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81
580화.
케일이 가볍게 답했다.
“생시지.”
그리고선 가볍게 알베르의 등에서 내려섰다. 물론 알베르가 몸을 숙여서 가능한 일이었다.
“반갑습니다.”
그는 최정수와 함께 굳어있는 네 사람에게 최대한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저는 김록수로 확실한 사람이고.”
케일은 뒤따라 내리는 복잡한 표정의 최한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녀석도 확실한 사람이니 공격 걱정은 안 하셔도 됩니다.”
툭툭.
최한은 제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한 케일의 무뚝뚝한 토닥임에 희미한 미소를 그렸다.
케일은 그런 최한과 한 번 시선을 마주하고는 암흑 호랑이, 알베르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쪽은 제 형님이신 암흑 호랑이 알베르이시죠.”
형님?
다섯 명의 얼굴 위로 희한한 표정이 저마다 나타났다.
지금 저 사람은 괴물보고 형님이라고 한 건가?
묻고 싶은 질문이 많았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알베르라니. 짧은데? 내가 소개하지. 내 이름은 알베르 크로스만이다.”
이런 표현을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괴물은 갈기를 우아하게 흔들고는 부드럽게 인사를 건넸다.
어렴풋이 위엄마저 느껴졌다.
김록수라는 청년은 그런 호랑이를 쳐다보며 한숨을 작게 내쉬곤 최정수 일행들에게 다시 호랑이를 소개했다.
“형님 이름은 알베르 크로스만이시죠.”
그 모습에 다양한 연령대의 다섯 사람은 기가 막힌 얼굴로 케일과 알베르를 바라봤다.
하지만 암흑 호랑이는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 이런 모습은 또 처음 보는군!’
알베르는 이렇게 들뜬 케일은 처음 보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여전히 무뚝뚝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알베르가 보기엔 케일은 지금 신나 있었다.
그리고 알베르의 말대로 케일은 지금 상당히 놀라우면서도 반가웠다.
‘여기서 볼 줄이야!’
그는 최정수가 이수혁을 부산 서면 중심 쉘터에서 봤다는 말만 들었을 뿐, 그 이전 최정수의 상황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드문드문 최정수가 말해주기는 했으나, 몇 부분만 자세히 말하고 나머지는 축약해서 말한지라 이 당시 최정수의 동태를 케일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케일은 그 기쁜 속내를 드러내지 못했다.
지금 최정수는 김록수를 처음 보는 것이니까.
그때 최정수의 입이 열렸다.
“…다른 한 분 이름은 뭡니까?”
조금 전 케일의 반말에 반말로 대답하던 것과 달리, 한층 침착해진 음성으로 존댓말을 건네고 있었다.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역시 알아채네.’
케일은 두리뭉실 최한의 이름은 소개하지 않고 넘어갔다. 다른 네 명은 정신이 없어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 같지만, 최정수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용케 알아챘다.
‘은근히 섬세하고 꼼꼼해.’
그리고 집요했다.
그것이 최정수가 10등급에서 1등급 능력자가 될 수 있는 동력이었다.
케일은 최한의 등을 살짝 쳤다.
주춤 주춤.
최한이 어정쩡한 걸음으로 앞으로 한두 걸음 나섰다.
그의 시선이 어디 정확하게 박히지 않은 채 이리저리 표류하고 있었다.
사정을 아는 암흑 호랑이가 남들 몰래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차분한 놈이 저런 모습도 있군.’
겉으로는 여전히 차분하다 못해 살짝 가라앉은 모습의 최한이었지만 알베르는 최한의 속내가 지금 어쩌면 아주 혼란스러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로 아주 오랜 시간 만에 혈연을 마주하는 것이니까.
알베르의 짐작대로 최한은 지금 혼란스러움을 넘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갔다.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 이때 최정수를 만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나 최한은 최정수를 보자마자 그가 최정수임을 알아챘다.
이전에 최정수의 기억 속에서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을 보았으니까.
목소리도 익숙했다.
‘날, 나를-’
최한은 최정수를 바라봤다.
‘나를 못 알아보네.’
이리저리 흔들리던 눈동자가 이내 차분해졌다.
하얗게 변해가던 머릿속도 서서히 차갑게 식어갔다.
‘…이건 당연한 일이야.’
최정수가 최한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주 오래전 실종된 오촌 당숙의 얼굴을 어찌 기억하고 있겠나?
아니, 그 얼굴을 사진으로 얼핏 봤다고 하더라도 당연히 최정수는 지금이라면 꽤 나이 들었을 오촌 당숙을 떠올릴 것이다.
어느 누가 조금도 늙지 않은, 자기보다 어린 녀석을 오촌 당숙으로 인지하겠는가.
‘…이름은 기억할까?’
혹시 익숙한 이름에, 실종된 당숙 이름에 멈칫할 수 있지 않을까?
최한의 입이 열렸다.
“저는 최한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최정수는 그 손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마주 잡았다.
“저도 반갑습니다.”
담백한 인사 끝에 손을 놓았다.
최한은 다시 케일 뒤로 물러서며 텅 빈 손을 가만히 내려다봤다.
