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07
606화.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린 나무에 지나지 않았던 존재들이 삽시간에 거대해져갔다.
“…세상에!”
가장 놀란 이는 씨를 뿌리고 나무의 싹을 틔운 장본인. 제하정이었다.
그도 비슷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놀라움이 더 컸다.
‘어떻게 이런 힘을!’
최정수 너머 케일을 바라보는 제하정의 눈빛에 경악을 넘어선 찬탄이 담겼다.
도대체 몇 가지의 능력을 지녔단 말인가?
하나같이 강대한 힘이었건만!
하지만 이번에 자라나는 나무들을 바라보는 제하정의 눈동자는 더 빛나고 있었다.
‘달라!’
저번 초기 쉘터 전투 때 케일이 사용했던 힘과 이 힘은 근본적으로 다름을 느꼈다.
‘차원이 다른 힘이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대한 힘인 것이 나무들의 기세에서 느껴졌다.
그렇기에 빛나던 눈동자는 이내 흔들렸다.
“커헉!”
케일의 입에서 다시금 피가 뿜어져 나왔다.
제하정은 순간 이러다 정말 큰일 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케일의 상태는 그 정도로 심각했다.
“…하아. 누님.”
하지만 케일은 대충 피를 닦아내며, 제 상태를 잊었다.
아니, 잊으려고 노력했다.
지금부터가 상당히 중요했으니까.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그러려면 공중보다는 힘을 집중시킬 곳과 가까운 편이 더 나을 터.
“밑으로 내려주십시오.”
“어? 동생, 괜찮겠어?”
“네.”
“아, 알았어! 일단 동생 말대로 할게!”
강철 매가 빠른 속도로 케일이 가리킨 곳으로 움직였다.
그 속도에 케일의 몸이 순간 휘청였다. 하지만 이내 최정수가 재빠르게 부축했다.
“고맙다.”
“…그래.”
강철 매가 멈춘 곳은 다섯 그루의 나무 중 쉘터 성문 앞에 자리한 나무였다.
케일은 마치 망루처럼 자라난 꼭대기 나뭇가지에 내려섰다.
최정수와 제하정도 함께였다.
하지만 성벽 위의, 특히 괴물이 들이닥치던 성문에 있던 이들은 케일의 모습만이 보였다.
“…이런.”
“세상에.”
조금 전 힐끗 본 것이 아닌, 제대로 마주한 케일의 상태에 말문이 막혀왔다.
그때였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정말… 저 등을 가장 많이 보는군.”
그들은 저 어린 사령관이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
‘그리고 최소한 이번 싸움에서 이 자리에 계시는 분들은 내 등을 가장 많이 보며 싸울 겁니다.’
사령관은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 사람들은 저 약속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 느꼈다.
“이대로 있을 겁니까?”
“아뇨. 저희도 뭔가 수를 내야 합니다.”
성벽 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대로 있어선 안 된다.
무언가를 해야 한다.
그런 감정이 그들의 심장에서 휘몰아쳤다. 가장 맨 앞에서 싸우는 리더의 모습은 그를 따르는 이들의 심장을 뜨겁게 만드는 법이었다.
“저게 뭐야!”
그리고 누구보다도 심장이 뜨거워진 이들이 있었다.
아니,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그건 바로, 김민아와 배푸름이었다. 케일과 훈련을 했던 그들은 이제야 케일의 상태를 그나마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안 되겠어!”
배푸름이 당장이라도 케일이 있는 나무 꼭대기로 향할 태세를 갖췄다.
“시간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는 한 사람의 목소리로 이를 모두 멈췄다.
최한이었다.
“먼저 갑니다.”
그 말을 남기곤 최한은 움직였다.
그리고 김민아와 배푸름은 보았다.
콰아아아-!
굉음을 내며 자라나는 거대한 나무뿌리들 중 하나에 올라타는 최한을.
그리고 그 나무뿌리는 빠른 속도로 황색 괴물에게로 향했다.
“츠스스스츳! 츳!”
괴물은 사방에서 저를 구속해오는 나무뿌리와 줄기에 당황한 듯 싶었다.
그래서 이를 피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
“땅으로 파고들 수 없다!”
배푸름은 땅에 촘촘히 박히는 뿌리들이 보였다.
그제야 그는 케일이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옭아매려는 거야!’
저 괴물을!
