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ut of Count's Family RAW novel - Chapter 610
609화.
“윽!”
동시에 알베르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쾅!
그의 등이 벽과 부딪치며 벽에 금이 갔다.
“너야말로 왜 이리 약하지?”
하얀 별이 그런 알베르를 향해 비웃음을 숨기지 않았다.
여전히 그는 불 검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는 검 끝으로 알베르를 겨누며 입을 열었다.
“마법은 사용 안 하나?”
알베르도 오로지 창술만을 사용했다.
‘역시 천년 동안 갈고닦은 검술을 이기는 건 힘든 건가?’
당연한 결과기는 했다.
알베르는 한 가지를 특출나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법도 창술도. 각기 대륙 최고라 칭해질 수준이 아니었다. 다만 둘을 합쳤기에 강한 편이었다.
“뭐, 그래. 네가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있겠지.”
저벅 저벅.
하얀 별은 알베르가 부딪친 벽으로 다가왔다.
“크윽.”
여기저기 갑옷이 구겨지고 금이 간 알베르는 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그 모습을 무감각한 눈으로 바라보던 하얀 별은 피식 웃었다.
“하지만 로운의 태양이 이런 모습이어도 되는 건가?”
그는 이어 말했다.
“그 찬란하고 성스러워 보이던 모습은 모두 거짓인가?”
투구 속 알베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하얀 별 때문이 아니라.
-저런 말을 듣고도 가만히 계셔도 되는 겁니까?
태랑 때문이었다.
-본디 저런 찌끄레기가 덤비면, 응당 EX급 무기의 주인으로서 현실의 사이다 맛을 보여줘야 합니다.
‘뭔 소리야?’
-저를 만드신 분이 늘상 하시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전 고구마를 싫어하거든요. 꽃길 아니면 돈길과 사이다길을 추구합니다. 아, 물론 엄청난 탄산을 품은 사이다를 위한 어느 정도의 고구마는 인정합니다.
알베르는 한숨이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어 들려온 태랑의 말에 표정이 굳었다.
-왜 제 힘을 다 사용하지 않으시죠? 전 그냥 단순한 창이 아닙니다! 저를 쓰세요! 제가 저 찌그레기의 싸다구를 날려버리겠습니다. EX급의 위대함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저 이빨을 다 털어내 버리죠.
-그런데 이상하긴 하군요. 저 쓰레기의 말대로, 본인의 힘도 절반 정도만 사용하시고. 그리고 동료들도 안 부르시고요. 왜 그렇죠?
왜 그렇긴.
다 이유가 있었다.
-아. 그런 겁니까?
갑자기 태랑이 감탄을 터트리며 말했다.
-주인공이 힘을 숨김. 이런 거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피식.
알베르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주인공, 그런 것은 아니다만.
‘힘을 숨기고 있는 건 맞으니까.’
나도. 그리고 저놈도.
“후우.”
알베르는 몸을 꼿꼿이 일으켜 세운 채 하얀 별을 응시했다.
그리고 하얀 별은 여유롭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비크로스와 론, 버드가 곳곳에서 싸우고 있었지만 벌써 몇 시간째다.
지쳐 보였고, 저 셋으로는 하얀 별 부하들의 숫자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 광경을 보며 툭 내뱉었다.
“…네 동료라고 칭할 다른 놈들을 안 데리고 온 것도 이유가 있을 터.”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알베르는 벽에서 몸을 일으키며 입꼬리를 올렸다.
‘곰족도 사자족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흑기사들도.’
제사장은 보였지만, 다른 신관들도 보이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다크엘프나 흑마법사 등도 그가 프레도 공작을 통해 파악한 것보다 훨씬 적었다.
더욱이 뱀파이어도 없었다.
‘뱀파이어야, 곧 프레도 공작의 연락이 오면 파악이 가능하겠지만.’
현재 하얀 별의 핵심 전력이라고 칭할 존재들이 없었다.
‘물론 어디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가.’
알베르는 하얀 별의 수하들이 보이지 않는 연유를 대강 알 것 같았다.
하얀 별은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음. 그렇긴 하지.”
그리고 덧붙였다.
“수하들을 아껴야 할 상황이 되었거든.”
