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01
600화.
황색 눈동자는 정확히 케일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케일은 나직이 읊조리는 것으로 황색 머리에 대한 감상을 끝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빨리!”
“한 마리가 더 오는 거였어? 난 몰랐는데! 작전이 틀어진 거야?”
“와 씨. 이놈이 더 장난이 아닌-”
황색 머리의 등장에 사람들은 각기 알고 있는 정보의 정도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기 바빴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촤악!
푸른 피가 마치 역행하는 강물처럼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커헉, 컥!”
쓰러져 있던 청색 머리의 몸통이 거세게 펄떡였다.
딸칵.
그리고 사람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솟구치는 푸른 피에 뒤덮인 이수혁의 모습이었다.
이수혁의 눈동자는 저를 쳐다보는 사람들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크아아아!”
황색 머리의 눈동자가 빛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파지직. 파직!
금빛 전류가 황색 괴물의 몸통을 감싸며 피어올랐다.
황색 눈동자와 이수혁의 검은 눈동자.
둘은 정확히 서로를 응시했다.
“사령관.”
이수혁은 케일을 부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황색 괴물을 향해, 그는 다가갔다.
“저 전기만 좀 처리해주면 내가 또 베어내지.”
최전방에 서겠다고, 그러고 싶다고 하였다.
말한 바는 지키는 이수혁이었다.
‘김록수 말에 따르면 저 비늘은 현재 나만 베어낼 수 있다고 하였다.’
파직, 파지직!
화려한 금빛에 휩싸인 황색 머리가 천천히 그 입을 벌렸다.
“크으으, 크르르-”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를 내뱉는 괴물의 눈동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래봤자.”
스릉.
이수혁은 검을 다시 검집에서 뽑아 들었다.
“내 사냥감일 뿐.”
그의 몸이 다시 한번 적을 향해, 그의 발이 땅을 다시 박찼다.
“멈춰!”
그때였다.
“김록, 아니, 사령관?”
이수혁은 케일의 급박한 목소리에 놀라 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케일은 그런 이수혁을 볼 틈이 없었다.
‘순간 놓쳤다!’
케일은 사람들에게 일러 준비를 다 해놓았는데, 갑자기 나타난 황색 괴물의 존재로 잠시 잊어버리고 말았다.
미처 준비한 것을 써먹을 시간이 없을지도 몰랐다.
‘그건 안 돼!’
파직. 파지직!
눈이 부신 황금빛 전류에 휩싸인 아름다운 괴물은 마치 황룡과 같았다.
쿠우웅-
괴물은 이수혁을 노려보며 고개를 빳빳이 세웠다.
“다 귀 막아!”
케일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는 곧바로 다시 한번 더 외쳤다.
“귀 막으라고!”
뭐?
이수혁은 그 말에 순간 멈칫하였다가 이내 한 가지를 떠올렸다.
황색 괴물의 새로이 알게 된 능력, 흙을 다루는 힘.
그리고 지금 황색 머리를 감싼 화려한 전기.
마지막 한 가지 더.
사령관이 말해주었던 황색 머리 괴물의 또 다른 힘.
소리.
이수혁은 금빛 전기에 한눈이 팔려 괴물의 목이 빳빳하게 하늘을 향해 있음을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눈치를 채자 잘 보였다.
황색 괴물은 몸을 부풀렸다.
공기를 한껏 흡입한 것 같았다.
마치 소리를 지르기 위한 것처럼.
“빌어먹을!”
이수혁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그는 검을 손에서 황급히 놓았다.
동시에 품에서 귀마개를 찾기 위해 손을 웃옷 안주머니에 넣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늦었다!’
이수혁은 순간 황색 괴물과 눈이 마주쳤다.
씨익.
그 황색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휘었다.
‘웃어?’
마치 인간처럼 비웃듯이 웃어보였다.
그 행동에서 느꼈다.
‘저놈은 일부러 전류로 몸을 감쌌다!’