‘그 말은, 우리가 공격할 틈이 생긴다는 말!’
물과 전기, 독을 쓸 수 있는 황색 괴물이지만, 역시 물과 전기를 다루는 케일이었다.
‘해볼 만하다!’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공격을 해볼 수 있다!
배푸름은 그 사실을 가장 늦게 깨달았다.
이미 이수혁과 김민아는 각기 다른 나무뿌리에 올라타 황색 괴물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그 시각, 첫 번째 거대한 나무뿌리가 황색 괴물과 닿았다.
아니, 옭아매기 시작했다.
“크아아!”
이전과 다른 울음소리가 괴물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괴물의 몸을 흙이 바위처럼 단단하게 둘렀다.
그 아래 단단한 비늘도 있다.
하지만 이 뱀처럼 뻗어져오는 나무가 원하는 것은 괴물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이 아니었다.
숨통을 조이는 것.
움직이지 못 하게 하는 것.
괴물은 그것을 알아챘다.
파지지직!
금빛 전류가 창처럼 나무에게로 향했다.
케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둘 순 없지.”
-괜찮겠어?
“어.”
콰앙!
적금빛 벼락이 화살처럼 날아와 창과 부딪치며 폭발했다.
그 순간, 케일은 망루에 기대듯 몸을 숙였다.
뚜욱. 뚝.
코피가 쉬지 않고 흘렀다.
부서지지 않는 방패의 나무 힘을 온전하게 사용하던 중에 기존에 반만 사용 가능한 파괴하는 불을 일부 사용하였다.
당연히 몸에 무리를 주었다.
하지만 케일은 웃었다.
그 폭발의 틈이 그에게 먹음직스러운 시작을 안겨주었으니까.
“끄아아!”
꼬리를 움켜쥐는 첫 번째 뿌리.
황색 괴물의 청황빛 눈동자에는 수십, 아니, 수백여 개에 달하는 나무뿌리와 가지들이 저를 덮쳐오는 것이 보였다.
이때껏 어느 인간이 사용한 능력과는 차원이 달랐다.
마치 자연을 다루는 것 같았다.
그때, 황색 괴물과 케일의 눈동자가 마주쳤다.
시작이었다.
“크아아아!”
“크윽!”
괴물은 발버둥을 쳤으며 케일은 제가 선 나무 꼭대기 가지를 움켜쥐었다.
전자는 도망치기 위해, 후자는 가두기 위해.
공통점이라면 두 존재 모두 제 목숨을 걸고서 싸운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둘 다 그 모습이 처절하다는 점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다만 다른 점이 있었다.
케일에게는 동료가 있었다.
“민아야.”
“네.”
“최한 다음에 나다.”
“그리고 저랑 푸름이가 들어가죠.”
김민아의 눈동자에 가장 앞선 최한이 보였다.
하지만 이수혁은 케일을 바라봤다. 김민아가 차마 바라보지 못하는 것과 달리, 이수혁은 케일의 모습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기억해두었다.
“내가 저 등을 보고 싸울 줄은 몰랐는데.”
이수혁의 입꼬리가 비틀어지듯이 올라갔다.
그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최한의 등이 보인 순간, 바람처럼 멀어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뿔.”
그 단어 하나만을 남겨둔 채 최한이 나무뿌리를 박차고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
타닥!
그의 발에 또 다른 나무뿌리가 닿았다.
황색 괴물의 꼬리를 옭아맨 바로 그 나무뿌리였다.
‘놓치면 안 된다.’
최한은 절박했다.
뒤돌아볼 시간도, 멈출 시간도 없었다.
그는 케일이 만든 이 시간이 얼마나 귀중한지 알았으니까.
그렇기에 그는 빠른 속도로 괴물의 몸통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크아아! 크학!”
괴물이 버둥거렸다.
전기를 뿜어냈지만 케일에게 번번이 막혔고, 그에 결국 제 몸을 최대한 비틀며 뒤틀어댔다.
쿵! 쿵!
괴물의 몸통과 나무들이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를 만들었다.
“크윽!”
최한은 그에 몇 번 나무들과 부딪쳐야 했다.
땅에 떨어질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웃었다.
“나를 알아채고 있었군.”
힐끗. 황색 괴물이 그를 바라봤다.
적은 최한의 존재를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더 버둥거린 것이다.
