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599
598화.
어두운 지하통로.
그곳에 피 같은 붉음을 머금은 황금빛이 사방으로 뻗쳐 흘렀다.
콰아아앙!
통로 전체가 무너질 듯 거대한 굉음이 공간을 뒤흔들었다.
“으윽!”
김강훈은 저도 모르게 더 뒤로 물러났다.
순간 시야를 뒤덮은 밝은 빛에 눈이 시려왔다.
동시에 경탄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힘을-!”
이런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그간 다른 이들에게 김록수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누누이 들어왔지만, 실제로 보는 것은 달랐다.
‘예지에, 이런 벼락까지-!’
그때 김강훈은 등에 업힌 이성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게 다가 아니에요.”
“뭐라고?”
“더 있습니다.”
“…허.”
그는 말문이 막혀 그저 감탄만 흘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때였다.
“츠츠츠츳!”
그는 또 다른 감탄을 흘렸다.
적금빛이 사그라드는 자리.
“…역시 반쪽이라도 등급 외란 말인가!”
순간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던 청색 머리 괴물의 모습이 나타났다.
지켜보던 배푸름의 입이 열렸다.
“상처가 하나도 없어!”
그는 케일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이 전기 장어는 비늘을 지녔다. 그 강도가 웬만한 속성 공격에는 생채기조차 남지 않아.’
그리고 덧붙였다.
‘그러니 이수혁 구조대 대장이 필요하다.’
배푸름은 적금빛이 사라진 자리.
몸을 웅크리고 있던 청색 머리가 슬며시 고개를 든 그 작은 틈.
그 틈을 향해 달려드는 이수혁을 볼 수 있었다.
‘내가 공격을 감행하면, 청색 머리는 몸을 웅크러트리며 비늘로 저를 보호할 터.’
그때가 기회였다.
‘이수혁 대장이 분명 틈을 만들 거다.’
김록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때.
“아쉽군.”
이수혁과 청색 괴물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씨익.
이수혁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독니부터 베려고 했는데, 그건 뒤로 미뤄야겠어.”
그 말을 끝으로 그의 검이 횡으로 그어졌다.
배푸름 옆에 있던 김민아의 입이 열렸다.
“소리가 없어.”
검이 휘둘러졌다.
그러나 어떠한 소리도 없었다.
주호식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바람조차 베어내는 건가.”
최한처럼 검은 오러가 빛나지도 않았다.
김민아처럼 그 괴력에 주변에 바람이 일거나 땅에 진동이 일지 않았다.
케일처럼 화려한 적금빛이나 방패 등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저 고요하게 검을 횡으로 그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케일의 눈동자는 이수혁의 이마에 가득히 맺힌 땀방울을 볼 수 있었다.
소리 없는 저 행동에 이수혁은 혼신을 쏟았다.
그리고 그 혼신에 반응해, 그의 검이, 그의 특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게 그 힘을 발휘했다.
서걱!
케일이 현재의 반쪽짜리 고대의 힘 어떤 것을, 모두를 사용한다 해도 손상시킬 수 없는 그 비늘.
그 비늘들 중 일부가 베어졌다.
촤아아악!
갈라진 비늘 사이로 연한 살이 찢겨지며 푸른 피가 치솟아 올랐다.
거대한 몸과 아주 긴 몸통.
그것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상처.
성인 여성 한 뼘 반 정도의 틈.
과거 최초의 등급 외 괴물 공격 당시 그나마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그 이유의 시작은 이수혁이 가진 저 힘이었다.
“…허억.”
이수혁은 그 틈을 만들고 비틀거리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고생했습니다.”
“…이젠 또 존대냐?”
케일은 그런 이수혁의 뒤를 받쳤다.
이수혁의 등은 흠뻑 젖어 있었다.
그때.
“크아아아악!”
고작 검에 베여 상처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청색 괴물이 괴성과 함께 몸을 일으켜 세웠다.
푸른 피가 상처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괴물의 분노는 이를 훨씬 더 뛰어넘었고.
폭발할 것 같은 분노를 담은 힘이 괴물에게서 느껴졌다.
