바다를 향해 두 손바닥을 펼쳤다. 쿵. 케일은 크게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역시 심장의 활력이 바람의 소리를 강화시켰어.’
발에서부터 시작되어 손바닥으로 향하는 바람의 힘이 케일은 느껴졌다.
1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시간.
휘이이잉.
케일의 양 손바닥에는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케일은 두 손바닥의 바람을 하나로 모았다.
취이이이익-
작은 소용돌이들은 부딪치며 불에 타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열기를 토해내었다. 하지만 같은 주인을 둔 힘이었기에 바람은 이내 하나가 되어 구를 형성했다. 케일은 그것을 허공으로 띄웠다.
쾅!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부서지지 않는 방패로 내려쳤다. 바람 구슬은 바닷속 소용돌이로 던져졌다.
싸아아아- 바람 구와 소용돌이 속 바람 팽이가 섞였다.
케일은 검은 용의 비행 마법으로 다시 하늘로 솟아오르며 그 광경에서 눈을 떼었다. 최소 6개월은 버틸 것이다. 1년을 버티지 못하고 없어지면, 케일에게 그 소멸의 느낌이 전해질 테니 그때 판단하면 되리라.
“다음 섬으로 가자.”
케일의 말에 검은 용의 날개가 파닥이며 속도를 냈다. 케일은 그렇게 몇 개의 바람 구를 바다에 집어 던지고 기연인 물웅덩이의 물을 모조리 퍼 담아 왔다.
그리고 다음 날, 케일은 이른 아침부터 선착장에 왔다.
“밥.”
그는 툰카에게 배와 선원을 보여주었다. 툰카는 이를 한참 동안 보다가 입을 열었다.
“두 달 뒤에 와라. 세상이 달라져 있을 테니까.”
케일은 두 달 동안은 위퍼 왕국에 절대 가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툰카 눈동자에 광기가 보였다. 날뛸 태세였다.
“…빨리 가봐라.”
케일은 슬쩍 툰카에게서 옆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얼른 출발하라는 의미로 선원을 바라봤다. 그 모습을 보던 툰카는 망설이다가 결국 물었다.
“넌 약한가?”
“어.”
경쾌하고 칼 같은 케일의 답에 툰카는 다시 고뇌에 빠지듯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배에 올라탔다.
“두 달 뒤에 꼭 와라.”
“그래, 그래.”
케일은 떠나는 툰카를 설렁설렁 배웅하고 배로부터 뒤돌아섰다. 그때 케일의 등 뒤로 툰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주 우렁찼다.
“내 이름은 툰카다! 꼭 기억해라!”
케일은 뒤돌아봤다.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 위를 떠나는 중형의 배. 그 배에서 손을 흔들며 외치는 툰카.
꼭 소년 만화의 주인공이 떠나는 장면 같아 보였다. 케일은 못 볼 것을 봤다는 표정으로 미련 하나 없이 뒤돌아섰다. 계속해서 케일의 등 뒤로 꼭 이름을 기억하라는 말이 들려왔지만 케일은 절대로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만 두 달 뒤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배가 불러왔다. 평생 쓸 노후 자금과 튼튼한 성을 얻을 테니까.
케일은 숙소로 돌아와 다른 이들을 마주했다. 케일은 바닷가에 온 후로 숙소 안에만 틀어박혀 있던 아기 고양이 온과 홍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굳이 인사하러 오지 않아도 되는데.”
“아니에요. 감사 인사 겸 그때 놀라게 해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온과 홍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말하는 위티라를 쳐다보고 있었다. 파세톤을 볼 때도 별 반응이 없던 애들이, 위티라에게는 반응이 달랐다.
위티라는 케일의 안색을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몸은 괜찮으신가요?”
“뭐, 늘 같지.”
심장의 활력 덕분에 늘 몸 상태가 보통 이상은 되는 케일이었다. 잠도 한두 시간만 자면 피로가 싹 풀렸다.
그는 갑자기 말이 없어진 위티라, 그리고 그녀 옆의 동생 파세톤에게 말했다.
“감사 인사는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은데. 더 들으면 그 인사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 사과 인사도 마찬가지고.”
“네. 감사합니다.”
