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87
586화.
“…저 안에 우리 구조대원들이 구하려는 게 인간이 아니라고?”
이수혁의 눈동자가 커졌다.
케일은 그런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연산동 구조대 사건.
1등급 괴물의 정의를 단순히 ‘강함’에만 초점을 두는 것을 벗어나 괴물의 ‘특성’까지 염두에 두게 만든 사건.
“거울 가면은 특이한 능력을 두 가지 지녔습니다. 하나는 자신이 죽인 생명체의 모습을 흉내 낼 수 있다는 것.”
꼭 사람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거울 가면은 자신이 잡아먹은 생명체의 외양을 똑같이 재현해냈다.
“다만 거울 가면은 주로 인간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인간을 많이 잡아먹었으니까.
악질이다.
괴물들과 많이 싸워온 케일이 웬만하면 이런 평을 하지 않는데, 케일에게 있어 거울 가면은 정말 악질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히 인간을 많이 잡아먹어서가 아니었다.
“한 종족의 가장 약한 것을 잡아먹고 그다음에 그 약한 것을 걱정하는 그 종족의 다른 개체를 끌어들여 잡아먹고. 그렇게 점점 성장하는 괴물이죠.”
예를 들면.
“인간의 경우라면, 어린아이나 노인을 먼저 잡아먹고 그 모습으로 불쌍한 형태를 취해 다른 인간들을 끌어들여 잡아먹습니다.”
이 거울 가면은 약한 존재부터 노렸다.
그리고 그것으로 동정심을 일으켜 순수한 호의로 도우려는 자들을 주로 사냥하였다.
“…허.”
듣고 있던 김우가 탄식을 흘렸다.
하지만 케일은 무표정한 얼굴의 이수혁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 거울 가면의 특성은 괴물들을 매혹해 이성을 잃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케일의 시선이 천천히 건물을 둘러싼 괴물들에게로 향했다.
어떻게든 구조대원과 거울 가면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려고 달려드는 괴물들이 보였다.
“미스터 래빗.”
흰 토끼는 이미 희한하다는 듯 괴물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이 나서도 저 괴물들은 겁을 집어먹지 않을 겁니다.”
“하긴, 지금쯤 내가 온 것을 봤으면 어느 정도 경계하거나 도망쳐야 하는데 아무 반응이 없군요. 록수 씨의 말대로 확실히 이성을 잃은 듯 합니다.”
김우의 수하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그러면 곤란한 상황 아니야?”
그는 케일과 눈이 마주치자 얼른 다시 입을 열었다.
“안 그렇습니까? 괴물들이 계속 밀려온다는 건데.”
그때, 이수혁의 입이 열렸다.
“딱히 곤란해 보이지 않는데.”
“예?”
김우의 수하가 반문했을 때, 케일은 입을 열었다.
“길만 뚫으면 됩니다.”
동시에 주호식이 외쳤다.
“믿습니다!”
그 순간, 이수혁은 등 뒤가 섬찟해져 왔다.
이는 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우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게 뭐야?”
그는 주호식이 외치는 순간, 하늘을 향해 조금씩 치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를 볼 수 있었다.
그때, 케일이 나직이 말했다.
“김우, 허숙자, 이수혁. 셋이 덤벼도 최한은 못 이깁니다.”
케일의 눈동자에 이수혁과 최정수가 최한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모습이 담겼다.
“…정말이지.”
최정수는 저도 모르게 잡고 있던 흰 토끼의 털을 꽉 움켜쥐었다. 미스터 래빗은 그런 최정수를 힐끗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렸다.
최정수는 이를 모른 채 최한의 동작 하나하나를 눈동자에 새겼다.
‘다만 나는 검술만 가르쳐 줄 겁니다.’
최한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저 검술을-”
내가 배운다고?
최정수는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동시에 들뜬 심장과 달리 그의 눈동자가 날카로워졌다.
‘분명 우리 집안과 관련이 있다.’
저 검술은 보면 볼수록 최씨 가문에서 연구하던 고대 검술과 닮아있었다.
“근본은 달라지지 않는 법.”
최정수는 자신과 검술의 근본이 같은, 자신보다 어린 최씨 성을 가진 남자를 집요하게 응시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사람.
“하.”
이수혁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그의 눈동자는 치솟아 오르는 검은 연기가 점점 용의 형태로 변해가는 것을 담고 있었다.
“…강해.”
최한의 손을 잡았을 때, 이수혁은 최한이 상당한 실력의 검사임을 깨달았다.
손의 흉터와 굳은살들이 최한의 노력을 알려주었으니까.
하지만 실제로 최한이 검을 제대로 쓰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이기지 못하겠군.’