“…네 말대로 장난이 아니군. 이 정도로 힘을 쏟았는데 겨우 저 정도의 상처라니.”
이수혁은 헛웃음을 지으며 검을 지지대 삼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지금껏 웬만한 싸움은 결국에는 이겨왔다.
그러나 저 등급 외 괴물을 보며 느꼈다.
‘준비를 안 했다면 못 이겼다.’
특히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고 했다면.
전력을 쏟는 것을 넘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젠 아니지.’
자신이 틈을 만들었다.
‘그러면 이제 다음!’
다음 차례가 있었다.
그 순간 이수혁은 제 어깨를 누르며 도로 앉히는 케일의 힘을 느꼈고, 동시에 그의 목소리를 들었다.
“박진태!”
틈.
한 뼘 반.
작아 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아주 큰 틈이었다.
특히 총을 쥔 박진태에게는.
“후우.”
한 번 숨을 내쉰 박진태.
그의 총구는 이미 이수혁이 베어낸 순간부터 그 틈을 가리키고 있었다.
“크아아!”
청색 머리가 박진태를 알아챈 순간.
“늦었어.”
이미 박진태는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연달아 쏘아진 탄환 두 발.
“츠츠츳!”
청색 머리가 저를 향해 날아오는 아주 작은, 평소라면 우습게 보았을 그것을 피해 몸을 뒤틀려고 하였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괴물에게는 조금의 틈만이 존재하는 지하철 통로였으니까.
은밀한 이동을 위해 몸을 둘로 나누고 힘도 줄어드는 것을 택한 것이.
이 좁은 길로 들어선 것이.
괴물에게 방해물이 된 순간.
콰앙!
탄환 한 발이 지하철 통로 벽에 부딪치며 폭발했다.
그리고 남은 하나.
콰아앙!
“크아아아!”
괴물의 상처에 탄환이 박히며 폭발이 일어났다.
어떠한 보호막도 없는 여린 살은 푸른 피를 흘리기는커녕 폭발과 함께 상처가 더 벌어지며 검게 그을려갔다.
“카아아! 크아악!”
괴물은 고통에 몸을 비틀었다.
하지만 좁은 통로에서는 그조차 쉽지 않았고.
사냥꾼들은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갑니다.”
케일에게 한마디를 남긴 이가 앞으로 쏘아져나가 몸을 뒹구는 청색 머리에게로 향했다.
그 사람은 김민아였다.
그녀의 눈동자는 나뒹구는 청색 괴물의 몸통으로 향했다.
‘아직 조준이 부족하군.’
며칠간의 훈련 끝에 김록수는 김민아에게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방향까지 지시하지 않을 것이다. 네 스스로 조준해.’
‘그래도 될까요?’
‘당연하지.’
김민아는 앞으로 쏘아져가는 제 몸을 감싸는 바람을 느꼈다.
적금빛 벼락을 쓰기 전보다 조금 더 창백해진 김록수의 바람이리라.
김록수는 바람을 더해주었지만, 그 바람이 가는 길은 김민아가 정했다.
‘네 힘은 최고다.’
그녀는 창을 휘둘렀다.
‘대충 조준해도 조금만 그 상처에 닿으면 꿰뚫을 수 있을 거다.’
‘대충하라고요?’
‘뭐, 그간 열심히 했잖아? 훈련했으니 될 거다.’
열심히 했다.
아주 많이.
배푸름과 함께 훈련장에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던지 모른다.
그녀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콰직.
그 힘의 압력에 창에 살짝 금이 갔다.
그녀가 소환해 쓰던 그 무기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금이 갔고.
청색 머리는 창을 피해 몸을 뒤틀었다.
그녀의 창은 청색 머리의 틈에 닿지 못했다.
아직.
콰아앙!
“크아아아악!”
“크윽! 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우리 민아 공격을 허수로 돌릴 순 없잖아?”
배푸름이 바람으로 감싼 채 청색 머리와 몸통을 부딪쳤다.
그 바람에 괴물의 위치가 원래 그 자리.
배푸름이 막아설 것까지 고려한.