제 전기 능력에 시선을 몰게 하고 마치 이수혁을 공격할 듯 분노한 것처럼 행동하며.
‘결국에는!’
소리 능력을 사용할 작정이었던 것이다.
이수혁은 한 사람을 바라봤다.
동시에 황색 머리의 입이 벌어졌다.
“끼이이———!”
케일은 사람들에게 귀를 막으라 소리 지르며 본인의 귀마개를 꺼냈기 때문에 제때 귀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케일은 자신의 실수를 알아챘다.
“야, 나도 미리-!”
“…형님!”
맞다.
알베르가 있었다.
케일은 고개를 내렸다.
저보다 훨씬 더 큰 귀를 지닌 암흑 호랑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끼이이이이—–!”
쉴 새 없이 내지르는 황색 머리의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공기 중에 진동을 일으켜 케일의 옷자락이 흩날렸고, 귀마개를 썼음에도 그 소리가 상당히 컸다.
“크윽!”
알베르의 몸이 휘청였다.
케일은 황급히 그의 등에서 내려섰다.
“음!”
하지만 조금 지친 케일의 몸은 살짝 휘청였다.
‘이런!’
그러나 다른 이들보다는 나은 상황이었다.
“크윽!”
“귀가, 머리가-!”
“허억!”
곳곳에서 능력자들이 미처 귀를 다 막지 못하고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몇몇은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어떤 이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대부분이 제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최소 몇 초 걸리는 몇 명을 빼고, 대부분은 최대 몇 분간 저런 상태일 터!’
케일의 시선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으윽! 이런 실수를-!”
박진태가 총을 쥔 손으로 귀를 붙잡으며 비틀거렸다.
“민아야!”
“…시끄러.”
한쪽 무릎을 꿇은 김민아를 배푸름이 비틀거리며 다가가 부축했다. 배푸름의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맺혔다.
‘단지 소리만으로 이 정도 위력이라니!’
그는 등급 외 괴물에 대해 계속 경고를 보내던 김록수의 심정을 이해했다.
‘이리 무서운 등급 외 괴물이니, 사령관님은 청색 괴물이 제대로 공격을 시도할 틈을 주지 않았던 거야.’
배푸름은 이수혁마저 가만히 눈을 감은 채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있는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다.
“빌어먹을, 따라 올라오자마자 이런 일을!”
지하철 통로에서 올라오고 있던 김강훈과 이성원, 주호식도 귀를 부여잡고 있었다.
“스스스!”
순간 배푸름은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스슷!”
모두가 정신을 못 차리는 이 짧은 시간.
그 틈을 놓치지 않을 적이 있었다.
바로 소리를 지른 황색 괴물이었다.
“아!”
배푸름은 두통으로 흔들리는 시야를 최대한 바로 잡으며 한 사람을 바라봤다.
귀를 막으라고 소리쳤던 그 장본인을 찾았다.
그리고 그 사람은 홀로 황색 괴물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아, 안…안 돼…….”
그 사람은 조금 전까지 놀라운 적금빛 벼락을 펼치며 피까지 토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홀로 괴물에게 달려드는 모습은 위태로워 보였다.
“스스슷! 스스슷!”
황색 괴물은 빠르게 사람들이 정신을 못 차리는 틈을 노려 이동하고 있었다.
“…빨리 정신을-!”
배푸름은 김민아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그녀도 분명 괴물에게 달려드는 사령관의 뒷모습을 보고 있을 터.
콰직!
그때, 배푸름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푸름은 이수혁이 검을 아스팔트에 박은 채 몸을 천천히, 꼿꼿이 세우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주륵.
이수혁의 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배푸름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긴 케일과 암흑 호랑이 다음으로 가장 괴물과 가까운 거리에 있던 이수혁이었다.
감겨있던 이수혁의 눈동자가 천천히 떠졌다.
실핏줄이 터진 눈동자에 분노가 담겨 있었다.
배푸름은 저를 향한 것이 아님에도 그 분노에 저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그 순간이었다.