왜냐면 최한이 가져온 것이 저를 다치게 할 비수임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미 최한은 괴물과 시선이 부딪칠 수 있을 만큼, 괴물의 머리 가까이에 도달했다.
‘이만하면 충분하다!’
최한은 판단을 내렸고 공중으로 발을 디뎠다.
그리고 서글픈 미소를 순간 지었다가 삼켰다.
바람이 제 발목에 감겼고, 공중에 나무줄기들이 뻗어져 나와 디딤대를 만들어주었다.
최한은 제 앞길을 만들어주고 저에게 힘을 주는 케일의 존재를 느꼈다.
촤아아아!
난폭한 검은 오러가 날카롭게 검을 감쌌다.
“크아아아!”
괴물이 입을 벌리며 최한에게 그 독니를 드러내었다.
콰직!
하지만 그 입을 막아선 나무줄기들.
마지막 공격을 막아준 동료의 힘 덕에 최한은 드디어 목표에 도달했다.
비늘로도 흙으로도 감싸지지 않은 곳들.
서걱.
최한의 검이 가로로 긴 선을 만들었다.
촤아악!
비늘에는 상처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선이 지나간 길에 놓인 것.
“끼아아아아—-!”
괴물의 두 눈에서 청황색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먼저 눈.”
최한의 검이 다시 움직였다.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제야말로 제대로 된 싸움의 시작이었다.
***
“하!”
하얀 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동시에 불로 된 검과 하얀 창이 부딪쳤다.
콰아앙!
주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전투 소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큰 소리였다.
그만큼 강한 힘들이 부딪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생각보다 잘 버티는군.”
하얀 별의 눈동자에 기묘한 빛이 감돌았다.
그 시선은 검은 갑옷의 기사, 알베르에게로 향했다.
투구 속 알베르는 입꼬리를 올렸다.
그의 변조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상하군.”
그러나 알베르의 눈빛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반대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가벼웠다.
무언가를 탐색하는 것처럼.
“하얀 별. 너, 오늘따라 유달리 약한 것 같다?”
피식.
하얀 별이 웃음을 흘렸다.
“탐색전이지. 항상 케일 헤니투스 쪽 녀석들은 무언가를 더 준비해오더군. 그러니 그게 뭔지 확인하고 싸워야 변수가 줄어들지 않겠어?”
알베르는 그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평소보다 하얀 별이 약했다.
저번에 그와 실제로 싸웠을 때. 더불어 그간 하얀 별의 전투력에 대한 조사 내용.
모두와 비교해도 지금은 현저히 약했다.
원래라면 이곳은 하얀 별에게 있어 아주 유리한 장소였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싸우는 것과 동시에 지켜야 했기에 만반의 준비를 해온 알베르는 하얀 별의 현 상태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의구심 가득한 하얀 별의 눈동자를 마주하여야 했다.
하얀 별의 불검이 한 곳을 가리켰다.
“도대체 무슨 무기지?”
얇음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공방에도 흠집 하나 없는 하얀 창.
하얀 별은 그 정체에 대해 물었고 알베르는 답했다.
오늘은 왕세자로서 온 것도 아니고.
가까이에 있는 게 저 흰 놈뿐이니.
그러니 솔직하게.
“알아서 뭐 하게?”
그리고 재수 없게.
“하얀 별 네놈 따위가 EX급 아이템의 위대함을 알겠나?”
“…뭔 급?”
-훌륭하신 말씀입니다. 이 태랑은 알베르 크로스만 님이 저의 위대한 가치를 알아주셔서 기쁩니다.
피식.
알베르는 투구 안에서 케일이나 라온이 보았다면 상당히 재수 없다고 할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얀 별은 그 미소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바람 빠지는 웃음소리에 충분히 이를 짐작했다.
하얀 별의 얼굴이 구겨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던 알베르는 창으로 까딱였다.
“덤벼. 귀하신 몸과 제대로 싸울 기회를 주지.”
그 말이 재수 없었는지 하얀 별의 입꼬리가 일그러졌다.
알베르는 압박감 속에서 속 시원하게 웃으며 생각했다.
‘역시 케일 헤니투스 말대로, 하얀 별 속을 뒤집는 게 재밌군.’
이대로. 시간을 끌자.
알베르는 창을 고쳐 잡았다.
곧 새벽이 온다.
그는 아직 많이 남은 하루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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