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84
583화.
“…정말 고맙다.”
이수혁은 연신 케일 등을 두드리며 살짝 잠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케일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이수혁 어깨 너머 성벽을 바라봤다.
‘놀랐네.’
다들 놀란 얼굴로 이수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긴 원래 팀장을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낯설겠지.’
아마도 케일 뒤에 서 있는 김씨 할머니나 이씨 남매에게도 이수혁이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광경이 낯설어 보일 것이다.
아마 원래 이맘때의 김록수가 가장 어색해하고 낯설어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케일은 이수혁이 왜 이러는지 알았기에 이해했다.
‘힘들면 이럴 수 있지.’
하루하루가 지치고 힘든 것을 넘어, 언제까지 싸워야 하나.
사람들을 계속 구해도 결국 이 터전이 무너지는데, 그냥 다 놓고 편히 지내야 할까.
그런 고민들이 지금 이수혁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았다.
이수혁은 고민과 회의감을 품은 채로 이전과 같이 열심히 싸우고 지켰다.
그러니 사람이 심적으로 상당히 지치고 내몰린 기분일 터.
그런 때에 과거의 인연들을 만나니, 감정이 요동칠 수밖에.
그렇기에 케일은 반가운 마음보다는 평소의 김록수처럼 입을 열었다.
“좀 떨어지죠?”
이수혁의 어깨가 살짝 들썩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이야. 김록수, 그대로네.”
사뭇 더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케일은 그런 이수혁에게 말했다.
“할머니랑 다른 사람들도 왔습니다. 인사 안 합니까?”
“역시 넌 은근히 다른 사람들 챙기는 걸 좋아한단 말이지.”
이수혁은 그리 말하며 케일의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케일을 지나쳤다.
그는 케일을 지나치자마자 케일과 함께 있던 괴물 세 마리와 가장 먼저 마주쳤다.
이수혁은 괴물들을 한 마리씩 바라보며 그 눈동자를 마주했다.
강철 매와 흰 토끼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겁을 내지 않는군.’
조금이라도 겁을 집어먹거나 감정의 동요가 있을 법한데, 그 김록수가 찾는다는 인간은 두 괴물을 봐도 꿈쩍을 안 한다.
‘분명 약한데.’
최한, 김록수와 달리 분명 약한 것 같은데, 약하지 않은 인간이다.
물론 다른 인간들보다야 그가 월등히 강하다는 것이 느껴지긴 했지만.
괴물들의 생각을 모른 채, 이수혁은 마지막으로 암흑 호랑이와 눈이 마주쳤다.
씨익.
이수혁은 호랑이 괴물이 웃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호랑이 괴물의 입이 열렸다.
“반갑군.”
음?
이수혁의 눈썹이 살짝 들렸다.
“나는 김록수의 형인 알베르 크로스만이네. 우리 동생이 찾던 너를 만나니 반갑군.”
알베르는 거기까지 말하고선 가만히 이수혁을 응시했다.
이수혁 역시도 가만히 알베르를 응시하다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이야.”
그의 입에서 작은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수혁은 괴물들에게서 시선을 떼어 케일을 잠시 바라보고는 별말 없이 다시 시선을 돌려 알베르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몇 살이냐?”
“…뭐?”
알베르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수혁은 성큼성큼 알베르에게 다가가더니 그 갈기 위에 손을 턱 올리고선 갈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김록수한테 형이라고 부르라고 해도 안 부르더니. 그쪽한테는 형이라고 하나 보네. 부러운데?”
이수혁은 웃으며 물었다.
“그래서 몇 살?”
알베르는 멈칫하며 케일을 쳐다봤다.
케일은 저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알베르는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이수혁을 쳐다봤다.
‘…겁이 없어 보이는 눈빛이군.’
웃고 있지만, 눈빛 때문인지 몰라도 그 분위기가 섣불리 다가가기 힘든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다가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분위기도 풍겼다.
사람 자체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라고 해야 할까.
알베르는 이수혁이라는 인간을 파악하며 입을 열었다.
“25살이다.”
이수혁은 대답해줘서 고맙다는 듯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그럼 내가 형이네.”
툭툭. 그러고는 알베르의 등을 두드리고선 그를 지나쳤다.
세 괴물에 대해서 별달리 신경 쓰지 않는 태도였다.
하지만 알베르는 이수혁의 눈동자가 이미 괴물들을 탐색한 것은 물론 다른 인간들도 탐색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케일 헤니투스가 이수혁한테서 배웠다고 했지?’
알베르는 새삼 이수혁과 케일이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케일은 이수혁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케일 헤니투스가 더 능숙해.’
하긴 케일 헤니투스는 30대 후반이나 다름없으니, 그 경험만큼 더 능숙한 것이 이치에 맞기는 했다.