“크아아아!”
황색 괴물의 외침과 함께 그 거대한 몸체가 빠르게 진격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푸름은 놀라서 김록수를 찾아 시선을 돌렸다.
그는 홀로 달려들고 있을 테니까.
그리고 배푸름이 김록수를 찾은 순간, 그는 웃고 있는 김록수의 입꼬리를 볼 수 있었다.
‘웃어?’
의문을 입 밖으로 드러내기 전.
케일은 한곳을 응시했다.
그곳은 황색 괴물이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의 입이 열렸다.
“역시.”
짧은 감상과 함께 그는 한 사람을 불렀다.
“최한!”
황색 괴물이 왔던 지하 땅굴.
그 위로 한 사람이 솟구쳐 올랐다.
“네. 록수 형.”
귀를 막고 있던 최한이 지하에서 지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바로 검을 뽑아들었다.
촤아악-!
반짝이는 검은 오러가 난폭한 기세를 뽐내며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케일과 최한의 눈이 마주쳤다.
“귀 막고 있었네?”
케일이 피식 웃으며 건넨 말에 최한이 순한 얼굴로 답했다.
“제가 형 말은 잘 듣죠.”
그리고선 최한의 검이 황색 괴물에게로 향했다.
전류를 머금어 마치 금빛처럼 보이는 황색 비늘로 뒤덮인 몸통을 검은 오러가 덮쳤다.
콰아아아앙!
한차례의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자욱한 먼지와 연기가 사방을 감싸 케일조차도 황색 괴물의 상태를 알아챌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최한은 빠른 사냥을 위해 최대한의 힘을 사용하였다.
“…저런 힘을!”
최한의 힘을 처음 본 이들이 놀라며 어지러운 머리와 귀를 부여잡고 최대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이는 현명한 판단이었다.
“크아아아!”
먼지 구름 사이로, 거대한 괴물은 여전히 빠르게 전진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머리 좋은 놈!”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거친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는 빠르게 고대의 힘을 이끌어냈다.
또한 최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스슷스스!”
황색 괴물은 최한의 공격이 쏟아지는 순간, 아스팔트 밑의 흙을 끌어와 제 몸을 단단한 갑옷처럼 감쌌다.
최한의 검은 그 흙 갑옷을 당연히 부쉈다.
하지만 한차례 충돌을 겪은 검은 오러는 안 그래도 단단한 황색 비늘에 조금의 흠집도 낼 수 없었다.
최한의 눈꼬리가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는 가만히 황색 괴물을 쳐다보고 있을 틈이 없었다.
“막아!”
케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케일의 말대로 황색 괴물은 머리가 좋았다.
공격을 피해낸 그놈은 소리 여파로 유독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인간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쩌억 주둥이를 벌린 채 달려드는 황색 괴물의 기세에 주저앉아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렸다.
케일은 그 눈동자들의 절망을 본 순간 몸을 움직였다.
‘공격이 문제가 아냐!’
사람들을 구해야 한다.
바람의 소리를 머금은 케일의 몸이 빠르게 이동했고, 그는 바닥에 발이 닿자마자 한 손을 앞으로 펼쳤다.
파아앗!
두 날개를 품은 은빛 방패가 사람들 앞에 펼쳐졌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가 안개를 가르며 나타났다.
‘크음.’
케일은 속으로 침음을 삼켰다.
파괴하는 불. 바람의 소리. 부서지지 않는 방패.
평소보다 절반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힘들인데, 당초의 예상보다 더 과하게 사용하였다.
주륵.
입 밖으로 피가 다시 한 줄기 흘러내렸다.
하지만 사람들은 제 앞에 자리한 케일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기에 그의 입가에 흐르는 피는 보지 못했다.
케일 또한 제 피를 보지 않았다.
그는 방패 너머 다가오는 황색 괴물의 눈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눈을 본 순간. 케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황색 괴물은 정말로 영악했다.
씨익.