그 말에 알베르가 비웃음을 담아 툭 내뱉었다.
“아. 나르인가 하는 뱀파이어 놈이랑 다크엘프 노인네 때문에 그러는 건가?”
케일이 있는 어둠의 숲 성으로 공격을 떠났다가 연락도 끊기고 돌아오지 않고 있는 하얀 별의 수하들.
“그래. 그리고 또 내가 요즘 수하들의 믿음을 의심하고 있거든.”
그 말에도 알베르가 툭 던지듯 말했다.
“하긴 부제사장이 배신할 줄 누가 알았겠나?”
그 순간, 하얀 별의 입꼬리가 비틀어졌다.
“…내 땅에 다른 신을 따르는 것이 숨어들어 있을 줄은 몰랐지.”
알베르의 눈동자에 미묘한 이채가 감돌았다.
전쟁의 신을 따르는 코튼 부제사장.
에르하벤을 비롯하여 용병 길드원 일부를 전쟁 신 안식처에서 보호하고 있던 그녀.
하얀 별은 그녀가 케일을 이곳에 끌어들인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프레도 공작은 의심을 안 하는 건가?’
아직 프레도 공작은 저택에서 정신을 잃고 있는 중이었다.
문제는 지난 3개월간 그가 침상에 없다는 점이었으나, 하얀 별이 지난 3개월간 저택을 방문한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알베르는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흐음.’
그간 전쟁 신 안식처에서 몇몇 마법을 사용했던 것을 빼면, 마법 사용이 힘들었던 엔더블 왕국이었다.
그러니 그런 상황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려 들어선 안 되었다.
‘어쨌든.’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알베르는 하얀 별을 향해 비꼬듯 내뱉었다.
“하긴 코튼 부제사장이 전쟁의 신을 따르는 이일 줄은 몰랐겠어.”
하얀 별의 한쪽 입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가며 열렸다.
“그것이 이 땅에 해충을 들일지도 몰랐고.”
해충. 케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그때였다.
“우리 인간은 해충이 아니다!”
하얀 별을 향해 거대한 검은 창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하얀 별은 케일 헤니투스가 있는 검은 구로 시선을 돌렸다.
검은 용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은빛 실드를 덮는 무언가가 보였다.
“왔군.”
은빛 위를 금빛이 덮어버렸다.
“어딜 보는 것이지?”
하얀 별은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금빛으로 감싸인 에르하벤이 손을 휘둘렀다.
“이제 용들이 덤비는군.”
하얀 별의 말에 에르하벤이 무슨 소리냐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덤빈다니. 이 몸은 친히 너를 가르치는 것인데.”
그리고는 허공에 대고 말했다.
“그리고 꼬맹이는 빠지도록.”
“싫다!”
“빠져.”
서걱.
라온의 검은 창은 하얀 별의 불 검에 베였다.
그리고 폭발했다.
콰아아앙!
그 사이로 금빛 가루가 하얀 별의 사방을 노리며 쏘아졌다.
촤아아아-!
물의 장막이 펼쳐지며 하얀 별은 금빛 가루를 막았다.
그 뒤, 그는 저를 향해 다시 창을 겨누는 알베르 크로스만을 볼 수 있었다.
“이제야 두 번째 힘을 쓰는 건가?”
그리고 그 옆의 에르하벤도.
하얀 별은 보이지 않는 적도 상기했다.
‘검은 용도 투명화를 한 채 근처에 있겠지.’
3대 1의 싸움이었다.
하얀 별이라도 좀 곤란했다.
‘힘을 더 쓸 수도 없고.’
그는 자신이 쓸 수 있는 힘의 범위를 가늠했다.
하지만 그럴 틈을 상대는 주지 않았다.
“생각은 그만하고.”
금빛 가루가 수많은 화살이 되어 하얀 별에게로 쏘아졌다.
“일단 맞자. 몇 개월 동안 안 싸웠더니, 근질거려서 말이야.”
뒤이어 에르하벤이 빠른 속도로 하얀 별에게로 향했다.
콰아앙! 쾅! 콰앙!
화살들이 물의 장막과 부딪치며 폭발했고, 그 폭발 사이로 하얀 별은 금빛으로 감싸인 주먹을 볼 수 있었다.
