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86
585화.
웃는 이수혁을 빤히 쳐다보던 김우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이번 기회에 얼마나 전투에 도움이 될지 한번 확인해보면 좋겠네.”
뒤따라 그와 함께하는 다른 두 명도 일어섰다.
“형님. 저도.”
“됐어. 너네는 여기 있어. 쉘터를 지킬 인원도 남아있어야 하니까.”
김우는 이수혁에게 말했다.
“이 녀석들 말고 내 수하도 몇 명 데려가도록 하지.”
그리고는 이수혁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바로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때,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도 가서 몇 명 더 데려오죠.”
이수혁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록수야. 내가 너와 최한의 실력은 모르지만, 박진태에 나, 김우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구조 지원은 잘 끝낼 수 있어.”
물론 박진태의 공격력은 이수혁이 이전 중심 쉘터에 리더로 있을 적을 기준으로 해서였다.
“2단계도 아니고, 3단계면 많은 인원이 오히려 더 거치적거려.”
“수혁아.”
강 의원이 끼어들었다.
“그래도 너를 요청한 것으로 보아, 꽤 위험한 상태인 것 같은데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 않겠나?”
“의원님. 현재 연산동 인근으로 파견 나간 구조대 인원은 전체의 절반가량 됩니다. 그들이 나머지 구조대를 모두 요청한 것도 아니고 저 하나 꼭 집어 요청한 걸로 보아선, 어쨌든 제가 가면 다 처리될 상황을 뜻할 겁니다.”
“으음. 그렇긴 하지만.”
강 의원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케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많을수록 좋죠.”
“…록수야.”
“형.”
형이라는 그 단어에 이수혁이 한 번 더 멈칫했다.
그 사이로 케일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혼자 감당하려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나눌 수 있으면 최대한 나눠야죠. 안 그렇습니까?”
이수혁은 살짝 말문이 막힌 표정을 지었다.
“하하하!”
그 순간 마승진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이수혁이 한 방 먹었네. 그래, 넌 네 동생 말 좀 들어야 돼.”
허숙자가 케일에게 말했다.
“지원 갈 인원 데려오세요. 다만 연산동까지 보통 걸음으로 1시간가량 걸립니다. 최대한 빨리 가야 하니, 그걸 염두에 두고 인원을 정하세요.”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케일은 김민준과 이진주를 데리고 회의실을 벗어났다.
최한은 케일이 인원을 데려온다는 말을 내뱉었을 때부터 진즉에 회의실을 나간 상태였다.
이수혁은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케일의 그런 뒷모습을 바라봤다.
“형.”
박진태가 그런 이수혁을 지나치며 한마디를 남겼다.
“김록수는 그대로긴 한데, 이제 달라졌어.”
어딘가 씁쓸함과 허탈함, 작은 기대감까지 뒤섞인 묘한 표정으로 박진태는 이수혁을 지나쳐 케일의 뒤를 따랐다.
“…하!”
이수혁은 짧은 웃음을 터트리다가 자신의 검집을 매만졌다.
그리고 걸어가는 박진태의 등에 대고 물었다.
“진태야. 그런데 말이야.”
“왜?”
“너 나한테 할 말 없냐?”
박진태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 침묵하다가 잠시 뒤에 말했다.
“이성원이나 이진주한테 물어봐.”
“…호오. 그래?”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른 것을 물었다.
“나와의 약속은 지켰냐?”
박진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쉘터를 떠나는 이수혁은 박진태에게 쉘터를 부탁하였고, 두 사람은 약속을 했다.
‘진태야. 다른 건 모르겠는데, 이 쉘터 사람들은 네가 지켰으면 좋겠다. 할 수 있냐?’
‘형, 걱정 마. 내가 잘할 거야.’
빌어먹을.
박진태는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이수혁은 대답하지 않는 박진태의 등을 어느새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다 이내 저의 눈치를 살피는 전령꾼에게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같이 이동할 준비 하자. 그리고 경고음은 끄고.”
“네, 행님!”
***
김우는 열린 북문 밖으로 나가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시 이리 떼거지로 가?”
박진태의 얼굴이 구겨졌다.
“떼거지로 가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니는 니 부하나 챙겨.”
“하. 저 새끼.”
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케일과 이수혁의 곁으로 다가갔다.
10분이 채 되지 않아, 북문 앞에는 지원을 나갈 인원이 모두 집합했다.
물론 구조대 중에는 이수혁과 전령꾼 한 명뿐이었고, 대부분이 케일이 데려온 인원이었다.
이수혁은 김우와 케일에게 말했다.
“바로 이동하지. 연산동은 꽤 머니, 최대한 빠르게 이동한다.”