황색 괴물은 눈을 휘며 웃었다.
그 순간 케일은 이놈이 노리던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황색 머리가 사람들에게 달려드는 것 같아, 황색 괴물의 이동 방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등급 외 괴물 앞에서 사람들의 절망 어린 눈동자를 보는 순간, 잊고 있던 사원 김록수 시절이 떠올라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황색 머리는 그 거대한 몸체를 순식간에 꺾었다.
“스스스!”
황색 괴물은 이제는 간간히 푸른 피를 토해내는 다 죽어가는 청색 괴물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겨우 숨만 붙은, 소생 가능성은 없는 청색 괴물.
황색 괴물은 그놈이 있는 곳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몸체는 금방 그곳에 닿을 듯했다.
이를 케일이 알아챘다.
‘몸을 합치면!’
안 된다!
두 마리가 합쳐져 본체가 되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진다.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리고 이런 케일의 생각을 똑같이 한 이가 세 명 있었다.
아니, 케일보다 먼저 알아챈 이들이었다.
케일의 입이 열렸다.
“최한! 김민아! 이수혁!”
최한. 그리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이수혁과 김민아가 황색 괴물을 향해 각기 다른 방향에서 달려들고 있었다.
케일은 그들에게 마저 외쳤다.
“피해!”
그 순간.
파지지지직!
황색 괴물의 몸에서 금빛 전기가 사방으로 거미줄처럼 뻗쳐 나아갔다.
그 방향은 저를 공격하려 드는 모든 자들을 향해 있었다.
“크윽!”
“아악!”
이수혁과 김민아가 주춤하며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그들 손에 들린 것은 검과 창.
철로 된 것이었으니까.
콰아아아-!
다만 검은 오러만이 금빛 전기를 향해 제 몸을 부딪쳤다.
‘뚫는다!’
그리고 최한은 그 검은 오러가 전기와 부딪치며 아주 살짝 만들어낸 틈 속으로 뛰어들며 황색 괴물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황색 괴물이 조금 더 빨랐다.
콰직.
겨우 생명을 유지 중인 청색 괴물의 꼬리와 황색 괴물의 얼굴이 닿았다.
최한은 황색 괴물을 향해 검을 뻗치며 외쳤다.
“안 돼!”
저 둘이 합쳐져서는 안 돼!
최한의 얼굴엔 다급함이 서렸다. 동시에 그는 제 발목에 깃드는 바람의 힘을 느꼈다.
케일이다.
케일이 최한이 조금 더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또다시 자신의 힘을 쓴 것이다.
안 그래도 무리한 것이 뻔히 보이는데, 이러다가 케일은 쓰러질지도 몰랐다.
최한은 입술을 깨물며 그 바람에 담긴 추진력에 몸을 실었다.
콰아앙!
검은 오러가 전기와 부딪치며 만들어낸 작은 틈.
그 사이로 최한의 검이 송곳처럼 삐져나와 황색 비늘을 찔렀다.
푸욱.
최한이 흙 갑옷에 다시 한번 제 검이 박히는 것을 느끼며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을 때.
“아.”
누군가 한마디의 탄식을 내뱉은 그 짧은 순간.
사람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어?”
그들은 보았다.
콰직!
온갖 용을 써서 겨우 청색 머리에게 다가간 황색 머리.
사람들은 둘이 하나가 되기 위해, 힘을 합치기 위해 저런다고 생각했다.
케일조차 그리 생각했다.
콰직, 콰지직!
황색 머리는 청색 머리의 꼬리를 물고는 휙 그 몸체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청색 괴물의 머리 부분을 집어삼켰다.
먹기 시작했다.
아니, 머리 부분만 잘라내 입에 욱여넣었다.
그리고 씹어댔다.
아주 신속한 동작이었다.
분명 한 몸이었던, 형제와도 같은 존재였을 청색 괴물의 머리를 조금의 미련도 없이 잔혹하게 잘라내어 제 입에 욱여넣는 황색 괴물.