콰아아앙!
차원이 다른 굉음과 함께 장막이 부서졌다.
“무식하게 힘만 쎄서는!”
“용이 그럼 힘이 쎄지, 약하겠나? 바본가?”
하얀 별은 두 번째로 저를 향하는 주먹을 피하며 재빠르게 몸을 숙였다.
쉬익-
그 허공으로 하얀 창이 하얀 별의 심장이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갔다.
“아깝군.”
웃음이 섞인 알베르 크로스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뒤를 이어 한 사람과 한 용은 하얀 별에게 틈을 주지 않고 공격을 가해왔다.
“걸리적거리게!”
하얀 별의 미간이 찌푸려지는 것을 보며 알베르는 생각했다.
‘이러다 보면 하얀 별의 수하들도 나타나겠지.’
아니면 하얀 별이 이상하게 힘을 적게 사용하는 이유를 알게 되거나.
-왕세자야! 난 간다!
최소한 라온이 움직이기 편한 상태가 될 터.
금빛 실드 안.
그곳엔 라온의 은빛 실드는 사라져있었다.
‘내가 해낸다!’
라온은 투명화를 한 채 빠르게 이동했다.
전투가 벌어진 곳을 벗어나, 하얀 왕성을 지나 어딘가로 이동했다.
그런 라온의 목에 하얀 목걸이가 걸려있었다.
로드 쉐리트가 만들어준 마법 아티팩트였다.
‘라온 님.’
검은 용은 이동하며 알베르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우리의 목표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전원 생존.’
그리고.
‘두 번째, 조각상 훔치기.’
케일과 알베르는 이번 기회에 반드시 조각상을 훔칠 생각이었다.
‘오늘 살아남더라도, 미래를 위해서 조각상을 손에 넣어야 합니다.’
알베르가 한 말이 라온의 머릿속에 맴돌았다.
‘저 조각상이 현실화되면 나타날 괴물은 하나하나가 무지막지하게 강합니다. 상당한 피해를 초래할 것으로 판단되오니, 반드시 저 조각상이 현실에 나타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라온의 검푸른 눈동자가 반짝였다.
도착했다.
전쟁 신의 안식처.
이제는 에르하벤이 난장판을 벌여 엉망이 된 곳.
그 파괴된 벽에 드리운 그림자로 가까이 다가갔다.
약속한 장소였다.
-왔다!
그곳엔 로잘린과 라크가 있었다.
까악.
그리고 웬 까마귀 한 마리까지.
에르하벤이 난장판을 벌이는 동안, 로잘린은 라크를 데려왔다.
동시에 까마귀가 엔더블 왕국으로 스며들었다.
어둠 속 또 다른 곳에 분명 호족 주술사 가샨이 있을 터.
-가자!
긴장한 기색의 라크와 담담한 표정의 로잘린. 라온은 두 사람에게 투명 마법을 걸었다.
셋은 각자 마법, 신체의 힘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라온 님. 로잘린 씨와 라크. 그 두 사람과 함께 움직이십시오. 가샨이 뒤에서 보조를 맞추며 따라갈 것입니다.’
라온은 왕세자의 그 판단에 수긍했다.
근접전 및 탱커 역할이 가능한 라크.
원거리 및 광범위 공격이 가능한 로잘린.
격투술과 주술에 능한 가샨.
‘그리고 위대한 나!’
아주 적절한 조합이었다.
물론 최한과 우리 인간이 없는 게 아쉽지만, 충분히 해볼 만했다.
세 존재는 말없이 빠르게 이동했다.
알베르가 그랬다.
‘라온 님, 우선 그 조각상을 발견해야 합니다.’
‘그리고 분명 그 장소에 하얀 별은 많은 병력을 배치해두었을 것입니다. 아니면 상당히 질 좋은 병력을요. 조각상을 지켜야 할 테니까요.’
라온은 그 예상이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조각상을 찾기 위해, 케일을 떠올렸다.
‘인간이 그랬다!’
전장을 살펴봐야 한다고.
그렇기에 라온은 검은 구를 지키며 홀로 엔더블 왕국을 살펴보았다.
곰족도, 사자족도, 흑기사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그들은 그 조각상들을 지키고 있을 것이다.