이수혁의 눈짓에 전령꾼이 손을 들었다.
“저에게 지도가 있으니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케일은 전령꾼 발끝에 맴도는 빛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빨리 달리는 쪽으로 능력이 있는 듯했다.
이수혁은 슬쩍 케일 쪽 인원을 바라봤다.
케일을 시작으로 하여, 박진태, 최한, 최정수, 김민아, 배푸름, 주호식. 그리고 흰 토끼가 있었다.
나머지는 성에서 쉬고 있었다.
“늦어도 안 기다린다.”
그 말과 함께 이수혁은 빠르게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우리도 가자!”
김우가 그 뒤를 따랐다. 그의 몸도 상당히 빠르게 이동했다.
그런 그의 뒤를 수하 두 명이 황급히 따랐다. 그중 하나가 김우에게 작게 말했다.
“저 녀석들 제대로 따라올까요?”
“흥. 못 오면 실력이 탄로 나는 것이겠지.”
김우는 비웃음을 날리며 발을 빨리 놀렸다.
대격변 후, 탈 것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대중교통은 물론이거니와 대부분의 차와 오토바이는 파괴되어 제구실을 하지 못했다.
또한 대격변이 막 일어난 한두 달 때쯤에는 곳곳의 주유소들도 파괴되고 폭발이 일어나는 듯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 터라 제구실을 하는 차가 있어도 그냥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였다.
그렇기에 지금의 빠른 이동 수단은 바로 능력과 인간의 신체뿐이었다.
김우의 수하 중 하나가 피식 웃었다.
“비실비실한 것들이 많아 제대로 못 할 거 같긴 합-!”
그 순간이었다.
김우의 일행과 이수혁이 곧바로 뒤를 돌아보았다.
휘이이이-
바람이 불어왔다.
배푸름의 주변을 바람이 휘감고 있었다.
“자, 갑시다!”
배푸름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호식과 최정수를 어깨에 올린 흰 토끼가 앞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그리고 배푸름은 김민아를 업은 채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무슨!”
김우는 순식간에 앞으로 나아가는 그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흰 토끼에 매달린 주호식이 김우를 지나쳐 가며 두 손을 맞잡은 채 중얼거렸다.
“믿습니다.”
그 순간, 배푸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바람이 그들을 뒤에서 밀었다.
그곳엔 회오리바람을 휘감은 케일이 있었다.
“가자.”
케일의 바람을 타고 박진태와 최한이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케일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는 김우를 지나치며 그의 어깨를 살짝 두드렸다.
“가시죠. 빨리 구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 바람으로 김우와 그의 수하들도 감쌌다.
김우는 제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 정도라면 상당히 빠른 속도로 연산동까지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
김우는 기가 차다는 듯이 탄식을 흘렸지만 그 눈동자는 흔들렸다.
‘…다중 능력자야?’
서면 중심 쉘터 사람들은 아직 케일을 비롯한 일행들의 능력에 대해서 듣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부산 서면을 방문한 목적인 등급 외 괴물에 대해서 먼저 말하였고 이를 믿냐 안 믿냐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긴급 구조 지원을 나왔으니까.
케일은 맨 앞의 전령꾼과 이수혁의 등을 미는 배푸름의 바람을 확인하고는 전령꾼에게 말했다.
“빨리 가죠.”
“아, 네!”
전령꾼은 침을 꿀꺽 삼키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수혁은 물끄러미 케일을 보다가 그 뒤를 따랐다.
배푸름과 케일, 주호식이 합작해낸 바람으로 그들의 이동은 한층 더 빨라졌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방해물이 존재했다.
“크르르-!”
“크르!”
곳곳에서 인간을 발견하고 모습을 드러내는 괴물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쳇! 형님, 제가 나설까요?”
김우의 수하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김우는 고개를 끄덕이려다 벌어진 광경에 이를 멈췄다.
“이런, 이런.”
전령꾼 옆에서 걸음을 맞추던 거대한 존재. 한 번 뛸 때마다 거대한 소리가 날 것 같건만 사뿐하기만 한 존재.
흰 토끼가 젠틀한 목소리로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는 앞으로 나섰다.
“죽기 싫으면 꺼지려무나.”
달려들던 괴물들이 흰 토끼의 붉은 동공이 빛나는 순간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끼잉. 끼이”
“끄응.”
그 광경에 김우와 그 수하들이 입을 턱 벌렸다.
이수혁은 케일을 쳐다봤고, 케일은 그 시선에 입을 열었다.
“저와 함께 온 여기 이 신사, 미스터 래빗께서는 인간과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2, 3등급 괴물들에게 상당한 공포와 압박감을 선사해 그들이 쉬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지요.”