김민아, 배푸름 두 사람이 정한 그곳에 괴물의 상처가 자리했다.
“배푸름, 잘했어.”
“진짜?”
그 덕에 아직 닿지 못했던 그녀의 창은 결국 목표에 닿았다.
콰지지직!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어.”
김강훈은 탄식을 흘렸다.
“역시! 해낼 줄 알았어!”
그리고 이성원은 감탄을 흘렸다.
이수혁이 베어내고 박진태가 벌어트린 상처.
그곳에 괴력에 찌그러진 철창이 꽂혀 있었다.
기어이 김민아는 괴물의 몸통에, 살 안의 뼈에 창을 박아넣었다.
“후우, 후우.”
반쪽일지라도 등급 외 괴물의 뼈에 무기를 박아넣은 것은 많은 힘을 소모하게 만들었다.
“…하아.”
김민아는 연신 숨을 몰아쉬었다.
그때, 김강훈은 눈을 크게 뜨며 외쳤다.
“어? 어! 피해!”
“츠츠츠!”
괴물이 김민아를 노려보며 달려들었다.
“크아아!”
벌어진 입에서는 거대한 송곳니가 두 개 존재해 있었다.
그 송곳니는 검은 액체를 뚝뚝 떨어뜨리며 그녀를 꿰뚫을 듯했다.
“괜찮아요.”
하지만 김강훈이 이성원의 담담한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나 잘했지?”
배푸름이 빠르게 날아와 그녀를 안고서 뒤로 물러섰다.
이 공간은 괴물에게는 좁을지 몰라도 인간에게는 컸고, 그래서 날쌔게 움직일 수 있었다.
“어. 잘했어.”
김민아는 대충 배푸름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김록수를 바라봤다.
“잘했다.”
케일의 입 모양이 그리 말하는 것을 본 순간, 김민아는 씨익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케일 역시도 웃었다.
청색 머리 몸에 박힌 철창.
그리고 청색 머리의 능력인 물.
“너 왜 능력 안 쓰냐?”
“츠츠츠!”
청색 머리는 결국 케일을 노려봤다.
대장은, 마무리는 케일인 것을 알아챈 것이다.
이수혁은 케일을 노려보는 청색 괴물을 보며 중얼거렸다.
“철에 물이라. 이제 제대로 먹히겠는데?”
파지직. 파직.
“김록수의 벼락이.”
케일의 온몸에 다시금 적금빛 벼락이 휘감겼다.
그런 케일의 맞은편에 한 사람이 두 손을 맞잡았다.
“믿습니다.”
주호식이었다.
“사령관님의 벼락이 저 괴물의 몸에 꽂힌 창을 타고서 저놈을 멸하리라는 것을!”
그의 눈동자가, 믿음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믿습니다!”
파지지직!
적금빛이 더욱더 크게 일렁였다.
케일은 파괴하는 불의 힘을 온몸으로 느끼며 생각했다.
‘…최선을 다한다.’
케일은 현재 상황에서 쓸 수 있는 가장 큰 전력을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엔 그렇게 해야 했다.
‘황색 머리……!’
한 놈이 더 남아있으니까.
그놈은 현재 최한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이 막아내고 있을 터.
얼른 그곳에 합류해야 했다.
그때, 케일은 청색 머리의 눈동자가 한 곳으로 향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입이 열렸다.
“위!”
그가 외친 순간, 청색 머리는 이미 방향을 틀었다.
청색 머리가 지하철 통로 천장으로 향했다.
동시에 동료들이 청색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예상했다고!”
“배푸름, 조용히 하고 공격해!”
배푸름과 김민아 두 사람은 케일의 말을 떠올렸다.
‘분명 공격을 계속 받다가 위기 상황에 놓이면 괴물은 통로를 벗어나 지상으로 향하려고 할 거다.’
그러면 큰일 아닌가 걱정이 들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무전기를 든 케일의 입이 열렸다.
“준비해 주십시오.”
-네. 알겠어요.
청색 머리가 올라가봤자, 그곳엔 조민예가 있었다.
거미줄 낚시꾼 조민예.