다만.
‘지지는 않겠어.’
자신의 특성 ‘베어낸다’.
그것은 이수혁이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지지 않게 만들었다.
특히 검에 있어서는 그러했다.
검의 근본은 ‘베어내는’ 것.
그 근본을 가진 이수혁은 김록수가 자신에게 ‘못 이깁니다.’라고 했던 말을 떠올렸다.
‘내 힘을 알고 있는 건가?’
자신이 가진 힘의 진면목을 김록수가 알아챘다?
그 가정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수혁의 시선은 천천히 최한에게서 케일에게로 향했다.
“…장난 아닌데?”
이수혁의 입꼬리가 올라간 순간, 그는 땅이 흔들리는 거대한 진동을 느꼈다.
콰아아아앙!
최한의 검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거대한 흑룡이 땅을 휩쓸고 지나갔다.
흑룡은 정확히 건물 앞에서 멈추고는 하늘로 승천하듯이 사라졌다.
그렇게 하나의 길이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최한과 김민아는 그 길로 들어서며 전방에 자리했다.
“이동합니다.”
케일은 그 뒤를 따랐다.
“…하!”
김우는 그 광경에 아무 말 없이 닭살이 돋은 제 손등을 쓰다듬다가 이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잘못하다간 자신만 뒤처질 것 같았으니까.
“서두르세요.”
배푸름이 다가와 바람을 일으켜 김우 일행을 도왔다. 김우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배푸름이 무심하게 그 말을 내뱉고는 별것 아니라는 듯 자신을 지나 앞서가는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강하다.’
몇 번이나 똑같은 감정이 그를 뒤덮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감정에 깊이 빠져 있을 틈이 없었다.
“크아아!”
“끼익—!”
괴물들은 김민아의 창과 최한의 검, 그리고 그 뒤에 선 배푸름과 박진태의 보조 공격에 그들을 공격하지 못했다.
물론 미스터 래빗의 커다란 귀싸대기 공격도 한몫을 했다.
“대장님!”
“대장!”
건물 입구 앞에서 그 광경을 놀람에 가득 차서 바라보고 있던 구조대원들이 다가오는 이수혁과 전령꾼을 향해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으음.”
그들을 바라보는 이수혁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하나같이 상태가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얼마 동안 전투를 했던 것이지?”
이수혁의 말에 건물 1층 밖에서, 최전선에서 괴물들을 상대하던 구조대원 중 부조장을 맡은 이가 입을 열었다.
“대략 한 시간 반을 넘어갑니다.”
“…고생했겠네.”
이수혁의 표정이 굳어졌고, 이를 모른 채 부조장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래도 대장님이 오셨잖습니까!”
그 표정이 상당히 밝았다.
“대장님, 그런데 이분들은-”
“지금 지휘권은 이쪽, 김록수에게 있다. 그의 말을 듣도록.”
“네?”
부조장을 비롯해 이쪽을 힐끔거리며 괴물들을 상대하던 구조원들의 눈동자에 의아함이 서렸다.
케일은 그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일행들을 바라봤다.
“미스터 래빗. 그리고 주호식, 김민아, 배푸름은 남아서 구조대원들과 함께 건물을 둘러싼 괴물들을 막아주십시오.”
김민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1등급 괴물 거울 가면과 싸울 것이 뻔한데 두 사람을 열외시켰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케일은 이 둘을 데려갈 수 없었다.
“김우 씨.”
“…어?”
김우는 갑자기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놀라서 케일을 바라봤다.
“김우 씨의 수하 두 분도 방어를 부탁드립니다.”
“그러지.”
구조대원들은 이수혁에게 항상 날을 세우는 김우가 김록수라는 자의 말을 선선히 듣자 놀람을 얼굴에 담았다.
케일은 부조장을 바라봤다.
“그리고-”
“부조장입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 네, 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이수혁을 힐끔 쳐다본 부조장은 얼른 건물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표정은 밝았다.
“현재 3층에 조장님과 함께 구조대원들이 구조자들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다들 상태가 상당히 안 좋을 때 발견이 되었는데, 다행히 몸에 큰 상처를 입은 이들은 없었습니다.”
그는 서둘러 3층으로 향했다.
“대장님도 오시고, 이제 다들 무사히 돌아갈 일만 남았네요!”
부조장의 표정은 밝았다.
그때, 케일이 나직이 말했다.
“괴물들은 언제 갑자기 건물로 온 겁니까?”
“아, 저희가 구조자들을 발견한 후, 얼마 안 돼서 몰려들더군요. 아무래도 저희가 건물로 진입하는 동안 괴물들을 끌어들인 듯 합니다.”