알베르는 이수혁의 뒷모습을 가만히 관찰했다.
그리고 이는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포철을 비롯하여 경주 어귀에서 합류한 다섯 명은 약간의 긴장감을 담아 이수혁을 바라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수혁의 모습 때문이었다.
김포철은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뭔 놈의 피가.”
검은 옷에 붉은 얼룩들이 보인다.
분명 피일 것인데, 얼마나 많은 괴물의 피를 묻히면 저런 모습이 될까?
“음.”
김포철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이수혁이 잠시 그를 응시하고는 지나쳤다.
‘…이야.’
김포철은 속으로 절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주 칼이구만, 칼.’
조금 전 김록수나 이쪽을 보며 환하게 웃던 것과 달리 서늘하게 바라보는 모양새가 마치 칼과 같았다.
문득 김포철은 칼을 떠올리자 절로 시선이 최한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이수혁의 시선도 최한에게서 잠시 동안 멈췄다.
‘음?’
그는 눈을 잠시 크게 떴다.
최한이 가만히 서 있다가 이수혁에게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 왔기 때문이었다.
‘아니, 인사가 맞나?’
꼭… 감사 인사 같은데?
이수혁은 그런 느낌이 들어 묘한 표정으로 최한을 바라봤다.
그때 최한이 손을 내밀었다.
“전 최한이라고 합니다. 록수 형을 구해주신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아.”
감사 인사가 맞네.
이수혁은 최한의 과하게 정중한 인사의 내막을 알아챌 수 있었다.
“뭐, 별것 아니었습니다.”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래.”
이수혁은 가볍게 최한과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웃으며 최한에게 말했다.
“너 꽤 강하지?”
“…네?”
“손만 봐도 알겠네.”
이수혁의 시선이 최한의 굳은살과 상처의 흔적들로 가득한 손으로 향했다.
최한은 그제야 웃고 있지만, 냉정한 이수혁의 눈동자를 볼 수 있었다.
“…꽤 강합니다.”
“좋네.”
그 말을 끝으로 이수혁은 최한을 지나쳐 최정수를 한번 보고는 뒤에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최한은 그런 이수혁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는 이수혁이 정말로 고마웠다.
이수혁은 최정수와 케일을 가족처럼 돌봐줬던 사람이니까.
케일을 구하고 대신 죽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케일을 대신해 죽은 이는 또 한 명 있었다.
최한의 시선이 최정수에게로 향했다.
최정수는 이수혁의 허리춤에 달린 검과 이수혁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본래라면 케일 님과 함께 얼싸안아야 했을 것인데.’
최정수와 이수혁은 현재 모르는 사이다.
오늘 처음 본 사이였다.
최한은 케일을 바라봤다. 그는 바로 케일과 눈이 마주쳤다.
‘역시 케일 님도 최정수와 이수혁을 보고 있었구나.’
서로 엇갈리는 저 둘을 보고 있었구나.
최한은 케일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쓰라렸다.
하지만.
‘자연히 이어질 거다.’
최정수, 이수혁, 김록수.
저 세 사람은 자연히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어야 한다.
최한은 미간을 찌푸린 채 이수혁을 바라보고 있는 최정수의 옆으로 가서 섰다.
그에 최정수가 흠칫하며 최한을 바라보았다.
최한은 그런 정수에 시선을 두지 않고서 이수혁을 보며 입을 열었다.
“저분도 검을 잘 씁니다.”
“…네?”
최정수는 갑작스럽게 말을 건네는 최한 때문에 당황했다.
요 며칠, 아니, 첫 만남 때 인사를 나눴던 것 빼고는 대화를 해본 적이 없는 두 사람이었다.
특히 최정수는 최한의 검술을 볼 때마다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못해 말 한마디 꺼내기가 더욱더 힘들어지고 있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도대체 누구길래-’
우리 집안에서 이어오고 있는 고대 검술과 비슷한 검술을 사용하는 것이지?
‘거기다가 최씨잖아.’
최정수는 머릿속이 복잡해 터질 것만 같았다.
그때였다.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검 배우고 싶은 것 아닙니까?”
“아.”
최정수는 순간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최한은 최정수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질문은 안 됩니다.”
최한에게 최정수의 질문은.
그 너머에 드러날지도 모를 진실 때문에 버거웠다.
“다만 나는 검술만 가르쳐 줄 겁니다.”
최정수는 저보다 어린 최한을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왜 질문은 안 됩니까?”
“…질문은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최한은 케일에게로 걸어갔다.
최정수는 시야 안에 들어오는 최한과 케일을 한참 동안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 와중에 이수혁은 김씨 할머니 앞에 섰다.
“할머니.”
“…아이고. 수혁아.”