김우의 눈동자에 황당함이 어렸다.
뭐? 신사? 미스터 래빗?
“지금처럼 이렇게 소수로 무리 지은 2, 3등급은 우리 미스터 래빗이 계시는 이상 그냥 무시하고 달려도 됩니다.”
케일은 흰 토끼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래빗.”
“아닙니다. 이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젠틀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미스터 래빗이었다.
“허이고.”
김우가 기가 차 탄식을 흘렸지만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런 황당한 상황에 대한 이수혁의 반응이 궁금해 그를 쳐다봤다.
분명 자신처럼 황당해하리라.
“음. 더 빨리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겠네.”
이수혁은 담담했다.
“좋은데?”
그러고는 별말 없이 물러선 괴물들을 무시하고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케일도 마찬가지였고, 김우는 이를 멀뚱하게 쳐다보다 황급히 그 뒤를 쫓았다.
김우 일행이 뒤처질 판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들은 신경 쓰지 않은 채 전령꾼이 가리킨 방향으로 이동하던 케일은 한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선두에 있는 흰 토끼의 어깨에 자리한 사람 중 한 명.
최정수였다.
최정수는 뒤돌아 케일을 쳐다보다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은 왜 데리고 가는 거야?”
케일은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시선을 돌렸다. 박진태가 최정수를 힐끗 보고는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아? 딱히 강한 녀석은 아닌 것 같은데.”
박진태는 최정수의 전투를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김포철이나 최정수 본인의 말에 따르면, 최정수의 능력은 별 볼 것 없는 신체적 능력뿐이라고 하였다.
박진태는 그런 최정수를 데려온 케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바라봤다.
“내가 데려가자고 했습니다.”
그때,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박진태는 최한이 담담하게 말하는 것을 보았다.
“제가 록수 형한테 부탁했습니다.”
왜?
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 의문은 곧 해소되었다.
“너보다 강해질 거다.”
“뭐?”
김록수의 말에 박진태는 놀라며 케일을 바라봤다.
“저 녀석이?”
“그래. 그럴 가능성을 지녔어. 어쩌면.”
케일은 최한을 쳐다봤고, 최한은 이 거리에서 최정수가 그들의 대화를 듣지 못함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만큼 강해질 겁니다.”
박진태는 그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최정수와 최한을 번갈아 바라봤다.
최한이 누구던가?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은 상당히 강했다.
김록수가 다양한 힘을 사용하며 그 강력함에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면 최한은 검술만으로 놀라운 힘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최정수인가 하는 놈이 최한만큼 성장할 수 있다고?
믿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만들 겁니다.”
최한은 그리 말하곤 입을 다물었다.
케일은 그런 최한을 가만히 바라봤다.
최정수가 죽기 전까지.
그가 가진 힘은 최한보다 강하지 않았다.
하얀 미르는, 최한이 만든 흑룡보다 약했다.
하지만 최한은 최정수가 자신과 비슷해지길, 아니, 넘어서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케일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했다.
‘나도 마찬가지니까.’
그의 시선이 이수혁에게로 향했다.
‘이 세상이 허상인지 평행세계인지,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그렇다면 케일은, 팀장 김록수는.
그가 팀장 이수혁에게 배운 것을 눈앞의 이수혁에게 넘겨주어야 했다.
“다 와 갑니다!”
전령꾼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이수혁은 저를 빤히 바라보는 케일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다급한 상황이건만 그 목소리는 참으로 느릿느릿했다.
“록수야. 어떻게 할래?”
동시에 전령꾼이 외쳤다.
“저깁니다!”
일행들의 시선이 한 건물로 향했다.
한쪽이 무너졌지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3층짜리 상가 건물.
“끼이이!”
“크르!”
“캬아아!”
그 주위를 둘러싼 수십의 다양한 괴물들이 안으로 들어서려고 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크윽! 막아!”
“윽! 버텨! 조금만 더 버티면 대장님이 오신다!”
그리고 그 상가 건물 안에서, 건물 창문 밖으로 노란 띠를 팔에 두른 이들이 공격을 하며 괴물들이 침입하지 못하게 방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숫자가 괴물들에 비하면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어?”
그리고 그중 몇 명이 케일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왔다! 지원조가 왔어!”
“대장님이 오셨다!”
얼굴에 환한 빛이 맴돌았다. 희망이 생긴 얼굴로 구조대원 중 몇 명은 건물 안을 향해 외쳤다.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이제 쉘터로 가실 수 있을 겁니다!”
“안전합니다, 이제는!”