콰아아아!
그리고 동시에 땅속으로 숨어들기 시작했다.
도망치고 있었다.
사람들이 황색 괴물의 잔인한 비정함에 아연해 하는 몇 초 동안, 그 괴물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이 미친놈!”
케일은 방패를 풀고 빠르게 또 다른 고대의 힘을 불러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황색 괴물은 땅 아래로 숨어들면서 마지막 전기 공격을 펼쳤다.
소리의 여파에서 벗어나 빠르게 황색 괴물 뒤를 쫓는 사람들.
최한, 이수혁, 김민아. 그리고 조민예를 포함한 각지의 능력자들.
영악한 황색 괴물은 그들을 향해 전기 공격을 펼치지 않았다.
이 모든 일이 벌어진 몇 분 동안 힘겨워 하다,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사람들.
그들을 향해 금빛 전류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우박처럼 쏟아졌다.
“빌어먹을!”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은빛 방패가 다시 전류를 막아섰다.
땅이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과 함께 먼지와 안개, 연기가 뒤섞이며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다.
“크헉!”
케일은 다시 한번 몸을 비틀거렸다.
“사령관님!”
조민예가 쓰러지려는 케일을 부축했다.
가장 늦게 소리의 여파에서 정신을 차린 이들은 조민예를 도와 거미줄을 잡던 능력자 쪽 일부였다.
그들을 구하려 거미줄을 펼치려던 조민예는 자신 대신에 그 전기와 맞선 케일을 붙잡았다.
“…하아…….”
케일의 입에서 거친 숨과 함께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놓, 놓친 건가!”
그때, 황색 머리가 파놓은, 최한이 모습을 드러냈던 그 땅굴에서 몇 명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연산역 사람들을 대피시키고 뒤쫓아 온 능력자 대표 강일래와 박영훈 쪽 사람들이었다.
놓쳤냐고 묻는 강일래를 향해 조민예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다 봤잖습니까?”
“조금 전에 도착해서 우리도 끝에만 겨우 봤다고!”
강일래는 다급하게 말을 이었다가 이내 먼지가 가라앉고 드러난 광경에 입을 다물었다.
겨우 정신을 차린 듯 귀에서 피를 흘리며 몸을 일으키는 사람들.
전기 공격과 파헤쳐진 땅으로 엉망이 된 풍경.
그리고 머리만 잘린 채 싸늘하게 죽은 청색 괴물의 거대한 몸.
강일래는 서두른다고 서둘렀으나 더 서두르지 못한 스스로를 자책하며 겨우 입을 떼었다.
“…미안하네. 놓칠 줄 알았으면 서두를 것을-”
“누가 그럽니까?”
“…어?”
그의 시선이 조민예의 부축을 받고 있는 케일에게로 향했다.
강일래는 창백한 안색으로 피를 흘리고 있는 모습에 멈칫했다가 케일의 눈동자를 본 순간 한 번 더 어깨를 멈칫했다.
케일의 서늘하게 가라앉은 눈동자는 사냥꾼의 집요함이 담겨 있었다.
케일은 느릿느릿 내뱉었다.
“놓쳤다고. 누가 그럽니까?”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케일은 괴물이 어딘가로 떠나버리고 남은 땅을 보며 말했다.
“서면으로 간다.”
아무리 떠나봤자.
숨어봤자.
도망가봤자.
“그놈이 올 곳은 거기뿐이야.”
결국 그놈이나 자신이나 종착지는 같았다.
***
최초의 등급 외 괴물이 나타난 11월 6일.
그날로부터 어느새 하루보다 더 시간이 흘렀다.
현재 시각 11월 7일 오후 11시.
괴물 전기 장어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부산 일대에 드리운 짙은 안개만이 그놈이 아직 살아있음을, 어딘가에 숨어 우리를 노리고 있음을 알 수 있게 해줄 뿐이었다.
망루에 서 있던 케일은 등 뒤로 이수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록수야. 내일이면 네 생일이지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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