‘모르네.’
남을 대하는 최정수의 모습에 최한은 괜히 마음이 쓰라렸다.
분명 지구가 아닌, 또 다른 세계를 자신의 터전으로 잡은 최한이었건만. 돌아갈 곳이 있건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쓰렸다.
케일은 그런 최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가 이내 닫았다.
자신이 섣불리 나설 문제도 아닐뿐더러.
‘분명 최한은 최정수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이 복잡하겠지.’
사람이라면 응당 그럴 것이다.
‘하지만 계속 그럴까?’
케일은 최정수와 최한 사이에는 절대 사라질 수 없는 끈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어쩌면 혈연보다 더 짙으리라.
‘그리고 집요한 놈이야.’
최정수는 집요한 녀석이다.
분명.
시간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으나.
‘최정수 저 녀석은 우리에게서 무언가를 알아챌 거다.’
이수혁 팀장이 오히려 둔한 편이라, 아무것도 못 알아챌 요량이 높았다. 최정수는 케일과 최한의 이질감을 분명 알아챌 것이다.
그리고 케일은, 김록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뭐, 별일 없게 하면 되는 거니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조심하면 되는 일이니까.
“…어찌 된 영문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케일은 말을 걸어오는 한 중년인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김씨. 김포철이었다.
“아.”
김포철은 제 물음에 잠시 탄성을 내뱉더니 곧바로 망설임 없이 답하는 김록수라는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새로운 형태의 중심 쉘터가 생겼다는 것은 아십니까?”
“…새 중심 쉘터가 곳곳에 생겼다는 것은 압니다.”
“그렇군요. 저희는 그중 부산에서 가장 큰 중심 쉘터가 있는 서면으로 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곳에 아는 사람이 있거든요. 만나야 해서요.”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모두 사실이었다.
부산 서면에 가서 이수혁을 반드시 만나야 했다.
‘음?’
부드럽게 대답하던 케일은 찰나지만 김포철의 눈동자가 한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김포철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어린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보였다.
‘뭐지?’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저를 쳐다보는 김포철의 행동에 케일은 아무것도 못 본 척 미소를 그렸다.
스윽.
하지만 최정수가 아이의 앞에 서며 케일에게서 아이를 가렸다.
‘들켰군.’
케일은 자신이 아이를 쳐다보는 것을 최정수에게 들켰음을 깨달았다.
‘또 나를 경계하고 있고.’
그리고 최정수가 자신을 상당히 경계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그러니 괴물인 알베르나 검을 허리춤에 찬 최한 대신 자신을 뚫어져라 지켜본 것이리라.
최대한 부드럽게 대하는 자신을 경계하는 모습에 케일은 새삼 최정수의 그 ‘감’은 살아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케일은 몰랐다.
그 나름대로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으나, 상당히 마른 체격에 허여멀건 한 남자가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으면.
그리고 암흑 호랑이와 검사가 그를 따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당연히 제일 경계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유 없이 웃는 놈이 제일 의심 가는 세상이 지금 이 세상이었다.
원래라면 이런 분위기를 알아챘을 케일이었으나, 그는 알베르 생각대로 들떠 있었다.
케일은 이 상황을 모른 채 입을 열었다.
“그쪽도 부산으로 가시는 겁니까?”
케일은 총 다섯 명으로 구성된 인원을 살폈다.
50대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과 조금 전에 말을 건 40대로 보이는 남자.
그리고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와 그 옆에 꼭 붙어 있는 아이.
마지막으로 최정수.
이 인원 구성에 대해 케일은 최정수에게 들은 적이 없다.
그 말은 간단했다.
‘다 죽었단 소리지.’
최정수를 빼고 다른 이들은 죽었단 뜻이었다.
최정수는 죽은 이들을 따로 언급하지 않고 마음에 묻어두는 편이었으니까.
“네. 저희도 부산으로 갑니다.”
김포철은 경계를 풀지 않고 딱딱하게 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가장 연장자로 보이는 여자가 입을 열었다.
“김씨. 잠시만.”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김록수 씨라고 했던가요?”
“네.”
“나는 박말숙이에요.”
“네. 반갑습니다, 어머님.”
박말숙은 케일 주위를 힐끗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녀의 한 손은 등 뒤에 자리해 있었다.
“우리 정수를 어떻게 아는 겁니까?”
그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호랑이 괴물이 한 말을.
‘음? 이 녀석 최정수 아니냐? 네가 말하던 대로 생겼는데?’
분명히 저들은 최정수를 알고 있었다.
“흐음.”
그때, 저 해괴한 조합의 대장으로 보이는 남자의 한쪽 입꼬리가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그 부분에 대한 의문을 풀어드리려면 저의 능력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군요.”
케일은 최정수에게 시선을 두었다.
“이제 곧 밤인데, 더 이동하는 것은 곤란할 것 같고 여기서 하루 쉬어야 할 것 같은데. 서로 오해가 있으면 불편한 밤이 되겠죠?”
알베르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밤낮없이 달려왔으면서.’
밤이라서 쉰다니?
네놈 머릿속에 쉰다는 단어가 있냐?