케일은 자신에게 존대를 하는 위티라를 무심히 바라봤지만, 동시에 관찰했다. 고래족 왕의 혈족. 일반 수인족들의 족장과는 달랐다. 바다의 절반을 지배하는 자. 그 위치에 있는 고래족 왕은 왕국의 왕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위티라는 케일에게 존댓말을 했다. 책 속에서 최한에게는 그러지 않았었다.
‘고래족인 건 드러냈으면서 왜 신분은 굳이 숨기는 것이지?’
하지만 케일은 어제부터 느꼈던 그 의문을 굳이 드러내지 않았다. 케일도 최대한 고래족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생각 중이었다.
“또 감사 인사. 하지 말래도.”
케일은 보는 것만으로도 그림 같은 두 남매에게 말했다.
“두 남매가 만났으니 다행이네. 이제 가봐도 돼.”
툰카까지 돌려보냈고, 이제 우바르 영지의 영주만 만나고 얼른 헤니투스 영지로 돌아가고 싶었다. 물론 거기서도 할 일이 있었지만. 위퍼 왕국 가기 전까지는 쉬지 않겠는가.
그때였다.
“저, 케일 공자님.”
위티라. 고래족의 목소리는 전설의 바다 생물 세이렌처럼 아름다웠다. 세이렌. 그 아름다운 목소리로 사람들을 바닷속에 뛰어들게 만들었다는 무시무시한 존재.
그 존재가 떠오르며 케일은 뒷골이 서늘해져 왔다. 그는 고개를 돌려 위티라를 바라봤다.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저희에게는 아주 오래된 적이 있습니다. 파세톤을 치료하셨으니 아시겠지만, 인어입니다.”
알지. 아주 잘 알지.
“그런데 제 동생 파세톤이 그들이 갑자기 강해진 이유를 알아냈습니다.”
이건 또 뭔 소린가.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파세톤이 이어 말했다.
“제가 인어들에게 쫓기고 있었던 것은 그들이 강해진 원인을 찾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인어들에게 쫓기다 죽어버렸던 혼혈 고래 파세톤. 그는 쫓겼던 이유가 있었고, 그가 아는 것은 인어와 고래족 싸움에서 중요한 정보였다.
“공자님이 헤니투스 가문의 분이라 들었습니다.”
“…그런데?”
위티라와 파세톤은 케일의 말에 바로 답하지 않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행동이 몹시도 케일을 찝찝하게 만들었다. 위티라는 마침내 케일을 보며 말했다.
“어둠의 숲. 그곳에 가고 싶습니다. 아니, 가야만 해요.”
케일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이름에 저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우리 영지?”
어둠의 숲. 최한이 수십 년을 살아왔고 서대륙의 5대 불가사의한 지역 중 한 곳.
그리고 헤니투스 백작가가 오랫동안 왕국을 위해 경계해 왔던 곳.
“부탁드립니다. 충분한 대가도 준비했습니다. 함께 가면 안 될까요?”
큰 고래와 작은 고래가 간절히 바라봤다. 온과 홍이 앞발로 케일의 무릎을 툭툭 쳤다. 함께 데리고 가자는 작은 소망의 표현이었다. 그때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늑대 소년 메스였다.
“공자님, 차와 다과 준비해 왔습니다.”
줄줄이 늑대 아이 두 명이 트레이와 찻주전자를 들고서 들어왔다. 비크로스가 문 밖에서 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더 멋지고 아름답다.
마지막으로 검은 용이 머릿속에 중얼거리는 말까지 들으며 케일은 두 눈을 감았다. 그는 마치 난장판 소용돌이의 중심에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저, 공자님?”
조심스러운 위티라의 물음에 케일은 손을 들어보였다. 그 행동에 위티라는 입을 닫았다. 늑대 아이들이 모두 다 나가고 조용해진 방 안. 이내 케일의 두 눈이 천천히 뜨였다.
소파에 기댄 여유로운 자세. 그리고 멋들어지게 흐트러진 붉은 머리칼. 그것들과 달리 케일의 검갈색 눈동자는 그 밑을 알 수 없이 깊었다.
위티라와 파세톤은 그 눈빛을 바라보다가 그의 건조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자세히 얘기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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