그녀가 펼친 거미줄은 어떠한 것보다 질긴 그물이었다.
청색 머리가 천장을 뚫어봤자, 그곳엔 조민예의 거미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케일은 동료들에게 말했다.
‘거미줄에 청색 머리가 당황한 그때.’
‘내가 죽인다.’
파지직.
케일은 통로 천장을 향해 머리를 들이미는 청색 괴물에게로 향했다.
‘가능하다.’
아무도 죽지 않고, 충분히 한 마리씩 사냥이 가능하다.
케일은 그리 생각하며 파괴하는 불을 더욱더 일으켰다.
“믿습니다!”
주호식이 외쳤고, 동료들이 뒤따르며 공격할 준비를, 케일을 받칠 준비를 하였다.
“일단 독니 중 하나만 벨게.”
옆에서 이수혁의 말이 들려왔다.
피식.
케일은 긴장감이 극에 달했음에도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그런 말 할 시간에- 음?”
그때였다.
“어?”
케일은 무언가를 보았다.
“우리 록수 사령관. 왜 그러지?”
이수혁은 케일의 반응이 이상해 그를 바라보다가 케일의 눈동자가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보았다.
“뿔?”
청색 머리의 이마 위에 뿔이 돋아나고 있었다.
그에 한 가지 생각이 퍼뜩 들었다.
‘록수가 뿔은 말한 적이 없는데?’
뿔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이수혁의 시선이 빠르게 케일에게로 향했다.
그때, 오로지 이수혁의 귓가에만 케일의 작은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기록과 달라.”
기록?
이수혁의 시선이 케일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케일은 이수혁을 신경 쓸 수 없었다.
또 다른, 예상치 못한 것이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삐이이이이-
무전기가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울렸다.
‘긴급 경고!’
다급한 상황일 시 나오는 소리였다.
케일은 무전기를 켰고, 최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록수 형! 능력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런!”
이수혁이 놀라서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반대로 케일의 눈빛은 가라앉았다.
‘역시-’
왜 케일이 모든 기록을 알고 있음에도 등급 외 괴물을 준비하는 데에 긴장을 놓지 않았던가.
왜 케일은 괴물의 약점이 될 상황을 기록으로 알고 있음에도 사람들을 최대한 끌어모았던가.
그것은 한 이유 때문이었다.
‘기록의 맹점.’
기록은 모든 사실을 담지 못할 때가 있다.
‘지금처럼.’
첫 등급 외 괴물의 출현.
그에 대한 모든 기록은 아직 체계가 만들어지기 전이었으며, 오로지 생존자들의 기억에 의해 구성되었다.
그렇다면.
그 기억이 틀렸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니면.
‘괴물의 능력을 모두 보지 못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파악하지 못한 괴물의 힘이 더 있지 않았을까?
첫 번째 등급 외 괴물 전투는 아직 능력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한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판단력도 경험도 미래보다는 부족한 때.
기록의 변수는 존재할 수 있었다.
쾅! 쾅!
뿔이 돋아난 청색 머리가 천장을 향해 뿔을 들이받았다.
쩌저적. 쩌적.
조금씩 천장에 금이 갔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조민예의 거미줄과 그녀를 도울 이들이 위에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최한. 황색 머리의 또 다른 힘은 무엇이지?”
-콰앙! 쾅!
무전기 너머, 굉음과 부서지는 소리들이 들려왔다.
저쪽도 위급하리라.
아니, 여기보다 더 힘들 것이다.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최한!”
조급함에 다시 한번 최한의 이름을 부른 순간, 무전기 너머 최한이 다급하게 외치는 말이 들려왔다.
-땅! 아니면 흙인 것 같습니다!
땅? 흙?
-현재 황색 머리가 길을 틀어 지하를, 흙을 헤치며 이동 중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수혁과 케일의 시선이 부딪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무언가를 깨달았다.
‘온다.’
‘오고 있다.’
천천히 케일의 시선이 청색 머리에게로 향했다.
-황색 머리의 이동 방향은 남쪽! 대연역 방향입니다!
황색 머리가 청색 머리가 있는 이곳으로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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