백수라는 단어만 있지, 휴식이 뭔지도 모르는 놈이!
알베르는 순간 속이 부글부글했지만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케일이 하늘을 바라봤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러운 그 행동에 최정수의 일행들은 저절로 하늘을 바라봤다.
그 순간.
“끼이이이이—!”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가 노을로 뒤덮인 붉은 하늘에 울려 퍼졌다.
“저, 저-”
김포철의 입이 벌어졌다.
매다.
강철 깃털을 지닌 거대한 매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매 위에 올라타 있는 사람들도.
“비행 능력?”
더불어 비행을 하며 이동하는 사람도.
그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내려오십시오.”
그의 손짓에 강철 매와 사람들이 서서히 아래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케일은 그 광경에서 시선을 떼어 고속도로 옆 수풀을 바라봤다.
“나오세요.”
콰직. 콰지직.
나뭇가지들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숲에서 하얀 것이 나타났다.
토끼 귀다.
흰 토끼다.
다만 그 크기가 3m에 달하는 거대한 흰 토끼일 뿐이었다.
토끼의 어깨에도 사람들이 자리해 있었다.
“이, 이 무슨.”
대격변 후, 이렇게 인간과 괴물이 사이좋게 등장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아니, 그들은 사이가 좋아 보였으나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상당한 위압감으로 다가왔다.
왜냐면 그 괴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강하다고 알려진 괴물들 중에서도 수위를 다투는 녀석들이었으니까.
사람과 괴물이 모두 케일 뒤에 자리했다.
“이들은 모두 저와 함께하는 분들로, 모두 부산 서면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같은 편이죠.”
쭈욱 케일 일행들을 살펴본 박말숙은 침을 꿀꺽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쪽의 능력이 뭡니까? 그걸 말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맞습니다. 저를 어찌 아십니까?”
최정수가 앞으로 나섰다.
케일은 저를 뚫어질 듯이 쳐다보는 최정수의 눈빛에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케일 기억 속 최정수가 알았다면 비웃었을 행동이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지금의 최정수 앞에서 이 짓을 하기도 참 난감했지만, 그럼에도 해야 했기에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케일은 당당하게 말했다.
“제 능력은 ‘예지’입니다.”
순간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케일의 손이 최정수를 가리켰다.
“그리고 제 예지에 ‘최정수’ 씨가 보였습니다.”
“…뭐? 예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행 중 젊은 여자가 놀라서 외쳤다.
그때, 아이가 작게 중얼거렸다.
“거짓말!”
이내 그 목소리는 커졌다.
아이는 케일을 뚫어질 듯이 바라보며 외쳤다.
“저 말 거짓말이에요!”
순간 박말숙과 20대 후반의 여자가 놀라며 아이를 붙잡았다.
그 와중에 케일은 아이를 보며 말했다.
“…그럴 리가.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안단다.”
아이의 눈동자에 혼란이 찾아왔다.
아이는 저도 모르게 툭 내뱉었다.
“어? …이건 진실인데.”
그 순간 케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이를 본 여자가 얼른 아이를 제 뒤로 숨기려 했다.
하지만 아이는 신기하다는 듯 케일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시선에 케일은 입을 열었다.
“나는 당신들에게 적의가 없고, 오히려 사람들을 구하러 부산 서면에 가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이는 그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실이야.”
역시.
케일은 이 아이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 아이는 ‘말’에서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구나.’
주호식의 ‘믿음’에 버금가는, 아니, 이를 상회하는 특수한 능력이었다.
그렇기에 케일은 진심을 내뱉었다.
“앞으로 엄청나게 무서운 일이 벌어질 겁니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그 일을 제대로 버텨낼 수만 있다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면.”
그 절망을 막을 수 있다면.
“죽기 직전까지 싸울 수 있습니다.”
죽는 건 싫었기에.
그리고 자신은 죽어선 안 되기에.
죽음을 동료들에게 보이기 싫기에.
케일은 죽을 각오로 싸울 생각은 없었다.
반드시 모두 살릴 각오로 싸울 뿐이었다.
“어쨌든 반드시 사람들을 구할 겁니다.”
케일의 말이 끝났고, 아이의 입이 열렸다.
“지, 진실인데.”
그 말에 최정수 일행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갑작스러운 상황과 엄청난 내용에 당황한 것 같았다.
그때, 당황한 최정수 일행을 바라보는 케일의 뒤에서 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습니다.”
케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새하얀 옷차림의 주호식이 두 손을 맞잡은 채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분은 기적을 행하십니다.”
주호식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케일과 달리 진짜 부드러운 미소였다.
“이분의 예지는 틀린 적이 없지요. 믿으셔야 합니다.”
하아.
한숨을 내쉬는 케일의 얼굴이 구겨졌다.
“…클로페 세카.”
최한이 홀로 작게 중얼거리는 이름이 케일의 귓가에 박혔다.
알베르가 웃음을 참는 듯 입꼬리가 부들부들거렸다.
케일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며 최정수 일행들에게 말했다.
“저녁때인데 일단 밥부터 먹으면서 이야기하죠.”
상당히 담백하고 차분한 어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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