부조장은 곧 사람들을 구하고 무사히 살아 돌아갈 생각에 그 표정이 밝았다.
하지만 그는 맨 앞에서 케일과 나란히 올라가고 있었기에 뒤에 선 이들의 표정이 어두운 것은 보지 못했다.
“그렇군요.”
케일은 무심한 어조로 물었다.
“구조한 분들은 다른 말씀이 있으십니까?”
“네? 아, 그분들은 다들 기력이 없으셔서 말 한마디 내뱉는 것도 힘겨워하시더군요.”
그리 말하곤 부조장은 3층에 올라서서 조장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조장님!”
조장은 이미 3층 입구 앞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케일을 보고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이수혁에게 인사했다.
“대장, 왔습니까?”
“잠시.”
이수혁은 손을 들어보이곤 케일을 쳐다봤다.
그 행동에 조장은 의아했으나, 케일은 이미 조장을 지나쳐 3층 공간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뻥 뚫린 3층은 곳곳에 기둥들이 존재했지만, 벽은 따로 없는 철골 구조만이 남아 있었다.
“…누구십니까?”
구조대원 중 한 명이 케일의 앞을 막아섰다.
그때, 이수혁의 목소리가 3층에 울려 퍼졌다.
“이번 작전 책임자다.”
그 말에 멈칫하며 막아섰던 이는 슬쩍 길을 내어주었다.
케일은 3층 중앙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뒤를 이수혁과 최한 등이 따랐다.
“…허.”
특히 박진태는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었고, 김우는 어딘가 멍한 표정이었다.
“흐윽.”
“흐흑, 흑.”
가냘프다.
연약하다.
참으로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3층 중앙, 구조대원들이 3층 곳곳에 대기한 채 지키고 있는 그곳엔 마르고 볼품없는 모습의 사람들이 뭉쳐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은 정말로 처량해 누가 보더라도 절로 걸음을 멈추게 만들었다.
“으음.”
최한마저 그랬다.
‘저 사람들이 괴물이라고?’
거울 가면이라고?
그렇다기에는.
‘너무 사람이야.’
너무 사람 같았다.
그리고 그 행동마저도 사람과 비슷했다.
아이, 어른, 노인. 가릴 것 없이.
뭉쳐있는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케일을 그들은 기대감과 경계심을 담아서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구해주러 온 사람에 대한 기대감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에 대한 경계심과 같았다.
최한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서 최정수의 앞을 막아섰다.
‘배푸름과 김민아를 밖에 둔 이유가 있었어.’
케일이 왜 그랬는지 알 것 같았다.
최정수는 의아한 얼굴로 최한을 바라봤다.
최한이 앞을 막아서봤자, 그보다 키가 큰 최정수는 최한 머리 너머로 케일의 광경이 보였기에 별말 없이 최한의 뒤에서 멈춰선 채 시선을 앞으로 했다.
그 순간, 케일의 입이 열렸다.
“시간을 오래 끌 건 없지.”
케일은 사람들이 뭉쳐 있는 그 앞에서 멈춰 섰다.
“구조대원들도 다 피곤할 테니 최대한 빨리 일을 해결하고 돌아가서 쉬면 좋을 거야.”
그리고 천천히 쭈그려 앉았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노인에게로 향했다.
구조대원들이 건넨 옷으로 몸을 감싼 채 파들파들 떨고 있는 노인은 케일을 떨리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연산동 구조대 사건.
그들은 이 거울 가면들에게 속아서 기습을 당해 결국 전멸당했다.
이수혁마저도 속았다.
워낙 정신없이 괴물들과 싸우다 보니, 일단 인간부터 구하고 생각하자는 게 그런 일을 만들었다.
케일은 입을 열었다.
“이 시대에는 말이야.”
그의 입꼬리가 뒤틀리듯이 올라갔다.
“마음 약하고, 정이 많을수록 일찍 죽어.”
순간 지켜보던 구조대원들과 이수혁의 어깨가 움찔했다.
“무슨-”
구조대원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얼른 인질을 데리고 나가도 모자랄 판에 허튼짓을 하고 있는 케일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스윽.
하지만 그의 앞을 손 하나가 가로막았다.
“대장?”
이수혁이었다.
이수혁은 구조대원을 손으로 막은 채 케일을 바라봤다.
아니, 이 3층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3층 한 구석, 꽤 중한 상처를 입고서 응급처치만 받은 채 앉아있는 구조대원들이 보였다.
그들뿐만이 아니라 다들 엉망이었다.
사람을 구하려고 하다 보니까.
그러다 보니까 저런 모습이 되었다.
그런데 그 사람이 괴물이다.