제사장이 이곳에 있어도, 그건 속임수일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하얀 별이 사용하는 힘이 약했다! 조절하는 것 같았다!’
라온은 자신이 판단한 하얀 별 상태가 맞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우리 인간의 곁에서 배운 것이니까.
‘분명 하얀 별이 무슨 수를 쓰는 거다!’
하얀 별도 그간 계속 싸움을 이어오며,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우리 인간이 있는 검은 구를 공격하는 게 다가 아닐 거다!’
라온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리 인간이라면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거다! 확실하다!’
자신과 같은 결론을 내릴 케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라온은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며 신속하게 이동했다.
그리고 이 작은 검은 용의 등을 보며 라크와 로잘린이 뒤를 따랐다.
로잘린이 주위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속삭이듯이 라온에게 물었다.
빠르게 이동하는 세 존재를 알아챈 이들은 없었다.
“라온 님. 조각상의 위치로 예상되는 곳이 있으십니까?”
알베르는 세 존재에게 말했다.
‘조각상은 처음 있던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우리한테 그 위치를 들켰으니까.’
‘그러니 전투 상황을 보며 조각상 위치를 유추해내야 합니다. 아니, 찾아야 합니다.’
라온은 그 말을 되새기며 말했다.
“인간이 있는 검은 구는 지하를 파괴하며 위로 솟구쳐 올랐다. 지하 천장이 무너질 정도의 꽤 큰 폭발이었다.”
그 말에 로잘린이 곧바로 이어 덧붙였다.
“그렇다면 우리 생각대로 그곳에 조각상이 있을 확률은 낮겠군요.”
“그렇다. 조각상이 있다면 그리 다 파괴할 리는 없다. 하지만 확률이 낮을 뿐, 거기에 있을 수도 있다.”
로잘린이 담담하게 제 생각을 말하는 라온을 묘한 눈동자로 바라봤다.
라크도 마찬가지였다.
저 담담한 모습이 꼭 누군가의 어린이 버전 같았다.
하지만 라온은 이를 모른 채 말을 이었다.
“그러니 그 지하도 가본다.”
라온의 눈동자가 저 멀리 알베르와 에르하벤 등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저 전투가 벌어지는 근처의 지하에 조각상이 원래 있었다.
“하지만.”
저 전투 장소까지 가는 길에 있는 건물.
통통한 앞발이 한 곳을 가리켰다.
“저 하얀 성부터 가본다!”
이상하게도 조용하고, 건물에 빛 하나 새어 나오지 않았다.
하얀 겉면과 달리 안은 어둠으로 물든 듯 고요했다.
“이 난리에 저곳만 지나칠 정도로 조용하다!”
라온은 오늘 검은 구 근처에서 모든 것을 보았다.
엔더블 왕국 일반 왕국민들이 머무는 집. 하물며 그곳들도 지난 밤 동안의 전투에 숨죽이면서도 소란스러웠다.
빛이 커튼 틈새로 새어 나오거나, 창문이 굳게 닫히거나, 밖의 동태를 살펴보거나.
한 번쯤은 누군가가 있는 티가 다 났다.
그런데 이 엔더블에서 가장 크고 사람이 많을 곳.
그곳이 이상하게도 전투가 시작된 후부터 조용했다.
한 번도 사람이 있는 티가 안 났다.
그건 말이 안 된다.
의도적으로 숨어있지 않는 한은.
“인간이라면 저런 곳부터 의심했을 거다.”
라온은 전투 장소로 가기 전에 놓인 하얀 왕성.
“저 성부터 간다!”
그곳으로 향했다.
왠지 저곳에 조각상이 있을 것 같았다.
라온은 알베르가 한 말을 떠올렸다.
‘조각상을 발견하는 순간, 신호를 보내주십시오.’
‘그러면 모든 전력이 엔더블로 올 것입니다.’
‘그때. 케일 헤니투스를 데리고 모두 싱크홀 밖으로 후퇴합니다.’
알베르가 웃으며 말했다.
전원 생존한 상태에서 후퇴한 뒤.
‘그 후 우리가 유리한 곳에서 싸울 겁니다. 안전하게.’
라온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이며 위로 올라갔다.
누군가를 빼다박은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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