그들의 말에 건물 안에 있던, 여기저기 다치고 비쩍 마른 모습으로 뭉쳐있던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안도의 탄성을 지르며 두 손을 맞잡았다.
구조대원들이 발견하고 지키던 이들이었다.
다들 말하는 것조차 힘겨운 모양새로, 그저 말없이 안도와 기쁨을 토해내었다.
그 말없이 흘러내리는 눈물과 미소에 그들을 지키던 구조대원들도 울컥하는 표정을 지었다.
케일 일행은 그 모든 광경이 보이지 않았지만 저쪽에서 이쪽을 발견한 것은 알아챘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저희의 힘을 보여드린다고 했으니. 이번 지휘는 저희가 하도록 하죠.”
“뭐?”
김우가 인상을 구겼지만, 구조대를 책임지는 이수혁이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덧붙였다.
“제대로 해봐.”
평소와 다른 냉정한 어조였다.
형이 아닌, 구조대 책임자로서 하는 말이었다.
지켜본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었다.
“허! 이수혁!”
김우가 그에 반발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네 동생이라고 이놈한테 지휘권을 주는 게 말이 되는 소리-”
그때, 김우는 케일이 무심하게 내뱉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박진태.”
별로 크지 않은 목소리였다.
철컥.
김우는 금속 소리와 함께 박진태의 품에서 꺼내진 총을 하나 볼 수 있었다.
케일은 지시했다.
“쏴.”
박진태는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탕!
목표물은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괴물들을 향해 탄환이 쏘아져 나간 순간, 주호식이 외쳤다.
“믿습니다!”
김우가 그런 주호식을 해괴한 생물체라는 듯 쳐다봤지만, 그 순간 김우는 어깨를 움츠러트려야 했다.
콰아앙! 콰아아아-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후방에 위치한 괴물들이 있는 곳에서 터져 나왔다.
“끼아아아!”
“크으으!”
후방 괴물들의 비명과 신음이 터져 나왔다.
그 광경을 본 이수혁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성장했군.”
박진태에게로 이수혁의 시선이 향한 때, 케일의 입이 열렸다.
“최한, 김민아.”
“네, 록수 형.”
“이제 제가 나설 차롄가요?”
케일은 두 사람에게 괴물들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휘저어.”
최한과 김민아가 케일이 가리킨 곳으로 쏘아져 나갔다.
채앵!
최한의 검집에서 뽑아져 나온 검에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난폭하게 치솟아 오르며 그 위용을 내보였다.
“음!”
김우는 저도 모르게 그 난폭한 검은 힘에 멈칫했다.
하지만 그는 또 다른 소리에 시선을 돌려야 했다.
쿠웅!
둔탁한 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더니, 김민아의 손에 거대한 창이 들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의 몸보다 더 큰 거대한 창을 가볍게 쥔 채 괴물들에게로 달려가는 김민아.
“…허.”
김우는 탄식을 흘렸다.
그 순간,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지휘를 하니, 지금부터 작전 계획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케일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이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는 이번 작전의 최우선 목표를 내뱉었다.
“구조대 전원을 구조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며 인근 괴물들을 모두 사살하도록 하겠습니다.”
순간 김우와 이수혁의 표정이 달라졌다.
이수혁의 입이 열렸다.
“…록수야. 다른 사람들은?”
케일은 이수혁을 가만히 응시했다.
이수혁은 이 연산동 구조대 몰살 사건에 대해서 절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한으로 남았기 때문이었다.
뼈아픈 실수이기도 했다.
‘아니지. 실수는 아니야. 속은 건 죄가 아니지.’
이 연산동 구조대 사건 후에 사람들은 괴물에 대한 정의를 일부 바꾼다.
거대한 몸체와 강인한 신체.
막대한 파괴력을 지닌 공격 능력.
그것들이 괴물의 강한 정도를 나누는 척도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가치관이 이 사건으로 무너진다.
“구조대가 구하려는 저 건물 안의 사람들은 모두.”
케일은 이 당시 지치고 싸우는 의미를 잃어가던 이수혁이 크게 흔들렸던 사건을, 마음에 묻어둘 수밖에 없던 사건을 일으킨 원인을 언급했다.
“1등급 괴물.”
특수한 능력과 괴물들을 끌어들이는 매혹 능력을 지닌 1등급으로.
자신이 죽인 인간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흉내 내 사람인 척 연기하며 또 다른 사람을 죽이는 괴물.
“거울 가면입니다.”
저 건물 안에 인간은 오로지 구조대원들뿐이었다.
구조대원들이 지키는 이는 사람이 아니라, 거울 가면. 그들을 노리는 1등급 괴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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