이수혁은 씁쓸함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 시대에는 말이야. 마음 약하고, 정이 많을수록 일찍 죽어.’
…정말 그런 것일까?
구조대원을 막아선 이수혁의 손에 힘이 없었다.
그때였다.
이수혁은 노인 너머 저를 쳐다보는 김록수의 눈동자를 보았다.
케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건 그런 마음을 등쳐먹으려고 하는 썩어먹을 것들 때문이지. 난 그게 아주 마음에 안 들어.”
이수혁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며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순간, 케일은 바들바들 떠는 노인과 시선을 마주했다.
가여운 모습의 노인.
저것도 이 괴물이 잡아먹은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이겠지.
케일의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울 가면들은 말을 못 해. 인간의 말을.”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말해 봐.”
순간 노인의 눈동자가 달라졌다.
케일은 웃으며 물었다.
“왜? 말 못 하겠어?”
그 순간, 구조자들의 떨림이 사라졌다.
그들의 잔잔한 울음이 멈췄다.
동시에 노인의 입이 열렸다.
“스스슷-”
마치 뱀의 울음소리와 같은 사이한 소리가 들린 순간.
“야, 너!”
“어, 어!”
박진태와 최정수가 놀라서 입을 벌렸다.
순식간이었다.
케일을 향해 가냘퍼 보이던 구조자들이 벌떡 일어나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아주 빨랐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손 봐!”
달려드는 인간들의 손은 더 이상 인간의 손이 아니었다.
파충류의 울퉁불퉁하면서도 미끌미끌한 피부를 가진, 인간 손가락 크기만큼의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손이었다.
“스스!”
“스스슷-”
벌린 입 밖으로 인간의 혀가 사라지고 두 갈래로 끝이 갈라진 뱀의 혀가 구조자들의 입에서 나왔다.
조장은 그 모습을 보고 외쳤다.
“이, 인간이 아니야?”
정체를 드러낸 괴물.
거울 가면들이 동시에 케일에게 달려들었다.
수십에 가까운 이들이 삽시간에 케일을 덮치는 광경은 상당히 위험했다.
“…이런!”
김우가 그 모습에 놀라서 저도 모르게 괴물들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박진태는 총을 빼 들려다가 멈칫했다.
“가만히 있어요.”
이수혁이 김우를 막아서며 나직이 한마디를 했다.
김우는 움직임을 멈추고선 이수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수혁은 케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보다 김록수가 더 강하다잖아.”
분명 김록수는 자신이 홀로 김우와 허숙자, 이수혁을 이긴다고 하였다.
그간 김록수는 이수혁의 머릿속에 강렬하게 남은 이유가 있었다.
한다면 하는 놈이다.
이수혁이 아는 김록수는 빈말을 안 했다.
그런 놈이 지금 홀로 저를 덮치는 수십의 괴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아직 명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휘관 김록수가 아무 말도 안 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만히 있어야지. 안 그래?”
그때였다.
파지직, 파직-
이수혁의 동공에 붉은 전류가 치솟아 올랐다.
황금빛의 찬란한 빛.
“끼이이—!”
“캬아아!”
그 빛이 거울 가면을 덮쳤다.
이수혁은 거울 가면과 적금빛 벼락으로 휘감긴 그 공간의 중심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케일을 볼 수 있었다.
케일의 손에는 어느새 구조대원이 연약한 노인에게 벗어준 상의가 들려 있었다.
“저, 저-”
“정말 괴물이었어!”
그리고 사람들은 그 적금빛 전류 사이에서 서서히 가면이 벗겨지는 괴물들을 보았다.
검은 형체의 이족 보행 괴물.
카멜레온과 도마뱀이 뒤섞인 듯한 모습의 괴물.
“…내가 구하려고 했던 게 저런 괴물이라고?”
순간 구조대원 중 한 명의 다리 하나가 풀썩 꺾였다.
툭.
그리고 그 구조대원을 이수혁은 부축했다.
“…대장.”
툭툭.
이수혁은 구조대원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케일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스스스!”
“캬아아아!”
케일의 전류는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저 거울 가면들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정도의 충격이었다.
특이 능력 때문이라 해도, 그래도 1등급 괴물인 거울 가면.
그 공격력은 2등급 상위 괴물과 버금갈 정도로 꽤 강했다.
하지만 이쪽에는 박진태, 최한 등의 강자들이 꽤 있었다.
넋을 잃고 있는 구조대원들을 후방으로 물리며 빠른 속도로 케일 일행들은 거울 가면들을 처치해나갔다.
“록수야.”
이수혁은 다가오는 케일을 천천히 불렀다.
“형. 그리고 김우 씨.”
케일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만하면 나. 그리고 우리에 대한 증명은 된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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