김씨 할머니는 떨리는 두 손으로 이수혁의 얼굴을 매만졌다.
“너 꼴이… 이게 뭐니? 아이고.”
김씨 할머니는 말문이 막힌 얼굴로 이수혁의 얼굴과 팔, 어깨를 계속 매만졌다.
“…오빠.”
“진주야. 성원아.”
이수혁은 자신에게 다가온 이진주와 이성원에게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남매의 표정도 김씨 할머니와 비슷했다.
그들이 있던 중심 쉘터를 떠날 때의 이수혁과 지금 이수혁은 너무나도 달랐다.
지금의 이수혁은 이전과 달리 지치고 피곤해 보였다.
부산 서면에 오기로 결심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부산으로 향하는 길 내내.
그들은 이런 모습의 이수혁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강인한 리더.
믿고 따를 수 있는 리더.
그런 모습을 기대하고 왔건만.
현실은 상상과 달랐다.
이수혁은 저를 바라보며 여러 감정을 주체 못 하는 그들에게 한 번씩 미소를 그려 보이고는 가장 뒤에 있는 이에게 손짓했다.
“박진태.”
박진태는 바위라도 된 것처럼 우두커니 서서 이수혁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이수혁은 그런 박진태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진태야. 안 오냐? 형, 안 반갑냐?”
박진태의 입이 서서히 열렸다.
“…미친. 꼴이.”
결국 그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미친, 꼬라지가 이게 뭐야?!”
“내가 어때서?”
뭐가 문제냐는 듯 쳐다보는 이수혁을 보며 박진태는 진심으로, 정말로 화가 너무나도 났다.
왜 그런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그런데 화가 났다.
박진태는 이수혁의 꼴을 보면서 생각했다.
‘보나 마나 뻔하지.’
사람 구한다고, 힘든 일은 본인이 하겠다고 나서느라 저런 꼬라지가 됐을 거다.
본인이 신도 아니고, 기계도 아니고.
인간인 이상 분명 지치고 한계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나는-’
박진태는 이수혁이 떠난 뒤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봤다.
더불어 자신이 뒤쫓고 싶었던, 넘어서고 싶었던 존재를 다시금 바라봤다.
“…빌어먹을.”
“진태야. 오랜만에 형 보면서 말투가 그게 뭐냐?”
박진태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수혁은 그런 박진태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내렸다.
“흐음.”
박진태에게 말을 거는 자신을 힐끔거리는 이성원과 이진주의 눈빛이 뭔가 이전과 달랐다.
그리고 자신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이진주는 고개를 돌렸고 이성원은 입술을 달싹였다.
더불어.
“이철민.”
“어, 어?”
이철민이 어색하게 고개를 숙이며 이수혁에게 인사를 건네 왔다. 그 모습이 상당히 불안정해 보였다.
‘뭔가 있나 본데.’
이상한 기류를 감지한 이수혁의 눈썹이 다시 한번 들썩였다.
하지만 우선 그런 것보다는.
“일단.”
그는 천천히 뒤돌아섰다.
이수혁을 다시 만나기 위해 왔던 사람들은 그 순간 생각했다.
‘원래의 이수혁이다.’
무심한 것 같으면서도 날카로운 눈초리가 케일 일행들에게로 향했다.
“왜 나를 만나러 왔는지, 무슨 상황인지 얘기를 들어볼까?”
그리고 그 말에 대한 대답은 케일에게서 흘러나왔다.
“좋습니다.”
담백하게 대답한 케일은 곧 다시 입을 열었다.
“아. 참고로.”
그는 의아해하는 이수혁에게, 그리고 성벽과 성문 근처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여러 번 말하기 귀찮으니, 대회의실 있죠? 중요하다 싶은 사람 다 불러 모으세요.”
같은 말도 여러 번 하면 지치는 법이었다.
“한 번에 끝내게.”
***
부산 서면 중앙 성에 자리한 대회의실.
모든 이야기가 끝난 이때.
케일과 이수혁이 서로를 바라봤다.
“김록수.”
“네.”
이수혁은 차분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는 김록수를 가만히 응시하다가 입을 열었다.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대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록수야. 여기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모든 이들이 이수혁과 케일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수혁은 서늘하다 못해 모든 것을 다 베어버릴 것 같은 날카로운 분위기가 풍겨져 나왔다.
그리고 그런 눈빛을 마주한 케일의 입에선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대부분 죽습니다.”
“너. 그걸 지금 내 앞에서 말이라고 하는 거냐?”
“네. 말이라고 합니다.”
“내가 네 말을 믿을 것 같냐?”
케일은 입꼬리를 올렸다.
뭔 이런 당연한 걸 물어?
“네. 벌써 믿고 있지 않습니까?”
이수혁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어.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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